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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2초로 외로움 달래는 MZ들의 생존법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6.04.30 16:15:21
조회 2752 추천 1 댓글 10
개인주의 속 관계 욕구...트렌드 된 '저강도 연결'
자취생·취준생·직장인까지 '생존신고형 소통' 확산
"일시적 현상 아냐...가이드라인 마련 필요"


기자 역시 자주 만나지 못하는 대학생 사촌들과 방을 만들어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 몇 초짜리 영상이 전부지만 서로의 하루를 자연스럽게 알게 되면서 대화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사진=셋로그 캡쳐
#.서울에서 자취 중인 대학생 A씨(22)의 휴대폰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2~3초짜리 짧은 영상이 뜬다. 영상에는 친구들이 카페에서 노트북을 켜는 모습, 집에서 라면을 끓이는 장면 같은 사소한 일상들이 담겨 있다. A씨는 "굳이 대화를 이어가지 않아도 서로 무엇을 하고 지내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며 "혼자 있는 시간은 그대로지만 예전보다 덜 외롭다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파이낸셜뉴스] 최근 2030세대 사이에서 짧은 일상 영상을 통해 가까운 지인들과만 연결되는 폐쇄형 소통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친구나 가족 등 소수 인원끼리 소규모 방을 만들어 순간의 일상을 공유하는 구조로, 불특정 다수와 소통하는 기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달리 '내 사람들'과만 관계를 이어가는 형태다. 바빠진 일상에 더해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화되면서 과도한 관계 부담은 피하되 필요할 때는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하는 심리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30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소수의 지인들과 짧은 일상을 공유하며 느슨하게 연결되는 방식의 '셋로그(Setlog)' 애플리케이션(앱)이 MZ세대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참여자들은 1시간 간격으로 울리는 알림에 맞춰 2~3초 분량의 짧은 영상을 즉석에서 촬영해 공유한다. 출근길 풍경이나 식사 메뉴, 일하는 모습 등 특별한 연출 없이 순간의 일상을 기록하는 것이 특징이다.

같은 방 이용자들은 영상에 댓글이나 반응을 남기며 가볍게 소통할 수 있고 하루가 지나면 각자가 올린 영상이 자동으로 이어져 하나의 브이로그 형태로 정리된다. 인스타그램, 스레드 등 기존의 공개형 SNS처럼 잘 나온 사진을 고르거나 긴 글을 작성할 필요가 없어 부담이 적다는 평가다. 불특정 다수의 시선과 반응을 의식해야 하는 부담이 없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대학생 이모씨(21)는 "인스타그램은 올릴 때마다 신경 쓸 게 많았는데 (셋로그의 경우) 순간을 찍어 올리면 끝이라 부담이 적고 지인들 일상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 같은 폐쇄형 SNS가 호응을 얻는 배경에는 '개인주의'와 '관계 욕구'가 동시에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혼자 있는 시간을 중시하면서도 관계의 끈은 유지하려는 경향이 '저강도 연결'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자취생이나 취업 준비생처럼 가족이나 지인과 물리적으로 떨어져 지내는 경우는 물론 학업이나 업무로 바빠 시간을 내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대학생·직장인들에게도 짧은 영상 하나로 서로의 근황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리적 장벽이 낮다. 일종의 '생존신고' 수단으로 기능하는 셈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2030세대의 경우 혼자 있는 것에 편안함을 느끼면서도 완전히 혼자가 아니기를 원하는 특성이 있다"며 "타인과 같이 있을 수 없는 상황에서도 소수 지인들과의 연결을 통해 외로움을 극복하고 싶어하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라고 짚었다.

이용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취업준비생 김모씨(27)는 "하루 종일 혼자 있는 날에도 셋로그 방에 영상을 올리면 연결돼 있다는 느낌이 든다"며 "친구가 짧게라도 반응을 남겨주면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된다"고 전했다. 직장인 박모씨(31)도 "형제들만 묶어 방을 만들었는데 별다른 대화를 하지 않아도 서로 잘 지내는지 확인할 수 있어 관계가 더 부드러워진 느낌"이라고 미소 지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인터넷과 전자기기에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 Z세대가 늘어나고 개인화 경향이 강화되면서 이러한 흐름이 일시적 유행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관계에 따라 일상 공유가 과도한 관찰이나 감시로 이어지는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시월 건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콘텐츠의 적절성이나 타인의 프라이버시 침해 여부 등에 대한 관리 필요성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사용자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교육이 명확히 시행되지 않을 경우 예상치 못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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