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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잘못 살았어요 2

운영자 2010.01.19 12:57:19
조회 627 추천 0 댓글 0

     비로소 그의 입에서 진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는 대부분의 수감자가 그렇듯이 역시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났다. 그가 사춘기 시절 공사현장에서 노동을 하던 아버지를 잃었다. 그 이듬해 어머니마저 도망을 갔다. 방황하던 그는 다른 아이들과 싸우고 다니다가 소년원에 들어가게 되었다. 소년원에 들어가 그가 배운 것은 전문 소매치기 기술이었다. 소년원을 나온 그는 소년원에서 배운 기술을 십분 발휘했다. 그 결과 절도저력 십이 회에 감옥생활도 여러 번 하게 되었다. 석방되고는 얼마 되지 않아 다시 들어가는 그런 생활의 연속이었다. 선악도 없고 죄의식도 없는 그런 생활이었다.

     그는 그렇게 덤덤히 자기의 지나온 얘기를 마치고는, “변호사님, 감옥을 수시로 들락날락한 인생이지만 그래도 오 년 전 마지막으로 출소한 이후로는 지금의 처를 만나 나쁜 짓에서 손을 뗐어요. 포크레인 운전을 배워 공사장에서 일을 하기도 하고 시내버스 운전사도 했어요. 사고 당일 술을 많이 마신 게 죈데 어떻게 남의 차를 몰고 갔는지 그리고 내 다리가 잘려 나갔는지 정말 모르겠어요. 저는 정말 인생을 잘못 살았어요. 흑.. 흑..” 

     그는 가심이 북받치는지 흐느끼기 시작했다. 아마도 그에게 그동안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주었던 아내가 눈에 떠오르나 보다.


     “변호사님, 이제는 처에게 제가 도둑놈이라는 것도 들통이 났고 또 병신도 됐어요. 제 처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행복을 찾아가도록 놔주어야겠지요?”

     그의 표정에 나타나는 진한 그리움과 입에서 나오는 이성의 말이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것 같았다. 우선 듣기 좋은 위로의 말보다는 그를 더 발가벗겨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입장이 그렇다면 아내를 보내 주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자신의 옥바라지를 위해 젊은 여자를 희생하라고 한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죠. 그걸 알면서 번민하지 마세요. 면회 왔을 때 행복 찾아가라고 당당히 말하세요. 당신은 성경에 나오는 욥같이 불운과 불행이 겹쳤습니다. 그렇지만 현실을 정직하게 받아들이세요. 그리고 겸허한 마음으로 바닥까지 가세요. 그러면 그 누군가 반드시 절망하는 당신의 마음에 손을 뻗치는 분이 있을 겁니다. 사람에게 기대를 하지 마세요. 그리고 이렇게 된 걸 세상 탓으로 돌리지도 마세요.”

     내 말을 들으면서 그는 ‘엉엉’ 소리 내어 울고 있었다. 그 소리는 저 깊은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울려나오는 참회와 통한을 담고 있었다.


     범죄자의 마음이 언제나 흉악한 것만은 아니다. 평소에는 바이올린의 현보다도 갸날플 때가 있다. 바퀴벌레 한 마리 잡지 못할 때도 있다. 남의 집에 들어가 가족들을 몰살하고 나오다가도 그 집 새장 속에 있는 새가 굶어 죽을까봐 모이를 주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인간이란 참으로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을 단언하기 힘든 것인가 보다.


     “집사람은 몸무게가 삼십팔 킬로 밖에 안 되는데 식당에서 지금 과로하고 있어요. 내가 벌어 먹이지 않으면 쓰러질텐데.. 나 때문에 고생만 하고.. 흑.. 흑..”


     그가 감옥으로 다시 들어가며 흐느끼는 소리가 돌아 나오는 나의 귓전을 때린다. 교도소 앞에는 맑은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낙엽이 물들기 시작했다. 나는 그의 불행을 의식하면서 저 푸른 하늘을 시리도록 눈동자에 담고 또박또박 걸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깊은 감사를 드렸다. 그리고 그에게 미안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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