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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남편이지? 1

운영자 2010.01.15 16:07:03
조회 614 추천 0 댓글 0

     증언대에 사십대쯤 되는 둥글 넙적한 얼굴을 가진 여자가 앉아 있었다. 금테안경이 법정 천장의 형광등 불빛을 받아 날카롭게 되쏘고 있다. 녹색의 고급가죽 윗도리를 무릎 위에 포개어 놓고 그 위에 두 손을 마주 잡고 있다. 마치 동네에 마실 나온 것 같은 태연하고 넉살좋은 표정이다.


    “증인은 회사의 대표이사로 있으면서 남의 돈을 꿨지요? 그리고 지금도 갚지 않고 있지요?”

 

    젊은 재판장이 익숙한 일을 기계적으로 해내듯 묻는다. 이십대 말이나 잘해야 삼십대 초쯤 되어 보인다. 투명한 안경을 쓰고 있는 얼굴빛이 해맑고 선이 곱다. 뾰족하게 솟아 있는 코와 얇은 입술은 고생을 모르고 자란 부잣집의 총명한 도련님을 연상케 한다. 증인으로 나온 여자가 힐끗 젊은 재판장을 본다. 거짓말로 우겨도 될까 안 될까를 저울질하는 눈치다.

 

     “우리 아빠가 알지 난 몰라요.”
      그 여자는 젊은 재판장 앞에서 태연하게 농담하듯 모든 책임을 남편에게 돌린다. 그 모습에서 ‘새파란 놈이 판사로 앉아서 나에게 물어보지만 너쯤이야’하는 교만기가 새어 나온다. 당돌하기까지 하다.


     “아빠라니 누구 아빤가요?”
      재판장이 여자를 찬 눈빛으로 쳐다보며 묻는다. 속으로는 그 의미를 알면서 묻는 것이다. 여자의 표정이 아연해진다.

 

     “아이들 아빠지요.”
      “아이들 아빠면 남편이라고 부르는 거지, 아빠라고 하는 게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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