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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타 노인의 분노 1

운영자 2010.09.09 15:11:22
조회 644 추천 0 댓글 1

    원인 모르게 갑자기 발이 아팠다. 한걸음을 뗄 때 마다 발목의 깊은 속에서 날카로운 못으로 뼈를 긁는 듯한 아픔이 전류처럼 전해져 왔다. 지난해에도 이틀간 그런다가 고통이 슬며시 사라진 적이 있었다. 참았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나도 아픔은 그대로였다. 갑자기 겁이 났다. 오십대 중반에 기동력을 상실하면 인생의 활동이 끝날 것 같다는 공포가 엄습했다. 발은 계속 아팠다.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다. 의사는 뒤꿈치 뼈가 비정상적으로 조금 자라서 근육을 압박하는 증세라고 했다. 뒷꿈치에 진통주사를 맞고 구두에 특수깔창을 하고 나머지 인생을 보내라고 했다. 의사자신도 같은 증세로 그렇게 절뚝거리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좀 막막한 기분이 들었었다. 다른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우연히 고교 은사인 강송식선생님 소개로 백세살을 먹은 민중의사 장병두 할아버지를 만났다. 초등학생같이 덩치가 작고 얼굴이 유난히 새하얀 노인은 신선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는 조그만 연립주택에 구십이 넘은 할머니와 둘이 살고 있었다. 신선같은 노인은 정기를 모으더니 손가락으로 등어리를 몇 번 짚어 보았다.

    “당과 풍이 거의 다 다가왔어”

    그 한마디였다. 그는 투시를 하는 사람 같기도 했다. 고교선배이기도 한 은사가 노인에 대해 설명했다. 조선시대 말에 태어난 장병두 노인은 외할아버지가 궁중의 한의사였다. 그  역시 십대부터 지리산 깊은 산속에 들어가 평생을 민중의술과 도학을 공부했다고 한다. 그의 스승은 구한말 기인으로 알려진 임학선생이라는 분이라고 했다. 평생을 남루한 행색으로 다니면서 눕는 것도 자는 것도 본 사람이 없다고 했다. 우리 고유의 전통인 민중의술은 그렇게 전설같이 전해 내려오는 것 같았다. 나중에 노인에게서 치료받은 몇 사람이 기적같은 얘기를 해 주었다. 위암과 대장암 말기에 이른 전북대학교의 박태식 교수는 마지막에 항암치료까지 포기한 채 죽음을 기다리다가 장병두 노인을 만났다고 했다. 노인이 주는 신비한 약을 먹고 그의 칠센티가 넘는 암덩어리는 녹아 없어졌다고 했다. 초등학교교사 이경숙씨는 아이가 태어나서부터 폐가 선천적으로 기형이었다. 산소 호흡기를 잠시도 떼지 못할 정도였다고 했다. 그러다 노인을 만났다. 노인이 주는 약을 먹고 아이는 신기할 정도로 완쾌됐다. 엑스레이사진을 보던 의사들도 놀랐다는 것이다. 그런 일은 또 있었다.  목에 탁구공만한 갑상선암덩어리가 나와 있던 고등학교 여교사는 노인이 주는 약으로 병을 고친 후에 그 신봉자가 되어 버렸다. 그 신비의 노인은 아무나 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일부 노인을 시샘한 의료업자들이 검찰청에 노인을 고발했다. 젊은 검사가 노인에게 빈정거리듯 명령했다.


    “환자를 앞에  두 명 데려다 놓을 테니까 맞춰보쇼.”

    노인은 반응하지 않았다. 검사는 노인을 의사 자격 없이 사람을 치료했다고 기소했다.


    “사람들에게 주는 약은 뭘로 만들어요?”

    재판장이 그리고 검사가 물었다.


    “------”

    노인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왜 사람들을 치료했어요?”

    재판장이 물었다.


    “배고픈 사람에게 밥 주고 죽어가는 아픈 사람은 고쳐줘야지 무슨  소리야”


   
“할아버지는 한의사가 아니잖아요?”

    재판장이 되 물었다.


    “병을 고치는 게 의사지 자격증만 있으면 의사야? 자격증 벽에 걸어 놓은 놈들 나같이 암을 고칠 수 있어? 간질병 고치냐구?”

    백살이 넘은 노인은 당당했다. 그의 철학은 법정이라는 공간을 넘어 있었다. 담당 재판장은 아버지가 암의 말기였다. 죽음이 앞에 닥쳐있었다.


    “영감님은 암에 걸린 우리아버지를 고칠 수 있어요?”

    재판장이 피고인이 된 노인에게 물었다.


    “병을 고치는 걸로 증명해 줄 께 ”

    노인의 대답이었다. 그러나 재판장은 장병두 노인에게 암의 말기인 아버지를 보이지 않고 그대로 유죄판결을 선고했다. 그 후 재판장의 아버지는 사망했다. 공직자인 입장 때문인 것 같았다.


    “자기 벼슬 지키려고 아버지를 죽이는 그런 인간은 사람이 아니야, 우주의 근본인 효를 모르는 놈이 어떻게 판사를 해”

    분노가 섞인 노인의 한마디였다. 검찰과 법원은 백 살이 넘은 노인을 오래 잡아둘 수는 없었다. 노인은 나와서도 죽어가는 사람들을 치료하고 있었다. 나는 노인의 변호사가 되기를 자청 했다.
 

    “환자들을 치료하고 약을 주면 다시 법에 걸려요”

    내가 노인에게 말했다.


    “아 내가 감옥 가더라도 환자는 치료해야지, 엎혀오는 저 죽어가는 사람들을 그냥 내쫓으라는 말이야?”

    노인의 대답이었다. 법쟁이 보다 차원이 높은 맞는 소리였다. 노인이 얘기를 계속했다.


    “내가 아픈 사람을 고쳐보니까 한 팔십년은 해야 조금 알겠어, 그 전에는 아무것도  몰라. 박사라고 해도 사실은 뭘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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