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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의 마음으로

운영자 2017.05.08 10: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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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의 마음으로 

  

며칠 전 저녁 무렵 정 목사가 사무실을 찾아왔다. 목사가 되기 이전부터 알던 사람이다. 그는 트럭을 몰고 다니면서 고물상을 하던 사람이다. 각 골목을 누비고 다니면서 헌 텔레비전이나 전자기구 주방기구들을 얻어다가 그걸 필요한 사람에게 되팔곤 했었다. 그는 부동산업도 했었다. 전국의 토지들을 교환하는 일을 해 보려다가 망해서 알거지 비슷한 지경까지도 갔었다. 그 후에 그는 어느 날 목사가 되었다. 나는 몸으로 처절하게 인생수업을 하고 난 후에 영혼수련과정으로 들어간 성직자들을 만나면 그에게서 한마디라도 배우기 위해 여러 가지를 묻곤 했다.

“요즈음은 예수의 도를 어떻게 닦고 계십니까?”

내가 웃으면서 물었다. 그들이 내면의 산을 걸어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배우고 싶은 것이다.

“매일같이 가슴에 손을 얹고 간절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저는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아주 어린애가 아버지한테 응석을 부리듯이 하나님께 매달려요. 그러면 성령이 나의 속으로 오시는 걸 느낍니다.”

그가 손을 가슴에 엇갈리게 올려놓고 기도하는 표정을 그대로 나타냈다. 투박하고 한가닥하게 생긴 우락부락한 그의 표정이 아이같이 되고 있었다. 몸은 마음의 지시를 그대로 따르는 것 같았다.

“저도 열심히 그렇게 하려고 하는데 기도하시면서 얻은 어떤 방법이나 깨달음은 없습니까?”

내가 물었다.

“저는 요즈음 예수님 옆에서 함께 십자가에 올라 죽었던 강도를 기도할 때 마음에 담습니다. 같은 처지에서 한명은 예수를 조롱하고 다른 한명은 참회하고 예수에게 구원을 달라고 했죠. 강도로 사형대인 십자가 위에 올랐다면 얼마나 후회하는 게 많았겠습니까? 전에 참회의 기회도 놓치고 말이죠. 그런데도 마지막에 예수를 만나 간절히 그 줄을 잡았죠. 예수는 그의 엉클어진 인생의 죄를 논하지 않고 그를 바로 그날 낙원으로 인도했습니다. 저는 요즈음 기도할 때 마다 그 강도의 마음이 됩니다. 변호사님도 강도의 마음이 돼서 간절히 비세요.”

세상에서 가장 낮아진 강도는 마지막 순간 온 마음을 열고 간구했을 것이다. 정목사가 말을 계속했다.

“저는 요즈음 성경을 읽으면서 새로운 걸 깨달았습니다. 예전에는 설교준비를 하면서 신학서적도 읽고 여러 가지로 번거로웠어요. 그런데 지금은 성경을 보면 그렇지 않아요. 창세기 첫 장부터 요한계시록 마지막까지 어느 구절에서도 하나님의 마음이 느껴져요. 이스라엘 사람들이 광야에 나가는 모습에서도 심지어 무의미한 것 같이 보이는 레위기나 민수기의 숫자에서도 느껴지는 게 있어요. 그건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하나님의 마음이예요. 그 눈을 열어주셨어요. 그냥 읽으면 되요. 해설서 필요 없어요. 진리는 간단한 거라는 걸 깨달았죠.” 

나는 한 번도 강도의 마음이 된 적이 없었다. 그는 하나님앞에 내 세울 것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얼굴을 들지 못할 정도로 부끄러웠을 것이다. 나는 교만한 바리새인처럼 속에 오물 같은 지저분한 것들이 많았다. 일요일이면 교회에 나가고 헌금하고 행사에 참여하고 그런 기계적인 행위들이 성결해지는 한 방편으로 착각하기도 했다. 어쩌면 예수를 교회 콘크리트 건물에 가두어 놓고 일주일에 한번씩 접견을 간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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