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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슴이 되어 떠는 가수

운영자 2017.06.22 11: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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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슴이 되어 떠는 가수

  

증언대에는 바늘 끝 같이 날카로운 표정이 되어 오십대 말쯤의 남자가 증인으로 앉아 있었다. 20년 전 그는 CD판매등 음반 사업을 하던 사람이었다. 변호사인 내가 그에 대한 반대신문을 하고 있었다. 

“당시 인기절정이었던 그 가수가 부른 앨범을 판매하셨죠?”

“네 그 가수가 만들었던 앨범을 백만장 팔았습니다.”

“가수에게 얼마를 주셨습니까?”

“가수에게 준 것이 아니라 기획사에 주었습니다.”

“얼마를 주셨습니까?”

“그건 기업의 비밀이라서 말을 못하겠습니다.”

“오간 돈의 금액이 기업에게는 비밀이 될지는 모르지만 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혹사당한 가수의 입장에서는 그 금액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재판장이 끼어들며 “ 이 법정에서는 진실을 말하셔야 합니다.”

그가 하는 수 없이 금액을 말했다. 수십억에 해당하는 천문학적 숫자였다. 인기가수의 노래가 실린 CD가 그런 수익을 내는 데 놀랐다. 수십억조차도 이윤을 분배하는 일부분이라는 소리였다. 가수는 자기 앨범에 대한 인세를 받지 못했다. 김밥을 먹으면서 이 무대 저 무대 하룻밤에도 나이트클럽까지 여섯 군데를 뛰어야 했다. 너무 힘들어 아프다고 입원해서 맹장수술을 받을 때가 편한 순간이었다고 변호사인 내게 호소했다. 가수와 그의 아버지는 기획사 사장에게 그 멍에에서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판매앨범에 대한 댓가도 귀찮았다. 그동안 받아야할 공연료도 달라고 하기에 겁이 났다. 사장 옆에 있는 건달들을 보면 겁이 덜컥 났기 때문이다. 돈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몇 억원을 바치고 간신히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풀려나올 때 기획사 사장의 측근이 작성한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라고 했다. 보지도 않고 그냥 도장을 찍어주었다. 세월이 흘렀다. 기획사 사장은 공중에서 그물을 던지듯 가수를 사기죄로 고소했다. 그 가수의 노래에 대한 권리가 사장에게 있는데 그동안 저작권료를 받아먹었다는 것이다. 민사소송을 제기해서 그동안 인세로 받은 돈을 모두 내놓으라고 했다. 가수를 얽매는 노예문서는 기획사와 결별 할 때 도장을 찍어준 그 계약서였다. 철저하게 기획사에 유리하게 되어 있었다. 그걸 작성한 기획사 사장의 측근은 증인으로 나와 사장의 요구대로 증언했다. 가수측은 증인도 없었다. 겁을 먹고 법정에 나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증인은 어떻게 해서 이 법정에 나오게 됐습니까?”

내가 증인에게 물었다.

“나오기 싫었는데 기획사 사장님이 증언을 서라고 해서 왔습니다.”

예상대로였다. 증인신문이 끝이 나고 재판장이 가수의 대리인인 내게 물었다.

“법원은 제출된 증거를 보고 판단합니다. 계약서 문언을 보면 전부 애매모호하게 작성되어 있어 법원이 판단하기가 힘이 듭니다. 왜 그렇습니까?”

“가수나 보호자인 그 아버지가 학력도 짧고 음악계도 모르고 해서 찍으라고 해서 도장만 찍었을 뿐입니다. 그들은 저작인접권이라는 개념 자체를 몰랐습니다. 다만 굴레에서 벗어나 연예활동을 하고 음반을 낼 때 사장이 방해하면 안되니까 받을 돈을 달라고 하지도 못하고 오히려 사장 빚까지 갚아주면서 자기가 부른 노래에 대한 권리는 다 돌려주고 방해하지 말아 달라고 사정했을 뿐입니다.”

“그래도 도장을 찍는 계약서에는 하나하나 권리관계를 분명히 했어야 하지 않나요?”

“재판장님은 완벽한 법률논리가 담긴 계약서를 요구하시는 데 당사자가 그런 능력이 없는데 어떻게 합니까? 모호한 계약서를 진실에 맞게 해석하고 권리를 확정 시켜 주는 게 이 나라 법원에서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돈 있고 강한 자들은 법을 자기의 것으로 악용한다. 화려한 경력의 법률가가 모여 있는 로펌은 돈 있는 사람들의 주장만 앵무새처럼 전하는 경우가 많다. 그게 의뢰인에게 충실한 변호사의 자세라고 한다. 토스토엡스키는 변호사를 고용된 양심이라고 했다. 약자인 가수는 자기 권리에 대해 표현력도 부족하다. 아직도 사장이 겁이 난다. 기울어진 저울대의 낮은 쪽에서 변호사인 나는 오늘도 안타까운 마음만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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