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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무게에 짓눌리면 나라 발전 늦다

운영자 2008.11.18 16:11:31
조회 748 추천 1 댓글 11


 조선조 시대는 전반적으로 가난했던 시절이고 특히 일반 백성들이 헐벗고 굶주리던 시절이었다. 지금 한가한 유한계급의 사람들은 사치스런 감상(感傷)에 빠져 “역시 옛날이 좋았다”식의 타령을 많이 한다. 하지만 일반 서민들 입장에서 볼 때는 가난했던 옛 시절로 되돌아간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보릿고개가 되면 수많은 사람들이 굶기를 밥먹듯하며 버텼던 과거시절은 낭만이 있었을진 모르지만 어쨌든 고달팠던 시절이었다.


 과거에 대한 센티멘탈한 향수에 빠져들어서는 안된다. 그런 심리는 운명론적 체념과도 관련이 깊다. 운명론적 체념은 미래에 대한 공포심을 불러일으켜 무작정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퇴행욕구(退行慾求)를 부채질한다. 심한 자폐증에 걸린 정신질환자가 어린애 같은 행동을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역사가 깊은 나라일수록 과거의 무게에 짓눌릴 수밖에 없고, 그러다보면 발전의 속도가 더뎌지게 되고 사회는 정체현상을 빚게 된다. 말하자면 국가의 운명이 하강세를 보이게 되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이 독립 및 명치유신 이후 어쨌든 빨리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역사의 무게가 가벼웠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조선조의 유교사상은 특히나 더 현재보다 과거를 중요시하고, 자식보다 부모 또는 조상을 중요시하고, 신세대적 질서보다 구세대적 질서를 중요시했다. 게다가 기(氣)보다는 이(理)를, 양명학(陽明學)의 실천론보다는 주자학의 명분론을 더 중요시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국가발전의 속도를 지연시킬 수밖에 없었다.


 말하자면 한국의 유교문화는 예나 이제나 시대의 변화를 외면하고 과거의 전통만 자식에게 강요해대는 고집불통의 ‘엄한아버지’ 역할만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엄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 자식은 겉보기에 예의바른 인물로 클 수 있을지 모르지만 개성적이고 창의적인 인물로 크긴 어렵다. 이른바 예의바르고 모범적인 외적 인격을 가진 인물일수록 그의 내적 인격은 황폐한 혼란상을 보이는 수가 많다.


 점술가들의 예언이 갖고 있는 공통점은 과거는 잘 맞추되 미래는 잘 맞추지 못한다는 것이다. 과거를 맞추기가 비교적 쉬운 까닭은, 점치러 온 사람의 현재 상태를 보면 과거가 드러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래는 그 사람이 앞으로 다져나가는 마음가짐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딱부러진 예언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주역’에서도 바뀔 역자(易字)를 표제로 내걸면서까지 운명은 수시로 바뀐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주역’은 주자(朱子) 이후 운명개척서(書)로서의 측면보다는 형이상학으로서의 측면만이 강조되었다. 또한 현재의 상황을 체념으로 받아들이고 분수를 지켜 편안함을 얻는 수양서로서의 측면 역시 강조됐기 때문에, 기득권 유지수단으로 고착된 유교사상의 봉건적 테두리 안에 갇혀 운명적 결정론의 틀을 더욱더 공고히 하는 쪽으로만 악용됐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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