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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좆같은 이웃 12

EAO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09 22:34:18
조회 744 추천 45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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좆같은 이웃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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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설주의



후회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사과만 곱게 받았어도 사이가 좋아질 가능성이 더 높아졌을 거다.


"왜 이렇게 멍청한 거야!"


엘사가 사과를 건넸을때, 당황하지 않고 그래, 다음부턴 잘 지내보자 라고 했어도 내가 이러진 않았을텐데! 진짜 과거로 돌아가고 싶었다. 과거로 돌아가서 사과를 거절하는 나를 존나 패고 괜찮다면서 사과를 받고 싶었다.


"후…."


엘사가 이사온 이후로 한숨을 쉬는 빈도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이 나이에 한숨을 달고 살기엔 너무 어린데, 이런 생각을 하면 또 한숨이 나왔다. 거의 습관이 되어버린 수준이었다. 이런 거지같은 기분을 말끔히 지워주는 마법같은 음식이 있다. 나는 냉장고를 열고 초콜렛을, 젠장, 이것도 하나 밖에 남지 않았다.


"에이…."


나는 하나 남은 초콜렛을 입에 넣으며 달콤함을 음미했다. 역시 언제먹어도 황홀한 맛이다. 초콜렛도 떨어졌겠다, 기분도 좋지 않겠다, 나는 겸사겸사 기분도 풀겸 초콜렛을 사러 자전거를 타고 마트로 출발했다. 마트에 도착해서 수많은 초콜렛 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들을 쓸어담고 계산을 끝낸 다음에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손을 씻고 초콜렛 하나를 집어 입에 털어넣었다.


"역시 맛있어."


아까의 후회가 깔끔히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초콜렛 하나에 이렇게 행복할 수 있다니,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후회가 사라지다니, 역시 완벽한 음식이다. 저녁시간 전 까지, 아, 그러고 보니 저녁에 뭘 먹지? 냉장고를 열어보니 조금 남아있는 로스트 비프가 전부였다. 저걸론 배가 부르지 않을텐데.


"음… 뭘 해먹지?"


나는 급하게 레시피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무엇을 해먹을까 찾아보다가 감바스 레시피를 발견했다. 오, 이거 괜찮은데? 오늘 저녁을 감바스로 정한 다음엔 콘솔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맨날 했던 것을 또 하느라 지겨웠지만, 그래도 시간 보내기엔 이만한 것도 없었다. 한참 즐기다보니 6시가 넘었고, 나는 아까 찾은 레시피로 요리를 시작했다. 이번에도 망치지 말자는 각오와 함께.


"어…."


결과물은… 나쁘지 않았다. 아마도 나쁘지 않았다. 내가 알던 감바스랑은 완전히 거리가 멀어보였지만, 그래도 향을 맡아보니 맛은 정상일 것 같았다. 자리에 앉아 남은 로스트 비프와 함께 저녁식사를 시작했다. 감바스의 맛도 나쁘지 않았다. 원래 이런 맛인가 싶었지만, 그래도 나름 먹을만 했다. 만족스러운 식사를 끝내고 다시 소파에 앉아 하다 만 게임을 이어서 했다.


"아, 시발."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니 주인공의 이름이 나왔는데, 하필 게임 주인공 이름이 엘사야? 이런 시발, 진짜 시발이다. 안그래도 열심히 잊으려 했던 일이 그 이름 하나 덕분에 전부 기억났다. 나는 결국 게임을 끄고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시작했다. 어쩜 재수없게 이름이 엘사일까? 샤워를 끝내고 나는 방으로 곧장 들어가 침대 위에 몸을 던졌다.


"으, 짜증나 진짜."


재밌어보여서 사놨던 게임도 주인공이, 하필 그것도 주인공 이름이 엘사라니! 이보다 좆같을 수가? 내심 저 게임CD를 사느라 투자한 40달러가 아까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나저나 오늘 엘사한테 했던 행동이 계속 생각났다. 아무래도 오늘 밤은 편하게 자긴 글른 것 같았다.



"으으…."


알람소리에 잠에서 깼다. 대체 얼마나 퍼질러 잤으면 머리는 헝클어져서 거지꼴이었고, 입가엔 마른 침이 묻어있었다. 뺨을 치며 정신을 차리니 어제 내가 엘사한테 너무 심했던 것 같았다. 잠을 제대로 못자서 몸이 뻐근했다. 무기력함에 아침도 빵에 잼을 발라서 대충 떼우고 학교갈 준비를 했다. 밖으로 나오기 엘사가 보였고, 내가 사과를 하려고 말을 걸려하자 엘사는 나를 쳐다보더니 빠르게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버렸다.


"얘들아, 이리 좀 와봐."


나는 어제 일이 마음에 걸려서 교실에 도착하자마자 엘사 몰래 애들을 불러 모아서 어제 있던 일을 얘기하면서 의견을 구했다.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메가라는 잘하는 짓이라며 내 등짝을 때렸고, 오로라는 지금이라도 엘사한테가서 당장 사과하라며 나를 갈구기 시작했다.


"사과는 하고 싶은데… 언제 해야할지 모르겠어."


내가 한숨을 내쉬자 화이트는 학교 끝나고 사과 하라고 말했다. 나는 어제 그런 짓을 해놓고 어떻게 바로 얼굴을 보고 사과를 하냐고 했다. 그러자 벨이 안하는 것 보단 나으니까 잔말 말고 무조건 엘사한테 사과하라며 나를 부추겼다. 아직까지 말이 없던 제인을 쳐다보니,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벨의 말에 동의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후… 알겠어, 알겠다고."


의견은 커녕 사과나 하라고 잔뜩 갈굼만 받았다. 그래도 사과하는 것이 맞긴 하겠지. 엘사도 하필 내 옆자리라서 눈치가 어마어마하게 많이 보였다. 신경을 끄고 싶어도 그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에 더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이렇게 불편해서 미치겠는데 학교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라고?


"후…."


따분한 수업 시간. 집중은 당연히 되지 않았다. 이 수업이 끝나고 사과하고 싶은데, 그랬다가 괜히 엘사가 또 화를 내버린다면? 으, 상상도 하기 싫은걸. 빨리 이 지긋지긋한 시간이 흘러가길 기다렸다. 엘사를 쳐다봐도 도통 나를 쳐다보지도 않으니 단단히 삐쳤나 보다. 미치겠네.


"엘사."


이름을 불러도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 그냥 나를 없는 사람 취급하는 것 같았다. 이거 은근히 무시당하니 기분이 나쁜걸. 아냐, 안나. 네가 잘못해놓고 무슨 기분이 나빠? 제발 이기적인 생각 좀 하지 말라고. 엘사한테 온 신경을 집중하다보니 그래도 나름 시간은 보낼만했다. 언제쯤 관심을 가져줄까 하는 그런 기대감으로, 나는 엘사에게 계속해서 관심을 보냈다.


"너무해, 진짜."


맛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점심시간, 엘사가 내내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서 적잖게 실망했다. 오로라는 그 지랄을 해놓고 관심은 받고 싶냐면서 나를 강하게 질책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내가 쓰레기지. 말을 말자. 내가 뭔 말을 해도 얘네들은 나를 갈구기 바쁠테니.


"너네 정말 싫어."


아무래도 친구를 잘못 사귄 것 같아. 거지 같은 점심시간이 끝난 다음엔 또다시 따분한 수업의 반복. 그래도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갔다. 그런데, 이제 와서 사과한다고 엘사가 과연 받아줄까? 그렇게 대차게 거절 받았는데 안 받아줘도 이해는 할 수 있다. 어제 일은 오로지 내 잘못이니까. 무기력한 오늘의 하루도 마감하는 종이 울렸다. 나도 급히 짐을 챙기고 집으로 갈 준비를 했다. 집에 도착한 나는 엘사를 부르려다가 그냥 말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뭐야?"


엘사는 내 팔을 뿌리치며 어제 그렇게 화를 내놓고 또 이제와서 뭐하는 짓이냐며 화를 냈다. 그래, 화내라 화내. 나는 화낼 생각도 없으니까.


"어제… 일이 마음에 걸려서 사과 하려고."


"허?"


엘사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네가 봐도 또라이같겠지. 어제 그런 사과는 필요없어! 이지랄 해놓고 이제와서 어제 일이 마음에 걸려서 사과 하려고~ 이러니까 아니꼽고 역겨울 거야. 근데 내가봐도 이러는 내가 좀 역겹긴 하다.


"미안."


"됐어. 말 걸지 말고 저리가."


나를 밀더니 집으로 돌아간다. 이러면 안되는데? 나는 급하게 엘사의 손을 잡고 미안하다면서 잡아세웠다. 내 행동에 엘사는 잔뜩 정색을 했다. 모르겠다, 나는 오늘 되는대로 질러버릴 거야. 후회따윈 없었다. 그런데 엘사의 반응은 생각보다 시원치 않았다.


"다 끝난 일이고, 나는 괜찮으니까 저리 가."


내 손을 다시 뿌리치고선 집으로 돌아가는 엘사의 뒷모습이 글쎄, 내가 볼땐 화나서 씩씩거리는 모습은 아닌데.


"너, 정말 괜찮은거 맞아?"


누가봐도 화난 뒷모습이 아니다. 내가 알아, 엘사랑 몇번을 싸웠는데. 엘사가 뒤를 돈다. 그러고선 입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괜찮아. 아니었으면 너를 때렸을지도 몰라."


아. 괜찮구나. 다행이다, 다행이야. 그런데… 지금 웃은 거야? 엘사가 분명 웃었다. 그냥 정말 순수한 미소, 그런 미소였다. 나를 보고 그렇게 웃었다. 엘사가 웃는 것을 보니 불편한 마음이 싹 사라졌다.


"다행이다."


정말로 다행이야. 나는 똑같은 말을 반복하며 집으로 들어갔다. 솔직히 별일 아닌데도 나는 왜 이렇게 행복할까. 앞으로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았다.


───


야! 친구 각이냐? 이거 친구 각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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