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 교육환경법 위반 1545건 적발 업주·간판만 바꿔 같은 장소서 재영업 "부처별 칸막이 넘어 통합 관리 필요"
[파이낸셜뉴스] 최근 5년간 학교 주변에서 영업하다가 적발된 유해업소가 1500곳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속 이후 업주와 상호만 바꿔 같은 장소에서 재영업하다 적발된 사례도 잇따랐다. 전문가들은 불법 사업자 제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반복 적발된 건물을 중심으로 한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15일 파이낸셜뉴스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교육환경 보호구역 내 업소 대상 단속 현황'에 따르면 학교 경계 200m 이내에서 영업하다 적발된 유해업소는 2022년부터 올해 4월까지 총 1545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보면 2022년 314건, 2023년 330건, 2024년·2025년 각각 353건이었다. 올해는 1~4월에만 195건이 적발돼 단순 환산 시 연간 단속 건수가 500건을 넘을 가능성도 있다.
교육환경법은 학교 주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학교 경계선으로부터 직선거리 200m 이내 교육환경보호구역에서 유해 영업행위를 제한하고 있다. 유해업소에는 유흥주점, 성인PC방, 사행성 게임장 등이 포함된다.
전문가들은 단속 건수 자체보다 반복 적발 양상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순한 사업자 단위 규제만으로는 재영업을 막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성매매 업소의 경우 실제 운영자는 그대로 둔 채 바지사장을 내세우거나, 업소명만 바꿔 같은 장소에서 영업을 이어가는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 1월 서울 동대문구에서는 학교 주변에서 약 40년 동안 운영된 200평 규모의 불법 안마시술소가 적발됐다. 경찰은 과거에도 해당 업소에서 여러 차례 성매매 알선 행위가 적발된 점 등을 토대로 수십년간 성매매가 이뤄졌을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 3월 부산에서는 초등학교 인근 마사지업소가 상호와 업주를 바꿔 성매매 알선 영업을 이어가다 다시 적발된 바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업소 입장에서는 결국 돈벌이가 되는 구조다 보니 단속으로 일시 중단했다가도 다시 영업하려는 시도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관리가 필요하지만 이를 담당할 전담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현실적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복 적발된 사업자뿐 아니라 단속 이력이 있는 '건물' 자체에 대한 허가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같은 장소에서 다시 사업자 등록이 이뤄질 경우 현장 실사나 실제 운영자 확인 절차 등을 강화해 건물주의 관리 책임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다.
신이철 원광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건물 자체에 처분이 이뤄질 경우 건물주 역시 임대 과정에서 업종과 운영 실태를 보다 적극적으로 살펴볼 수밖에 없게 된다"며 "현장 실사를 의무화하면 간판이나 명의만 바꾼 채 외관을 유지하며 재영업하는 사례도 확인할 수 있어 실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짚었다.
유해업소 관리 체계가 여러 부처로 분산돼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유흥주점·단란주점은 식품위생법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안마시술소는 의료법과 '안마사에 관한 규칙' 등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각각 관련 법령과 기준을 담당한다.
성매매처벌법 관련 수사, 처벌은 경찰과 법무부 소관이며 성평등가족부는 성매매 방지 관련 지도점검과 피해자 보호 업무를 맡고 있다. 실제 영업정지나 자진철거 계고, 이행강제금 부과, 철거 조치 등 행정처분은 지자체가 수행하는 구조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유해업소 전반을 총괄 관리하는 중앙 단위 주무부처나 컨트롤타워가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각 부처가 개별 법령만 담당하는 '칸막이' 구조 속에서 지자체별로 관리·처분이 이뤄지다 보니 통일된 기준이나 정보 연계 체계도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인허가나 신고 없이 사업자등록만으로 영업이 가능한 '자유업종'은 별도 규제 법률이 없어 사전 관리가 어려운 사각지대로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단속·행정처분·수사 정보가 실시간으로 연동되지 않으면 업주 변경이나 재영업 과정에서 허점을 악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전국적인 실태 분석을 바탕으로 최소한의 통합 지침이나 관리 기준 정도는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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