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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없이 '확인' 눌렀다간...'기본값'의 함정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11.24 15:06:51
조회 1982 추천 4 댓글 7
[IT동아 김영우 기자] 앱이나 웹 등에서 각종 서비스 이용을 위해 이용자들은 많은 선택과 결정을 하게 된다. 이를테면 게임을 플레이하다가 캐릭터를 고르는 행위라던가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행위, 각종 서비스 구독료를 결제하는 행위 등이 대표적이다.


생각 없이 기본값으로 설정된 버튼을 누르면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 / 출처=제미나이로 생성



이런 선택에서 의외로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기본값'이다. 이는 뭔가 선택하고자 할 때 가장 먼저 표시되는 오브젝트, 혹은 가장 초기에 위치한 커서의 위치 등을 지칭하며 '초기값', '기본 설정값', '디폴트(default)' 등의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 기본값의 설정은 해당 서비스의 방향성을 정하는 행위이며, 서비스 이용자 입장에선 해당 서비스의 지향점을 파악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는 행위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격투액션게임 '스트리트파이터' 시리즈에서 캐릭터 선택의 기본값은 '류(RYU)'다. 류는 공격력이나 방어력, 속도 등이 가장 뛰어난 캐릭터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능력이 평균적이라 다양한 스테이지에서 무난하게 활약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이런 기본값 캐릭터의 조작에 익숙해진 게이머는 다른 캐릭터도 선택해보며 더 다양한 방법으로 게임을 즐기고자 할 것이다. 게임 개발사가 이 캐릭터를 기본값으로 설정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금전 거래에서 더 조심해야 하는 ‘기본값’


이처럼 기본값을 선택하는 건 가장 무난하게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가끔 '함정'이 있을 때도 있다. 이는 특히 상품 구매나 서비스 구독과 같이 실질적인 금전이 오가는 상황에서 자주 발생한다.


클로드 AI 서비스 유료 결제 메뉴의 기본값은 ‘연간’으로 설정되어 있다 / 출처=IT동아



이를테면 앤트로픽(Anthropic)의 생성형 AI 서비스인 '클로드(Claude)'의 경우, 유료 요금제인 'Pro'를 이용하고자 할 때 월 단위 결제시 개월당 20달러, 연 단위 결제시에는 개월당 17달러(총 200달러)의 요금이 든다. 다만, 상품 안내 메뉴에 처음 진입하면 기본값이 '월간'이 아닌 '연간'에 맞춰져 있다. 월 요금 역시 연간 결제 기준인 17달러로 표기되어 있다. 요금제 선택을 위한 탭의 크기도 작은 편이라 아무 생각 없이 신용카드 번호를 입력하고 '구독하기'를 누르면 1개월치가 아닌 1년치 요금이 결제된다.

개발사에서는 요금 결제 후 7일 이내라면 환불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를 위해 고객센터와 채팅을 하거나 직접 메일을 보내야 하는 등의 불편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리고 잘못 결제된 것을 모르고 서비스를 이용하다 7일이 넘어서 환불을 받지 못하게 된 경우도 많다.

당장 비용이 결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이용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기본값이 설정되었다고 지적 받는 서비스도 있다. 구글의 사진 저장 서비스인 '구글 포토(Photo)'의 '사진 및 동영상의 백업 화질' 설정 메뉴가 대표적인 사례다. 구글 포토의 기본 저장 용량은 15GB이며 그 이상의 용량을 이용하려면 이용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때문에 무료로 구글 포토를 오래 이용하려면 저장되는 사진이나 동영상의 용량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좋다.


구글 포토의 백업 화질이 ‘원본 화질’로 되어있으면 저장 용량이 금새 꽉 차버린다 / 출처=IT동아



이와 관련해 구글 포토에서는 '사진 및 동영상의 백업 화질'이라는 설정 메뉴를 제공한다. 여기서 '원본 화질'을 선택하면 용량 조절 없이 고용량의 사진이나 동영상도 구글 포토에 그대로 저장된다. 반면, '저장용량 절약'을 선택하면 동영상은 1080p 이하, 사진은 1600만 화소 이하로 품질이 자동조절되어 저장된다. 이렇게 하면 저장 용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1080p나 1600만 화소도 일반인 입장에선 충분히 고화질이기 때문에 '저장용량 절약' 기능을 이용하는 것이 당연히 효율적이다.

하지만 구글 포토 웹이나 앱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 중 상당수는 본인이 직접 선택한 기억이 없는데도 '사진 및 동영상의 백업 화질'이 '원본 화질'로 설정되어 있었고, 이 때문에 저장용량이 금세 꽉 차버렸다고 하소연하는 사례도 많다. 각종 커뮤니티나 SNS 등에서 이런 광경을 적잖게 볼 수 있다.

‘다크 패턴’, 국내외에서 규제 본격화


이렇게 미묘하게 설정된 '기본값' 때문에 원치 않는 경험을 하게 된 소비자들은 서비스 제공자로부터 기만을 당한 것일까? 아니면 단순한 실수를 한 걸까?

이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키워드가 바로 '다크 패턴(dark pattern)'이다. 다크 패턴이란 소비자가 혼동하기 쉽도록 설계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뜻한다. 무료 체험 서비스를 제공한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유료 서비스로 자동 전환하거나, 회원가입 절차에 비해 해지 절차를 어렵게 설계하는 것도 대표적인 사례다.

EU 등 일부 해외에선 다크 패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정해 이에 해당하면 불법으로 규정한다.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온라인 다크패턴 규제에 대한 구체적인 해석 기준과 사업자의 권고 사항을 담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 지침' 개정안을 마련, 2025년 10월 24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개정된 지침은 '숨은 갱신', '순차공개 가격책정', '특정옵션 사전 선택', '잘못된 계층구조', '취소·탈퇴 방해', '반복 간섭' 등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6가지 유형의 다크 패턴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명백히 금지되는 다크 패턴으로 단정하기 어려우나 소비자 오인 우려가 있는 행위에 대해서도 바람직한 개선 방향을 권고하고 있다.

선택의 순간, 한 번 더 확인을


기본값은 단순히 기술적 설정이 아니라 서비스 제공자의 의도가 담긴 선택이다. 게임처럼 이용자의 편의를 위해 설정되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사업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설계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다행히 국내에서도 다크 패턴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이용자를 혼란스럽게 하는 UI 설계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소비자 스스로도 각종 서비스를 이용할 때, 특히 금전 거래가 수반되는 결정을 할 때는 자동으로 설정된 기본값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한 번 더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확인' 버튼을 누르기 전, 잠시 멈춰 선택지를 살펴보는 몇 초의 시간이 예상치 못한 비용 지출이나 불편함을 막아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IT동아 김영우 기자 (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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