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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대포킬러'를 아십니까, 30분 만에 한 손 가득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7.22 13:50:59
조회 7134 추천 5 댓글 2
서울 '대포킬러' 시스템 가동 이후 불법 전단지 급감
'전화로 전화를 막는다' 골목 풍경 바꿔
신촌·종로선 자취 감춰…유흥지 수유리·등촌동은 '잔존'
시 관계자, "신종수법 등도 대응책 강구 중...시민 신고도 필수"


지난 15일 서울지하철 2호선 신촌역 입구 인근에 설치된 공사 가림막에 광고 전단지의 흔적만 남아있다. 사진=최승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찌라시? 본 지 오래됐어요."
지난 15일, 30도를 훌쩍 넘긴 오후 서울 종로 3가 골목. 전신주와 가로등, 쓰레기봉투 주변을 샅샅이 훑었지만 평소 익숙한 풍경에서 무언가 하나 빠져 있었다. 불법 전단지, 이른바 '찌라시'였다. 종로 거리에서 만난 노모씨(70)는 "최근 찌라시를 본 적 있냐"는 물음에 주변을 둘러보며 답했다.

같은 날 신촌의 대학가 골목과 지하철역 앞 공사장, 폐상가 입구를 둘러봤지만 전단지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한때 전단이 수북이 붙어있던 공사 가림막에는 테이프 자국만 남아 있었다. 서대문경찰서 관계자는 "주기적으로 시와 경찰이 불법 전단물 합동단속을 한다"며 "지난 1년 사이 찌라시가 90%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엔 서울시의 불법 광고 차단 시스템 '대포킬러'가 있다. 시민이 신고한 불법 광고 번호에 자동으로 전화를 걸어 광고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구조다. '전화로 전화를 막는다'는 단순한 원리로 서울 골목의 풍경을 바꾼 것이다. 대포킬러에 대해 시 민생사법경찰국 관계자는 "신고한 번호는 금융감독원 등록 여부를 확인하고 시스템에 등록한다"며 "해당 번호로는 무제한 통화가 시도돼 사실상 사용이 불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2017년 대포킬러 도입 직후 6173건에 달하던 번호 정지 건수는 꾸준히 줄어 지난해 1374건을 기록했다. 또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 불법 대부업, 성매매 광고 등 총 473건의 번호를 시스템에 등록했다. 이와 함께 시는 올해 초까지 종로, 신촌, 강남 등 주요 번화가를 중심으로 불법 전단지 단속을 이어왔다.

(왼쪽) 지난 16일 수유리먹자골목 인근에서 30분간 10여개의 '찌라시'를 수집했다. (오른쪽) 같은 날 수유리먹자골목의 한 건물 실외기에 수십개의 불법 대부업광고 전단지가 붙어있다. 사진=최승한 기자

그러나 불법 전단지가 완전히 모습을 감춘 것은 아니었다. 지난 16일 수유리 먹자골목. 에어컨 실외기와 주차금지 표지판에 전단이 여럿 붙어 있었다. 30분간 수거한 전단만 해도 한 손 가득이었다. 직접 전화를 걸어보니, 상대방은 "얼마가 필요하냐"며 자연스럽게 응대했다. 불법 여부를 묻자 "없던 일로 하자"며 전화를 끊거나, 일부는 문자로 명함과 사진을 보내며 대화를 이어가려 했다. 20개가 넘는 번호 중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정식 업체는 단 3곳뿐이었다. 유흥밀집지인 수유리에서 광고에 가장 쉽게 노출되는 건 유흥가 여성들이었다. 수유리 여성인권센터 '보다' 관계자는 "센터 상담 중 가장 많은 비중이 불법 대부업과 연관됐다"며 "거리 전단지만 없어져도 대부업 피해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지난 17일 강서구 중고차 매매단지에서도 유사한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카드대출', 'NO 신용' 같은 문구가 적힌 전단이 전신주, 신호등마다 붙어 있었고, 전단 디자인은 비슷했지만 전화번호는 모두 달랐다. 인근의 부동산 중개업자 오모씨(55)도 "중고차단지 내에서 급전이 필요한 매매자를 노리고 불법 광고가 이뤄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지역의 대출업 관계자는 "정식 업체는 중고차 매매단지와 계약을 맺고 있어 전단을 뿌리진 않는다"며 "이런 건 대부분 대포폰으로 홍보하는 불법 광고"라고 주장했다.

지난 17일 강서구 등촌동 중고차매매단지 인근 쓰레기통, 광고물, 전신주, 신호등에 불법 대부업 광고 전단지가 붙어있다. 사진=최승한 기자

최근에는 전화번호 대신 QR코드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아이디를 남기는 신종 수법도 등장하고 있다. 대포킬러가 통화는 막아도 문자는 막을 수 없다는 점도 지적된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현재는 전화번호 차단만 가능하지만, QR코드나 링크 형태는 접속 차단이나 서버 삭제 등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며 "실시간 배포되는 모든 찌라시를 단속하긴 어려운 만큼 시민의 적극적인 신고가 필요하다"고 부탁했다.

425_sama@fnnews.com 최승한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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