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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좆같은 이웃 10

EAO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04 21:44:56
조회 765 추천 45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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좆같은 이웃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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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설주의



엘사에 대한 환상이 깨진 이후로 내 일상은 크게 별 다른 것 없었다. 매일 시끄러운 알람 소리에 일어나서 늘 거기서 거기인, 쓰레기같은 요리 실력으로 겨우겨우 만드는 아침을 먹고, 따뜻한 물로 기분 좋게 씻었다.


"후…."


교복을 입고, 밖으로 나와서 엘사를 흘깃 쳐다보고, 학교에 도착하면 엘사랑 친하게 지내라는, 같잖고 따분한 친구들의 말에 화를 내다가도 이내 다시 고개를 돌리며 얌전히 넘어가기를 반복했다. 딱히 그렇다고 엘사와 내 사이가 더 멀어지거나 하는 일은 없어서 조금은 다행이라 생각했다. 커다란 폭풍이 될 것 같았지만, 바람은 빠르게 잦아들었다. 나는 그게 정말 다행이라 여기며 조용히 학교 생활을 이어갔다.


"으…."


그렇게 교실에서 있었던 엘사와 나의 악수 사건 이후로 무의미한 며칠이 흘렀다.


"으아!"


며칠이 흘러도 여전한, 오늘도 나는 귀가 아픈 알람소리에 깜짝 놀라서 소리를 지르며 잠에서 깨어났다. 저 시발 개 같은 시계는 바꿔야겠다고 말만 해놓곤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오늘은 반드시 바꿔야지.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다짐과 함께 나는 기지개를 켜며 주방으로 내려왔다.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냉장고에 있던 재료들도 슬슬 동이 나기 시작했다. 차라리 그게 잘 됐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필히 시계도 바꿀 겸, 부모님이 출장 가시면서 필요한 거 있으면 얼마든지 구매하라고 남겨둔 카드로 기분 좋게 식자재도 사야겠다. 나는 일단 남은 재료 중 아무거나 꺼내서 레시피를 찾기 시작했다. 요리를 하긴 개뿔, 지금 있는 재료 가지고는 딱히 해 먹을 것이 없어서 마지막 하나 남은 달걀과 빵을 꺼내들었다.


"에휴…."


내가 이러고 사는 것을 부모님이 보면 그 자리에서 기절하시겠지. 그래도 간간이 문자로 잘 지내냐고 물어보시면 나는 성심성의껏 밥도 잘 먹고 학교도 잘 다닌다며 답장을 보냈다. 내가 학교를 잘 다니긴 하지… 그 엘사만 빼면 더 잘 다닐텐데 말이야. 괜히 달걀을 깨는 손에 힘이 더 들어갔다. 며칠 전 생각에 화가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 덕에 달걀도 보기 좋게 태워먹고 나는 한숨을 내쉬며 빵에 잼을 바르기 시작했다.


"시발!"


요리를 못 하는 내 손도 너무 한심한데 괜히 엘사때문에 달걀을 태워 먹었다는 사실이 더 화가났다. 결국 잼만 발린 빵을 열심히 씹어먹고 욕실로 들어가 차분하게 씻기 시작했다. 이젠 뭐만하면 쉽게 화를 내버리는 내가 너무 미워졌다. 대충 투덜거리면서 씻은 다음에 교복으로 갈아 입었다.


"후…."


오늘도 어김없이 학교에 가서 엘사랑 앉아서 뒤에서는 친구라는 년들이 엘사랑 친하게 지내라! 이 지랄 하는 것을 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한숨이 나왔다. 그냥 이대로 휴학하고 잠수를 해버리면 편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내가 괜히 휴학할만한 이유가 없어서 그냥 얌전히 학교에 다니기로 했다. 집 밖으로 나와 버스를 기다리는데, 엘사가 보이지 않았다.


"먼저 갔나?"


하긴, 집에서 학교까지 거리도 얼마 멀지 않으니 아마 내가 보기 싫어서 먼저 가버렸을 수도 있다. 마침 엘사 집에서 보이던 자전거가 보이지 않았다. 이젠 나랑 같이 버스를 기다리는 것도 싫다 이건가? 괜히 그런 짓을 하는 엘사가 괘씸하다고 생각하며 욕을 하고 그사이에 도착한 버스에 올라탔다.


"안녕?"


나는 나보다 먼저 학교에 도착해서 자리에 앉아있던 엘사에게 소심하게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엘사는 나를 살짝 쳐다보기만 했을 뿐, 아무런 대꾸도 없이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야, 인사를 했으면 좀 받아 봐."


나는 그렇게 말하며 얌전히 앉아있던 엘사의 팔을 툭툭 건드렸다.


"시발, 거슬리니까 치지 마!"


팔 좀 건드린 것으로 이렇게 불같이 화를 내다니, 엘사와 지내야 하는 시간이 한참 남은 앞으로의 미래가 어두워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무슨 애가 그런 걸로 화를 내냐며 엘사의 팔을 한 번 더 건드렸고, 엘사는 나를 이번엔 차갑게 째려보더니 왜 시비냐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 우리가 다시 눈에 불을 켜고 다투기 시작하자 오로라가 조용히 한숨을 내쉬더니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너네 둘은 아무래도 친해지려면 한참 멀은 거 같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라고 말하고 싶다. 근데 그러면 엘사가 나를 정말 무자비하게 때릴 것 같아서 가만히 있기로 했다. 벨은 그래도 저번보단 친해보인다 말했고, 화이트는 1학년 끝나기 전에 친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금 이런 모습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 이런 식인데 뭘 친해져!"


내가 그렇게 화를 내자 엘사도 그런 모습은 꿈도 꾸지 말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메가라는 우리 머리 위에 손을 얹더니 둘이 싸우면 알아서 정들고 친해질테니 걱정말라며 웃었다. 나는 그 손을 치우면서 엘사를 쳐다봤고, 엘사 역시 나와 같은 행동을 했다. 서로 얼굴을 찡그리고 화를 내자 제인은 제발 그만 좀 싸우라며 우리의 얼굴을 밀면서 때놓았고, 오로라는 그 예쁜 얼굴들 그만 좀 찡그리라며 볼을 꼬집었다.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엘사와 내가 싸울때마다 옹기종기 모여서 꼭 한마디씩 내뱉는 나의 아주 존나게 사랑스러운 친구들 덕분에 미칠 지경이었다. 내가 그렇게 화를 내버리자 벨은 둘이 싸우기만 하는 것이 보기 싫어서 친하게 만들어 주려는 것이니 너무 화내면서 거절 하지 말라고 했고, 내가 말하려고 하는데 엘사가 껴들어선 자신은 안나와 절대 그런 사이가 될 수 없다며 괜한 신경을 쓰지 말라고 화를 냈다.


갑자기 가라앉은 분위기에 화이트는 애써 웃으면서 거절하지 말고 반드시 우리 둘을 절대 때놓을 수 없는 친구 사이로 만들어 주겠다며 걱정말고 있으라고 어깨를 토닥였다. 엘사와 내 입장은 생각이나 하는 것일까 궁금할 정도로, 정말 존나게 사랑스러운 내 친구들이다.


"제발 저리들 가줘…."


제발 그만하고 저리 가라며 내가 간곡하게 부탁을 했지만, 내 친구들은 가볍게 무시하며 엘사와 나를 어떻게든 친하게 만들려고 안간힘을 썼다.


"마음에 안 들어…."


나는 거기서 끝나길 기대했지만, 그녀들이 누구던가! 나와 엘사를 끝까지 친하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내 친구들은 점심시간 까지도 엘사와 나를 강제로 옆에 앉게 만들며 어떻게든 가까이 있도록 만들었다. 나는 이런다고 도움이 하나도 되지 않으니 관두라면서 화를냈고, 그제야 나와 엘사는 지옥같은 분위기에서 겨우 벗어날 수 있었다.


"미치겠네."


나는 이렇게 정신없고 미치겠는데, 엘사는 이런 것이 익숙한 사람처럼 평온해 보였다. 어쩜 저리 사람이 한결같을까? 엘사는 싫지만, 저런 흔들림없는 한결같은 멘탈이 내심 부러웠다. 그런데 매번 엘사를 쳐다보니 느낀 것인데 얘도 참 은근히 예쁘단 말이야. 근데 성질은 왜 그렇게 사나운 개새끼마냥 짖기 바쁠까? 내가 엘사를 쳐다보는 것을 멀리서 지켜보던 얘들이 다시 슬금슬금 모이기 시작했다.


"우리 안나가 왜 그런 눈빛으로 엘사를 쳐다볼까?"


벨의 장난스러운 목소리에 나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고, 이번엔 엘사가 나를 쳐다봤다. 후… 대체 내 친구들의 속을 알 수가 없다. 나랑 엘사를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이 난 하이에나 무리인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정말로 순수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친절함 때문에 엘사랑 나랑 친구로 만들려고 노력 하는 것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조용히 있고 싶었지만, 이미 시끄러워진 분위기는 어쩔 수 없었다.


"정말 다들 마음에 안들어."


나는 뒤에서 지들끼리 떠들고 있는 친구들을 뒤로하고 엘사를 쳐다보며 입술을 쭉 내밀고 한탄하듯 말했다. 엘사도 나를 쳐다보더니 갑자기 성질을 내며 말하기 시작했다.


"네가 문제라서 그래!"


"뭐 이 씨발…!"


그 순간 누군가 내 머리를 미는 바람에 엘사와 의도치 않은 입맞춤을 해버렸다. 엘사와 나는 기겁을 하며 침을 뱉으며 입을 닦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밀어버리는 바람에 내 인생 첫 입맞춤이 엘사랑 이루어졌다는 좆같은 사실에 화를 내버렸다.


"으악! 윽, 시발! 누구야! "


내가 진심을 다해서 화를 내자 메가라가 둘이 키스도 했으니 이젠 진정한 친구 사이라며 손뼉을 쳤고, 나와 엘사는 동시에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이냐며 메가라를 때리기 시작했다. 주변에 있던 얘들은 그러니까 왜 매를 버냐며 메가라를 지켜봤고, 결국 나랑 엘사한테 먼지나게 맞고 난 다음에야 항복을 선언하며 잘못을 빌었다.


"미안해…."


메가라가 교복에 묻은 먼지를 털면서 사과를 했고, 나는 다음부턴 제발 그딴 개 좆같은 장난 좀 치지 말라고 메가라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그 다음부턴 정말 기쁘게도 학교가 끝날 때 까지 우리 주변에 애들이 모이는 일은 없었다. 학교가 끝나자 엘사는 가방을 챙기며 괜히 여기로 이사를 왔다면서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고, 나는 그 말을 멋쩍게 듣기만 하며 넘어가는 수 밖에 없었다.


"후…."


나는 한숨을 내쉬며 버스에 올라탔다. 이 거지같은 하루도 드디어 끝이구나! 자리에 앉자마자 창밖을 보니 엘사는 자신이 아침에 타고온 자전거를 타고 출발했고, 곧이어 내가 탄 버스도 출발했다. 오늘은 다른 때 보다 더 정신없는 하루였다. 내내 애들한테 시달리며 지냈으니 오늘 밤은 제대로 뻗어서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


어쩜 친구들이 안나보다 더 비글같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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