바둑수의 분류
다양한 이름을 갖는 바둑수들은 그 기능의 성격별로 유사한 것끼리 몇 개의 그룹으로 구분할 수 있다. 바둑수들을 그렇게 분류하는 것은 수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악수·이적수·패착·자충수의 네 가지는 모두 부정적인 기능을 하는 수지만, 이들은 좋지 않은 점을 각각 다른 각도에서 묘사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바둑수는 성격별로 비슷한 것들이 있고, 몇 가지 범주로 분류할 수가 있다.
1. 기능수행의 선악에 따른 분류
바둑수는 반상에서 어떤 기능을 수행한다. 전혀 기능을 수행하지 않는 수는 헛수라고 할 수 있는데, 이치상 아무런 기능을 하지 않는 수는 생각할 수 없다. 바둑수가 반상에서 수행한 기능이 긍정적인가 아니면 부정적인가에 따라 수를 좋은 수와 나쁜 수로 분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긍정적인 기능을 한 수는 '호수(好手)', 부정적인 기능을 한 수는 '악수(惡手)'라고 부른다. 그러나 좋은 수와 나쁜 수만으로 수의 선악을 간단하게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좋은 수에도 약간 좋은 수와 아주 좋은 수가 있고, 나쁜 수 또한 다소 나쁜 수와 아주 나쁜 수가 있을 수 있다.
좋은 수의 범주에 드는 수로는 호수, 묘수, 귀수를 들 수 있다. 호수는 보통의 수보다 좋은 수라는 의미이며, 묘수(妙手)는 아주 좋은 수로서 절묘한 기능을 하는 수이다. 귀수(鬼手)는 이름이 다소 으시시하지만 '귀신도 놀랄 만큼 절묘한 수'를 가리킨다. 이 세 가지 수는 모두 좋은 수에 속하나 좋은 정도가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의 관계는 호수>묘수>귀수로 표시할 수 있다. 왼쪽이 실전에 나타나는 빈도수에서 더 많음을 나타내며, 오른쪽으로 갈수록 좋은 정도가 높아지는 것을 나타낸다. 다시 말해서, 묘수는 호수보다 훨씬 더 좋은 수이며, 귀수는 묘수 중에서도 아주 신묘한 수를 의미한다. 빈도면에서 본다면 묘수는 꽤 드물게 나타나며, 귀수는 극히 드물게 나타난다.
나쁜 수의 범주에는 두 가지가 있다. 보통으로 나쁜 수는 악수라고 부르고, 아주 나쁜 수는 대악수라고 부른다. 악수와 대악수의 차이는 정확하게 어느 정도라고 하기 어렵지만, 악수가 바둑의 흐름을 다소 불리하게 만드는 정도인 데 비하여 대악수는 국면을 극도로 악화시키는 수라고 할 수 있다. 호수의 반대가 악수라면 대악수는 묘수의 반대에 해당한다.
2. 수의 강도에 따른 분류
바둑수는 살아 있는 생물체처럼 상황에 따라 강하게 또는 약하게 완급을 조절하는 탄력성을 갖는다. 항상 최선을 추구하는 것이 바둑수의 이상이지만, 여기서의 최선은 상황과 형세의 지배를 받게 된다. 어떤 상황에서는 강하게 두는 것이 미덕이 될 수 있고, 어떤 상황에서는 다소 굴복하는 듯한 수가 좋은 수로 판명된다. 형세가 유리할 때는 '부자 몸조심'격으로 안전운행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태도인데, 이 경우 강하게 맞서지 않고 약간 물러서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태도가 좋을 때도 있으나 안전 위주로 물러서다가 국세를 역전(逆轉)시키는 경우도 있다. 바둑의 형세가 불리할 경우 대다수의 사람들은 역전을 노려 강렬한 수를 구사하는 경향이 있다. 보통의 평범한 수로는 국세의 뒤집기가 어렵다고 보기 때문에 강도가 높은 수로 덤벼들어 국면전환을 꾀하는 것이다.
어떤 장면에서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최선의 수를 '정수(正手)'라고 한다. 정수는 올바른 수, 즉 가장 적합한 수라는 의미이나, 실제로는 부분적 상황에서 상식적으로 가장 타당하다고 생각되는 수를 뜻한다. 전체적 형세를 고려하지 않고 어떤 특정 부분만으로 볼 때 그 부분에서 온당한 수라고 인정되는 수를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전체 형세가 불리하다면 부분적 정수는 전체적으로 좋은 수가 아닐 경우도 있다. 바둑수가 궁극적으로 승리를 얻기 위한 목적을 밑바탕에 깔고 있는 이상, 승리로 나아가는 데 방해가 되는 수는 정수라고 해도 좋은 수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정수의 의미를 받아들이는 태도는 기력의 강약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난다. 고수는 정수를 매우 바람직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정수를 어느 정도 전체적 맥락에서 파악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정수를 부분적으로 보더라도 반드시 주변상황과의 관련 속에서 정수를 규정하는 것이 고수들의 정수관이다. 이에 비하여 기력이 낮은 사람들은 정수를 다소 나약하고 전투성이 없는 수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정수를 상대방의 도전을 피해 수비적인 태도를 취하는 수로 이해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수가 고수에게는 좋은 수로, 하수에게는 다소 부정적인 수로 인식되고 있다.
정수에 비하여 강도가 약간 떨어지는 수를 통상 '완착(緩着)' 혹은 '완수'라고 한다. 완착은 느슨한 수라는 의미인데, 정수에 비해 대응의 수위를 늦추어 약간 물러서는 수를 가리킨다. 느슨한 정도가 지나친 수는 대완착이라고 하고, 이보다 더 강도가 낮은 수는 명사형이 아닌 '나약한 수'와 같이 묘사한다. 완착은 대체로 부정적인 뉘앙스를 담고 있다. 느슨하게 둔 것은 좋지 않다는 평가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완착으로 구분되더라고 직면한 상황에서 형세를 유지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면, 완착이라는 용어 대신 '차분한 수'나 '신중한 수' 혹은 '안전운행' 과 같은 표현을 쓴다.
정수보다 강도가 높은 수는 '강수(强手)'라고 한다. 강수보다도 더 강력한 수는 '초강수(超强手)' 라고 부른다. 정치적으로 매우 강력한 방책을 쓰는 것에 '초강수'라는 용어를 빌어다 쓰는 것은 매스미디어의 보편적 용법이 되었다. 강수는 정수보다 강력한 수이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귀결될 경우 정수보다 효과가 크다. 강수는 쉽게 얘기하면 정상적인 수보다 욕심을 부린 수를 말한다. 상대방에게 굴종(屈從)을 강요하는 성질을 갖기 때문에 흔히 반발을 불러 일으키고 그로 인해 국면이 전투의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 초강수는 이런 성격이 더욱 짙다.
강수와 초강수는 자체로 평가적 의미가 들어 있지 않은 말이다. 강수와 초강수가 좋다거나 나쁘다는 의미를 갖고 있지 않다. 이것에 평가적 의미를 부여한 용어가 있다. 과수(過手)와 무리수(無理手)가 그것인데 과수는 정도가 지나친 수, 무리수는 정도가 너무 지나쳐 무리한 수를 뜻한다. 사실 강수는 정수보다 정도에서 지나친 수이기 때문에 평가의 뉘앙스를 곁들이면 과수가 된다. 마찬가지로 초강수는 엄청나게 강경한 수로서 당연히 무리함을 감수하는 성격을 갖기 때문에 무리수와 같은 것이다. 이들의 관계를 도식으로 표시하면 다음과 같다.
대완착<완착<정수>강수>초강수 과수>무리수
3. 수의 품격에 따른 분류
사람의 인격을 가리켜 '저 사람은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이다'라거나, '저 친구는 속물이다'라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을 많이 본다. 이것은 그 사람의 외모가 아닌 성격, 생각, 매너 등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렇게 인격을 묘사하는 것과 같이 바둑에서도 수의 품격에 따라 분리해서 부르는 말들이 있다. 바둑수에 품격이 있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의인화(擬人化)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실제로 바둑수의 격을 느끼게 하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전문기사 중에서 바둑을 분석할 때 '고수가 이렇게 품위없는 수를 두다니…' 하고 표현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표현이 바로 수의 품격을 보여주는 예이다. '돌의 생명'을 주장하는 가지하라 9단이나, '돌의 미학'을 강조하는 오다케 9단, 김수장 9단 같은 기사는 특히 수의 품격에 특별한 관심을 갖는다.
수의 품격을 나타내는 용어 중에 대표적인 것은 '속수(俗手)'이다. 속된 수를 뜻하는 이 수는 바둑의 이론이나 모양에 어긋나는 수를 가리킨다. 그렇다고 꼭 나쁜 것으로는 볼 수 없다는 것이 속수의 특징이다. 모양은 속되지만 그래도 한 수의 기능은 하고 있기 때문에 아주 나쁜 수로 취급할 수는 없는 것이다. 세상에는 '속물'로 분류되는 속된 사람이 많이 있지만 그들을 악인으로 보지는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속수의 정도를 넘어서 '째째하고 지저분한 수'라는 의미의 '꼼수'라는 것이 있다. 꼼수를 '꽁수'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는데 표준어는 꼼수이다. 꼼수는 사실 수 축에도 못 드는 수로서, 상대방이 올바로 두면 수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것을 가리킨다. 따라서 꼼수는 항상 상대방의 실수를 고대하는 다소 비열한 측면을 갖고 있다. 이런 측면 때문에 바둑수 중에서는 가장 저급한 수준으로 취급받는다. 꼼수는 꾐수(tricky move)라는 말과 유사하나, 꾐수는 상대방을 꾀어서 이득을 보려고 하는 함정수나 암수를 의미한다.
품격이 있는 수를 가리키는 용어에는 본수, 법수, 가수, 명수가 있다. 본수(本手)는 근본을 지킨 수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데 주로 일본에서 쓰이며 우리 나라에서는 잘 쓰지 않는 용어이다. 본수 대신 우리는 '법수(法手)'라는 말을 쓴다. 법수는 법도에 어긋남이 없는 수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이런 용어는 실제로 그다지 많이 쓰이지 않는다. 법도에 어긋남이 없는 수는 곧 올바른 수라는 뜻이 되어 '정수'라는 평이한 용어로 대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수(佳手)'는 아름다운 수를 가리킨다. 모양이 아름답다는 뜻이 아니라 그 속에 들어있는 기능적 의미가 아름답다는 뜻이다. '명수(名手)' 또한 격조있는 수를 가리키는데 기보상으로 이름을 남길 만큼 멋지다는 뉘앙스를 갖고 있다. 가수보다는 명수가 약간 더 품격이 높은 수라고 할 수 있다.
4. 정상성의 관점에서 본 분류
바둑수를 정상적인 궤도에서 어떤 정도로 벗어났는가에 따라 분류하는 것이 있다. 상식적인 행동에서 벗어난 사람은 '이상한 사람'이라던가 '기인(奇人)'이라고 부르듯이, 바둑수도 상궤에서 일탈한 수를 '기수(奇手)'와 '괴수(怪手)'라고 부른다. 기수는 기발한 수를 의미하며, 대체로 부정적인 의미를 갖지는 않는다. 상식에서 벗어난 수이긴 하나 그렇다고 잘못 된 수라는 아니라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기발하다는 것은 창조적이고 천재적인 착상을 뜻하기 때문에 기수는 오히려 평범에서 벗어난 화려한 수를 의미할 때가 있다. 괴수는 괴이한 수로서 상식으로부터의 일탈 정도가 기수보다 훨씬 심한 수를 말한다. 상식에서 너무 벗어났기 때문에 지나친 수라는 의미를 갖고 있지만,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기발무쌍의 착점을 일컫는 경우가 많다.
기수나 괴수가 아닌 보통의 수는 '상식적인 수'나 '평범한 수'와 같이 표현된다. 명사형으로는 '정수'를 쓸 수 있으나, 정수는 상식적이고 평범한 수라는 의미와는 다소 다른 뉘앙스를 풍긴다. 평범한 수에 대비하여 '비범한 수'라는 말도 쓰이는데 이것은 기수보다 일탈의 정도가 약간 적으며 범인이 착안하기 어려운 훌륭한 수를 지칭한다.
기술상으로 정수에서 이탈된 수를 뜻하는 용어에 꾐수가 있다. 꾐수란 상대방을 꾀어서 함정에 빠뜨리려는 수로서 속임수, 함정수, 암수(暗手)와 같은 말이다. 꾐수는 상대방이 유인에 걸려들면 상당한 이득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상대방이 정확하게 대응하여 함정에 걸려들지 않으면 오히려 그 수를 둔 쪽이 손해를 보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꾐수는 정도(正道)에서 벗어난 수라고 할 수 있다.
5. 승부의 맥락에서 본 수들
바둑은 승부이기 때문에 당연히 승패를 묘사하는 수들이 존재한다. 승부와 관련된 수 중에 빈번하게 쓰이는 용어는 '실착(失着)'이다. 실착은 실수를 한 수라는 의미로서 그 범위가 매우 넓다. 기술상의 부족으로 인한 실수, 정신적 해이로 인한 실수, 착각으로 인한 실수 등 여러 종류의 실수가 실착에 포함된다. 실수의 정도가 매우 클 때 '대실착'이라고 한다. 실착과 대실착은 자연히 국면을 불리하게 만들고 패배를 불러오는 원인이 된다.
패배를 직접적으로 불러온 수는 '패착(敗着)'이라고 불린다. 바둑 한 판을 놓고 본다면 크고 작은 악수들과 실착들이 모두 패착이 되지만, 어떤 수가 패착이라고 할 때는 그 수가 직접적인 패인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대실착은 패착으로 연결되는 수가 많다. 그러나 대실착을 두었더라도 국면이 뒤흔들려 승리를 거두었을 경우 대실착은 패착이라는 불명예를 씻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어떤 바둑에서는 사소한 완착이나 실착이 패착이 되는 수가 있다. 죄가 비교적 가벼운데도 결과적으로 패배를 불러 왔다면 패착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패배가 아닌 승리를 가져 왔을 경우 '승착(勝着)'이라고 부른다. 승착은 패착이라는 말보다 자주 쓰이지 않는데 그 이유는 바둑의 분석에서 승리의 원인보다 패배의 원인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하시모토 우타로 9단은 '바둑이란 자신이 잘 두어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잘못 두어서 이기는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는데, 이 말은 상대방의 패착으로 인해 승리를 거둔 것이므로 승착은 논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잘 두어서 승리를 가져오는 경우도 없지 않으므로 어떤 수가 직접적인 승인이 되었을 경우 '승착'이라고 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국면이 불리할 때 다소의 모험을 무릅쓰고 역전을 꾀하는 수를 '승부수(勝負手)'라고 한다. 승부수는 잘못 되면 오히려 패배를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다소 무모한 수라는 의미도 되는데, 형세가 불리하므로 어쩔 수 없이 두는 수인 것이다. 바둑은 승부이므로 불리할 때는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져 반전(反轉)을 꾀하는 것이 승부운영의 한 요령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약간 불리할 경우 무리한 승부수보다는 오히려 꾹 참으면서 기회를 기다리는 것이 더 좋을 때도 있다. 이처럼 은인자중(隱忍自重)하는 것은 수의 측면보다는 태도를 강조하여 '인내심이 좋다'라든가 '참으면서 기다린다'와 같이 표현한다.
6. 행마의 모양을 지칭한 수들
바둑수를 중에는 행마의 형태를 나타내는 것들이 상당히 많다. 예를 들면, 붙임수, 젖힘수, 끊음수, 이음수 등과 같은 것들이다. 이 범주에 속하는 수들은 밀기, 막기, 찌르기, 들여다보기와 같이 '수'라는 이름을 생략한 채 그 특징만을 나타내는 것도 있다. 그리고 붙임수나 젖힘수와 같이 '수'라는 이름이 들어 있는 것도 단순히 '붙임'이나 '젖힘'과 같이 부를 수 있다.
행마의 모양과 관련해서 부르는 수들은 단순히 행마의 형태를 구별짓는 역할만 할 뿐 그 외의 특별한 의미는 갖고 있지 않다. 가령, 날일자 건너붙임이라고 할 때 이 수가 좋다거나 나쁘다는 의미는 내포되어 있지 않다. 행마에 관한 수들은 일반적으로 격언의 양식에 의해 간접적으로 선악을 규정하는 성격을 띤다. '날일자는 건너붙여라'라는 격언은 날일자로 된 모양에서는 건너붙이는 수가 올바른 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끊으면 뻗어라'라는 격언은 상대방이 끊어올 때 약한 쪽 돌을 뻗어서 강화해 두는 것이 상식적인 태도임을 가르쳐 주고 있다. '빈삼각은 우형(愚形)'이라는 격언은 빈삼각으로 두는 행마는 나쁜 것이니 가능하면 피하라는 의미를 전달해 주고 있다.
7. 전술적 행위를 묘사한 수들
바둑수가 수행하는 전술적 특징을 연관지어 부르는 이름들이 있다. 침입수, 삭감수, 공격수, 탈출수 등과 같이 그 수가 행하는 전술적 역할을 직접 언급하는 것들이다. 침입수는 침입작전을 수행하는 수이며, 삭감수는 삭감작전을 펴는 수이고, 공격수와 탈출수는 쫓고 쫓기는 공방전의 전술을 수행하는 수들이다. 이런 수들은 수의 좋고 나쁨과 같은 평가적 의미가 거의 없다. 전술을 수행하는 수의 선악은 그 전술의 결과에 의해서 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술적 행위를 묘사하는 수에 평가적 의미를 부여하려면 '그 침입수는 너무 깊어 위험하다'라든지, '그 공격수는 시기상조였다'와 같은 식으로 서술하는 방식을 취하게 된다.
포석에서의 전략상 큰 곳 점령을 뜻하는 수나 종반전술을 수행하는 끝내기도 전술적 행위를 설명하는 수의 범주에 들어가는데, 초반전과 종반전을 묘사하는 수들은 중반전의 수들과는 달리 전술적 특징이 분명하게 들어나지 않는다.
8. 기법적 행위를 묘사한 수들
전술보다 범주가 좁은 기법적(技法的) 행위를 설명하는 수들도 있다. 치중수, 귀삼수, 후절수, 자충수 등이 그것이다. 이 수들은 기술적 수법을 선명하게 묘사하는 특징이 있다. 치중수(置中手)는 상대방 영토의 가운데 부근에 들어가 무엇인가 도모하는 수이며, 귀삼수는 귀에서 상대방 돌을 3수로 만들어 잡는 수법이고, 후절수(後切手)는 돌 몇 점을 잡힌 후에 다시 끊어 잡는 수법을 가리킨다. 자충수(自充手)는 스스로 자기 돌의 공배를 메운 수로서 대개 좋지 않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기술적 행위와 관련된 수에는 단수, 환격수, 촉촉수 등의 초보적 기법에 속하는 수도 포함된다. 이런 수 중에는 '수'라는 이름이 붙지 않은 수도 많이 있다. 예를 들어 축, 장문, 쌍립, 호구이음 등을 들 수 있는데, 이것들은 수로서보다 수법이나 행마로서의 특성이 강조되는 특징이 있다. 이와 같은 수법들을 수라는 측면에서 표현할 때는 '축으로 몬 수'나 '호구로 이은 수'와 같이 묘사하면 된다.
기술적 행위를 묘사하는 수 중에는 '활용수(活用手)'나 '응수타진'과 같이 전술적 성격을 띤 것도 있다. 활용수는 상대방이 약간 굴복하듯 응수하도록 하여 가볍게 이용하는 수이며, 응수타진하는 수는 상대방이 어떻게 받는가를 살펴서 다음의 작전을 결정하는 수이다. 이 수들은 기술적 행위를 나타내는 지, 전술적 행위를 나타내는 지 성격이 다소 애매하다고 할 수 있다.
9. 기타의 수들
위의 분류에 포함되지 않은 수들도 있다. 적을 이롭게 하는 수를 뜻하는 이적수(利敵手), 자기가 두고 나서 상대방을 응수시키고 다시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느냐의 여부에 따른 선수와 후수, 형태의 튼튼하고 엷음에 따른 두터운 수와 엷은 수 등이 있다.
이적수는 통상적으로 나쁜 수라는 평가적 의미를 담고 있으나, 그렇다고 직접적으로 나쁘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이 고마워할 수를 두면 자기쪽이 불리해질 것이라는 것이 이적수에 담긴 상식적인 의미인데, 어떤 경우에는 정도가 약한 이적수로 오히려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가 있으므로 이적수≠악수라고 볼 수는 없다. 이적수와 같은 범주로 분류할 수 있는 수는 없기 때문에 기타의 범주로 분류할 수밖에 없다.
선수(先手)와 후수(後手)는 수 자체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손을 쓰고 다시 먼저 다른 곳으로 향하느냐를 뜻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선수는 '어떤 수를 두고 다시 손을 씀'을 가리키며, 후수는 상대방에게 착수의 기회를 넘겨주는 것을 말한다. '기자쟁선(棄子爭先)'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선수는 대개 좋은 수로 인식된다. 그러나 '후수의 선수'라는 말도 있듯이, 때로는 후수를 잡는 것이 호수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후수는 나쁜 수가 아니라 그저 그런 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두터운 수와 엷은 수는 형태의 튼튼한 정도를 표현하는 말인데, 형용사에 수라는 말을 합쳐서 표현하는 방식을 취한다. 어의상으로 보면 두터운 수가 엷은 수보다 좋을 것처럼 생각되며, 실제로도 그렇게 쓰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두터운 수가 항상 좋은 것은 아니며, 엷은 수가 항상 나쁜 것은 아니다. 두터움과 엷음은 대국자의 기풍이나 돌의 능률과 연관을 갖기 때문에 선악을 단순하게 파악할 수 없다고 하겠다.
수에 형용사를 결합하여 만든 용어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예컨대, 절묘한 수, 괴상한 수 등과 같이 표현할 수 있는데, 이러한 용어는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묘수나 괴수와 같이 명사로 쓰이고 있다. 다만 이렇게 명사화하기 어려운 수 (가령, 능률적인 수, 가공스런 수 등) 는 형용사에 의해 표현되고 있다. 우리가 분류하는 수들은 거의가 명사형으로 되어 있는데, 형용사로 된 수들을 포함하면 수의 종류가 너무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형용사형의 수 중에서 두터운 수나 능률적인 수와 같이 특별히 명사형의 수와 함께 고려해야 하는 것도 있다.
오래되서 가물가물하지만.. 출처는 명지대 바둑학과 홈페이지..
한번 읽어보면 좋은글 같아서 올립니다 바갤러들 새해 복 많이 받은세여 ㅎㅎ
댓글 영역
예뿌다
저는 2번뽑아서 도로시 파루루나옴
바갤러는 갤러리에서 권장하는 비회원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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