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갤러리 안 생김새는, 보통 글보다 조금 높게 공지 글이 올라 있고, 커동이는 왼편에서 들어와서 바른편으로 빠지게 돼 있다. 네 사람의 커파 장교와, 화석 대표가 한 사람, 합쳐서 다섯 명. 그들 앞에 가서, 걸음을 멈춘다. 앞에 앉은 장교가, 부드럽게 웃으면서 말한다.
"동무, 앉으시오."
명준은 움직이지 않았다.
"동무는 여친은 어느 컨셉이 찰떡이라고 생각하시오?"
"여친 떽띠 예-아"
그들은 서로 쳐다본다. 커파 장교가, 윗몸을 테이블 위로 바싹 내밀면서, 말한다.
"동무, 떽띠야말로 억지 컨셉이요. 멋짐과 떽띠도 구분 못하는 이들 사이에 가서 어쩌자는 거요?"
"리다 떽띠 예-아"
"다시 한 번 생각하시오.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정이란 말요. 자랑스러운 커파의 자리를 왜 포기하는 거요?"
"옌니 떽띠 예-아"
이번에는, 그 옆에 앉은 장교가 나앉는다.
"동무, 지금 커파 공화국에서는, 커여운 여친콘을 줄줄이 만들고 있소. 동무는 누구보다도 고닉을 판 보람을 느끼게 될 것이며, 1일 1콘을 달리더라도 10년은 모자라지 않게 될 것이오. 전체 인민은 동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소. 고향의 초목도 동무의 개선을 반길 거요."
"으나 떽띠 예-아"
그들은 머리를 모으고 소곤소곤 상의를 한다. 처음에 말하던 장교가, 다시 입을 연다.
"동무의 심정도 잘 알겠소. 닥눈삼 생활 동안 떽파들의 간사한 꼬임수에 유혹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도 용서할 수 있소. 그런 염려는 하지 마시오. 공화국은 동무의 하찮은 잘못을 탓하기보다도, 동무가 여친과 버디에게 바친 충성을 더 높이 평가하오. 일체의 먹금 행위는 없을 것을 약속하오. 동무는……"
"유주 떽띠 예-아"
화석 대표가, 날카롭게 무어라 외쳤다. 설득하던 장교는, 증오에 찬 눈초리로 명준을 노려보면서, 내뱉었다.
"좋아."
눈길을, 방금 도어를 열고 들어서는 다음 유동에게 옮겨 버렸다. 아까부터 그는 설득자들에게 간단한 한마디만을 되풀이 대꾸하면서, 지금 다른 곳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을 광경을 그려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도 자기를 세워 보고 있었다.
"자넨 첫 입덕이 여친인가?"
"……"
"음, 머글 출신이군."
설득자는, 앞에 놓인 서류를 뒤적이면서,
"떽파라지만 막연한 얘기요. 여친을 처음 띄워준 파워 청순 컨셉보다 나은 컨셉이 어디 있겠어요. 다른 컨셉을 파본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얘기지만, 결국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는 걸 안다구 하잖아요? 당신이 지금 가슴에 품은 꿈은 나도 압니다. 여자친구가 과도기적인 여러 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는 걸 누가 부인합니까? 그러나 파워 청순 컨셉엔 전통이 있습니다. 걸그룹에게는 무엇보다 일관성 있는 팀 컬러가 소중한 것입니다. 당신은 4% 소수민족으로 살면서 그걸 느꼈을 겁니다. 버디로서……"
"신비 떽띠 예-아"
"허허허, 강요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우리 버디 한사람이, 억지로 떽띠 컨셉을 밀겠다고 나서니, 같은 버디로서 어찌 한마디 참고되는 이야길 안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이곳에 11만 버디의 부탁을 받고 온 것입니다. 한 사람이라도 더 건져서, 파워 청순 컨셉으로 다시 돌아오라는……"
"엄지 떽띠 예-아"
"야 시발 양심이 있으면 엄떽은 하지 말아야지"
"엄지 떽띠 예-아"
"......여친 같이 다재다능한 팀일 수록 다른 컨셉을 파고 싶은 욕심이 많은 법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제 몸을 없애 버리겠습니까? 종기가 났다고 말이지요. 청순 컨셉을 잃는 건 정체성의 손실입니다. 당신은 아직 늦덕이 아닙니다. 우리 버디들에게는 할 일이 태산 같습니다. 나는 당신보다 입덕을 약간 더 빨리 했다는 의미에서, 같은 버디로서 충고하고 싶습니다. 세젤청이 소속된 그룹으로서, 역사와 전통을 지켜 주십시오. 낯선 컨셉을 미느라 고생하느니, 그쪽이 당신 개인으로서도 행복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나는 당신을 처음 보았을 때, 대단히 인상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뭐 어떻게 생각지 마십시오. 같은 소대에 있던 녀중생처럼 여겨졌다는 말입니다. 만일 같이 짤을 찌는 경우에, 개인적으로 마이너 갤러리를 제공할 용의가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명준은 고개를 쳐들고, 반듯하게 된 갤러리 천장을 올려다본다. 한층 가락을 낮춘 목소리로 혼잣말 외듯 나직이 말할 것이다.
"여친 떽띠 예-아"
설득자는, 손에 들었던 유구봉으로, 테이블을 툭 치면서, 곁에 앉은 소 사장을 돌아볼 것이다. 소 사장은, 어깨를 추스르며, 눈을 찡긋 하고 웃겠지.
나오는 문 앞에서, 옃드컵에 투표하고 갤을 나서자, 그는 마치 재채기를 참았던 사람처럼 몸을 벌떡 뒤로 젖히면서, 마음껏 웃음을 터뜨렸다. 눈물이 찔끔찔끔 번지고, 침이 걸려서 캑캑거리면서도 그의 웃음은 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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