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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 진정.. “
사요는 거울의 비친 자신이 제법 정돈된 모습이 된 것을 보고는 츠구미와 만나러 가기전 마지막으로 실수를 안하도록 속으로 오늘의 계획, 나눌 대화, 동선등등을 되뇌었다. 그리고는 약속의 장소로 나섰다.
“ (오늘의 실수는 무엇으로도 용서가 안됩니다...히카와 사요.. ) 후.. “
분명히 약속시간인 12시의 30분전인 11시 30분에 도착했을텐데 그곳에는 이미 츠구미가 서있었다. 사요는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에 살짝 당황했지만 지금의 사요는 평소의 몇배는 페이스 유지에 신경을 쓰고 있어서 그나마 잘 넘겼다.
“ 앗! 사요씨~ “
“ 하자와씨, 일찍 나오셨네요. “
“ 헤헤~ 뭔가 저도 모르게 일찍 나와버렸네요. “
“ 그러신가요. 저도 하자와씨와 외출이라 생각하니 몸이 빠르게 움직여진거 같네요. 그것보다 하자와씨, 오늘 시간은 괜찮으신건가요? 요즘 하자와 커피점은 꽤나 붐볐던걸로 기억합니다만. “
“ 아, 그거라면 괜찮아요! 오늘 히마리짱이 대신 일일 아르바이트 식으로 저 대신 일해준다고 해서 저녁까지 괜찮아요. “
“ 그런가요. 괜히 저 때문에.. “
“ 아, 아니에요! 사요씨와의 약속은 중요하니까요. “
“ ..! “
사요는 겉으로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이미 속으로는 퍼레이드 상태였다. 짝사랑하는 상대와 오늘 하루 길게 같이 있을 수 있고, 게다가 자신과의 약속이 중요하다고 말해줬다. 오히려 사요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게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 자, 그럼 가시죠. “
“ 아, 네! “
사요의 계획은 대충 이러하다. 잡화점에 들러서 대화를 나누고, 대화를 나누며 쇼핑을 하다가 자연스레 점심을 먹으러 가고 점심을 먹고 나면 보고 싶은게 있다며 주변 상점가를 돌아보고, 악기점을 가서 대화중 자연스레 영화 얘기를 꺼내고 영화를 보고 츠구미를 집까지 데려다 준다는 식이었다. 사요는 속으로 계획을 계속 되뇌이며 츠구미와 함깨 잡화점으로 걸어갔다.
“ ... “
“ ... “
그러나 둘 사이에는 정적이 흘렀다. 아직 둘은 그렇게 친숙한 관계가 아니기에 말을 선뜻 꺼내지 못했던것이다. 과자교실을 할때까지만 해도 사요는 츠구미에게 말을 자주 걸었지만 지금 상태에서는 도저히 말 한마디를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 ㅈ, 저! “
“ ㅈ, 저기! “
“” !! “”
“ 하하..사요씨 먼저.. “
“ 아니, 하자와씨 먼저. “
츠구미도 사요와 같은 생각이었던건지 말을 꺼낼려했다. 츠구미도 자신과 같은 생각이라는걸 알고 사요는 조금 긴장이 풀렸지만 당황했는지 먼저 대화를 이끌어갈 찬스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 뭔가 오늘 사요씨, 평소에도 그렇지만 스타일 좋으시구~ 싶어서..헤헤 “
“ ..!! “
사요는 이 날 처음으로 대화를 통해 심장에 고통이 가는걸 느꼈다. 이른바 ‘심쿵’ 이란걸 당한것이다. 사요는 츠구미가 너무 귀여워서 지금 당장이라고 껴안고 싶었다. 하지만 사요는 츠구미와의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았기에 필사적으로 욕구를 참고 츠구미와 함깨 잡화점으로 향했다.
“ 주말이라 그런지 상당히 사람이 붐비네요. “
“ 그러네요..왠지 평소보다 더 붐비는거 같은 느낌이.. “
“ 하자와씨..아, 안 떨어지게 이쪽으로.. “
“ 아, 네! “
“ ..?! “
츠구미는 사요 옆으로 쪼르르 달려와 팔짱을 꼈다. 마치 새끼 병아리가 어미 닭에게 달려가 품에 들어가는거 처럼 보였다. 누구보다 츠구미와 눈을 마주치며 대화를 이어나가고는 싶지만 홍조가 가득히 피어서 굳어버린 표정의 얼굴을 보였다간 츠구미에게 어떻게 생각될지 모르기에 사요는 필사적으로 얼굴을 감췄다.
“ 오늘은 정말 좋은 날씨네요. 하, 하자와 씨 “
“ 네? 아, 확실히 햇빛도 쬐고 바람도 선선한게 좋네요. “
“ 그, 하자와 씨..잡화점 후에는.. “
“ 앗, 사요씨 저거 보세요! 새로 나온 크레페인가봐요! “
“ 앗..네. “
“ 왜 그러세요? “
“ 아닙니다. 그것보다 저건.. “
사요의 실책이다. 분명히 계획 상으로는 천천히 물어봐도 됬을것을 너무 서둘러버렸다. 다행히 츠구미가 못 들은거 같아서 사요는 한시름 놓았다. 츠구미는 ‘ 신 메뉴! 애플 쿠키 아이스 크레페! ‘ 라고 적혀있는 포스터를 가르켰고 츠구미의 손 끝에서 낯이 익는 분홍색 머리의 모자를 눌러 쓴 여자아이를 발견했다.
“ 음~ 신 메뉴, 맛있겠다..! “
“ 마루야마 씨. “
“ 에? 어, 에..사요짱?! 츠구미짱까지 여긴 어쩐 일로.. “
그녀는 사요의 여동생인 히나와 같이 아이돌 밴드 ‘ 파스텔 파레트 ‘ 의 보컬이자 리더인 ‘ 마루야마 아야 ‘ 였다. 아이돌 밴드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아야도 연예인이기에 평소에는 모자를 쓰고 마스크를 하고 다녔지만, 사요의 눈초리는 단번에 그녀임을 알아챘다.
“ 그것보다 히나에게 다이어트 기간이라고 들었습니다만. “
“ 힉! “
“ 정말..아이돌이란 자각은 가지고 있는건가요? 그냥 밴드가 아니라 다양한 매체에 나오는 아이돌 밴드를 하고 계시면서 그렇게 다이어트 기간에까지 군것질이라니. “
“ 그, 그치만.. “
그렇다. 여느 밴드들과는 달리 파스텔 파레트는 그 말대로 아이돌 밴드. 방송과 잡지 등 여러 매체에서 자신을 내세워 사람들의 동경의 대상이되는 아이돌. 엄격한 사요에게는 아이돌이, 그것도 다이어트 기간의 아이돌이 군것질을 한다는건 훈계해 마땅할 일이었다.
“ 사요씨, 그래도 군것질도 자주 하지만 않는다면..괜찮지 않을까요? 아야씨도 아이돌이긴 하지만 아이돌이기 이전에는 여고생이고.. “
“ 츠구미짱..! “
“ ..하아, 앞으로는 주의 해주세요. “
“ 사요짱..! “
사요는 따끔하게 훈계할려고 했으나 츠구미의 말에는 바로 패배해버렸다. 아야도 사요의 예상외의 반응에 글썽이며 미소 지었다. 평소의 사요라면 아마 아야는 한소리 따끔하게 들었을것이다.
“ 마루야마씨의 이야기는 항상 히나를 통해 듣고 있기에 항상 조심해주세요. “
“ 에, 히나짱이? “
“ 예, 히나는 마루야마씨의 얘기를 저녁식사때 자주 하므로 마루야마씨의 이야기는 꽤나 자주듣고 있습니다. “
“ 히, 히나짱이..헤헤 “
“ 아야씨? 괜찮으세요? “
“ 에? 아! 아무것도! “
히나는 저녁식사 시간때 테이블에서 항상 파스텔 파레트와 아야의 이야기를 자주 했다. 아야와 함깨 있으면 자신이 모르는 룽한게 보인다고 항상 즐거워보이는듯 말해주었다. 아야는 이 사실을 몰랐는지 아야는 마스크로 가려져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얼굴을 붉히고 미소 지었다.
“ 마루야마씨, 정말 괜찮으신건가요? 얼굴이 붉.. “
“ 아,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것보다 사요짱이랑 츠구미짱, 오늘..데이트? “
“” ..! “”
데이트라는 세 글자가 사요의 귀를 강타하였고, 평정심에 파도가 치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지금은 츠구미와 함께이다. 이러한 상황이 또 다시 사요의 내적갈등에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 (이걸 데이트라고 말해야하나, 하지만 하자와씨가 기분 나빠하실거 같고..하지만 단 둘이 외출이라니..이건 데이트잖아! 말을 하는거야, 히카와 사요! 데..!! 데!!) 네, 이건.. “
“ 데, 데이트라니! 사요씨랑 가, 같이 잡화점에 들르는것뿐인걸요! “
부러졌다. 사요의 마음에서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사요는 순식간에 머릿속이 츠구미의 데이트 부정 선언을 분석하는데 온 신경이 쏠렸고 그 탓인가 페이스 유지를 못하고 금새 풀이 죽어버렸다.
“ 헤에~ 재밌겠네. 앗! 벌써 시간이 미안하지만 나 먼저 가볼게! 다음에 또 보자. 사요짱, 츠구미짱! “
“ 네! “
“ (데이트가 아니라니 츠구미씨 분명히 데이트가 아니라고 하신거지? 아니..왜...아니 왜가 아니고 어째서 저렇게 완강히...하아..역시 츠구미씨는 나를..) .......네 “
“ 사요씨, 괜찮으세요..? 안색이 안 좋으신거 같은데.. “
“ 아, 아닙니다. 잠시 현기증이.. “
“ 에?! 잠시 저기에서 쉬었다 갈까요? “
“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
사요는 츠구미의 목소리로 황급히 정신줄을 붙잡고 츠구미에게 변명을 하여 넘어갔다. 하지만 츠구미의 말이 타인의 입장에서 보면 별거 없지만 사요의 입장에서는 커다란 쇼크였다. 대충 현기증이라고 넘겼지만 사요의 기분은 아까 전의 일로 되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게된채 잡화점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 으~음! 사요씨! 여기에요! “
“ (데이트가..아니야..데이트가...) “
“ 으으! 사요씨! “
“ 아, 네. “
무심코 사요는 넋을 놓아버렸다. 츠구미도 사요가 뭔가 이상하다는걸 느꼈는지 기운을 평소보다 더 내는것 같았다. 사요는 과거의 일로 미래의 일을 망치기를 싫었는지 잠시 아까전의 일은 잊어두기로하고 원래의 평정심을 되찾았다. 그러고는 츠구미와 함깨 잡화점으로 들어가서 일단 각자 찾는 물건을 찾기로 했다.
“ 음, 앞치마도 생각외로 여러가지 종류가 있네요. 음..쿠키가 그려진걸도 괜찮아 보이고. “
사요는 츠구미와의 과자교실을 회상하며 앞으로도 츠구미에게 배운것을 토대로 쿠키를 만들기 위해 앞치마를 고르기로 했다. 츠구미는 전에 살려고 했던 주머니와 리본을 고르러 다른 곳으로 갔다.
“ 앗, 사요씨! “
“ 하자와씨, 고르신다던 주머니랑 리본은 고르셨나요? “
“ 네! 헤헤~ 어때요? “
“ 예, 하자와씨 답게 귀여운 디자인이네요. “
“ ... “
“ 하자와씨? “
“ 아, 네! “
츠구미는 사요를 향해 달려오며 자신이 고른 주머니와 리본을 보여줬다. 사요는 그러한 츠구미의 행동 하나하나마다 껴안아 주고 싶을 정도로 귀엽다고 생각하면서도 말은 평소와 같이 내뱉었다. 사요의 무의식 중에 나온 멘트에 츠구미도 살짝 당황했는지 아주 잠시의 정적이 흘렀다.
“ 사요씨는 앞치마..네요! “
“ 예, 앞으로도 과자, 아니 과자가 아니라도 요리를 어느 정도 도전해볼 생각이라. “
“ 대단해요. 사요씨의 요리, 한 번 먹어보고 싶어요! “
“ (귀여워, 귀여워, 귀여워 평생 요리해주고 싶어!) 예, 하자와씨한테라면 얼마든지 대접해드리겠습니다. “
“ 저는 다 골랐어요. 사요씨는 더 살거 있나요? “
“ 저, 그.. “
“ ? “
“ 어느 쪽이..더 어울릴까요? “
사요는 츠구미를 향해 자신이 고민하던 앞치마 두개를 자신의 몸에 갖다대며 츠구미에게 물었다. 하나는 민트색 바탕에 여러가지 쿠키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고, 다른 하나는 민트색 단색에 심플한 디자인이었다.
“ 사요씨는 스타일도 좋고, 미인이셔서 어느쪽도 어울린다고 생각해요..음, 그래도 고르라고 한다면..이쪽? “
“ (하,하자와씨한테 저런 칭찬을..히카와 사요! 자랑스럽습니다! )... “
“ 사요씨..? “
“ 에, 아, 어! 이, 이쪽 말이시죠? 그, 그럼 이쪽으로! 으앗! “
에, 사요씨 괜찮으세요?! “
“ 아! 커흠! 네, 괜찮습니다. “
사요는 츠구미의 칭찬 한번에 공든 탑이 무너지듯 한번에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츠구미의 손은 민트색 바탕에 쿠키 그림이 그려진 앞치마를 골라주었으나 사요는 허둥지둥대다가 민트색 단색 앞치마를 떨어트리고 발이 미끄러져 그대로 넘어져버렸다. 주변 사람들이 쳐다볼 정도로 큰 소리가 나서 츠구미도 당황했는지 허둥지둥 댔지만 사요는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일어섰다.
“ 정말 괜찮으세요..? 꽤 큰 소리가 났는데.. “
“ 네, 정말 괜찮습니다. 그것보다 다 고르셨으면 계산대로. “
“ ㄴ, 네.. “
사요는 당황 기색은 완전히 감추고 츠구미를 데리고 계산대로 향했다. 츠구미는 사요를 걱정했지만 사요의 말을 믿고 걱정을 잠시 덮어두었다. 츠구미와 사요는 계산대에서 계산을 마친후 잡화점 밖으로 나왔다.
“ 하자와씨, 마음에 드는 쇼핑이셨나요? “
“ 아, 네! 사고 싶었던 리본도 샀고, 좀 많이 사버려서 용돈이 조금..헤헤 “
“ (제 용돈이라도 드리고 싶어지네요..으윽..어떻게 이렇게 사랑스러운지..) 그런가요. 저도 츠구미씨가 골라주신 이 앞치마, 소중히 하겠습니다. “
“ 네! 저도 사요씨가 귀엽다고 해준 리본 소중히 할게요! “ ..! “
사요는 츠구미의 말을 듣고 용기를 내서 과자교실 이후부터 줄곧 꺼내고 싶던 말을 꺼내보기로 한다. ‘ 연락처를 가르쳐 주세요. ‘ 이 한마디를 말이다.
“ 저, 하자와씨. “
“ 네? 왜 그러세요 사요씨? “
그러나 사요는 덧없게 순수하게 미소 짓는 츠구미의 얼굴을 보고 눈을 마주치자마자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버렸다. 그러나 사요는 이번 만큼은 물러나고 싶지 않았고 한 발자국을 내딛었다.
“ 아, 아니 그.. “
“ ? “
“ 연락..처를.. “
“ 아! 나도 참, 사요씨한테 아직 연락처를 안 드렸다니..죄송해요! “
“ 아닙니다. 저야말로 말을 늦게 꺼내버려서 죄송합니다. “
성공이었다. 츠구미는 아무런 부담없이 사요의 핸드폰에 연락처를 저장해주었고, 사요도 츠구미의 핸드폰에 연락처를 저장시켜주었다. 사요의 마음속에는 오늘 하루에만 몇번째인지 까먹을 정도의 축포가 터지고 사라지고를 반복했다. 사요는 이참에 또 한 발자국을 내딛기로 결심했다.
“ 하자와씨, 생각보다 시간이 늦어졌는데 혹시 점심식사를 안 하셨다면 같이 점심이라도 어떤가요? “
“ 네, 좋아요! “
“ (흐아앙...히카와 사요! 자랑스럽습니다! 연타석 안타에요! 이제부터입니다! 이제부터!) 자, 그럼 가시죠. “
“ 네! “
사요와 츠구미는 근처의 가본적없는 새로운 패스트푸드 점으로 들어갔고, 츠구미는 평범한 햄버거 세트, 사요는 평소 같았으면 라지 사이즈로 주문 시켰을 감자튀김을 미디엄 사이즈로 축소시켰다. 츠구미와 같이 있는 자리에서 감자튀김에 혼이 팔려버리는걸 꽤나 사전에 방지할려는 생각이었던것 같다.
“ 이 가게는 처음 와봐요! 항상 아야씨랑 카논씨가 아르바이트하시는 곳만 가봐서. “
“ 그런가요. 사실 저도 이곳은 처음입니다. 왠지 가게의 분위기가 평범한 패스트푸드 점과 달라보여서 들어왔습니다. “
“ 헤에, 기대되네요! “
“ 예. “
몇분 지나지않아 사요의 음식이 나왔고 사요가 자리에 앉을때 즈음에 츠구미의 음식이 나와서 츠구미가 자리를 떠나 음식을 가지러 갔다. 츠구미가 시야의서 나간 순간 사요의 긴장이 풀렸고 테이블에 그대로 쓰러져 몸을 배배 꼬면서 츠구미를 속으로 사랑스러워했다.
“ (하아..정말 너무 좋아요. 하자와씨..언제까지나 함깨하고 싶은 편안함..아아, 하자와씨..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하자와씨..) 하아.. “
“ 사, 사요씨..? “
“ 에. “
사요가 일명 ‘ 츠구미 앓이 ‘ 를 하기 시작했을때 이미 츠구미는 돌아와버렸던것이다. 허겁지겁 일어나 머리를 정돈하고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듯 츠구미에게 미소지었다.
“ 사요씨, 무슨 일이라도.. “
“ 아닙니다. 어제 밤의 공부가 조금 늦어져서 피로가.. “
“ 괜찮으세요? 아까도 그렇고.. “
“ 정말 괜찮습니다. 하자와씨와의 시간은 소중해서 이정도의 피로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
“ ..! “
사요는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속 마음을 조금 말로 내뱉어버리고 말았다. 츠구미도 사요의 말을 듣고 조금 당황했는지 대답을 못하고 어정쩡하게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는 어색하게 시간이 흘러가버리고 말았다.
“ .. “
“ .. “
사요는 지금 점심으로서 먹는 감자튀김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헷갈리고 장이 꼬일거 같을 정도였다. 츠구미도 밥을 먹으면서 창밖을 보는 빈도가 잦아졌다. 사요의 마음속은 이미 초토화 상태였다.
“ (제가 무슨 말 실수라도 한 것일까요..? 설마 아까 그..말 때문에..? 정말! 히카와 사요! 어째서 가장 중요할때 서둘러버린건가요? 그런 말은 아직 꼬낼 말이 아니잖아요!! 일단은 지금 이 분위기부터 깨야해요!) 저기 하자와씨는 어떤 메뉴를 시키셨나요? “
“ 아, 에..그 치즈버거? 종류인거 같은데 이름이 맛있어보여서 이걸로 시켰어요. “
“ 그런가요. “
“ 네.. “
큰일이다. 말을 어떻게든 꺼내긴했지만 츠구미의 대답을 끝으로 대화가 다시 끝겨버렸다. 그렇게 어영부영 점심시간이 끝나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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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기, 사요씨! 그.. “
“ 네? 무슨 일이시죠? “
“ 그 악기점에 잠시 들르고 싶어서 그런데 시간 괜찮을까요? “
“ ..! 예, 물론이죠. “
츠구미는 아까 패스트 푸드점에서의 어색한 분위기가 싫었는지 사요에게 먼저 악기점에 들르자고 말을 건냈다. 사요도 츠구미와 함깨 더 있고 싶어했지만 말을 못 꺼내고 있던 상태였다. 이러한 츠구미의 말은 사요에게 있어서는 불치병의 완치소식 같았다.
“ 보고 싶은 것이라도 있으신건가요? “
“ 아, 저 그게.. “
“ ? “
“ 이대로 돌아가버리면 뭔가 허전한거 같아서..헤헤 “
패스트푸드 점에서 부터 턱 막히던 사요의 숨은 이제서야 트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층 나아진 사요의 기분은 발걸음또한 가볍게 만들었고 츠구미와의 분위기도 풀어져서 악기점까지 가는 동안 밴드이야기, 일상 이야기 등등을 나누며 무리 없이 나아갔다. 그리고는 악기점에 도착해서 데이트를 이어나갔다.
“ 사요씨! 이 키보드 이쁘지 않나요? “
“ 예, 무척 아름다운 키보드네요. “
“ 사요씨! 이 키보드도! “
“ 예. “
언제나 들르던 악기점이지만 지금의 악기점은 사요에게 낙원처럼 느껴졌다. 중요한 대화도 아니고 그냥 일상중에 오고가는 실없는 이야기지만 사요는 츠구미의 한마디 한마디를 뇌리에 각인 시켰다. 그러다 츠구미는 키보드를 그리고 사요는 기타를 시험삼아 연주해보았다.
“ 하자와씨, 왜 그러시죠? 제 얼굴을 빤히.. “
“ ..! 아, 아니 역시 기타를 치실때 집중하시는 사요씨..멋지구나~ 생각이 들어서.. “
“ ( 아아, 천사네요.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귀여움이라는 개념을 초월하셨어요..) 그렇지도 않습니다. 츠구미씨의 연주에 열중하시는 모습이야 말로 무척 멋지답니다. “
“ 헤헤~ “
그렇게 악기점에서 시간을 보내던 둘은 시간이 생각보다 늦어진걸 늦게나마 확인하고 밖으로 나왔다.
“ 생각보다 많이 늦어져버렸네요.. “
“ 그렇네요. 하자와씨, 시간은.. “
“ 아, 아직은 괜찮아요! “
“ 다행이네요. “
사요와 츠구미는 서로 시간을 체크하며 악기점을 나왔다. 저녁시간에 가까워진 시간을 비추듯 해질녘의 풍경이 펼쳐졌다. 사요는 이후 계획대로 말을 건내어 시간만 괜찮다면 츠구미와의 데이트를 이어나가려고 했다. 마침 츠구미의 시간은 비어있었고 사요는 말만 꺼내면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사요의 심장은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고, 사요의 입은 마치 시멘트로 쌓아 올린 벽돌 블럭처럼 무겁고 단단히 붙어버렸다.
“ 저기, 하자와씨. “
“ 네? “
“ 아니.. “
( 말을 걸어. 조금만 더 같이 있자고 )
“ 그게.. “
( 말을 걸어 )
“ 왜 그러세요? “
( 하자와씨와 더 있고 싶다고 )
“ 아니, 아무것도.. “
( 제발 )
“ 아닙니다.. “
( 제발.. )
“ 그럼, 저는 이 쪽으로 가면 되니까..오늘은 즐거웠어요! 사요씨, 다음에도 이렇게 둘이서 외출하면 좋겠네요! “
( 보내기 싫어요, 아직 함께하고 싶어요. )
“ 예, 언제든지 연락을 주세요. “
( 본심은 그게 아니잖아, 히카와 사요)
“ 그럼, 다음에 뵈요~ “
( 가지 말아주세요.. )
“ 네. “
결국 사요는 본심을 입밖으로 꺼내지 못한채 츠구미와 갈림길에서 헤어졌다. 미칠듯이 고동치면 사요의 심장은 점점 느리게 뛰었다. 본심을 말하지 못한 사요는 무척이나 슬펐지만 오늘의 데이트는 성공적이었다는 생각에 아쉬워도 미소를 지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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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녀왔습니다. “
“ 언니! 어땠어? “
“ .. “
“ 언니? “
“ 무척이나 즐거웠어. “
사요는 히나를 향해 환한 미소를 지었고 오늘 밤하늘의 별은 사요의 눈에 평소보다 환하게 빛을 내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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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드디어 사요츠구 같은 글이 나왔네요..후. 원래는 이게 2화까지 분량으로 할려고 했는데 다시보니 이게 전부 2화 내용이었다면...어우.
그래도 본격적으로 스토리 전개가 나가기 시작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화는 1화의 로젤리아처럼 애프터 글로우 이야기로 전개할 생각입니다. 아무쪼록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피드백이라던가 수정할 부분이 있다면 많이 많이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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