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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여기는 비봉탐정사무소 요요몽편 6화

LaserBeam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10.13 16: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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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마향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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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요몽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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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비봉탐정사무소(こちら秘封探偵事務所) 요요몽편 6화


글 : 浅木原忍


일러스트  : EO


번역 : Laserbeam


원문 : http://longnovel.com/touhou/touhou001/touhou001-02/





할 수 있다면 봄 벚꽃 아래에서 죽고 싶구나

저 석가가 입멸한 2월 보름 무렵에(*1)


願わくは花の下にて春死なむ

その如月の望月のころ




 -16-


 미닫이문 너머로 쏟아져 들어오는 아침 햇살에, 나는 눈을 떴다.

 순간 우리가 인간 마을의 집에 있는 줄 알고 어느새 봄이 온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일어난 방은 우리 집보다 훨씬 넓은 백옥루의 객실이었다.

 옆 이불에서는 렌코가 기분 좋게 잠들어 있다. 세수라도 해야지 싶어 나는 이불을 빠져나와 복도로 나갔다. ──나갔다만.

 “……세면실은 어디 있지?”

 그러고 보니, 이 엄청나게 넓은 백옥루의 구조를 나는 전혀 모른다. 요우무 씨나 누군가가 없을까 하고 둘러봤지만 이 넓은 건물 안에서 누군가를 우연히 만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평소의 나라면 가만히 렌코가 일어나기를 기다렸을 것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봄기운이 나를 대담하게 만들었다.

 “좋아, 좀 돌아다녀 보실까.”

 그렇게 해서, 나는 적당히 걸어 다녔다. 아무리 넓어도 설마 집에서 조난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길을 잃었다…….”

 아니나 다를까, 똑같은 모양의 복도와 미닫이문이 계속되자 나는 완전히 내 현재 위치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도중에 유령과 마주치긴 했지만, 그들을 부른다 해도 저쪽이 말할 수 없기 때문에 대화가 성립하지 않는다. 대화가 성립하지 못해 곤란해 하다가, 유령은 어디론가 가버린다. 어떻게 해야 좋을까, 이 상황.

 “……그래, 도중에 길을 꺾었던 게 안 좋았던 거야.”

 팟 하고 나는 얼굴을 든다. 아무리 넓다 해도, 똑바로 나아가면 언젠가는 툇마루에 다다라 정원으로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좋아, 일단은 정원을 목표로 하자.

 세수라는 당초의 목적을 까맣게 잊고, 다시 이번에는 똑바로 걸어가기만 한다. 차가운 나무복도를 걷는 것도 잠시, 마침내 어딘가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압!”

 기합인 것  같다. 이 목소리는 요우무 씨인가? 그 목소리에 의지해 복도를 걷자 아까 생각대로 툇마루에 다다랐다. 그리고──거기서 요우무 씨가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아무래도 아침 연습 중인 것 같다. 연습이라고 해도 요우무 씨의 개인 훈련 같지만.

 아침 공기를 가르듯 요우무 씨가 가진 긴 검이 허공에 하얀 궤적을 그린다. 단순히 움직이기만 하는 게 아니라 가상의 상대와 대전하는 이미지 트레이닝인지 뭔지 하는 것 같다. 요우무 씨의 뒤에는 여전히 반령이 지켜보는 것처럼 둥실둥실 떠 있다.

 “──타앗!”

 높고 날카로운 기합 소리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일까. 마지막으로 머리 위로 높이 치켜든 칼을 내리꽂아 일섬을 발한 요우무 씨는 칼을 칼집에 넣었다. 후우. 하고 그녀가 숨을 내쉬자 나는 손뼉을 쳤다. 내가 있다는 것을 몰랐던 듯, 요우무 씨는 놀란 표정으로 돌아본다.

 “앗, 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열심히 하시네요.”

 “매일 하는 거라서, 그다지……할아버님의 가르침을 이해하려면 갈 길이 멉니다.”

 “할아버님──요우키 씨라고 하셨죠.”

 “네. 비를 베기 위해서는 30년, 공기를 베기 위해서는 50년, 세월을 베기 위해서는 200년은 걸린다. 그리고 진실은 베어야 알 수 있는 것이다. 라고 하셨죠.”

 그건 검술의 가르침이라기보다는 선문답의 일부분인 것 같은데.

 “할아버님께 직접 배우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하니까요. 자력으로 그 경지에 도달해야만 합니다.”

 “……요우키 씨는 어디로 가신 거죠?”

 “모릅니다. 하지만 없어진 이유가 있겠죠. 저는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이 역할, 백옥루의 정원사와 유유코 님을 지킨다는 사명을 이룰 뿐입니다……. 역시나 먼 길이지만요.”

 땀을 닦으며, 요우무 씨는 개운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신이 나아갈 길,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를 분명히 안다는 것을 행복한 것일까. 교토에서 미래설계도 없이 취업도 안 한 채 뒹굴거리고 있던 학생이었던 몸인 내가 보기에는 눈부시다.

 “요우키 씨라는 분은 훌륭한 분이었나 보군요.”

 “제 스승님이자, 동경이고, 이상이며, 끝없이 머나먼 목표입니다.”

 요우무 씨는 자랑스레 대답한다. 저렇게 가슴을 펼 수 있다는 것도 역시 눈부시다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문득 뇌리에 의문이 스친다.

 요우무 씨는, 그리고 그 할아버지인 요우키 씨는 무엇을 지키고 있는 걸까?

 요우무 씨는 유유코 씨를 지키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유유코 씨는 이미 죽어버린 망령이다. 죽어있으니 무엇이 온다 해도 생명의 위협은 받지 않는다. 물론 유유코 씨에게 적대하는 상대가 나타난다고 한다면 지키는 것이 도리이긴 하겠지만, 그런 숙적이 있긴 하단 말인가. 살아있는 손님은 오랜만이라고 유유코 씨가 말하긴 했지만──. 혹은 홍마관의 홍 메이링 씨처럼 단순히 백옥루의 문지기라는 정도의 의미일까.

 아니, 뭐. 주인이 죽지 않는 몸이거나 너무 강하다고 해서 지킬 필요가 없다는 것은 극단적인 생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대를 이어가면서까지 유지하려면 역시 그에 걸맞은 상대방이 필요한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은 평화에 익숙한 인간의 감각인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하쿠레이 레이무 씨 일행은 아직 여기까지 도착하지 못한 걸까?

 “왜 그러세요?”

 “아, 아뇨.”

 요우무씨가 물음에 나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이변의 흑막을 찾아다니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나는 아직 유유코 씨와 요우무 씨에게 전하지 않았다. 전해야 할까 하는 것을 어젯밤에 렌코와 상의해보았는데, 렌코가 “언젠가 누군가가 이변을 멈추러 온다는 건 백옥루 분들도 이미 계산에 넣었을 거야.”라며 상황을 지켜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렌코로서는, 레이무 씨가 이겨서 환상향에 봄을 되찾아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스파이 같은 짓을 할 이유가 없다.

 그제야 나는 본래의 목적을 떠올렸다. 일어나서 30분이나 지났기 때문에 이제 와서 졸음 깨우기도 뭣도 없다만 세수를 하고 싶은 것은 변하지 않는다.

 “저기, 요우무 씨. 세면실은 어디죠?”

 “아, 안내하겠습니다.”

 다행이다. 그러는 김에 머무는 객실도 겸사겸사 찾아달라고 해야겠다.

 “죄송해요, 넓어서 길을 잃어버렸어요.”

 “괜찮습니다. 저희 유령들도 헷갈려할 때가 있으니까요.”

 “……그거, 불편하지 않나요?”

 “정원은 더 넓습니다.”

 대답이 되는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아무튼 요우무 씨의 안내고 무사히 세면실에 도착한 김에 백옥루의 구조에 대해 간단히 배웠다. 백옥루의 본전은 정원인 백사의 정원(白砂の庭園)을 중심으로 ㄷ자 모양을 하고 있으며, ㄷ자의 세로획 부분이 객실 등이 있는 별채로 이어진다고 한다. 나는 별채와 본전 사이의 부분을 헤매고 있던 모양이다.

 “곧 아침 식사가 나올 겁니다. 객실에서 기다려주십시오.”

 요우무 씨는 그렇게 말하고 가려 했다. 나는 감사인사를 하고 객실로 돌아가려다, “앗, 저기──.”하고 요우무 씨를 불러 세웠다. 요우무 씨가 돌아선다.

 “아직 더 필요한 것이 있으십니까?”

 “……아, 아뇨. 아녜요, 아무것도.”

 나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문득 떠오른 의문을 묻고자 했지만, 잘 생각해 보니 첫 대면이나 마찬가지인데 너무 무례하게 많은 질문을 했다. 요우무 씨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갔다. 그 작은 뒷모습을 보며, 나는 떠오른 의문을 한숨과 함께 쏟아냈다.

 ──할아버님이 행방불명. 그야 있을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요우무 씨의 부모님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17-


 일어나 나온 렌코와 함께 불려간 곳은 커다란 방이었다.

 유유코 씨와 앨리스 씨까지 넷이서 아침식사를 했는데, 너무 호화롭지도, 너무 검소하지도 않은 백미에서 절임까지 굉장히 맛있는 이상적인 아침이었다. 유유코 씨는 상당힌 식도락가답게 음식을 맛있게 음미하면서도 은근슬쩍 요리의 비법을 정확히 파악해 요리 담당인 듯한 유령과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런 주인 아래에 있다면 어떤 요리사든 실력을 발휘할 맛이 날 것이다.

 요우무 씨는 함께 먹는 줄 알았는데, 상을 차리는 일 때문인지 다른 일 때문인지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어서 아직은 그럴 수 없는 것 같다. 종자는 힘들다.

 “잘 먹었습니다.”

 “변변찮았어. 우리 아침밥은 어때?”

 ““정말 최고였어요.””

 나와 렌코는 동시에 똑같은 말을 했다. 유유코 씨는 즐겁게 웃으며 “그거 다행이네~”하고 손뼉을 쳤다.

 “망령 같은 걸 하고 있으면, 먹는 것 밖에는 즐거울 일이 없거든~”

 과연, 맛있는 음식이 유유코 씨의 단조로운 날들에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것 같다.

 “인형사 님의 입맛에는 맞았을까?”

 “──네, 정말로.”

 앨리스 씨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맛있는 요리는 세계에 평화를 가져오는구나. 라고 절실히 생각했다. 그 아홉 개의 부드러운 꼬리와 마찬가지로 멋진 무언가다.

 그러고 보니 란 씨는 뭘 하고 있을까. 그녀의 주인이 이 백옥루에 자주 온다면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그 꼬리를 다시 껴안을 수 있을까──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유유코 씨가 느닷없이 짝 하고 손뼉을 쳤다.

 “그래, 셋 다. 오늘은 점심 즈음부터 명계의 유령들을 모아 성대한 꽃놀이를 할 예정이야. 소령악단도 불러서 떠들썩하게 할 건데 괜찮을까?”

 소령악단이라면 홍마관의 파티 때도 본 적이 있는 3인조이다. 태양의 밭에서 하고 있다는 라이브를 보러 간 적은 없지만 텐구의 신문에서 읽어본 적이 있어 알고 있다. 그녀들이 온다면 왁자지껄하게 되겠지.

 “괜찮은가요? 그렇게 오래 있어도.”

 “괜찮아. 유카리가 머지않아 너희를 데리러 올 테니까. 그 전까지는 천천히 쉬고 있으면 돼.”

 그렇다면 그 말대로 해야겠다. 하기야 애초에 돌아가라고 한다 해도 명계에서 환상향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모른다.

 “그럼, 말씀하신 대로 사양 않고 쉬겠습니다.”

 “그래, 그래. 요우무, 오늘은 바쁘겠네~”

 “유유코 님이 아니라 주로 저와 요리 담당이 말이죠…….”

 요우무 씨가 작게 한숨을 내쉰다. 그렇다면 시간도 보낼 겸 연회 준비를 돕도록 해야겠다. 그냥 얻어먹기만 하는 것도 좀 그렇고.

 ──하지만 레이무 씨 일행이 이곳에 도착하면, 어쩌면 그냥 꽃놀이가 아니게 될 지도 모른다. 그리고 혹은, 사이교우아야카시가 만개한다면──.

 나는 슬쩍 친구를 보았다. 렌코는 얼굴을 약간 찡그리고는 그저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었다.


 ──어젯밤, 그 기록을 보고 나와 렌코는 그 의미를 잠시 생각해보았다.

 기록의 《후지미의 소녀》가 유유코 씨라고 한다면 유유코 씨가 봄을 모아 부활시키려 하는 것은 유유코 씨 자신이라는 것이 된다.

 “그럼, 유유코 씨의 목적은── 자신을 되살리는 게 되나?”

 “그러게, 말이지. 유유코 씨가 우리에게 사실만을 이야기하는 거라면, 유유코 씨는 그 사실을 모르는 것 같지만 말이야. 생전의 일은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니까. 물론 그것까지 계획에 넣은 사기인지도 몰라. 아무튼, 지금 유유코 씨가 말하는 것들이 진심이라면 분명 그 기록의 문구룰 오해한 걸 거야.”

 “──뭘 오해했다는 거야?”

 “유유코 씨는 이렇게 말했어. 「사이교우아야카시에는 누군가의 시체가 봉인되어있어.」 「그 때문에 사이교우아야카시가 만개하지 않아.」──라고. 즉, 사이교우아야카시를 만개시키면 사이교우아야카시에 의해 봉인된 누군가가 부활한다고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그렇게 말하며 렌코는 기록의 문구를 가리켰다.


 그 혼, 백옥루 안에서 편히 잠들기를. 사이교우아야카시의 꽃을 봉인함으로써 결계를 만들었다.


 “사이교우아야카시가 시체를 봉인하고 있는 거라면, 이 문구는 「사이교우아야카시의 꽃으로 봉인하였다.」 또는 「사이교우아야카시의 꽃에 의해 봉인한다.」같은 문장이 되어야 해. 하지만 여기 쓰인 것은 「사이교우아야카시의 꽃을 봉인함으로써」지.”

 “즉──, 봉인되어있는 것은 시체가 아니라 사이교우아야카시 쪽이라는 거지?”

 “그렇게 봐야겠지. 누군가의 시체가 사이교우아야카시를 봉인하고 있다. 유유코 씨의 해석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거야. ──아니, 애초에 누군가의 시체라는 게 존재하긴 하는 걸까. 여기에는 단지 「그 혼」이라고만 쓰여 있어. 즉, 말 그대로 읽으면 사이교우아야카시가 만발했을 때 죽은 후지미의 소녀의 영혼을 제압하기 위해 백옥루를 사이교우아야카시 째로 봉인하고 결계를 쳤다. 그에 따라 후지미의 소녀는 환생의 고통을 겪지 않게 되었고, 영원히 안식하기를 바란다──. 라는 게 되겠지.”

 “……그렇지.”

 확실히 기록된 문장을 그대로 해석하면 그렇게 읽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유유코 씨가 시체의 존재를 확신하고 있는 건, 시신이 실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땅 속 시체의 존재를 감지하는 능력이 있을지도 모르고 말야.”

 “뭐, 그렇지. 그래서 시신이 없다고 말하지는 않은 건야. 아마 실제로 사이교우아야카시 밑에는 시체가 묻혀있겠지. 아마도, 생전 유유코 씨의 시체가.”

 “……그리고 유유코 씨는 그것을 모르고 부활시키려 하고 있다는 거지.”

 “부활시킨다라, 부활하려나? ──오히려, 그 봉인을 푸는 건 이 기록으로 추측해보면 유유코 씨가 환생하지 않도록 백옥루에 쳐진 결계를 깨는 게 돼.”

 나는 헛숨을 들이킨다. ──그렇다면.

 “그럼, 혹시 봉인을 풀면──.”

 “유유코 씨는, 환생하지 않고 명계를 관리하는 지금 상태를 벗어나 그저 환생을 기다리는 일반 유령 1이 되어버리지 않을까. ──이 명계의 사생관으로 말하자면 오히려 그쪽이 정말로 죽어버린다는 것일지도 모르겠지.”

 “────.”

 렌코의 추측이 맞는다면, 지금 유유코 씨는 천천히 자살하고 있는 셈이나 다름없다. 본인도 모르게. ──망령이 자살한다고 하는 것도 이상하긴 하지만.

 “그럼, 멈춰야 하잖아. 지금 렌코가 해낸 해석을 전해야──”

 내 말이 격해진다. 알고 있는 사람이 깨닫지 못한 채 자멸의 길을 걷고 있다면 멈추는 게 당연하다──라고, 나는 확실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렌코는 어렵다는 표정으로 턱을 괴고 있었다.

 “……렌코?”

 “맞아, 이 추측이 맞는다면 유유코 씨가 하고 있는 일은 중지해야만 하지. 그녀는 환상향에서 봄을 빼앗아, 스스로를 소멸시키려 하고 있어. 그녀가 자살할 생각도, 성불할 욕심도 없다고 한다면 더더욱 누군가가 그녀를 멈춰야만 하겠지.”

 “그렇지. 그러니까──.”

 “그럼, 요괴의 현자는 왜 그녀가 하는 일을 놔두는 거지?”

 허를 찔린 나는 눈을 깜빡인다.

 “우리를 이곳으로 보낸 요괴의 현자는 이미 유유코 씨에게 우리에 대해 설명했어. 즉, 란 씨가 동면하고 있다고 말한 현자는 이미 깨어나서 활동 중이고, 유유코 씨가 뭘 하려는 지도 알고 있을 거야. ──그리고 요괴의 현자가 유유코 씨와 유유코 씨의 살아생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 하면 애초에 이 백옥루의 결계를 만든 것 또한 요괴의 현자일지도 몰라. ──하지만 요괴의 현자라는 사람은 그 결계를 깨려는 유유코 씨를 방치하고 있어. 도대체 왤까?”

 머리를 긁적이며, 렌코는 신음한다.

 그렇다. 요괴의 현자가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면, 왜 유유코 씨를 멈추지 않는 걸까.

 “……전제가 잘못된 거 아닐까?”

 “즉, 봉인을 풀어도 유유코 씨는 소멸하지 않는다거나, 아니면──.”

 “유유코 씨가 지금 하고 있는 봄을 모으는 행위만으로는 결계는 결코 파괴되지 않는다. 라는 거겠지. 요괴의 현자가 결계를 친 당사자라면, 그것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방치하고 있는 걸 수도 있어. 어떻게 하든 결계가 깨지지 않는다면 방치해도 문제없을 거야.”

 “맞아……. 혹은 레이무 씨 일행이 이변 해결을 위해 움직이고 있으니까, 레이무 씨가 멈춰줄 거라 생각하고 있는지도 몰라. 아무튼 요괴의 현자는 어떤 이유로 현재 상황을 보고 있기만 한다는 게 되겠지.”

 “그럼, 우리도 그렇게 할까?”

 “우선은 그냥 지켜보고 있자. 유유코 씨에게 이야기하고 요괴의 현자의 반응을 보는 것도 방법이 되겠지만……. 조금 생각해봐야지.”

 이불에 턱을 괴고 렌코는 눈을 감는다. 나는 목을 스트레칭하며 “그러고 보니까 말야.”하고 이야기의 주제를 돌렸다. 그 밖에도 신경쓰이는 게 있었기 때문이다.

 “벚꽃 아래에서 죽고 싶다고 말했던 가성은 사이교 법사지?”

 “그 외에는 없을 거야. 벚꽃의 이름이 사이교우아야카시, 백옥루의 주인의 성이 사이교우지니까. 후지미는 일본화를 그릴 때 곧잘 제재로 삼을 정도로 사이교의 대명사고 말이지. 그렇다면 후지미의 소녀라고 쓰인 이상 유유코 씨는 사이교 법사의 딸이라는 게 되는데.”

 “뭐였더라, 사이교법사가 출가할 때 발로 차 떨어뜨렸다는…….”

 “그건 『사이교 이야기』의 한 일화니까 사실 여부는 불확실해. 그 후 출가해서 평생 정절을 지킨 채 살다 죽었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이것도 후세의 창작 가능성이 있지. 뭐, 사토 노리키요라는 복면 무사였던 시절의 그에게 자식이 있었다는 건 확실하지. 애초에 여우=유부를 좋아한다. 라는 것처럼 통속적인 이미지를 구현화하는 것이 환상향이라고 한다면, 『사이교 이야기』는 이 세계에서 사실이 될지도 모르지.”

 “그럼, 유유코 씨는 역시 사이교 법사의 딸이 되네?”

 “그럴 지도 모르지. 하지만……어떻게 된 걸까.”

 “또 의문이 남아?”

 “우선 이 기록의 신빙성이 문제야. 애초에 이게 누가 언제 무엇을 위해 쓴 기록일까. 그게 제대로 검증되어야 해. 역사학에는 가짜가 만연해. 그저 물리학도일 뿐인 나는 그걸 검증할 수 없어. 케이네 씨가 검증해주기라도 한다면 좋을 텐데.”

 “……그건 뭐, 확실히 그렇지.”

 말하자면, 애초부터 이 기록을 신뢰할 이유도 딱히 없다는 것이다. 다른 페이지를 해독해본다면 여러 가지를 추측해볼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게다가, 나는 역사 전문이 아니라 실제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후지미의 소녀라는 표기 자체가 이상해. 만약 이게 그 당시에 곧바로 쓰인 거라면, 사이교 법사는 이미 그 당시부터 후지미라고 불렸던 걸까? 후지미가 사이교 법사의 대명사가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그것에 따라서 이 기록의 신빙성이 이상해질 수도 있지.”

 “이 기록이 위서(僞書)일 수도 있다는 거야? ──뭣 때문에?”

 “글쎄. ──하지만 왠지 묘하게 누군가 준비해둔 것 같은 느낌이 심하게 들어.”

 “어째서?”

 “사이교우아야카시가 사이교 법사가 입적한 절의 벚꽃이라고 하는 거 말야, 사이교 법사가 정말 그 벚나무 아래에서 죽어서, 그걸 동경해서 뒤를 쫓는 사람이 늘면서 사람의 생명력을 빨아들여 벚나무가 요괴가 되었다. ──그리고 그 벚나무가 만개했을 때, 사이교 법사의 딸이 똑같이 죽는다. 그 시체에 의해 사이교우아야카시가 봉인되었다. 그렇다면 혹시 사이교 법사의 딸이 아버지 때문에 요괴화하고 만 벚나무를 봉인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친 건지도 모르지. 그게 이 백옥루의 아가씨, 사이교우지 유유코 씨지. 망령이 된 그녀는 생전의 기억이 사라진 채 그 봉인을 풀려 하고 있어. ──있지, 이거 좀 너무하다는 생각 안 들어?”

 “────.”

 “애초에 그 벚나무에 사이교우아야카시라는 이름을 붙인 건 누구지? 생전의 기억이 없다는 유유코 씨는 왜 사이교우지라는 성을 쓰고 있을까? 마치 누군가가 사이교 법사와 요괴벚나무와 백옥루의 아가씨를 인위적으로 이으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물론, 운명이라는 게 존재한다면 그건 신이 인위적으로 그렇게 이은 거겠지만. ──그녀가 환생을 하지 않는 망령이 된 것은 사이교우아야카시의 봉인을 위해 사이교우아야카시에 묶여있기 때문에……. 그래, 그러면 설명이 되긴 하지…….”

 투덜대며 중얼거리던 렌코는 신음한다.

 “뭔가 이상해, 뭔가 부자연스러워. 여기만 인과가 이렇게 모여 있어. 사이교 법사, 요괴 벚나무, 백옥루의 아가씨, 봉인. 모든 것이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유유코 씨의 죽음으로 사이교우아야카시가 봉인되고, 그로 인해 유유코 씨가 사이교우아야카시에 묶여 있다면, 왜 그녀는 기억을 잃은 걸까? 그녀가 사이교우아야카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기 때문에 슬픈 기억만 지운 것일 수도 있어. 그래, 이렇게 설명이 되긴 된다고. 인과에 대한 설명은 돼. 근데 그게 마치 누군가 미리 준비해둔 것처럼 너무 설명이 된다는 말이지──.”

 그렇게 계속 설명이 된다면 그게 맞는 게 아니냐고 나는 말하고 싶었지만, 렌코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듯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신음한다.

 “……렌코, 의문점을 정리해가면서 하는 게 좋겠어. 어려운 점은 나눠야지.”

 “──그래. 내 머릿속이 엉망이야. 머리를 식혀야겠어.”

 렌코는 숨을 내쉬며 이불을 뒤집어썼다.

 “일단 자자, 한 번 쉬고 나서 생각해봐야겠어.”

 “그게 좋아. 피곤한 머리로 생각해봐도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을 거야.”

 “응. ──잘 자.”

 “잘 자.”

 ──라는 게, 어젯밤 이야기였다.


 요우무 씨가 연회를 준비하러 가고 앨리스 씨는 어딜 가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다. 나는 오늘 아침 요우무 씨의 모습을 보고 생각난 의문을 렌코에게 귀띔했다. 렌코의 생각에 뭔가 힌트가 될 지도 모른다.

 “……요우무 씨의 부모님?”

 “응. 요우키 씨가 할아버지라면 그 사이에 부모님이 있을 거 아냐.”

 내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자 렌코는 한차례 낮게 신음했다. ──그리고 렌코는 유유코 씨에게로 얼굴을 돌렸다.

 “유유코 씨는, 오늘 한가하세요?”

 “응? 한가하냐고 물어보면 매일매일이 한가하지~”

 “그렇다면 이야기를 좀 듣고 싶은데요.”

 렌코의 말에, 유유코 씨가 눈을 가늘게 뜬다.

 “무슨, 이야기?”

 “──요우무 씨의 할아버지, 선대 정원사인 콘파쿠 요우키 씨에 대해서요.”




 -18-


 “요우키?”

 뜻밖의 이름을 들었다는 듯 유유코 씨의 눈이 크게 뜨였다.

 “요우키가 뭐 어쨌다는 걸까~?”

 “아뇨, 대체 어떤 분인가 알고 싶어서 말이죠.”

 “어떤 사람이냐고 해도 말이지~”

 유유코 씨는 턱에 손가락을 대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요우무 씨의 검술 스승으로, 매우 엄격한 스승이었다고 어제 들었습니다만.”

 “그래~ ……다시 생각해보면, 그 이상으로 요우키에 대해 말할만한 건 거의 없어.”

 처음부터 그렇게 물을 걸 알고 있었다는 듯 유유코 씨는 고개를 끄덕인다.

 “요우키는 언제나 과묵하고, 엄격해서 맞춰주기 어렵고~ 정원을 둘러보고 있던가, 툇마루에서 조용히 명상을 하고 있던가, 요우무를 가르치고 있는……. 그 정도의 모습밖에 본 적 없어. 장난을 치려고 해도 곧바로 알아차려버리고, 나 역시도 거의 말을 섞지 않았고~”

 “300년 정도 정원사를 하고 계셨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는 몇 년 전쯤에 사라지신 거죠?”

 “어땠더라~ 이렇게 살고 있으면 1년도 100년도 똑같이 느껴지니까 잘 모르겠어.”

 “그렇군요. ──요우키 씨는 1000년 전에 사이교우아야카시의 꽃을 본 적이 있으시다고 하시던데, 반인반령은 꽤 오래 사는군요.”

 “맞아~ 절반이 유령이니까. 나는 기억이 안 나지만, 요우키가 있었다면 저 벚나무를 만개시키는 방법도 알고 있지 않았을까~”

 자리에서 일어난 유유코 씨는 장지문을 활짝 연다. 백사(白砂)에 뒤덮인 정원이 거기에 펼쳐진다. 하늘하늘하고, 어디선가 벚꽃 잎이 날아와 그 위에 하나 둘 쌓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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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유코 씨.”

 “왜?”

 “요우키 씨는 왜 유유코 씨를 섬긴 거죠?”

 “──────.”

 질문의 의미를 알 수 없다는 듯, 유유코 씨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요우키는 내 종자라고~?”

 “……그렇죠.”

 렌코는, 굳이 거기서 더 질문하지 않았다. 끝이 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감사합니다. 뭔가 연회 준비를 하는 데 도울 게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손님에게 그런 걸 시킬 수는 없어.”

 유유코 씨는 부채로 입가를 가리며 웃었다. 렌코는 맞웃으며 “아, 그럼 조금 기록하고 싶은 게 있는데 붓이랑 종이를 좀 주실 수 있을까요?”하고 유유코 씨에게 물었다.


 “──그래서, 뭔가 알았어?”

 “알았는지, 알지 못했는지. 잘 모르겠어.”

 종이와 붓, 먹과 벼루를 받아 방으로 돌아온 내가 그렇게 묻자 렌코는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어젯밤에도 말했지만, 사이교우아야카시와 유유코 씨의 관계는 모두 그 기록에서 추측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논리적인 설명이 붙어.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그 이외에는 모든 것이 애매하고 부자연스러워. 이 백옥루는,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는 사이교 법사─유유코 씨─요괴벚꽃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그 세부 사항의 모호함을 가리기 위해 마련된, 그냥 알기 쉬운 이야기로 하여금 다른 이들의 눈을 돌리기 위해 준비된 스토리에 불과할지도 몰라.”

 “……무슨 얘기야?”

 “어제 메리가 말한 대로, 의문점을 정리해 보자.”

 하고, 렌코는 받아온 종이를 향해 붓을 들었다.


 사이교우지 유유코 씨에 대한 수수께끼

 1. 그녀는 정말 사이교 법사의 딸인가.

 2. 사이교 법사의 딸이라면 『사이교 이야기』에 등장하는 딸인가, 혹은 다른 사람인가.

 3. 생전의 그녀는 왜 사이교우아야카시가 만발했을 때 죽었는가.

 4. 그녀는 왜 환생하는 것을 멈추고 백옥루에서 망령으로 살게 되었는가.

 5. 그녀는 왜 생전의 기억을 잃었는가.

 6. 그녀는 왜 기록에 쓰인 《후지미의 소녀》를 자신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7. 사이교우지 유유코라는 그녀의 이름은, 생전의 본명인가.


 사이교우아야카시에 대한 수수께끼

 1. 사이교우아야카시란, 사이교 법사가 입적한 히로카와사(弘川寺)의 벚나무가 맞는가.

 2. 누가 그 벚나무를 사이교우아야카시라고 이름붙였는가.

 3. 사이교우아야카시는 왜 유유코 씨의 영혼과 함께 봉인되어야만 했는가.


 콘파쿠 요우키 씨, 요우무 씨에 대한 수수께끼

 1. 요우키 씨는 생전의 유유코 씨와 어떤 관계였으며, 무슨 일로 종자가 되었는가.

 2. 요우키 씨는 왜 사라졌으며, 어디로 갔을까.

 3. 300여 년 정도 정원사를 하고 있었다고 했는데, 사이교우아야카시가 마지막으로 만개한 것은 1000년 전이라고 한다. 그가 없어진 것이 언제인지를 모르지만 그 남은 수백 년간 그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4. 요우키 씨와 요우무 씨 사이에 있어야 할, 요우무 씨의 부모님은 어디로 갔는가.

 5. 콘파쿠 요우키는 본명인가, 혹은 어떤 의도로 자칭한 이름인가.


 시계열과 기록에 대한 수수께끼

 1. 사이교 법사가 죽은 것은 12세기 말이니, 800년 정도 전이다. 사이교우아야카시의 마지막 만개가 1000년 전이라는 것은 계산이 맞지 않는다.

 2. 그 기록은 누가 무엇을 위해 남겼는가.

 3. 기록의 후지미는 정말 사이교 법사를 가리키는 것인가.


 요괴의 현자의 수수께끼

 1. 일련의, 유유코 씨와 사이교우아야카시의 과거에 요괴의 현자는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가?

 2. 요괴의 현자는 왜 현재 유유코 씨의 행동을 막으려 하지 않는가.

 3. 요괴의 현자는 왜 우리를 백옥루에 보냈는가.


 “이 정도인가.”

 “……홍마관 때도 그랬지만, 이렇게 보니 또 수수께끼투성이네. 홍마관 때는 대충 설명을 붙였지만 이번에도 가능하겠어?”

 “그러게 말야, 요우키 씨나 요괴의 현자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듣는다면 대부분의 수수께끼는 추리할 것도 없이 풀리겠지만 말이지. 상대가 진실을 말한다면.”

 “그런 의미에서는 미스터리 소설의 명탐정이라기보다는 하드보일드 소설의 탐정이 되네. 요우키 씨를 찾아서 이야기를 듣는다라, 실종된 사람을 찾는 것도 하드보일드 파 이야기고 말야.”

 “뭔가 단서가 있다면 말이지. 요우키 씨가 구체적으로는 언제쯤 없어진 것인지 요우무 씨에게 듣고 싶지만, 오늘은 요우무 씨가 바쁠 테니…….”

 렌코는 팔짱을 끼고 한숨을 토해낸다.

 “하지만 말야. ──어쩌면, 백옥루의 수수께기도, 성질적으로는 홍마관과 마찬가지라 생각해.”

 “그렇단 얘기는?”

 “아마 유유코 씨의 잃어버린 기억 속에는 누군가가 숨기고 싶어 하는 비밀이 있을 거야. 요괴의 현자나, 요우키 씨라든가 말이지. ──그 비밀을 덮기 위해 표면적인 이야기를 준비한 것이 아닐까 싶어. 그건 그냥 어디까지나 겉으로 그런 거라고 받아들이면 된다는 거고, 세부 사항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다양한 수수께끼가 생기지.”

 “그게 방금 렌코가 나열한 수수께끼들이라는 거지?”

 “그렇지. 사이교우아야카시와 유유코 씨의 숙명적인 이야기의 이면에는 뭔가 커다란 비밀이 있을 거야. 아가씨의 생전의 기억이 사라진 것이 누군가가 일부러 한 거라면──요우키 씨가 사라진 것도 그에 관여하고 있는지도 몰라.”

 침묵이 찾아왔다. 나는 친구의 얼굴을 바라보며 문득 물었다.

 “……있지, 렌코. 우리가 그걸 해명할 권리가 있긴 한 걸까?”

 “응?”

 “숨기고 싶은 것이, 만약 밝혀지게 되면 아무도 행복하지 않게 되는 부류의 비밀이라면? 우리에게 그걸 폭로할 권리가 있을까? 적어도 사이교우아야카시와 유유코 씨의 관계는 그 기록에 의해 논리적으로 성립해. 누군가가 유유코 씨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그런 이야기를 만든 거라면, 그걸로 된 거 아닐까?”

 “──명탐정의 숙업(宿業)이라는 이야기가 되네.”

 렌코는 머리를 긁적이며 한숨을 쉰다.

 “그래, 이건 원래 가만히 놔둬야 할 문제야. ──하지만, 그렇다면 요괴의 현자가 우리를 여기에 보낼 필요가 없었겠지. 레이무 씨라면 이런 의문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이번 이변을 해결할 테고, 그걸 무용담으로써 아큐 씨에게 이야기하면 표면상의 이야기가 환상향의 역사로 확정돼. 그렇지만 요괴의 현자는 우리를 백옥루에 보냈어. 뭣 때문일까?”

 “────.”

 “우리에게, 뭔가를 요구하는 거야. 요괴의 현자, 메리의 닮은꼴인 그 사람이. 우리가 이 이변의 흑막인 유유코 씨 옆에서 뭔가를 해줬으면 하는 거라고. 그게 유유코 씨를 막는 것인지 유유코 씨의 과거를 폭로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어느 쪽이든, 수수께끼를 앞에 두고 가만히 있는 인간은 오컬트 서클이나 탐정사무소 따위는 하지 않겠지. 안 그래, 메리?”

 “……그래.”

 “정확한 판단에는, 정보 수집이 필수야. 우리가 알 수 있는 범위의 것들을 먼저 알아보고 나서 생각하자.”

 렌코는 일어선다. 나는 렌코를 올려다보았다. 렌코는 씨익 하고 평소와 같은 고양이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손을 뻗었다.

 “우선은, 요우무 씨를 도우러 가 볼까.”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럴까.”하고 대답하고 렌코의 손을 잡았다.


 우리는 우선 커다란 방을 목표해 걷고 있었다. 그러자 유령들이 둥실둥실 오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유령들이 많이 돌아다니는 쪽으로 가면 연회 준비를 하는 곳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는 렌코의 추측은 확실히 맞았다.

 그렇게 방향을 잡은 우리는 부엌으로 보이는 방에 겨우 도착했다. 하지만 거기에는 유령들이 있을 뿐, 요우무 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손발도 없는 푹신푹신한 유령이 어떻게 요리를 한다는 걸까──.

 “요우무 씨는 안 계시나요?”

 렌코가 그렇게 묻는다. 유령은 말할 수 없는 게 아닌가──하고 생각했지만, 이쪽의 말은 들을 수 있는 듯, 유령 한 마리(마리라고 세어도 괜찮을까?)가 그 꼬리(?)로 보이는 얇은 부분을 들어 한 방향을 가리켰다. 그 쪽에는 뒷문으로 보이는 문이 있었다.

 “바깥에 있다는 건가요?”

 꾸벅꾸벅하고 유령이 상하로 이동한다. 맞는다는 의미인 것 같다.

 “어머나, 요우무라면 소령악단을 마중하러 나갔는데~”

 하고, 유유코 씨가 불현듯 부엌에 얼굴을 내밀고 말했다.

 “소령악단이요? 아, 밤 벚꽃 놀이 때문에──.”

 “맞아, 그렇지~ 요우무한테 무슨 일이야? 아니면 만드는 중인데 음식 맛이라도 좀 보게?”

 “아뇨, 별 일 아닙니다. 실례할게요.”

 가볍게 손을 흔들며 부엌을 뒤로 하고 렌코는 얼굴을 찡그린다.

 “역시 백옥루의 아가씨, 방심할 수 없어.”

 “어떡할래?”

 “어쩔 수 없지. 정원이라도 둘러볼까? 아니면 고문서 해독이라도 해 볼래?”

 시간을 보내는 것도 꽤 힘든 일이다. 저녁의 벚꽃 구경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있다. 산책을 하면서 우리 명탐정 님의 생각이 정리되기를 기다려보자. 아참, 레이무 씨 일행은 여기에 잘 도착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나는, 그때는 알 수 없었다.

 그 시각, 무한히 이어질 듯한 백옥루의 돌계단에서 콘파쿠 요우무 씨가 세 명의 불청객들과 대치하고 있었다는 것을.

 ──춘설이변의 종장이, 곧 여기까지 쫓아왔다는 것을.




(*1) 『한 권으로 읽는 일본 문학사』, 한국학술정보 펴냄, 저자 민병훈 2011년판 제3장 가마쿠라ㆍ무로마치 시대(중세)의 문학 – 1. 와카(和歌) - 『산카슈(山家集)』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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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소설은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가 따로 있어서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림을 그려주는 것입니다. 게임 원작 같은 게 아닙니다.


이제 반을 넘겼습니다. 10/22까지는 시험 기간인 관계로 역질을 쉽니다. 7화는 빠르면 23일에 올라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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