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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좆같은 이웃 11

EAO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06 21:34:45
조회 720 추천 47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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좆같은 이웃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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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설주의



집에 도착하니 엘사가 살짝 먼저 도착해서 자전거를 세우고 있었다. 버스에서 내리니 엘사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성큼성큼 걸어와서 내 어깨를 붙잡으며 숨을 가다듬었다.


"왜 그래?"


엘사는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나를 쳐다보기만 했다. 아, 학교에서 있던 일들 때문에 또 화가 났구나. 근데 그 불씨가 왜 나한테?"


"야!"


"왜, 왜 그래?"


나는 일부러 물러서는 척을 하며 대화를 부드럽게 흘러 넘기려했다. 하지만, 그 다음에 엘사가 내뱉은, 그동안 쌓인 화가 묻어있는 듯한 진심 가득한 말에 나는 적잖은 충격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대체 네 친구라는 년들은 왜 하나 같이 그 모양이야?"


"뭐?"


나는 처음에 귀를 의심했다. 오 시발, 엘사가 드디어 미쳤구나! 지금 내 친구들을 욕한 거야? 아무리 걔네가 극성맞지만, 그래도 내 소중한 친구들인데, 하나같이 뭐? 내가 그 말에 멍청하게 서있자, 엘사는 등을 돌리면서 욕을 중얼거리며 돌아갔다.


"메가라는 왜 그딴 쓸모없는 짓을 해서 사람 기분을 좆같이 만들어…."


"야, 너 뭐라했냐 지금?"


내가 엘사를 붙잡으며 정색을 하자, 그 쌍년은 내 이성의 끈이 끊어지기 충분한 말을 내 면전에 대고 내뱉었다.


"너 같이 생각없는 네 친구들 때문에 내가 미쳐서 돌아버리겠다고!"


그 다음부턴 나도 참을 수가 없어서 엘사의 멱살을 붙잡고 눈에 살기를 머금으며 엘사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기 시작했다. 엘사는 급작스럽게 변한 내 태도에 겁을 먹고선 잘못했으니 놓아달라며 간절히 빌기 시작했다. 그렇게 빌어도 그녀를 쉽게 봐줄 생각이 없었다. 나는 엘사의 멱살을 잡은 채로 울타리까지 밀어 붙이며 말했다.


"그렇게 미안하면 내 앞에서 무릎꿇고 머리라도 박지 그래?"


급 험악해진 분위기에 엘사는 일단 손부터 놓고 얘기하자며 나를 다독이기 시작했다. 꼴에 불리해지니 갑자기 나를 다독이려 들다니, 정말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내 생각은 그저 건방지고 내 친구들을 싸잡아 욕한 이 씨발년을 어떻게 요리를 해줄까 였다. 내가 주방에서 요리는 못해도 사람 요리는 누구보다 잘 할 자신이 있었다. 조금만 건들여도 바로 죽일 기세로 째려보니, 엘사는 거의 전의를 상실한 눈빛이었다.


"저리 꺼져, 이 더러운 년아."


나는 꽉 잡고 있던 그녀의 멱살을 놓으며 바닥에 내동댕이 쳤고, 엘사는 그대로 주저앉아 겁을 집어먹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 얼굴은 나는 꽤 재밌다는 듯이 쳐다보다가 집으로 돌아갔고, 엘사도 그제야 황급히 집으로 도망치듯이 들어갔다.


"개같은 년…."


아직도 분이 덜 풀린 것 같아서 미칠 것 같았다. 지금이라도 찾아가서 그때처럼 두들겨 패버릴까 싶었지만, 그런 짓 만큼은 하지 않기로 했다. 친해지려고 노력하는데, 어떻게 된게 발전은 없고 뒤로 후퇴만 하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차마 내 친구들도 잘못이 아예 없다고는 못하겠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뒤에 와서 욕을 하는 것은 사람으로써 할 도리가 아니지 않은가?


"짜증나 진짜!"


지금 드는 생각은 엘사 때문에 화가 난다는 사실과, 화가 나는 이유가 엘사여서 더 싫증이 난다는 것이었다. 나는 화도 식힐겸, 하루종일 고달픈 학교 생활 때문에 잠시 눈을 붙이기로 했다.



"으음… 지금 몇시야?"


나는 비몽사몽한 정신으로 침대에 널부러진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저녁 8시, 생각보다 많이 지나지 않았다. 나는 눈을 비비며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욕실로 들어가 손부터 씻기 시작했다. 잠도 깨라고 찬물로 얼굴도 씻고나니 정신이 번뜩 들었다. 맑아진 정신으로 요리를, 아, 맞다.


"이런 시발!"


생각해보니 시계도 사고 식자재도 사야하는데 멍청하게 잠을 자버렸다. 나는 황급히 외투를 걸치고 자전거에 올라타서 마트로 향하기 시작했다. 이 시발놈의 동네는 마트도 어중간한 거리에 있어서 자전거로 5~6분은 내달려야 나왔다. 아차, 카드는 챙겼나?


"아 씨발, 되는 게 하나도 없어!"


결국 카드를 가지러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어떻게 오늘 되는 일이 하나도 없을 수가 있지? 카드를 챙기고 다시 마트 앞에 도착해서 드디어 장을 보기 시작했다. 계란과 베이컨, 식빵이랑 고기에…맞다, 좆같은 알람시계도 사야지. 계산을 끝내고 홀가분하게 집으로 돌아갔다. 도착하자마자 재료들은 냉장고에 전부 집어넣고, 일단 제일 중요한 알람시계의 성능을 테스트 해보았다.


"제발 시끄럽지만 마라."


최대한 조용함을 위해서 LED 시계로 샀는데, 정말 행복하게도 알람소리는 삐비빅- 거리는 선에서 멈췄다. 나는 아침마다 시끄럽게 울던 시계를 버리고 새로운 시계를 침대 옆에 두었다. 드디어 아침마다 조용하게 일어날 수 있겠구나!


"으, 배고파."


자전거를 타고 왔다갔다를 반복하다보니 허기가 몰려왔다. 어김없이 핸드폰으로 레시피를 찾기 시작했다. 오늘은 오븐을 이용한, 조금 고난도의 음식을 해보기로 했다. 따라하는 것이라면 누구보다 자신이 있으니까, 오늘의 저녁은 로스트 비프로 결정했다. 처음 해보는 오븐 요리라서 겁이 나기도 했지만, 엄마가 하는 것을 옆에서 본 것도 많고, 무엇보다 레시피와 함께라면 겁날 것도 없었기에 과감하게 요리를 시작했다.


"태우지만 말자!"


태우지만 말자는 다부진 결심과 함께 시작한 요리는 정말 천운이 따랐나 싶을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정말 놀랍다. 레시피가 없으면 달걀도 못굽는 병신이 레시피가 있으니 로스트 비프를 맛있게 만들어냈다. 과연 내 손은 저주받은 손인가, 아니면 축복받은 손인가? 나는 우선 앉아서 조금 늦은 저녁 식사를 시작했다. 오늘 하룻동안 있었던 기분나쁜 일들을 모두 잊게 만들어주는 부드러운 맛이었다.


"후… 배부르다."


남은 고기는 얇게 썰어 냉장고에 보관해두었다. 내일 아침은 저걸로 샌드위치를 해야겠다. 기분좋은 식사를 끝내고 TV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어느정도 보다가 내일 일정을 위해 샤워를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괜히 엘사한테 했던 짓이 생각났다. 그건 내일 학교에서 애들 모아두고 다시 대화를 해야봐야겠다.



"으음…."


아침을 알리는 잔잔한 알람소리, 이제야 좀 아침답다. 아침식사는 어제 남은 로스트 비프를 살짝 데워서 빵 사이에 넣어 먹었다. 역시 고기가 최고야. 만족스러운 식사를 끝낸 다음엔 씻고, 교복을 입는, 이젠 지겨울 정도로 반복적인 행동이었다. 밖으로 나오니 엘사가 보였지만, 이번엔 딱히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너네 얼굴이 왜 그렇게 어두워?"


어제 일 때문에 잔뜩 어두운 얼굴로 자리에 앉으니 화이트가 걱정된다는 듯이 다가와서 묻기 시작했다. 나는 마침 엘사가 교실로 들어오는 것을 매섭게 쳐다보며 어제 학교가 끝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직접 설명하라며 화를 냈다.


"응…."


엘사는 나를 살짝 쳐다보더니 다시 고개를 숙이고 점점 기어들어가는 작은 목소리로 어제 자신이 학교가 끝나고 했던 말들을 전부 말하기 시작했다. 모든 설명을 끝낸 엘사는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오로라는 겨우 그런걸로 이렇게 잔뜩 가라앉아 있는 것이였냐는 반응을 보였다.


"야, 너네 욕한건데 기분도 안 나쁘냐?"


내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자 다들 아무렇지도 않다며 웃어넘겼다. 다들 뒷담으로 실컷 까이고도 아무렇지도 않다니, 전부 제정신이 아닌거 같아. 나는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고, 엘사는 그제야 고개를 들더니 욕해서 미안하다며 내 친구들에게 용서를 구했다. 그러자 얘네들은 전부 괜찮다고 하면서 엘사를 위로했고, 나는 그런 상황을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너 시발 학교 끝나고 나 좀 보자."


얘들이 전부 자리로 돌아가고 나서 나는 엘사한테 조용하게 협박조로 말했고, 엘사는 찝찝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사과를 받았지만, 여전히 찝찝함이 나는 귀에 제대로 들어오지도 않는 수업을 들었고, 지겨운 마지막 수업이 칙칙한 분위기 속에서 끝이 났다. 학교가 끝나고 집까지 돌아가는 길은 엘사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까로 고민을 많이했다. 고민은 무슨, 엘사가 나를 먼저 붙잡으며 말했다.


"그게… 어젠 미안했어."


엘사가 먼저 사과를 건넸다. 나는 학교가 끝나면 감히 내 친구들을 욕한 것에 대해서 나한테도 사과를 하라고 말하려 했는데, 사과는 커녕 역으로 왜 나한테도 사과를 해야냐며 뻔뻔하게 나올 것 같았던, 그런 그녀가 내 예상과는 완전히 벗어난 행동을 했다. 대체 왜 이러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너 갑자기 왜그래?"


"미안해서 그래."


엘사답지 않다. 내가 알던 엘사가 아니다. 여긴 꿈인가? 아니면 내가 헛것을 보고 듣나? 하지만 내 귀에 그녀가 건네는 사과는 어딘가 모를 이질감이 느껴졌다.


"그런 사과는 필요 없어!"


나는 도저히 못 듣겠어서 급히 성을 내며 집안으로 들어왔다. 방금 행동이 뒤늦게 후회가 되긴 했지만, 나름 그동안 거절받은 사과를 생각하면 나름 통쾌한 복수라 생각했다. 그래도 마음 한편이 불편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찝찝함이 남았다.


"대체 뭐한 거야, 안나 그라니아 이 정신나간 또라이야!"


나는 멍청하다. 사과를 거절했다. 그것도 무려 엘사의 사과를 거절했다. 이제 생각해보니 엘사가 건넨 사과는 악의도 없는 정말 순수한 사과였다. 근데 나는 그런 사과는 필요없다고 화를 내며 집으로 돌아왔다. 시발 좆됐다. 친해지려고 내가 그렇게 엘사한테 사과하고 다녔는데, 엘사가 나한테 사과하는 것을 거절해? 나는 병신이다. 멍청이가 아니라 그냥 존나 생각짧은 병신이다.


"후…."


엘사랑 친해질 수 있는 절호의 찬스와도 같았는데, 그걸 걷어차버렸다. 이런 기회가 언제 또 온다는 보장도 없는데 보기좋게 걷어찼다. 통쾌한 복수는 얼어죽을! 시간을 뒤로 돌리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시간은 전부 지나가 버렸다. 아무래도 나는 엘사와 친해지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았다.


───


아이고 안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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