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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갤 문학] 버섯 포자 -11

거북손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07.21 12:3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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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067965

 

 

 

2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068290

 

 

 

3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072906

 

 

 

4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073790

 

 

 

5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076572

 

 

 

6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077497

 

 

 

7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088299

 

 

 

8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094977

 

 

 

9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102164

 

 

 

10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113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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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나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아마 내 평생에 있어서 절대로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그 괴기하고도 잔혹한 참상은 나의 뇌리 깊숙한 곳까지 강력한 각인을 남겼고,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이고 원초적인 공포가 나의 심장에 다가와 박혔다. 기계 안쪽에 완벽히 자리잡은 그것은 한 송이의 거대한 버섯, 사실 버섯이라고 부를 수는 없었다. 그것은 분명히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을 인간이라고 부를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그것은 버섯인가. 나의 두뇌는 저 기괴한 괴물을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나의 사고를 정지시켰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것은 분명 이수재였고, 그에게선 이미 이수재의 형상은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공포를 넘어선 감정이 나의 발을 묶었다. 나는 그저 어두운 연구실에 우두커니 서서 눈 앞에 펼쳐진 악몽을 관조할 뿐이었다. 그저 희미한 불빛만이 눈 앞의 보이는 현실이 상상이 아니라는 것을 밝혀주고 있었다.

 '이수재..'

 그것은 마치 죽은 듯이, 정확히 말하자면 마치 기계에 피어난 하나의 식물과도 같이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아니, 무언가 보이지 않는 호흡이 있었다. 그것이 저 괴물의 인기척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 주변에는 무언가 끝까지 발버둥 친 흔적과 주변에 나뒹구는 잡다한 물건들, 열쇠, 구겨진 종이, 깨진 병, 그것은 아마 백신이나 치료제가 담겨진 병이었을 것이다. 그 물건들에서 그의 마지막 모습이 눈에 비치었다. 그는 그렇게 자신이 만든 최고의 역작 속에서 참혹한 죽음을 맞이했다.

 '미래는 알려줄 수 없어. 알아서 좋을것도 없고.'

 초련이 나에게 해주었던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녀의 잠긴 눈동자가 머리에 스쳤다.

 '이런걸 말한거였나...'

 그 순간, 포켓 기어의 불빛이 깜빡거리더니, 이내 눈앞을 비추던 불빛은 한없이 약해졌다. 기어를 확인해보니 배터리가 없었다.

 '이런 젠장'

 화면은 곧바로 방전될 것처럼 나에게 경고의 메세지를 보내왔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나는 서둘러 연구실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희박해진 불빛 너머 가까스로 눈앞을 비추며 내가 들어왔던 길을 찾았다. 그리고 출구를 향하여 발걸음을 재촉했다. 멀어지는 나의 등 너머로 잊혀지지 않을 악몽의 형상이 그저 그렇게 그 자리에 가만히, 나의 떠나는 길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기나긴 복도와 넓은 응접실을 지나 나는 서둘러 저택의 밖으로 향했다. 손에서 희미하게 깜빡거리는 포켓기어는 금방이라도 꺼질 것만 같았다. 어두운 복도 너머로 자꾸만 이수재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무리 지우려 해도 머리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게도 빨리 감염이 일어나다니'

 그 순간, 스스로 생각하고도 무언가 알 수 없는 괴리감이 머리에 스쳤다. 이것은 단순한 착각이 아니었다. 학자로써의 지식과 더불어 나의 직감이, 본능이 확실히 말해주고 있었다. 나는 어느새 걸음을 멈추고 상황을 되짚어봤다. 파라섹트와 완벽히 하나가 된 사람, 그리고 내가 그를 마지막으로 목격한 시각은 오늘 아침, 불과 하루도 지나지 않은 시간이었다.

 '이건 불가능해.'

 나의 머리에서 수많은 계산들이 오갔다. 종의 진화, 포자의 번식속도, 감염 후의 주기, 무엇 하나 맞는것이 없었다. 불가능했다. 그 어떤 수를 쓰더라도 하루 사이에 저런 괴물이 탄생할 수는 없었다.

 '포자가 자리잡는 시간만해도 한달은 족히 걸려.'

 눈앞의 공포가 지워지자, 이성적인 판단 속에서 무언가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 떠올랐다. 그래, 나는 완벽히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순간 언젠가 읽었던 아주 재미있는 칼럼이 하나 떠올랐다. 그것은 포켓몬과 하나가 된 어느 과학자의 이야기, 그는 어리석게도 자신이 만든 기계의 오작동으로 인하여 포켓몬과 결합되어 버렸다. 그 기계는 과연 무슨 기계였는가, 머리에 떠도는 수많은 기억속에서, 드디어 떠오르는 그것은 이수재가 만들어낸 통신 시스템, 다름아닌 이수재의 이야기였다.

 '감염된 것이 아니었어.'

 애초에 그는 백신을 맞은 상태였다. 나는 순간 스스로 이마를 내리쳤다.

 '결합되었다!'

 왜 지금까지 몰랐을까. 그는 애초에 감염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구식 통신 기계 안에 자리잡았던 그는 파라섹트와 하나가 된 것이었다. 그 모습은 감염된 모습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저 파라섹트였다. 

 

 나는 어느새 연구실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었다. 나는 지나칠 수 없었다. 그것은 작은 가능성, 혹은 나에게 남은 일말의 여지를 마저 떨쳐내기 위함이었다. 나는 반드시 확인해야만 했다. 그것을 방치할 수는 없었다. 내가 도착하는 곳에 그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어떠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지 나는 예상할 수 없었다. 결국에 후회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발걸음을 멈출 수 없었고, 나는 왔던 길을 되돌아 그렇게 희미한 복도를 따라 연구실로 향했다. 

 '기계만 반대로 돌릴 수 있다면'

 나는 이전에 읽었던 이야기를 기억해냈다. 포켓몬과 하나가 된 이야기, 이수재는 분명히 포켓몬과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누군가의 도움으로 그는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었다. 불가능하지 않았다. 나는 반드시 그 괴물을 돌려놔야만 했다. 혹은, 그 괴물이 낳을 수 있는 절망의 싹을 잘라야만 했다. 가만히 방치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단순한 파라섹트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수재는 '새로운 종' 이 되었다.

 눈앞에 또다시 악몽의 문이 다가왔다. 곰팡이가 잔뜩 핀 연구실은 여전히 악취가 풍겨왔다. 나는 문앞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다가갈수록, 어둠 너머 나의 눈으로 이상한 것이 들어왔다. 연구실 문이 열려있었다.

 '어?'

 연구실의 문은 반쯤 열린 채, 그렇게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머릿속으로 빠르게 기억이 스쳐지나갔다.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문을 닫은 기억도, 닫지 않은 기억도 없었다. 하지만 반쯤 열린 문은 확실히 불길한 예감을 전해주고 있었다. 심장이 크게 뛰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그리고 또다시 악몽을 향해 걸어들어갔다. 그러나 그곳에 내가 보았던 악몽은 더이상 없었다. 그 대신에 나는 더욱 커다란 악몽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곳에 자리잡았던 이수재, 아니 파라섹트는 더이상 그곳에 없었으니까

 

 

 

 

 

 

 

 

 

 

다음 편에 계속

 

 

 

 

 

 

 

 

 

 

- 주말 기념으로 하나 써둔거 범고래땜에 지금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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