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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사요츠구히나] 분위기가 묘한 두 사람을 보기 힘들다. (3)

ㅇㅇ(14.53) 2019.12.25 01:59:20
조회 1557 추천 27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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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출처 : http://pixiv.net/artworks/77152769





1~2편 링크









하자와 씨가 의자에 묶여있는 사진, 알 수 없는 어두운 공간, 그리고 이 늦은 시간에 근처 산으로 오라는 히나의 한 마디.

장난이 심하네, 나를 놀리려고 하자와 씨랑 몰래카메라를 찍는 것일거라고 애써 부인했다.

지금이라도 장난이라고 말 해주면 화 안낼게. 웃어주며 속아줄테니까 빨리 장난이라고 말해줘.

떨리는 손으로 다시 히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번엔 신호를 기다리지 않고 아예 끊겨버렸다.

히나가 통화 거부 버튼을 누른거겠지.





'히나, 장난이 너무 심하잖아. 시간이 늦었어, 빨리 하자와 씨랑 돌아와'






카톡을 보내자마자 '1' 표시가 사라졌다. 하지만 기다려도 답장이 오지 않았다.

히나가 이런 일을 벌일거라고 믿고싶지 않아서 장난 그만치라는 비슷한 내용의 문장을 계속 보냈다.

계속 보내도 여전히 읽기만 하고 답장을 하지 않았다.

패닉에 빠진 채 아무 것도 하지 못 했는데 딱 한 마디의 카톡이 왔다.






'장난 같았나? 기다릴게.'






사실 애써 아닐거라고 믿었지만, 하자와 씨가 묶여있는 어두침침한 공간을 보자마자 장난이 아닐거라고 생각했다.

대체 왜 그러는거니 히나. 이런 짓을 꾸미려고 요즘 그렇게 어색한 행동을 하는거였니.

히나는 진심이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하자와 씨가 어떤 일을 당할지 몰라서 급하게 외투를 집었다.

집었는데 너무 놀라 순간 힘이 빠져서 외투를 놓쳐버렸다.

침착하자, 히나는 착한 아이니까.. 아무 이유도 없이 이런 짓을 하지 않았을거야, 언니인 내가 해결할 수 있을거야.

택시가 금방 도착했다. 바로 카톡에 있는 주소를 보여줬더니 택시 기사님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야심한 밤에 뭐 때문에 젊은 처자가 이쪽으로 가냐고, 위험하다고 말했지만 나도 제 정신이 아니었다.

의문을 표하는 택시 기사님에게 일단 빨리 출발부터 해달라고 이성을 잃은 채로 재촉했다.

그제서야 기사는 의문을 접어둔 채로 엑셀을 밟았다. 도대체 왜 히나는 하자와 씨를 납치한걸까.

연인 관계라 하자와 씨와는 최근에도 만났지만 하자와 씨는 이상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하자와 씨는 나와 비슷하다, 남에게 민폐끼치는걸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에 큰 잘못을 할 사람도 아니었다.

히나, 지금 너는 무슨 생각을 하고있니. 지금 너에게 가고있으니까 기다려줘.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정말 가로등 하나 없는 외진 곳이라 인기척 하나 없었다.

잘도 이런 장소를 찾았구나. 이 시간에 정말 아무도 발견하지 못 할 곳이야.

혹시 몰라 기사님에게 대략 3시간이 지나도 같은 택시회사에 이 장소로 다시 와달라는 손님이 없으면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말했다.

경찰이라니,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거지, 히나를 믿지 못하는거야?

그 말을 철회하려는 순간 택시 기사는 가버렸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어.

조금 더 올라가니 엄청 큰 컨테이너 박스가 하나 보였다, 저기가 맞겠지.

인기척은 커녕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는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도와줄 사람도 없다.


컨테이너 박스는 전체적으로 꽤 녹이 슬어있어 을씨년스러운 느낌을 줬다.

최근에 지어진 게 아니다, 아마 아무도 사용하지 않던 버려진 박스인가.

스마트폰의 손전등 밝기를 최대로 하고 다가가 녹이 슬은 손잡이를 잡아 당겼다,

문에 녹이 슬었기에, 돌리면서 손에서 굉장히 까끌까끌한 느낌이 났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때마다 발소리가 벽에 반사되서 박스 내에 울려퍼졌다.

이렇게나 조용한 공간인데 정말 하자와 씨와 히나가 여기에 있는걸까.

뭔가가 스마트폰 불빛에 비쳐서 반짝거린다, 뭐지?

반짝거리는 물체가 보이는 순간 심장이 덜컹거렸다.


커플 머리핀.


하자와 씨와 서로의 머리 색깔로 맞추고 싶었던 민트색의 머리핀.

커플 아이템을 맞춘건 처음이라면서 얼굴을 붉히던 하자와 씨가 항상 하고 다닌 머리핀.

그게 지금 내 앞에 떨어져있다, 분명 하자와 씨는 여기에 있다.

머리핀을 줍는 순간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갑자기 켜지는 조그마한 불에 눈이 부셨다.

등잔불?

앞에 누군가가 있다. 의자에 눈이 가려져있고 입이 테이프로 감긴채 앉아 있는 사람과 뭔가를 들고 있는 사람.





"언니, 어서 와.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네. 급했나봐. 하자와 씨가 소중하니까?"


"하자와 씨! 괜찮으신거죠! 히나,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거야? 지금이라도 그만 둬!"







묶여 있는 하자와 씨는 당장 육안으로 보기에는 괜찮았다.

내 목소리를 듣자마자 내가 있는 걸 알았는지 막힌 입으로 최대한 읍읍거리면서 소리를 냈다. 문제는 히나겠지.

들고 있는 물체가 이제서야 뭔지 보인다. 등잔불의 주황색 빛을 받아 번쩍거리는 짧은 칼날.

칼을 들고 있다는 사실도 소름끼치지만. 더욱 소름이 끼치는건 히나의 미소.

나는 지금까지 네가 웃는 모습을 참 좋아했는데, 지금 표정은 모든걸 체념한 듯한 미소였다.

도대체 뭐가 널 여기까지 몰아넣은거니.







"언니.. 일단 이런 짓을 해서 미안해, 나도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언니와 츠구 짱과는 오늘부로 끝나는거겠지."


"미안하다니, 끝이라니... 왜 그런 말을 하는거야. 알고있으면 그만 둬, 아직 안 늦었어."


"그냥 둘을 두고 말 없이 저 먼 곳으로 도망가면 좋았으려나, 하지만 이미 일을 벌어버렸으니 끝을 볼거야."






히나는 계속 아무런 감정이 담기지 않은 웃음을 띠며 말했다.

미안하면서 이런 일을 왜 벌인거야.

먼 곳으로 도망치다니, 무슨 말이야. 도대체 뭐가 널 이런 상황으로 밀어버린거니.








"먼 곳으로 도망치다니.. 히나, 도대체 뭐가 문제인거야. 뭐가 널 여기까지 몰아넣은거야."


"언니, 나를 좋아해?"







좋아하냐니, 물론이지. 하나뿐인 사랑스러웠던 내 동생.

근데 지금 칼을 들고 웃고있는 너는 애처로워보이면서도 무섭다.

하자와 씨가 좋아하냐는 말에 반응해서 계속 막힌 입으로 읍읍거렸다.

그리고 히나는 미간 사이를 약간 찡그리더니 칼의 날부분을 하자와 씨 목에 댔다.

하자와 씨도 뭔가가 목에 닿은 것을 느꼈는지 '히끅'소리와 함께 발악을 멈췄다.






"미안해 츠구 짱, 언니랑 하는 이야기 집중하고 싶은데 거슬려서, 조금만 조용히 있어줘. 지금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나도 모르겠으니까."







하자와 씨는 그 자리에서 히끅거리면서 멈춰버렸다.

나도 히나가 하자와 씨의 목에 칼을 들이대는 순간 찌르는 줄 알고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히나가 이럴 아이가 아닌데, 위험하다고 생각한 적 없었는데 지금까지 본 모습중에서 가장 위험하다.

내가 잘 설득해서 하자와 씨를 구해야한다. 언니니까.. 할 수 있을거야...







"히나, 네가 뭘 말하고 싶은지 모르겠어. 솔직하게 이야기하자, 하자와 씨나 내가 너한테 잘못한게 뭐니."


"언니가 하자와 씨랑 사귄다고 하는 순간 심장이 내려 앉는줄 알았어.

집에서 언니가 츠구 짱 이야기를 할 때마다, 학교에서 츠구 짱이 언니 이야기를 할 때마다 마음이 무너져내리는 줄 알았어.

서로 얼굴을 붉히면서 서로의 사랑스러운 점을 말할 때 미쳐버리는 줄 알았어. 무슨 뜻인지 알겠어?"


"요컨대... 우리가 사귀는 모습이 그렇게 충격적이었다는 소리니? 어째서.."







뭔가 잘못한게 우리가 사귀는 거라니, 아직도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보다 어렸을 때 너에게 모질게 굴어서 좋은 언니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최근에라도 사이좋은 자매였고, 하자와 씨도 너를 잘 따르는 상냥한 후배였을텐데.

우리가 사귄다는 사실이 널 미쳐버리게 만들정도로 힘들었던거니.

집에서 내가 하자와 씨 이야기를 할 때 너는 웃으며 들어주면서도 뭔가 무거운 느낌을 내고있었다.

눈동자가 살짝 흔들리거나 뭔가를 생각하는 듯이. 착각이라고 생각했는데, 너도 우리의 연인 관계를 축복해준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구나.

그럼 왜 인정할 수 없었던거야. 내가 아직도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고있으니 히나가 한 마디를 더 했다.








"둘이 했어?"


"....뭘 말하는거야?"


"언니 가끔씩 츠구 짱 만난다면서 외박했던적 있잖아. 해봤냐고."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 했지만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니까 무슨 말인지 단번에 알아들었다.

그런 일을 이런 상황에 거론하니까 수치스러워서 갑자기 얼굴이 빨개졌다.

너는 나에게 왜 이런 질문을 하는거니. 외박했던 날, 처음부터 그런 음흉한 생각을 가지고 나갔던건 아니었다.

데이트가 너무 즐거워서 늦게까지 하자와 씨와 놀았다. 그리고 밤이 늦었으니 하자와 씨를 집에까지 바래다줬다.

하자와 씨가 오늘은 우연히 부모님이 집에 없다고 했다. 밤이 늦었으니 아예 자고가라는 말까지 해줘서 호의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씻고 머리가 젖은채로 잠옷을 입고있는 하자와 씨가 너무 요염하게 보여서.

처음에는 불결한 행위라고 생각했고 아직 이르다고 생각했지만 감정이 이성을 압도해서.

이미 정신을 차리고보니 하자와 씨와 이성을 잃은 밤을 보내다 잠들었고, 떠오르는 아침 햇살에 눈을 뜨고 굉장한 수치스러움을 느꼈다.

하자와 씨를 좋아한다고는 생각했지만 벌써 그런 일을 해버릴 줄이야.

처음만 어렵지 다음은 쉽다고. 그 이후로도 간간히...









"내가 물어봤잖아! 대답 안 해?!"









히나가 미간을 더욱 찡그리고 칼날을 집은 손에 더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그대로 하자와 씨의 목 안쪽으로 칼날을 더욱 밀어넣었다.

그 모습을 보고 공포감이 수치심을 눌러버려서 부끄러웠던 열기가 급속히 식어버렸다.








"....! 했어! 했다고! 왜 그런걸 물어보는거니!"


"나, 언니가 술에 취한날, 언니랑도 그런거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 이제 알겠지?"







그 말을 듣자마자 머리에 냉기가 돌았다. 지금까지 히나가 왜 이런 일을 벌였는지 완전히 이해됐다.

흩어졌던 퍼즐이 맞춰진 기분이었다. 히나, 너는 나를 그런 대상으로 보고있었던 거였니.

그냥 나를 너무 좋아하는 동생이라고만 생각했는데. 히나가 정말 나를 좋아한다고는 생각했는데.

하지만 히나, 우린 자매잖아. 나는 너를 소중한 동생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 이 세상에서 언니를 제일 사랑해, 누구보다도.

그래서 언니가 누군가랑 사귄다고 했을 때 너무 충격적이었어.

집에서 언니의 연애 이야기를 듣는 것도 너무 힘들었어.

학생회에서도 츠구 짱도 만나니까 하루의 절반은 서로의 연애 이야기를 들었지.

언니와 츠구 짱이 이야기를 하면서 얼굴을 붉힐 때 가슴이 쿵쾅거렸어.

둘의 머리핀이 빛나는 모습을 볼 때가 너무 역겨웠어.

언니가 외박을 했을 때는 수치스러운 상상으로 밤을 지샜어.


이대로 사라져버리고 싶었어. 학교 옥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편해지더라.

차라리 언니와 츠구 짱을 볼 수 없는 먼 곳으로 말 없이 사라져버리면 편해질까?


근데 나 지금까지 언니가 나를 싫어했던거 다 참고 받아줬잖아.

사람들이 나랑 언니를 착각하는게 싫어서 내 머리를 먼저 짧게 자르고,

언니가 나랑 같은 학교를 가는걸 싫어해서 내가 먼저 다른 학교에 신청서를 넣고,

꾸역꾸역 참으면서 언젠가 언니랑 사이가 좋아질 수 있을거라는 희망을 놓지 않았어.


언니가 로젤리아에 들어가면서 하면서 많이 부드러워지더라. 기뻤어.

그래서 언니랑 사이가 좋아지는게 너무 좋았는데,

그 기다린 시간들을 보상받는 것 같았는데.

이제는 그 언니가 누군가랑 사귄대, 두 사람은 너무 사랑해서 헤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아.

집에서도 연애 이야기, 학생회에서도 연애 이야기. 내 심정이 어떨 것 같아?


그냥 옥상에서 떨어지면 편해질까, 그래도 아직 죽는건 싫은데.

그럼 두 사람을 볼 수 없는 먼 곳으로 도망칠까? 근데 왜 내가 도망쳐야해?


지금까지 언니의 노골적인 투정과 불쾌함을 다 받아준건 난데. 또 내가 먼저?

그러면 나만 지금까지 언니를 다 받아줬던게 너무 억울하잖아.

나도 한 번 정도는 욕심을 부려보고 싶어서. 미안."






히나의 고백에 잠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고 머리가 하얘졌다.

하자와 씨도 히끅대는 소리를 멈추고 깜짝 놀란듯이 고개를 히나 쪽으로 돌렸다.

안대때문에 아무 것도 볼 수 없고 목 직전에 칼이 들어와 있는데도.

히나가 나를 사랑한다. 그런데 우리는 히나가 어떤 맘인줄도 모르고 서로의 자랑을 히나에게 했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듣는 너의 심정은 어땠을까.

너는 지금까지 해왔 듯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다 웃으면서 받아들인거지.

우리가 도대체 무슨 짓을.

죽거나 먼 곳으로 도망가자고 생각했다던 히나에게 엄청난 죄책감이 몰려왔다.

우리도 모른채 너는 엄청난 압박감을 받고 있었구나.







"이제 다 알겠지? 마지막으로 투정좀 부려보고싶어서. 언니, 나를 사랑 할 수는 없는거야?"






내가 히나를? 나는 너를 많이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네가 생각하는 감정과 내가 생각하는 감정은 조금 달랐던거구나.

진지한 히나의 고백에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너와 연인인 그림은 그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너는 내 소중한 동생이야. 그렇다면... 마지막 고백에 내놓을 대답은 하나였다.









"히나, 너를 그런 대상으로 볼 수는 없어... 하지만 너는 나에게 가장 소중한 동생이야."


"그래... 그랬구나. 고마워, 언니. 대답해줘서."









히나의 웃는 얼굴에서 눈물이 펑펑 흘러내렸다.






"지금까지 고마웠어, 언니, 츠구 짱."







그대로 히나는 칼을 하자와 씨의 목에서 빼고 잠시 멈추더니.



칼을 쥔 손을 높이 들었다. 히나는 하자와 씨의 목을 노려보고있다.



안 돼, 빨리 달려가서 히나를 멈춰야 하는데. 이미 늦었다.



히나는 들고 있던 칼을 하자와 씨의 어깨에 힘껏 내리 찍었다.



그리고는 뒤에 있는 문을 열고 그대로 달아나버렸다.










*



원래 3편으로 끝내려고 했는데 쓰다보니까 계속 길어짐


다음이 진짜 마지막일듯


진짜 처음엔 짧게쓰려고 생각했는데 처음에 썼던 작품도 길어지더라


요약능력이 없어서 그런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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