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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의 소중한 무대

운영자 2010.09.16 16:33:29
조회 309 추천 1 댓글 1

    방송국에서 한 시사프로의 사회자 역할을 맡은 적이 있었다. 사회자라고는 하지만 재연 드라마 사이사이에 들어가 대사를 외워대는 왕초보 연기자였다. 관광버스에 조명차 그리고 수십 명의 엑스트라와 함께 촬영지를 돌아 다녔다. 그때 엑스트라를 하는 분들한테서 감동을 받았다. 일초가 될까 말까하는 행인 역할을 위해 열 번씩 반복되는 촬영을 즐기고 있었다. 백색의 태양으로 달구어진 찜통버스 안에서 그들은 해가 기울 때까지 묵묵히 견뎌냈다. 지하철 역장 노릇을 하게 된 엑스트라 한 분이 자기가 대사 한마디 하게 됐다고 너무 좋아하는 모습을 우연히 봤다. 돈보다 무대를 더 소중히 생각하는 그들의 내면을 보면서 나는 법정이라는 변호사의 무대가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를 깨달았다.

 

    방송국의 스튜디오나 연극무대는 모두 각목과 베니어판으로 만들어진 가짜였다. 법정 같이 잘 만들어진 진짜 무대가 없었다. 게다가 법정은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진짜 인생을 다루는 진지한 무대였다. 허구의 드라마 속 주인공으로 캐스팅되기 위해 수많은 연기자들이 방송국 주위를 불나비같이 날아다닌다.

 

    미국 영화의 주인공인 페리메이슨 같은 멋진 진짜 변호사가 되기 위해 오늘도 로스쿨에서 또 고시촌에서 수만 명의 인재들이 밤을 지새우고 있다. 법정이라는 최고의 무대에 변호사로 캐스팅되기 위해서다. 그런데 문제가 생기고 있다.

 

    얼마 전부터 법정에 출연을 하게 해 달라는 사람들이 있다. 변리사들이 그렇고 법무사들이 그렇다는 얘기를 들었다. 소품 담당이 갑자기 연기를 하겠다면서 배역을 달라고 하는 것 같았다. 조각가의 지시로 돌 작업을 하던 석공이 어느 날 전시회를 하겠다고 하는 것과 유사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물론 출중한 능력을 가졌다면 그들이 무대에 서지 말라는 법은 없다. 더 잘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에는 의정단상이, 배우에게는 촬영장이, 변호사에게는 법정이 소중한 무대이다. 보결생같이 뒷문으로 슬쩍 들어오려고 하면 안 된다. 공인된 정당한 오디션을 받고 계단을 밟아 무대에 올라야 한다. 국민의 사법편의를 위한다는 것은 욕심을 숨긴 명분에 불과하다. 앞으로 배출될 수많은 로스쿨 학생들을 생각하면 공정한 기회와 공정한 경쟁이 무슨 의미일까를 되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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