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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근교수를 뵙다

운영자 2010.04.29 18:46:18
조회 2255 추천 0 댓글 4

7월 12일 (토) 흐리고 비

여수에서 첫 비행기로 서울로 향하다.

바로 시청 앞으로 가서 구해근 교수님을 만났다. 부인과 사별하신 뒤 어려움이 크셨을 터인데 온화한 모습은 변함이 없다. <한국노동계급>에 대한 관심 역시 여전하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나타난 계급투표 경향에 대해 물어보신다. 요즘 이른바 세계화가 한국사회에 미친 영향과 그 결과에 대한 연구를 구상하고 계신다고 한다. 다행히 미국은 대학교수 정년제가 없는지라 여전히 강단을 지키고 왕성한 연구활동이 가능한 것 같다.

코넬대에서 2001년 발간한 구해근교수의 <한국노동계급의 형성>은 다음해 창비에서 번역되어 나왔고 미국 사회학회(ASA)에서 <아시아 부문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한 역작이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전투성과 강인한 조직력을 자랑했던 한국의 노조운동이 국가와 자본의 대대적인 공세 앞에서 쇠퇴하는 과정에서 정치세력화의 미진과 사회전략의 빈곤이 미친 영향에 저자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책이다. 오랜만에 다시 꺼내 펼쳐본다.

<...월드컵응원을 위해 붉은 셔츠를 입고 거리를 가득 메운 오늘의 젊은이들 중 이른바 ‘레드 콤플렉스’로 인해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숱한 고난을 겪고 희생을 치러야 했는지를 아는 사람들은 몇이나 될까? 우리는 한국의 산업화,민주화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담당했던 역사적 역할을 다시 한번 정확하게 인식하고 기록할 필요가 있다. 지금 시청 앞 광장에서 최루가스를 마시며 독재타도를 외치는 대신 거리낌 없이 ‘붉은 악마’가 되어 축제와 대동의 한마당을 즐길 수 있는 것은 한국의 산업화, 민주화 과정에서 한번도 역사의 주인공으로 주목받지 못한 노동자들의 투쟁과 희생에 크게 힘입고 있음이 상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날 붉은악마가 축제를 벌였던 서울광장은 다시 촛불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1987년 6월이 재현되고 있다는 바램과 평가도 난무하였다. 동시에 김경욱 이랜드노조위원장의 <촛불은 왜 비정규직 문제에 주목하지 않는가>라는 절규도 울려 퍼졌다. 실제 1987년 6월에도 우리는 그랬다. 이른바 대중성을 내세워 <직선제 개헌>으로 요구를 한정시키려는 보수야당과 국민운동본부 일부세력에 맞서서 <민중생존권>관련 요구를 앞세우기 위해 얼마나 싸워왔던가!

구해근교수는 한국의 정치권력이, 문화권력과 함께, 자본과 영합하여 노동자들의 계급정체성과 계급의식 고양을 억제하는 역할을 해왔다는 문제의식을 강하게 갖고 있으면서도 역으로 노동자들 특히 그들의 운동은 이에 어떻게 대항해왔는가 하는 문제를 자기성찰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간의 투쟁과 희생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산업화, 민주화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한번도 역사의 주인공으로 주목받지 못한 배경에는 권력과 자본의 억압 이외에 자신의 문제도 있지 않느냐는 무거운 문제제기인 것이고 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가는 것이 운동의 중요한 당면과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코넬대로 공부하러 떠나는 서찬석 당원의 결혼식 주례를 맡게 되었다고 하니 구교수도 잘 아는 사이라 하여 함께 결혼식장으로 향했다. 주례를 마치고 청계광장으로 가니 정태인교수와 칼라TV 식구들이 <10대 연대> 깃발을 든 청소년들을 취재하고하고 있다. 정태인, 진중권, 이명선 그리고 칼라TV 관계자들..촛불이 낳은 <불멸의 전사들>이다.

시청 앞을 헤매다가 저녁 늦게 공덕동 <민중의 집> 일일주점에 들렀다. 심광현 공동대표는 민중의 집을 만드는데 기울인 수년간의 노력을 설명하며 이제 진보신당이 책임져야한다고 역설한다. 함께 공동대표를 맡은 정경섭 위원장이 있는 한 크게 걱정할 일은 없을 것 같다. 박진희위원장을 비롯한 구사회당관계자들도 여럿 참석했고 김경욱, 이남신 동지들도 이랜드 식구와 함께 왔다. 마포당원들은 당원 수로 보나 구성으로 보나 이제 서울에서 관악등의 시대는 가고 마포의 시대가 왔다며 나에게 현실을 직시할 것을 주문하였다.

밤이 늦도록 빗속의 촛불은 종로를 지키고 공덕동의 촛불은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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