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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단식에 들어갔다

운영자 2009.12.04 16:34:04
조회 514 추천 0 댓글 2

11월 30일 (화)  맑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이 적용되지 않는데

무슨 국민이냐.


일하는 사람들의 70%가 헌법 바깥에 있는 나라

대한민국.


그들에게 대한민국은 아직 조국이 아니다.

그냥 살고 있는 땅일 뿐.


국회의사당 50미터 타워크레인 위로 4명의 무국적자가 올라갔다.

국민이 되고자

조국을 찾고자

그래서 인간이 되고자


여의도 언 땅 칼바람에 맞서고 있다.

 

타워크레인으로부터 300미터 떨어진 곳

평생 굶어본 적이 없을 듯한 후덕한 얼굴이

또 단식에 들어갔다.


2002년 바로 이맘때

대통령후보 첫 방송토론이 열리는 KBS본관 앞

몰려든 당원들 앞에서 그는 외쳤다.

<여기까지 오는 데 50년이 걸렸습니다>


50년만에 진출한 국회 본관 앞에서

그는 50년 헌정사상 노상 철야단식농성하는 첫 의원이 되었다.


아침 7시 조찬 모임부터 국회 본관을 드나드는 의원들은 그의 앞을 지나야 한다.

소가 장승 앞 지나듯

외상값 있는 가게 앞 지나듯

도둑놈이 파출소 앞 지나듯

자리 한 장 깔고 화강암 위에 정좌한 그의 앞을 지나간다.


그들이 무엇을 아랴.


2000년 1월 30일 민주노동당이 창당하고

2월 8일 국회에서 1인 2표 정당투표제 도입이 번복되자

당대표로 선출된지 보름만인 2월 15일 그의 단식농성이 시작됐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제도권에 들어오면 다를 줄 알았는데

한다는 게 고작 단식이냐며 비웃는 이들도 있었다.

 

2월 16일 국무회의가 정치관계법을 통과시키자

이 날 민주노동당은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할 수 있는 일이 단식 아니면 소송이냐는 소리도 들었다.

 

그들이 무엇을 아랴.

다들 잊을 무렵 헌법 소원은 받아들여졌다.

헌법재판소는 1인 2표제를 도입해야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판정을 내렸다.

2002년 6월 지방선거에서 1인 2표 정당투표제는 민주노동당을 제 3당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6개월 뒤 제 3당의 대선후보로 그는 TV토론회에 나가게 되었다.


우리는 이렇게 걸어왔다.

 

길이 아니면 가지를 않고

길이 없으면 만들면서 걸어왔다.


10시 30분 정기 국회 폐회 열흘을 앞두고 예결특위가 파행 끝에 열렸다.

한 달 이상 공전한 것은 결산심사 소위 위원장을 한나라당이 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법사위원장 자리 때문에 개원국회가 한 달 이상 공전한 것이 재연된 것이다.

 

국방부 장관에게 <수사의뢰 검토> 어떻게 되었냐고 물으니 <아직 검토 중>이라 답변한다.

그가 보낸 육군대령은 두 차례나 찾아와 <수사의뢰 검토는 언론의 오보>라 해명했다.

<오보라면 그렇다는 보도자료를 내라>고 하니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

그 후 장관이 두 차례 전화를 걸어왔으나 받지 않았다.


진실을 감추는 것이 애국이라 믿는 사람들이 많다.


14시 용산미군기지 이전협정에 대한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했다.

국방부 관료 한사람이 럼스펠드 미국방장관 방에 걸린 한반도 야경사진에 대해 얘기한다.

남쪽은 온통 불빛으로 환한데 북쪽 불빛은 하나 뿐인 사진을 얘기하며 그는 50여년간 남쪽을 이렇게 만들어 준 것은 미국을 고마워한다.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 살인적인 저임금, 여전히 세계 1위인 산업재해가 그의 기억엔 없는 것이다.


미국의 강압적 행태를 지적하며 조폭에 비유하자 유감이라며 정색을 한다.

순간 한 달 전 관저로 초청한 어느 주한 유럽대사가 <한국은 미국의 식민지라 생각한다>고 말한 것이 떠오른다.


식민지 백성들이 잠든 이 밤


헌법이 외면한 무국적자들은 50미터 고공에서

여의도에서 도망가지 않은 유일한 정당의 전 대표는 차다찬 단식농성장에서

길을 만드는 사람들은 국회정문 앞 텐트촌에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여의도 언 땅 칼바람에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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