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능력 있는 민주주의

정치참여는 민주주의의 뿌리

  능력 있는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한 또 다른 과제는 국민의 정치참여를 활성화하는 것입니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통치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로서 참여하는 정치체제입니다. 과거 우리 국민은 권위주의 체제 하에서 최루탄을 맞고 감옥에 가면서도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했고, 그 결과 민주화를 이루어 냈습니다. 하지만 1987년 민주화 이후 국민의 참여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습니다. 민주화 이후 국민들은 민주정부의 업적에 실망하면서 정치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대통령 선거 투표율은 1987년의 89.2%에서 2002년 70.8%로 하락하였습니다. 총선 투표율도 1988년 75.8%에서 2004년에는 60.6%로 떨어졌습니다. 지방선거의 경우 1995년의 68.4%에서 2006년 51.6%까지 하락하였습니다. 재보선의 경우는 투표율이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는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보여주는 가장 뚜렷한 징표입니다. 투표율은 가장 확실한 민주주의의 척도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이러한 투표율 하락이 일부에서 말하듯이 국민의 정치적 무관심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책임은 정치권과 정당에 있습니다. 선거는 시장과 유사한 원리에 의해 움직입니다. 소비자인 유권자가 선택할 만한 가치가 있는 상품을 정치권이 공급해야 수요가 생길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정치를 외면하는 것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서민층일수록, 생활이 어려운 계층일수록 투표장에 나오지 않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청년층일수록 기권하는 경향이 높게 나타납니다. 나는 서민이나 청년들을 결코 정치적 무관심층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당이 없기 때문에 투표장에 나오지 않을 뿐인 것입니다.

  나는 우리 정당이 중산층과 서민의 요구에 귀 기울이면서 사회 양극화라는 당면 문제와 대면하고 그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서민과 중산층, 청년을 비롯해서 정치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국민들을 다시 정치로 불러들일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광범한 국민들이 정치에 참여할 때 능력 있는 민주주의는 달성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