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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주각주로 각주 마음이 형상화 된 거 보고싶다 9

ㅇㅇ(61.96) 2016.07.26 17:49:20
조회 1171 추천 62 댓글 16

														



보고싶다 / 어나더 / 어어나더 / 어어어나더 / 다섯번째 / 여섯번째 / 일곱번째 / 여덟번째



매장소에게 갔어야 할 전서구를 낚아챈 비류에게서 전서구를 건네받은 린신이 매장소보다 한발 앞서 소식을 접하고 고민에 빠졌다.


“사람 참, 보기와는 다를세.”


착하다, 하고 따스한 눈빛으로 저를 쓰다듬던 소경염을 떠올리고 괜스레 제 머리에 손을 얹었다가 덩달아 떠오른 고 다정한 손길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미 측비도 있는 마당에 처 하나 늘리는 것이 무에 흠일까. 정왕에게 숨겨진 정인과 그 사이에서 자식까지 본 소식이 은밀히 예왕에게 전해졌다는 전서구의 내용을 되짚고는 이를 바로 매장소에게 알려야 하나 저울질하던 린신은 어차피 예왕에게 먼저 소식이 들어간 바, 황제의 면전에서 정왕의 치부로 사용될 것이 불 보듯 빤하여 그에 대한 대비가 필요할 터였다.

매장소에게 줄 탕약에 기력을 보할 약재를 더한 린신이 한숨을 폭 내쉬었다. 당장 정왕에게 달려가 사실을 캐물을 터이니 그에 대한 대비 또한 철저할 필요가 있었다.

예상대로 매장소는 린신에게서 전서구가 보낸 밀보를 듣자마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겨우 생기가 돌던 낯빛이 다시금 파리해졌다. 입궁 전 이를 상의해야겠다며 막무가내인 매장소를 말릴 방도가 없어 린신은 씁쓸한 얼굴로 팔짱을 끼고 한 걸음 물러나 마음대로 하게, 하고 말했다. 그러자 매장소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지금 나를 혼자 보낼 셈인가?”

“어찌 혼자인가? 비류도 있고, 자네에게 안달 난 두 타주 놈들도 있지 않아.”


이왕 드러누운 김에 이런 사소한 일의 전말이야 누구에게든 맡기고 좀 쉬었으면 좋으련만. 말이 곱게 나가지 않아 빈정거리는 어조에 매장소가 힘없이 눈을 내리깔았다. 그 모습에 어찌나 처연하고 고운지 린신은 저도 모르게 없는 죄를 고하며 굽실거릴 뻔하였다. 허나 그간 매장소를 본 세월이 얼마인가. 태연히 흐트러진 정신을 되돌린 린신이 고개를 돌려 매장소를 외면했다. 물론 흘끗흘끗 매장소를 향해 수시로 바쁘게 굴러가는 눈동자는 막을 길이 없다.

매장소가 일어나 앉아 단장할 동안 따가운 침묵이 린신을 괴롭혔다.


“나는 자네만 있으면 괜찮으니까….”


시무룩하게 중얼거리는 소리에 벽에 기대어 팔짱을 끼고 있던 린신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당연한 소리를 다 하는군. 곧 견평을 부르는 매장소에게 다가간 린신이 머리끈을 새로 집어 엉성하게 묶인 매장소의 머리를 다시금 매만졌다.


“어서 가지. 마침 정왕부 내부도 궁금하니 잘 되었네.”


보드랍고 여린 손을 조심스레 잡은 린신에게 기댄 매장소가 그제야 입이 살아 사실은 나와 함께 있고 싶은 게 아닌가, 하고 말한다.



반나절이 채 지나지 않아 밀실의 종을 울린 매장소를 의아하게 보는 소경염은 예왕에게 은밀히 들어간 저에 대한 소식을 전혀 모르는 듯하였다. 정비가 챙겨준 차로 입을 축이는 매장소를 물끄러미 보고 있던 소경염의 시선이 멀뚱히 서 내부를 둘러보는 린신에게 향했다. 매장소가 작게 헛기침을 하며 소경염의 주의를 끌었다.


“근래 들은 말 중 가장 터무니없소.”


매장소가 전하는 말을 듣고 소경염은 딱 잘라 말했다. 그의 태도에 예왕에게 들어간 것이 더 알아볼 것도 없는 거짓정보임을 깨달은 매장소가 허면 어찌 그런 말이 예왕에게 들어갔는지 예상가는 경로를 물었고 소경염은 고개를 저었다.


“마음에 드오?”


느릿하게 걸음을 걸으며 내부를 둘러보던 린신이 어느 순간 한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을 보고 소경염이 물었다. 매장소가 뒤를 돌아보자 작은 자개함을 들여다보고 있는 린신이 보였다. 진주에 버금가는 보물을 숨겨두었나. 린신이 흥미를 갖자 매장소도 자연히 흥미가 생겼다. 린신의 관심을 끈 것이니 알아두면 필히 좋을 터였다.

린신은 소경염의 물음에 답을 하는 대신 자개함에 손을 넣어 보고 있던 것을 꺼냈다. 손 안에 가득 찰 정도로 풍성하고 화려한 것은 언뜻 보기에 그저 천 뭉치에 불과해보였다. 구김 없이 선명한 붉은 색 비단에 작은 꽃장식이 섬세하게 달려있고 재봉에 사용된 실은 금사이며 어렴풋이 새의 깃털인 듯한 자수도 보인다. 손바닥에 펼쳐 살피니 크기만 줄었다 싶을 뿐이지, 영락없는 여인의 혼례복이다.


“정왕부에 어울리지 않는 물건입니다?”


린신이 다가와 매장소의 옆에 앉아 물었다. 소경염이 그에 대해 막 입을 열려던 찰나였다.


- 매화 좋아! 예쁜 거 좋아!


열전영과 함께 요 앞 매화나무에 다녀온 아신의 발랄한 외침이 들려왔다. 열전영의 어깨에 앉아 붉은 혼례복을 입고 작은 매화송이를 머리 위에 큼직하게 단 아신이 매장소와 린신을 발견하고 에구구, 하고 열전영의 목덜미를 파고들어 갑옷 안으로 머리를 들이밀고 엉덩이는 그대로 내놓은 채 어쩜 좋아! 하고 바들바들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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