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도 이상의 IPA인 더블/임페리얼 IPA은

높은 도수, 더욱 더 강렬한 홉의 캐릭터와 쓴 맛 때문에 사랑받은 스타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퐁당 매니저님과 맥주를 마시다가 나온 이야기인데

현재의 임페리얼 IPA에는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서부식 이파가 전세계적으로 유행했을 때, 대부분의 DIPA는 10도, 100+ IBU, 시뻘건 색에 강한 홉 캐릭터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반대로 페일 에일은 은은한 홉 캐릭터에 은은한 쓴 맛, 낮은 도수, 마시기 쉬움 등을 특징으로 가지고 있었습니다.

결국 강렬한 홉을 느끼고 싶다면 DIPA를 마실 수 밖에 없었던 구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유행이 동부쪽으로 넘어오면서 많은 것들이 바뀌었습니다.

혀를 혹사하던 고IBU엔 질렸는지 오히려 살짝만 잡아주는 수준으로 쓴 맛은 떨어졌고

밸런스를 위해 도수가 올라갈수록 몰트백본을 강조했던 서부식 IPA와는 달리, 몰트 백본을 걷어내고

쓴 맛은 줄이되, 과일 향만 나는 홉들을 위주로 많은 양의 드라이 호핑을 하고

5~6도짜리 페일 에일에도 기존의 DIPA 뺨칠 수준으로 홉을 넣기 시작했습니다.

스타일간 차이였던 홉의 강도나 몰트, 쓴 맛 등이 사라졌습니다.

강렬한 홉을 느끼기 위해 굳이 DIPA를 마실 필요가 없어진 것입니다.

요즘 탑급 DIPA의 리뷰를 찾아보면

많은 리뷰들이 "높은 도수에 비해 일반 IPA만큼 마시기 쉽다" 같은 말을 하고 있습니다.

결국 요즘의 DIPA들은 IPA같은 DIPA라는 것인데

과연 거기에 어떤 의미가 있을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 처음 맥주에 입문했을 때만 해도 페일 에일은 오히려 애매한 스타일이라고 생각했고, DIPA를 좋아했습니다.

다만 IPA를 몇십, 몇백종 마시면서, 동시에 IPA의 메타도 바뀌면서 오히려 DIPA를 제일 싫어하고, 페일 에일을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극찬을 받는 1티어 IPA 양조장인 트리하우스, 몽키쉬 DIPA도 제 입에는 너무 부지해서 마시기 힘들더라구요.

임스 같은 경우 임페리얼급으로 넘어가야지만 원하는 맛이나 마우스필이 나오는데

IPA는 6~7도만 되어도 제가 이파에 원하는 모든 맛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뭐 제가 이파류는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스타일을 선호하는 것도 있다만

요즘은 옛날만큼 DIPA이라는 스타일 자체에 열광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훌륭한 DIPA는 과연 어떤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