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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장사꾼과 북한

운영자 2020.01.13 15:14:03
조회 122 추천 2 댓글 0
북한과 은밀히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그중 한 사람이 사무실을 찾아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외국에서 우리 문화재를 가지고 들어와도 법에 걸렸어요. 그래서 북한에 있는 문화재들이 전부 일본으로 갔어요. 그런데 이제는 문화재보호법이 바뀌어서 

북한의 골동품을 가져와도 됩니다.”

“북한에서 골동품이 어떻게 나오죠?”

“북한이 달러가 필요하니까 문화재급 골동품들을 팔려고 해요. 제가 서울에서 최고의 감정가를 데리고 북에 갔어요. 그 사람이 고려 시대 청자 하나를 보더니 기절하려고 하는 거예요. 자기는 이 자리에서 죽어도 더이상 여한이 없다는 거예요. 그만큼 귀한 고려청자였죠. 북한의 권력실세하고만 손이 닿으면 구입할 수 있어요. 문제는 대한민국에서 그걸 살 사람이 누구냐 하는 거죠. 제가 북한에서 나온 흙이 가득 붙은 향로 하나를 국내로 들여온 적이 있어요. 한 수집가에게 갔더니 삼천만원을 주겠다고 하더라구요. 다른 수집가 한테 갔더니 일억을 주는 겁니다. 그래서 팔았죠.”

“그 향로가 지금은 어떻게 되어 있어요?”

내가 물었다.

“때 빼고 광을 낸 그 향로가 전시장 안 유리박스에 들어있는 걸 봤어요. 제가 일억에 팔았는데 칠십억이 넘는 가격이 됐더라구요. 그걸 저한테 판 북한 사람이 사기 당했다고 펄펄 뛰었어요. 칠십억 짜리를 그냥 뺏겼다고 말이죠.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러 거래처를 통하다 보면 가격이 그렇게 상승한다는 걸 아무리 알려줘도 이해를 하지 못하고 저보고 도둑놈이라고 하더라구요.”

“북한도 나름대로 사회 감시망이 있을 텐데 문화재를 그렇게 공공연히 빼돌릴 수가 있나요?”

나는 북이 경제봉쇄로 힘이 든 걸 실감할 수 있었다. 가난한 집안이 가보를 내다 파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북한도 겉으로 드러난 왕릉은 곤란하지만 발견되지 않은 왕릉은 괜찮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제가 남쪽에서 이름난 호리꾼을 데리고 북으로 갔죠. 호리꾼들이 텐트를 치고 묵는 척 하면서 그 안에서 구멍을 파고 들어갔죠. 고려 왕릉 하나만 찾으면 수백억의 가치가 되는 겁니다.”

그는 평양에 위장 무역회사를 차리고 그 일을 한다고 했다. 경제제재를 받는 북한은 남쪽에 많은 걸 기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북한이 남한의 사업가한테 사기를 당하면 법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법률상담을 하러 왔다고 했다. 북한에서 비누의 원자재를 남한의 사업가에게 제3국을 통해 팔았는데 돈을 주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또 다른 케이스도 있었다. 북한에서 유출한 문화재를 남한의 고미술감정가가 북경에서 보더니 정밀감정을 해주겠다고 하면서 서울로 가져가더니 그걸로 끝이더라는 얘기였다. 밀린대금을 받고 문화재도 찾으려면 남조선의 변호사를 선임해야 한다는 내용들이었다. 그가 덧붙였다.

“북한은 김대중 정권은 돈을 주고 이명박 정권은 사회간접자본이나 경제 제도를 바꾸어 줄 거라는 은근한 기대를 가지기도 하는 것 같더라구요. 그런 희망이 있을 때는 입을 꾹 다물고 남쪽을 비방하지 않죠.”

정부 차원이 아니라 민간차원에서도 북한에 대한 우리의 태도가 제대로 된 것인지 스스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을 대할 때 정부 차원뿐 아니라 개인차원에서도 진지하고 성실해야 한다. 그리고 정직해야 할 것 같다. 한번 사기를 당하면 그들은 다음에는 절대로 신뢰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권에 대해 활짝 웃으며 미소짓던 김정은이 ‘삶은 소 대가리도 웃는다’라는 욕을 하며 저주를 퍼붓고 있다. 북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결정하기 전에 그들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정서를 파악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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