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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장편연재] 즐거운 토모 16. 키리시마 2화

플스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1.30 04: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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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그러고보니까 의원님 결혼한다 하더라.”

 “결혼?”

 츠즈라누키 이치카가 결혼을? 마츠시타는 놀란 얼굴을 했다. 얼마전 만났을 때도 자신에게 그런 연은 없다 말했던 그녀였다. 자신에게 숨기고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그 사이에 일어난 일인가. 뭐가 되었건 놀랄 일이었다.

 “아직 이야기만 하고 있는 상태긴 해. 키리시마 건설의 회장 아들이랑 한다더라. 역시 중의원 정도 되면 배우자도 급이 다른 가봐.”

 토오노는 부럽다는 얼굴로 말했다.

 “아, 의원님한테는 절대로 내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하진 말아줘. 기사로도 내주지 말고. 이건 오프레코드니까.”

 “걱정마. 내가 그럴 사람이냐.”

 “기자잖아.”

 “그런 기자 아냐.”

 기자를 뭐라 생각하는 거야. 게다가 마츠시타는 그런 가쉽거리 기사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녀가 관심이 있는 건 오직 사회문제뿐이었다.

 “안그래도 의원님도 걱정하시긴 해. 젊은층 지지도가 높은 편인데 아무래도 기업 회장 가문이랑 결혼하면 반대여론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그것 때문에 다들 예민한 편이기도 하고.”

 토오노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긴. 서민들의 편이라고 하는 의원이 부자와 결혼한다면 자신의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소리를 들을지도 몰랐다.

 “자민당 같은 대형정당이면 몰라도 우리 같은 소규모정당은 그런쪽에 아무래도 민감해서 말야. 나로서는 왜 하필 그런 사람이랑 결혼하려 한 건지 모르겠지만 뭐, 사랑이란 사람마다 다를테니까.”

 “잠깐. 키리시마라는 거 어디서 들어본 거 같은데.”
 
 마츠시타는 기억을 더듬으며 말했다. 어디선가 본 적 있는 회사였다. 그리고 뭔가 불안함이 같이 전해졌다.

 “큰 건설회사니까 어디선가 들어본 거 아냐? 중소기업도 아니고 나름 큰 대기업이야. TV나 길거리에서 들어본 거겠지.”

 토오노는 별 거 아니라는 듯 말했지만 마츠시타는 찜찜함을 감출 수 없었다.

 “마츠시타. 그 문서에 있었어.”

 토모의 말이었다. 그제서야 마츠시타는 그 이름을 떠올렸다.

 “아 맞아. 장부. 토모, 그 장부 보여줄 수 있어?”

 마츠시타의 말에 토모는 가방에서 태블릿을 꺼내 조작을 하더니 마츠시타에게 건네주었다. 화면에는 야마다조가 키리시마 건설에 납품한 목록이 적혀있었다.

 “토오노, 이거 잠깐 봐볼래? 내가 입수한 야쿠자의 장부야. 야쿠자가 키리시마 건설과 거래를 한 내역이야.”

 마츠시타는 토오노가 운전하면서 편하게 볼 수 있도록 대시보드쪽으로 태블릿을 올려주었다.

 “뭐야. 그냥 납품영수증이잖아. 내용물은 다 건설자재고. 야쿠자라 해도 양지사업쪽으로 연결된 거겠지.”

 토오노는 문서를 대강 훑어보고는 말했다. 어쩌면 토오노의 말이 맞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마츠시타에게는 확증은 없었지만 야쿠자가 불법적인 사업에 관여하고 있다는 심증이 있었다. 그리고 이 문서에도 그 심증이 남아있었다.

 “아냐, 여기 보면 각목 100개에 100만엔이나 주고 샀다고 되어있잖아. 만엔이나 하는 각목이 세상에 어디있어. 키리시마 건설이 호구가 아닌 이상 불법적인 사업에 개입되어있을 수도 있다는 거야.”

 하나노묘엔이 바이오로이드를 술이라 위장한 것처럼 키리시마 건설도 무언가 숨기는 것이 있을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쥰, 네 기자정신은 잘 알겠는데 그건 아직 억측이잖아. 정말로 만엔짜리 고급 각목을 산 것일지도 모르고 건설사가 속은 것일지도 모르잖아.”

 어쩌면 토오노의 말이 맞을 지도 몰랐다. 하지만 가슴속의 기자정신은 그것이 아니라 외치고 있었다.

 “그리고 쥰, 대체 이 문서는 어디서 구한 건데? 믿을만한 소스야? 다른 정보와 교차검증은 해본 거야?”

 토오노의 계속된 지적에 마츠시타의 자신감은 점점 떨어졌다. 어쩌면 야마다 켄지가 잘못된 장부를 던져준 것일지도 몰랐다.

 “그, 그건…”

 “아직 의심단계잖아. 너도 어느정도 기자생활해서 알 거 아냐. 그런 식으로 기사를 쓰면 네가 싫어하는 기자되는 건 금방이야. 떡밥 던지면 몰려들어서 물고빨고 하면서 기사같지도 않은 기사들 양산하는 언론들. 네가 가장 싫어하는게 그런 곳 아니었어?”

 마츠시타는 말을 잃었다. 토오노의 말이 맞았다. 어쩌면 자신이 너무 서두른 것일지도 몰랐다. 심증만 믿고 너무 나간 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마츠시타는 진실을 보았다. 토오노처럼 세상의 밝은 곳만이 아니라 어두운 곳들을 보고 온 그녀였다. 키리시마 건설이나 야마다 조나 착한 자들의 집합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네 말이 맞을지도 몰라. 하지만 이 장부 전체가 이런 의심으로 가득해. 아직 심증단계인건 맞아. 전부 추측이지만 아직 기사화하기 이른 것도 사실이야. 하지만 이건 지금 내가 기사거리로 쓰기 위해 가져온 거야. 야쿠자가 요정 성접대와 연계가 되어있다는 증거를 찾고 있는 중이야. 교차검증도 하고 추가로 취재해야겠지만 요정의 의심스러운 부분이랑 이 문서의 의심스러운 부분이 일치한다니까?”

 그렇게 설파하며 마츠시타는 다시 한번 문서를 보았다. 여기 납품처에 분명…

 ‘덴세츠 사이언스 센다이시 바이오로이드 제조공장 건설현장’

 마츠시타는 문서를 다시 보았다. 분명 덴세츠 사이언스라 적혀있었다.

 “토오노, 왜 이치카가 덴세츠랑 협력하는 업체 회장 아들과 결혼하는 거야?”

 마츠시타는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그게 문제 있는 거야?”

 토오노는 문제없다는 듯 말했다.

 “그야 당연히 문제있는 거지. 왜 이치카가 덴세츠와 연결되는 건데.”

 “왜냐니. 우리쪽이 바이오로이드관련한 법을 준비중인거 몰라?”

 알고 있었다. 바이오로이드 인권을 위한 법이었다. 바이오로이드가 차별받지 않고 인권을 누리게 하기 위한 법안 말이다.

 “그야 알고 있지. 이치카와 처음 만났을 때 말해줬잖아. 바이오로이드를 위한 법이라고.”

 “바이오로이드를 위한 법이라고? 우리는 바이오로이드를 도구로서 기업이 더 유리하게 쓰기 위한 법안을 준비중이야. 자민당은 기업이 힘을 키우는 것을 우려하면서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고.”

 “뭐?”

 마츠시타는 말을 잃었다. 할 말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져 무엇을 먼저 이야기할 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제일 처음으로 마츠시타는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라 생각하고 싶었다. 토오노의 이야기를 잘못 들은 것이고 이야기가 꼬인 것임에 분명했다.

 “바이오로이드는 인간이 아니다. 이게 우리가 준비하는 법안의 1조 1항이야.”

 마츠시타는 할 말을 잃었다. 조심히 뒤를 돌아보았다. 토모 역시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

 “토오노,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나는 별 생각이 없어. 그냥 의원님이 준비하는 법안이니 도와주는 거지, 거기에 내가 의견제시할 건 아니거든.”

 “…”

 마츠시타는 배신감을 느꼈다. 좀 더 자세히 물었어야 하는 것일까. 어쩌면 자신이 일방적으로 착각한 것일지도 몰랐다. 이치카가 야당의원이었기 때문이었을까. 그녀가 젊은 여성이었기 때문이었을까. 그녀가 지나치게 친절했기 때문이었을까.

 “난 당연히 덴세츠 사이언스가 자민당 의원들을 매수해 자신들의 마음대로 하고 있고 이치카는 그에 저항하고 있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현실은 반대였던 거 아냐. 이치카가 덴세츠의 하수인이라는 거잖아.”

 배신감에 마츠시타는 눈물을 흘렸다. 분노의 눈물이며 후회의 눈물이었다. 자신이 도와주고 있던 의원이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정반대의 법안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었다. 자신이 이치카에 대해 가지고 있던 모든 감정이 한순간에 반전되어 돌아왔다.

 “제대로 말하지 않았던 것에 사과할게. 하지만 그래도 너는 나를 도와줬을 거잖아?”

 “진작 알았으면!...”

 사귀지도 않았을 거야. 마츠시타는 그 말을 내뱉으려다 참았다. 몇 년전 둘이 헤어질 때가 떠올랐다. 이렇게 서로가 감추고 있던 감정이 폭발한 것이었다.

 “씨발!”

 마츠시타는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욕을 외쳤다.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창문을 열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쥰, 정치계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많이 복잡한 곳이야. 하수인이니 뭐니 하는 것처럼 단순한 구조도, 누가 나쁘다 선하다 하는 흑백논리도 통하지 않는 곳이야.”

 “그럼 뭐야. 저 귀여운 토모가 인간이 아니라는 거야? 단순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토모와 함께하며 내가 느낀 감정이 단순한 도구에게 느낀 감정에 불과하다는 거야? 난 이 일을 토모 같은 바이오로이드들을 위해 한 거야! 기업을 위한 게 아니라!”

 마츠시타는 토모를 가리키며 외쳤다. 토모는 말없이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토오노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얼굴을 했다.

 “그래서 너는 여당의원들의 성접대를 모른척하겠다는 거야? 제일 처음 그 정보를 가지고 날 찾아온 건 너 아니었어? 만일 그 기사로 타격을 입는게 기업이 아니라 반기업의원파벌이었다면 그 기사를 쓰지 않았을 거란 거야? 기자는 정보를 전하는 사람이잖아. 자기가 원하는 소재만 골라 기사화하면 어용언론이랑 다를게 뭔데!”

 “그건!...”

 마츠시타는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흥분 탓에 머릿속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다. 마츠시타가 머뭇거리는 사이 토오노가 말을 이어갔다.

 “너나 나나 이제 아이는 아니잖아. 단순히 이상론만 늘어놓을 때는 아니라고. 옳은 것만 추구하기에는 너도 이제 힘든 거 아니었어? 나라고 모를 거 같아? 나랑 만나기 전에 너한테 어떤 소문이 들었는지? 기사에만 나오는 기자 소리 들었을 때 나는 네가 왜 그랬는지 알고 있어. 네 이상을 만족할만한 기사거리를 못찾아서 그런 거잖아. 그리고 우리가 다시 만나서야 제대로 된 기사를 다시 쓸 수 있게 되었고.”

 “나는… 나는 그런 기사를 쓰려고 기자짓 해먹는 게 아냐! 단순 사실 나열이 아니라 기사로 옳은 세상을 만들려 그런 거야. 널 도운 것도 널 도우며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한발! 한발! 걸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라고. 네가, 이치카가 그런 생각이었다는 걸 알았다면… 그래! 성접대따윈 접고 덴세츠의 구린구석이나 파고 있었겠지!”

 마츠시타는 감정을 토해냈다. 이렇게 토오노와의 인연은 끝나는 것일지도 몰랐지만 그녀의 감정은 그런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이 끓어오르는 감정을 전부 내뱉고 싶을 뿐이었다.

 “쥰, 세상은 그렇게 이상론을 펼치는 걸로 바뀌지 않아. 오히려 이상론은 현실과 부딛히며 모순만을 만들어낼 뿐이야! 네가 말한 것처럼 세상을 위해 세상의 불의를 무시하는 너같이 되는 거야! 그게 네가 원하는 이상이야? 자기 입맛에 맞는 것만 골라서 파헤치고 입맛에 맞지 않으면 무시하는 것?”

 토오노의 말을 듣고 마츠시타가 반박하려 했지만 먼저 외친 것은 토모였다.

 “토오노! 앞 조심해!”

 전방주시 미숙이었을까, 안전거리 확보를 못한 탓이었을까. 토오노가 앞을 보자 새빨간 브레이크등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앞차가 갑자기 멈추어선 것이었다. 토모의 외침을 들은 토오노는 놀라며 재빨리 급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이미 늦은 다음이었다.

 앞에 갑자기 멈추어선 밴과 부딫히자 그 충격에 마츠시타는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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