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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떡해 일기 #3 :: 이전 회사원과의 만남. 그리고 보이기 시작한 빛.

어떡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9.12.07 23:46:23
조회 1120 추천 1 댓글 25


어떡해 일기는 제가 \'쓸만한 프로그래머\'가 되기까지의 하루하루를 기록해 나갈 것입니다.
이것은 제가 그날 하루동안 프로그래머가 되기 위해 노력한 사항과 에피소드를 만천하에 공개하여,
저 스스로 나태해지지 않도록 채찍질 하기 위함과 동시에 선배님들에게 조언을 구하고자 함입니다.
자유분방한 DC에서 올라가는 글인 만큼 그날의 기분에 따라 존칭, 돌연 막말 등 일관성 없는 말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시작

음... 현재 술을 마셔서 알딸딸한 상태인데.

오늘은 프로그래밍하고는 관계없는 이야기가 될 것 같다.

하지만 오늘 있었던 술자리의 대화는 내가 프로그램을 하는데에 있어서 결정적인 길을 보여준것 같고.

내 안에 있는 망설임을 훌훌 털어버리는데에 엄청난 도움이 된 것 같다.

오늘 오후 1시의 일이었다.

열혈강의 c를 가볍게 읽고 있던 중.

전화가 왔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나와 함께 회사생활을 하며 자동차 정비를 하는 이른바 \'사수\' 형의 전화였다.

회사를 그만둔지 얼마 안되는 시점이어기 때문에 어째서 전화를 건 것일까 하는 미지에 대한 불안감이 나를 엄습해왔고.

나는 조금 긴장된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어.. xx이냐."

"네, 형 어쩐 일이세요?"

반갑게 인사하지만 수화기 안쪽에서 어떤 말이 튀어나올지 조금 긴장되는 상태였다.

"어, 생각나서 전화했는데. 야, 회사도 그만두고 자유의 몸이 됐는데 술한잔 사야지?"

이건 또.... 뭔...

멀쩡한 회사원이 회사 그만둔 백수에게 술을 사라니........

하지만 이 형에게는 정비를 하는 동안 많은 도움을 받았고, 또 회사내에서 친하게 지낸 편이라 나는 조금 고민한 뒤 ok.

회사가 끝날 때쯤인 7시에 회사 근처 술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시간이 7시에 가까워지면서 나는 옷을 챙겨입고 지하철에 탔다.

막상 약속장소로 가면서 많은 고민이 들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마음 먹은 내가 이렇게 술자리를 찾아가도 되는 것인지.

c 책을 다 읽지도 못했고 앞으로 가야할길이 산더미 같은데 과연 이게 잘하는 짓인지.

하지만 이미 지하철을 타버렸고,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전에 약속장소까지 도착해버린 상태였다.

회사 끝나고 항상 찾아가던 술집에 그 형이 있었다.

우리는 반갑게 인사를 하고 술집에서 자리를 잡고 가볍게 어떻게 지내냐 뭐하고 지내냐.

그런 싱거운 이야기로 시작해서 담배를 피우고 맥주로 목을 축였다.

하지만 진짜 이야기는 갑작스럽게 시작되었다.

"하던 공부는 잘 되가냐."

나는 그말에 올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현재 여러곳을 수소문해서 업계 사람들을 만나보고 있는 중이고,  기초적인 공부도 이제 시작하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의 길이 험난하고 고난의 연속일 것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래도 너무 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에 멈추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그 형은.

"너, 바보냐? 쪼다냐? 멍청이냐?"

그리고 그 뒤에도 나를 매도하는 말이 계속됐다.

어리둥절했다. 왜 갑자기 그러는지. 혹시 내 꿈을 두고 뭐라고 하는 것은 아닌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살짝 기분이 나빠지려고 했다.

하지만 형의 다음 물음은 나를 다시한번 벙찌게 했다.

"니가 그 일을 그렇게 하고 싶었다면서 업계 사람들을 왜 만나. 그건 멍청한 짓이야."

나는 선뜻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가 자동차 업계에서 일을하다가 이제 다른 업계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그쪽 업계 사람들의 말을 한마디라도 더 듣고, 이야기하고.

그리고 고민하는 것이 내가 좀더 그 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형에게 프로그래머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으며, 그 중에서 게임, SI, 임베디드.. 등등

많은 분야속에서 나에게 정말 맞는 것이 무엇인지 찾고 있다고 말하자.

비웃음이 날아왔다.

그리고 다시 한번 멍청하다고 했다.

어째서 멍청하다고 하는 것인지, 슬슬 짜증이 솟구치려고 했다.

나는 진지한데. 정말 여기에 몰두하고 싶고 쉬운 결정을 한것이 아닌데.

하지만 형의 대답은 그런 내 생각을 단번에 갈아엎어 버렸다.

"그 업계 사람하고 이야기하는 건 좋다 이거야, 그런데 내가 보기에 너는 그 업계 중에서 어느 파트가 돈이 되고 무난하게 지낼수 있을까 하면서 저울질 하고 있는 거잖아. 그 일이 좋다면, 거기서 네가 진심으로 좋아하고 맹목적으로 추구할 수 있는 분야로 가야지. 그런 식으로 저울질하면, 막상 그 일을 시작해도 또 다시 이런 식으로 다른 걸 할걸, 하면서 후회하고. 이 일이 아니면 다른 일을 하면 되지 뭐 라고 생각하면서 빠져나갈 구멍만 생각하게 된다."

충격적인 말이었다.

나는 내가 그쪽 업계로 가고 싶다고 마음잡았다고 생각했으면서,

내가 컴퓨터를 하고 싶음에도 돈에 이끌려 관심도 없는 자동차과로 선택했던 과거를 되풀이하려고 하고 있었던 것이다.

무심결에 \'허\'하는 한숨과 함께 맥주를 한모금 마시고, 복잡해지는 머리속을 담배로 가라앉히려 애썼다.

하지만 왠지 진정이 되질 않았다.

형이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니가 어떤 일을 새롭게 시작하는 도전정신은 좋다 이거야, 아주 아름다워. 훌륭한거지. 근데 그 일을 도전하고 니가 거기에 몸담기로 했으면, 초심을 잃지마, 뒤를 돌아보지 말란 말이야. 또 너무 먼 미래도 보지마. 일단 처음에는 바로 코앞을 보는거야. 지금 니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더 나아가서 니가 어디로 가고 싶은지를 보란 말야. 그래야 네가 목적지로 갈 수 있지, 이것재고 저것재면서 니 초심이 아니라 돈이나 환경이나 명예를 신경쓰면 목적지까지는 갈 수 있을지 몰라도 그건 일직선이 아니라 지그재그 어쩌면 빙글빙글 제자리만 돌수도 있어."

........

틀린말이 없었다.

분명 그랬다.

"그거아냐, 부장하고 과장이 너를 굉장히 유심있게 보고 있었다. 1년 조금 안되는 기간동안 되는 애를 부장이나 과장이 관리자로 키울만한 인재로 보는건 절대 흔한일이 아니야, 어제 밥먹을 때 팀장하고 나하고 과장끼리 모여있는 자리에서도 부장이 젊을때 무언가에 도전한다는 것이 한편으로 부럽기도 하면서 가능성이 있는 아이를 잃어버린게 많이 아쉽다고 하더라."

...........

"네가 컴퓨터로 한 계기가 네가 말하는 꿈때문일지 아니면 이 직장이 싫어서 그런 것인지는 솔직히 나는 모르겠다만, 너는 결국에 이것재고 저것재다가 결국엔 좋은 기회를 하나 잃어버린것이라는 것만 기억해. 그러니까 이런 실수는 다시는 하면 안돼. 지금은 네가 도전한다고 열정에 불타고 일을 하지만 언제라도 이 일이 힘들면 다시 뒤를 돌아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 아, 거기는 이게 좋았는데. 여기보다는 그쪽의 일이 편하긴 편했던것 같다면서. 그러다가 다시 원점으로 복귀하는 잘못을 저지르지 말란말이야."

말을 듣고 있으니 왠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SI.... 임베디드........... 여러가지 분야가 있지만.

내가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다고 결정적으로 꿈꾸게 된 분야는 대체 뭐였지.

기억이 초등학교로 돌아갔다.

그리고 떠오른 것은 \'인공지능\'과 \'게임\'이었다

아....... 나 그러고보니 인공지능하고 게임이 너무 좋았다.

중학교때는 게임을 만들어서 여기저기 퍼트린 기억도 있고.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고 생각하는 인공지능을 언젠가는 만들겠다는 꿈이 있었다.

그것이 설령 다른이들이 어렸을 때 꿈꾸는 대통령이나 과학자, 선생님 같은. 한순간의 허무맹랑한 꿈일지라도.

내가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계기.

그리고 어쩌면 내가 어렸을 때부터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것은

프로그래머.......... 자체가 아니라.

게임 프로그래머........ 혹은 인공지능 프로그래머(설계자)가 아니었을까?

..........

담배가 땡겼다.

하지만 기분이 좋았다.

왠지 안개속에 가려졌던 길이 보인 것 같았다.

SI나 임베디드나......... 이런 것의 연봉이나 환경등을 저울질할 때가 아니었던 것이다.

내가 진짜 옛날부터 해보고 싶었던 것은 그것이 아니라 \'게임\' 그리고 \'인공지능\'이었으니까.

나는 왠지 벅차올랐다.

아까까지는 기분이 안좋았는데, 묘하게 지금은 기분이 좋아져 있는 상태였다.

눈앞의 형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술자리는 여기서 끝이다.

나는 바로 40분 전.

11시 3분 정도에 집에 도착해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술은 완전히 깨지 않았지만, 술과는 무관하게도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길이 보이고 있었다.

형들........... 나 게임이 하고 싶습니다.

돈 안되고 사생활 없고, 인간말종 같은 일이라도.

정말 게임이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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