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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달 남은 삶

운영자 2017.06.22 11: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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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달 남은 삶

  

조용하고 평온한 일요일 아침이다. 아내가 언니한테 전화를 받고 있는 것 같았다. 아내의 언니인 처형은 의사였다. 처형이 근무하는 병원을 설립한 의사선생님은 사업가적 기질이 탁월하다고 들었다. 전국에 여러 개의 병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미국에 있는 저택은 집안에 요트정착장이 있을 정도로 넓다고 했다. 국내의 여수 해변 가에도 큰 건물을 지어 대형 식당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사업에만 몰두하는 성격도 아닌 것 같았다. 미국의 마이애미 해변에서 보트를 타고 낚시도 즐기는 멋쟁이라고 했다.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인생을 즐기는 사람 같았다.

“뭐라고 그 설립자 선생님이 아파서 법률상담을 할 게 있다고? 알았어.”

전화를 끊은 아내가 내게 말했다.

“언니 병원의 오너인 선생님이 폐암이 발견됐대. 이미 폐 뿐만 아니라 췌장부터 시작해서 여러 곳으로 전이가 됐다는 거야. 앞으로 석 달 정도 남았대. 지난번 신체검사 때 발견을 못했대” 

물고기가 그물에 걸려 당황하듯 죽음은 그렇게 갑자기 닥쳐왔다. 병원설립자인 그 의사선생은 부동산투자에도 탁월한 기질을 보여 많은 재산을 모아놓은 것 같았다. 이제 즐기려고 마음먹는 순간 죽음의 사신이 부르러 온 것이다.

그가 일구어 놓은 큰 병원은 완전히 한 사람의 개인적인 수완으로 운영되는 곳 같았다. 전혀 시스템화 되어 있지 않은 한 사람의 백색왕국이었다. 그만 사라지면 몇 백 명의 의사와 간호원들이 당장 떠나간다는 것이다. 그의 사업체를 물려받을 자식은 아직 제대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 같았다. 물려받을 사람이 없는 상태인 것 같았다. 죽음을 얼마 앞둔 그는 이 세상에 남긴 재산처리를 놓고 고민하는 것 같았다. 그의 신용을 보고 거액의 대출을 한 은행은 자칫하면 원리금의 상환조치를 취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세상에 남긴 돈 때문에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괴로움을 당하는 부자들이 더러 있는 것 같다. 대한민국 최고재벌인 이건희 회장도 그룹의 상속문제 때문에 의식불명 상태로 아직도 자신이 세운 병원에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죽어야 할 때 죽지 못한다면 그자체가 지옥 같은 엄청난 고통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잠은 쏟아지는 데 기침 때문에 깰 때가 있었다. 괴로웠다. 영원하고 편안한 잠 인 죽음으로 가지 못하고 주사와 약물로 깨어있으면서 냉기서린 방에 혼자 있으면 얼마나 힘이 들까. 깊은 잠에 빠져들 듯 스르륵 그렇게 죽었으면 좋겠다. 아내와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법률상담을 해 주었다. 후임이사장의 선임절차문제, 양도할 경우의 법적인 절차 등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아내에게 말했다.

“이제 재산을 쌓아놓고 즐길 만하니까 하늘에서 오라고 하는구만 이제 막 칠십대가 됐는데 안됐어. 더 살 수 있잖아?”

“우리는 그렇게 생각해도 아이들은 안 그럴걸. 살만큼 살았다고 생각할 걸. 그 병원장님만 아니라 우리 부부가 지금 죽어도 아이들은 그렇게 생각할 거야.”

“그런가?”

인간은 죽는 건 맞지만 항상 지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당신은 삶이 세달 밖에 남지 않았다면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 같아?”

내가 아내에게 물었다.

“석 달 남았다고 갑자기 뭐 특별한 일이야 하겠수? 평소 하던 대로 매일같이 말씀을 읽고 기도하고 남은 시간 한명이라도 복음을 전하는 일을 하겠지. 젊어서는 성경속의 마르다 같이 세상일을 보며 ‘바빠 바빠’하고 살았는데 이제는 안 그래요. 마르다의 동생 마리아 같이 주님 앞에서 그 말씀만 듣고 기도하는 생활로 삶은 충분한 것 같아. 그렇게 죽기 전날까지 생활하다가 부르시면 아멘하고 가면 되지 뭐.”

많은 재산은 천국 가는 길에 장애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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