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능력 있는 민주주의

정치에 대한 신뢰의 회복

  책임정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합니다. 정치는 국가의 운영을 통해 사회 공동체의 안전과 번영에 필요한 공적인 업무를 수행합니다. 정치가 이러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와 국가에 대한 신뢰가 중요합니다. 국민의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을 때 어떠한 정책도 성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정치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제1의 조건은 정치 부패의 극복입니다. 국가의 일을 하도록 국민이 맡긴 권력을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데 사용할 경우 개인 차원의 치부를 떠나 사회 공동체 전체가 병들게 됩니다. 일부 대기업과 정치권의 유착에 의한 대규모 부정 대출이 은행 부실을 초래하여 결국 국가경제를 병들게 했던 뼈아픈 과거는 정치 부패가 국가 전체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끼치는가를 생생하게 증명하고 있습니다.

  내가 1995년 정치에 입문할 때의 일입니다. 나의 결심을 말씀드리기 위해 은사이자 민주화 운동의 큰 어른이셨던 이문영 고려대 교수님을 찾아뵈었습니다. 이문영 교수님은 “바른 사람이 되라”는 말씀과 함께 “큰 뜻을 가지고 정치를 하라”는 당부를 하였습니다. 나는 이 말씀을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제대로 하는 정치인이 되라”는 뜻으로 이해하면서 무엇보다 부패하지 않은 정치인이 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대가성이 없더라도 음성적인 돈은 절대로 받지 않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평소 이런 자세로 정치에 임한 것이 뜻하지 않게 청렴한 정치인으로 부각돼 낯 뜨거웠던 적도 있습니다. 1996년 당진제철소 건설과 관련해 한보그룹이 로비자금을 건네려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나는 당연히 이를 거절했습니다. 그 후 이 일을 잊고 있었는데, 1997년 정치권은 한보의 검은 돈으로 쑥대밭이 되었고 결국 청문회까지 열리게 되었습니다. 청문회 과정에서 우연히 한보 측의 로비를 거의 유일하게 거절한 정치인으로 밝혀졌던 것입니다. 초선 의원 시절 경험했던 이 사건은 정치 부패를 무엇보다 경계하게 만든 일종의 예방주사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