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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형제 1

운영자 2010.02.02 12:38:44
조회 441 추천 0 댓글 0

    사무실로 들어오는 작달막한 곱슬머리 청년에게 나는 악수를 위해 손을 내밀었다. 그 청년은 오른 손을 주머니에 넣고 있었다. 그는 왼손으로 어색하게 내가 내민 손을 잡았다. 비로소 나는 그가 오른쪽 팔이 장애구나 하고 느꼈다. 이십여 년 전 대학원 다닐 때 비슷한 일을 겪은 것이 불쑥 뇌리에 떠올랐다. 우연한 자이에서 마주친 사람과 악수를 하게 되었다. 무심히 상대방의 손을 잡고 보니 손끝에서 느껴지는 감촉이 이상했다. 나의 손바닥에 상대방의 손가락 하나만이 달랑 잡혀 있어서 얼마나 놀랐던지. 

    “아, 죄송합니다. 오른 손이 불편하신 것 같네요..”

    나는 약간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 그의 얼굴에 수줍은 기색이 나타났다.


    “제가 원래 병신은 아니구요. 몇 년 전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사고가 났어요. 그 때 팔을 잃어 버렸어요.”

    사실 이런 때는 뭐라고 위로의 말을 해야 할지 난감하다. 내가 변호사니까 그 쪽 방향으로 화제를 이끌 수밖에 없었다.


    “저런! 그래 배상은 충분히 받으셨어요?”

    “제가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가로수에 부딪쳐서 팔이 잘려나간 거니까 누구한테 배상을 받겠어요.. 팔만 날아갔지요.”


    그가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 보는 사이라도 마음의 물결이 옮겨졌는지 그가 덧붙였다.


    “원래부터 병신이면 아예 그러려니 하는데 이건 어른이 되어서 병신이 되니까 너무 힘들어요. 부모한테 물려받은 것 없는 농사꾼 집안이지요. 품팔이를 하더라도 남들 한 시간 할 일을 전 세 시간도 더 걸리고 힘도 더 들어요. 그렇다고 남들이 그 사정 봐주고 품삯 주나요? 아니죠. 팔이 날아가곤 이상하게 한 순간도 몸이 찌뿌등 하지 않은 때가 없어요. 비 오는 날 같으면 너무 괴로워요. 그래도 어떻게 합니까. 죽지 않았으니까 살아가야지요.”


    허심탄회하게 말하는 그 곱슬머리 청년은 말 속에 나타나는 고통은 이미 넘어선 듯 보였다. 그러니까 그런 고민을 자연스럽게 나타내는 것이라고 추측했다.


    “사고 순간에 엄청 괴로웠겠네요.”

    나는 안됐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저는 몰랐어요. 팔이 잘려나가고 길바닥에 완전히 기절해 있었으니까요. 사고를 목격한 사람들이 아예 죽은 줄 알고 거적때기를 저한테 씌워놨었어요. 그러다가 살아난 거에요.”

    그는 잔잔한 눈으로 창문 밖의 하늘을 쳐다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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