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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주의 - 곳곳에 박힌 집단이기주의를 벗어나자

운영자 2010.10.13 15:11:52
조회 236 추천 0 댓글 2

    몇 년전 KBS 텔레비젼의 시사프로를 진행하던 어느 날이었다.


   
쓰레기 소각장설치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시위현장에 출동했다.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르고 피켓을 든 수백명의 주민들이 맹렬히 항의농성 중이었다. 나는 먼저 구청을 들러 소각장 설치의 필요성을 확인했다. 하도 반대가 많아 동네마다 자기네 쓰레기를 태울 작은 소각장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었다. 고육지책이었다. 나는 농성대표자를 찾아가 이유를 물었다. 반대이유의 핵심을 아파트 값이 폭락한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자기 동네만 아니라면 어디든 상관없다고 대답했다. 목소리 큰 집단이 이기는 사회,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기주의는 약육강식의 사회이자 짐승 떼와 같은 원시집단이라고 느꼈었다. 이런 주민들 뿐 아니라 정부나 언론기관 속에도 팽배한 이기주의가 있었다.


   
나는 탈주범 신창원을 변호했었다. 처음 경찰이 수사를 했다. 그누구도 그에게 접근이 금지 됐었다. 며칠 후 정보를 독점한 경찰당국에 의해 그의 강도강간이 발표됐다. 국민들의 동정적인 정서가 찬물을 뒤집어 썼다. 각 신문들은 신창원을 파렴치범이라고 난타했다. 사진과 함께 대서특필된 기사는 핵보다 폭발력이 강했다. 흥분한 언론은 그의 사형을 거론했다. 변호사인 나는 관련자를 힘들게 만났다. 피해자, 증인, 정보, 수사형사들을 찾아다녔다. 그 결과 진실은 신창원은 특수강도강간범은 아니었다. 오히려 여론을 의식한 작위적인 수사의 이면이 엿보였다. 열심히 법정투쟁을 했다. 결국 법원은 신창원의 강도강간의 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법적 정의가 실현된 것이다. 그러나 그를 강도강간범이라고 보도했던 언론은 무죄의 의미를 애써 축소시켰다. 무리한 수사를 진행했던 관련자들의 반응도 ‘아니면 그만’이라는 태도였다. 조직이기주의의 현장이었다.


    정말 사람의 마음이란 미묘하기 짝이 없었다. 너그러울 때는 온 세상을 다 받아들일 듯 하다가도 한번 옹졸해지면 바늘 하나 꽂을 여유조차 없으니까 그런 마음을 돌이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성경에 나오는 예수에 대한 재판장면은 오늘날에도 보편성을 갖는다. 유대의 기득권층은 그들의 이익을 위해 예수를 무고했다. 빌라도는 예수가 무죄임을 알았다. 그러나 판관인 빌라도는 자신의 출세를 위해 선동된 여론에 굴복했다. 그는 예수에게 ‘진리란 무엇인가?’ 라고 물었다. 진심이 아니었다. 그의 열리지 않는 마음은 진리를 볼 수 없었다.


    유대의 기득권층은 자신들과 다른 주장을 하는 예수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깨서 동일화하지 않는 이상 죽여야 했다. 모든 분야에 걸친 집단이기주의가 우리를 고독하게 만들고 있다. 심지어 학자들의 논문에서 난해하고 어렵고 흔히 쓰지 않는 어휘를 쓰는 것도, 의료계나 법조에서 외래어나 까다로운 한문을 많이 쓰는 것도 결국 자신들의 전문성과 권위를 돋보이게 하려는 집단이기가 숨어있다. 비평가들이 논리를 까다롭게 전도시켜가며 이해하기 힘들게 글을 쓰는 경향도 물론 심오한 경지표현을 위해 그럴 수도 있겠으나 자신이 속한 집단의 전문성과 권위를 과시하고 보존하려는데 기인하는 면이 있다. 이런 사회에서 우리 각자는 외로이 떨어져 있는 섬이다. 각 사람의 대화는 서로 외국어를 하고 있는 셈이다. 건전한 사회란 여러 집단이 원만하게 조화된 사회를 말한다. 흔히 다른 사람들의 행동이나 생각을 자신의 자로만 재고 판단하려 든다. 또 자기들의 주장만을 상대방에게 강요하고 그것이 뜻대로 안되면 비난하고 싸운다. 이기심을 버릴 때 사람은 너그러워지고 푸근해진다. 앙상하고 살벌한 세상을 벗어나 세상을 차고 넘치는 훈기를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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