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의뢰인의 질

운영자 2010.09.28 14:52:12
조회 249 추천 1 댓글 0


    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가 하소연했다. 법정은 선악의 대결장이 아니라 악과 보다 더 큰 악의 대결장인 것 같다고. 증오와 증오 뼈와 뼈가 부딪치는 법 현실의 한 면을 표현한 것이다. 비좁은 변호사사무실의 사정은 그보다 더하다. 강도범이 숨긴 시체를 자랑스럽게 속삭였다. 조폭 들이 증거를 없애고 좋아했다. 사기꾼이 판사를 속였다고 자랑했다. 

    범죄자들은 그렇다고 치자. 성직자도 고급관료도 그 누구도 소송 당사자가 되면 맹수의 본능이 드러났다. 변호사의 눈을 통해본 세상은 내남없이 이중 잣대를 가지고 있었다. 남이 잘못하면 범죄고 자신의 그것은 단순한 실수였다. 변호사는 돈을 받아먹었으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말고 감옥에서 빼내야 한다. 그게 사람들의 화석같이 굳어있는 인식이다. 구속될 것 같으면 도망가게 해야 한다. 증거가 없게 해야 한다. 안했다고 부인시켜야 한다. 어떻게든 판사와 내통해 예외적으로 석방시켜야 한다. 그게 유능한 변호사인지도 모른다. 

    불법과 거짓말의 기술 그리고 전관예우가 사람들이 요구하는 마약 같은 최고의 상품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품목에 대한 암시장가격은 높기만 하다. 변호사를 고용하는 풍토에도 부익부 빈익빈의 현상이 심하다. 보통사람들은 변호사 한명을 선임하기도 벅차다. 부자들은 다르다. 수십 명의 변호사가 치밀하게 분업을 한다. 나름대로 현실적 효과가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변호사에 대한 그런 사회적 요구는 수많은 법의 창녀를 배출하고 있다. 

    십여 년 전 재벌회장들이 한꺼번에 비자금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걸 본 적이 있었다. 장관급출신의 기라성 같은 변호사들이 뛰고 있었다. 잠시 휴정이 되고 화장실에 피고인 회장님들이 모였다. 법원의 쉴 곳은 거기밖에 없었다. 다리를 건들거리며 오줌을 누는 한 회장님 옆에 변호사가 비굴할 정도로 공손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나한테는 무섭던 법조선배였다. 그는 드라마의 한 장면같이 회장님에게 아부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나는 변호사를 돈으로 산다는 말을 남들에게 자신 있게 부인하지 못했다. 다 그런 것만은 아니다. 

    변호사가 뿌리박고 있는 토양은 또 다른 변종을 배출하기도 했었다. 민주화투쟁이 한창이던 독재정권은 순교자 같은 투사변호사를 탄생시켰다. 차라리 함께 피고인과 감옥에 가겠다고 변론하고 실제로 그렇게 한 강신옥 변호사가 있었다. 전태일의 분신을 형상화하고 독재정권의 고문을 밝힌 조영래 변호사가 있었다. 바른 글을 쓰다가 구속된 한승헌 변호사도 있었다. 그 변호사들은 재야의 표상이었다. 지금의 노무현 변호사 역시 그런 희생적인 활동이 밑거름이 되어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다. 법조계에 엄청난 지각변동이 왔다. 로스쿨법이 통과됐다. 앞으로 수천 명의 변호사가 매년 배출될 예정이다. 

    언제 어디서도 싼 비용으로 각 전문분야의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그들이 뿌리박고 있는 사회적토양이 여러 가지 모습의 변호사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나만은 예외로 법망을 피하자는 이기주의나 나만 옳다는 편견이 강한 사회는 악덕변호사가 발호하기 좋은 여건이다. 토스토엡스키는 변호사를  이라고 했다. 자본주의의 첨병이라는 비난도 받는다. 경쟁은 치열해지고 유혹의 지뢰밭은 곳곳에 널려있다. 그런 곳에서 정의는 유린되고 진실은 파묻힐 우려가 더 많다.변호사는 이 사회에 독이 될 수도 있고 약이 될 수 도 있다. 이길 건 이기고 질건 져야 한다. 승리하는 변호사만 돈 버는 사회라면 원한과 눈물만 남게 된다. 

    이제 성숙한 국민들이 불법상품을 요구하지 않는 풍토가 됐으면 좋겠다. 법을 몰라서 그랬다는 궁색한 변명으로 동정만 받으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규칙을 만들었으면 정확히 지키는 사회, 법을 어겼으면 책임을 감수할 수 있는 의식들이 생겼으면 좋겠다. 수준 높은 민주사회는 국민들의 정직성과 책임질 줄 아는 자존심을 먹고 자란다.
 

추천 비추천

1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SNS로 싸우면 절대 안 질 것 같은 고집 있는 스타는? 운영자 24/05/06 - -
304 젊은 날의 초상 5 [3] 운영자 10.11.02 588 0
303 젊은 날의 초상 4 운영자 10.11.02 540 0
302 젊은 날의 초상 3 운영자 10.11.02 947 0
301 젊은 날의 초상 2 운영자 10.11.02 418 0
300 젊은 날의 초상 1 [1] 운영자 10.11.02 539 0
299 어느 조폭두목의 변호사 얘기 [1] 운영자 10.11.02 675 1
298 도둑결혼 2 운영자 10.10.28 353 1
297 도둑결혼 1 운영자 10.10.28 381 0
296 마음속에 박힌 가시 운영자 10.10.28 255 0
295 69년의 크리스마스 그리고 30년후 운영자 10.10.28 290 0
294 조기유학 [2] 운영자 10.10.26 340 0
293 도청에 관한 시론 운영자 10.10.26 175 0
292 용서 운영자 10.10.26 162 0
291 수감자의 생활을 보고 [3] 운영자 10.10.22 533 0
290 비겁한 정부 [1] 운영자 10.10.22 269 0
289 변호사와 돈 [2] 운영자 10.10.22 397 1
288 모략 [1] 운영자 10.10.19 300 0
287 감독의 딸 운영자 10.10.19 260 0
286 감옥생활 운영자 10.10.19 282 0
285 두 도둑의 참회록 [1] 운영자 10.10.13 308 0
284 긁을려고 보니까 다리가 없어요 [2] 운영자 10.10.13 290 2
283 이태리경찰과 영사 [1] 운영자 10.10.13 286 0
282 이기주의 - 곳곳에 박힌 집단이기주의를 벗어나자 [2] 운영자 10.10.13 237 0
281 법원에 바란다 [1] 운영자 10.10.13 263 0
280 변호사들이 만드는 또 다른 장르의 작품 운영자 10.10.13 193 1
279 이동숙씨의 글을 읽고 운영자 10.10.11 317 0
278 사법 서비스의 질 [4] 운영자 10.10.11 445 0
277 검사의 자질 운영자 10.10.11 542 1
276 자본주의 받치는 법치주의 [1] 운영자 10.10.11 226 0
275 영혼을 마비시키는 금력시대 운영자 10.10.11 234 1
274 로스쿨 운영자 10.10.11 413 2
273 어느 음악선생의 감옥여행 3 [4] 운영자 10.10.04 432 1
272 어느 음악선생의 감옥여행 2 운영자 10.10.04 324 0
271 어느 음악선생의 감옥여행 1 운영자 10.10.04 387 0
270 정치인의 고소 [1] 운영자 10.09.28 299 0
의뢰인의 질 운영자 10.09.28 249 1
268 법조윤리협의회 운영자 10.09.28 226 0
267 망상환자 운영자 10.09.28 311 1
266 국가정보원에 대해 [1] 운영자 10.09.28 522 1
265 여군 조정사의 승리 운영자 10.09.28 324 0
264 배심제 [7] 운영자 10.09.21 586 0
263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 운영자 10.09.21 769 0
262 법원과 국민의 인식 차이 [1] 운영자 10.09.21 328 1
261 박철 판사의 문학 판결문 [4] 운영자 10.09.16 1034 0
260 이명박 정권의 법치주의 [1] 운영자 10.09.16 492 1
259 변호사의 소중한 무대 [1] 운영자 10.09.16 310 1
258 상어변호사들 [3] 운영자 10.09.14 725 1
257 사법공무원 [5] 운영자 10.09.14 658 0
256 불공정을 손가락질 하는 마음들 [2] 운영자 10.09.14 316 0
255 화타 노인의 분노 2 [3] 운영자 10.09.09 814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