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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은 '마지막 신문고'인가

운영자 2010.06.09 18:07:37
조회 2229 추천 0 댓글 4

[2008/7/15 (화) 맑음 ]


광주의 한 노동자가 체불임금 문제로 민원을 제기하였다. 내용을 들어보니 체불임금을 받게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체불임금 해결을 위해 그 사건이 <PD 수첩>에 보도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는 것이다. 이런 분이 한 사람 뿐이겠는가? 옛날 같으면 <신문고>라도 쳐서 자신의 억울함을 하소연 하고 싶은 힘없는 많은 사람들에게  <PD수첩>은 <사회의 목탁>을 넘어서서 <마지막 신문고>가 되고 있다.


지난 5월 굴욕적인 대미 쇠고기협상 결과에 항의하기 위해 2박 3일간 청와대 앞에서 양당 정치인들이 농성을 할 때 보니까 아직도 청와대 앞에 대고각(大鼓閣)이라는 누각을 지어놓고 신문고를 모셔놓고 있었다. 물론 그 신문고 앞에는 <이 북은 조형물이니 치지 마십시오>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1993년 김영삼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신문고를 설치했는데 억울한 사정에 처한 시민들이 종종 신문고를 치는 일이 발생하자 이를 막기 위해 안내판을 부친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청와대 정문 앞을 지키는 경찰과 경호실 직원들의 임무 중의 하나가 <시민이 신문고 치는 것을 막는 일>인 것 같았다. 실제 2004년에는 평통사 회원들이 굴욕적인 용산기지협상에 항의하면서 이 북을 치다가 연행된 일도 있었다.

최근 촛불에 덴 정부가 검찰과 경찰을 앞세워 <PD수첩>을 협박하고 <아고라>를 무슨 <불순 단체>인양 몰아 부치고 광고 불매운동을 벌인 네티즌들을 출국금지 시키고 집안까지 압수수색하고 있다. <잃어버린 10년>이라더니 검찰과 경찰은 확실히 10년 전 정권의 하수인 시절로 돌아갔다.  

흐르는 물에 막힘이 없듯이 언로(言路) 또한 막는다고 막아지는게 아니다.

송나라제도를 모방해서 태종이 처음 설치한 신문고는 애초부터 평민이 접근하기 어려운 제도였다. <경국대전>이 밝히고 있는 대로 서울에선 주장관 지방에선 관찰사에게 소장을 낸 뒤 그 처리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만 신문고를 칠 수 있도록 하였다. 게다가 이런 절차를 다 밟는다고 해도 내용에 엄격한 제한을 가해  가급적 신문고가 울릴 수 없도록 하였다.

신문고 치려다가 엄벌 받는 경우까지 생겨나자 억울한 백성들은 다른 방법을 찾았다. 왕의 행차에 뛰어들어 글을 올리는 상언, 왕의 행차나 궁중에 직접 다가가서 구두로 직소하는 격쟁이 생겨났다. 상언과 격쟁이 빈발하자 일부에서 차라리 신문고를 쉽게 치게 하자는 제안도 있었지만 묵살되었다. 조선 중기에 이르러서는 왕의 가마에 다가서서 읍소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어려워졌다.

<인조실록> 1642년 5월의 기록엔 상언을 막기 위해 임금이 궁궐 밖으로 거동하는 행행도 폐지했다고 말한다. 말도 못하는 세상에서 백성들이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1607년 경기도와 황해도에서, 1626년 경상도 의성에서, 1653년 경상도 상주에서, 1671년 경기도와 충청도에서 민란이 일어났다.

올 8월로 정년퇴임 하시는 최장집 선생님의 새 연구실을 방문했다. <민주주의 교육 연구센터>라는 이름을 거셨다. 개소식을 따로 갖지 않고 가까운 몇 분들을 공부모임에 초청한 것이다. 심상정 대표와 임종인 전의원도 자리를 함께 했다. 영국노동당사의 국내 최고 권위자인 고세훈 교수도 오랜만에 뵙게 되었다. <최장집과 세계읽기>라는 이름으로 진행될 세미나에서 오늘 발표의 결론은 <진보적 리더쉽>에 관한 내용이다. 새기고 성찰해야 할 내용이 많았다.

발표 말미에 최선생님은 낙선한 3인을 가리켜 중요한 언급을 하신다.

<낙선해야 공부할 수 있다. 이번에 당선한 사람들은 일정에 쫓겨 공부하기도 힘들다. 공부를 위해선 일단 떨어져야 한다. 잘 떨어졌다!>

낙선 이후 들은 가장 통쾌한 말씀이다.

뒤풀이 자리에서 이대근 경향신문 에디터는 책이 많이 팔렸다며 고마워한다. 경향신문이 발간한 <민주화 20년, 지식인의 죽음>이란 책을 다룬 <TV, 책을 말한다>에 출연한 데 대한 덕담이다. 얼마 전 같은 프로그램에서 박경리 선생의 <토지>를 다룰 때 출연해서 마지막 발언으로 <토지를 많이 소유하는 사람보다 토지를 많이 읽는 사람이 더 부자입니다>고 말했더니 며칠 후 해당 출판사에서 토지 전질을 선물로 보내왔다.

예로부터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라는 말도 있지만 책은 뇌물로 준다 해도 늘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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