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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똑닮은 자매

삼일월야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1.04 03:01:19
조회 667 추천 21 댓글 2
														

“싫어, 이거 내가 산거야.”


“한 번 만...딱 한 번 만 가지고 놀면 안 돼?”


“저 곰 인형이나 가지고 놀아.”


“저거는 언니가 쓰던 거잖아…”


“그래도 저거, 좋아하잖아?”

 가희와 나희, 이 두 자매는 서로 똑 닮았다. 단지 동생이 키가 좀 작다는 것을 뺀다면 자매는 모든 면에서 똑같았다. 외모도 성격도, 심지어 둘은 같은 것을 좋아했다. 인형도 만화도 음식도 그게 무엇이든지. 그녀의 부모는 키우는 데 편하다고, 언니의 것들을 그대로 물려줘도 상관없다며 은근히 좋아했지만 동생인 가희는 언니인 나희에 대해 미묘한 불쾌감을 가지고 있었다. 무엇이든 자기보다 먼저 가져가는 언니, 어떤 것이라도 자기보다 먼저 사용하는 언니. 동생에게 떨어지는 것은 늘 언니가 쓰다 버린 것, 언니가 쓰다 남긴 것. 그런 것들이라도 내 마음에는 드는 것.


“헬로, 언제나처럼 놀러왔어.”


 나희의 친구, 가희에게 있어 언니의 친구인 시아. 무엇이든 똑같이 좋아하는 자매가 만약 서로 같은 사람을 사랑한다면 그 결말은 어떨까? 흔히들 나오는 파국으로 치달을까. 의외로 싸움은 없었다. 애초에 동생에게는 사랑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시아의 마음을 얻은 것은 언제나처럼 언니였다. 어느 새 시아와의 만남은 나희가 주도했고 가희는 말 한 마디 제대로 걸어볼 수 조차 없었다.그나마 시아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언니의 데이트 악세사리로 딸려 갔을 때만.


“내가 시아와 먼저 만났는 걸. 어쩌겠어.”


  조소하는 언니가 죽일 듯이 미운 것은 그 때 부터 였을까. 가희는 음험한 마음이 드는 스스로에게 혐오감이 들었지만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나희를 저주했다. 저주하고 또 저주했다. 저주 인형을 사와 송곳으로 찌를 무렵에 그녀의 언니와 시아는 입맞춤을 나누고 있었다. 그 날 밤도 여느 때와 같이 가슴을 찔렀다. 하지만 오히려 아파오는 건 가희, 그녀 자신의 마음이었다. 


“이번 주말, 시아랑 놀러갈건데 따라 올래?”


“...됐어, 그냥 나중에 사진 찍은거나 보여줘.”


“그래...그래야지…”


 승자의 여유가 역력히 느껴지는 말. 자신이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걸 확신하는 자세로 실행한 권유. 가희는 모든 것에 질렸다. 자신을 보지 않는 시아도, 그런 자신을 견제하는 언니도, 그러면서도 사랑하는 마음을 놓지 못하는 자신도. 모두 깨끗이 사라지면 어떨까. 생각하던 차에 창 밖의 유성이 그녀의 눈에 띄었다.


‘제 사랑을 이루어주세요.’


 가희가 바란 것은 순수한 소원. 그 다음 날 나희는 죽었다. 트럭에 치여 땅바닥을 나뒹굴다 건설 현장에서 떨어지는 철근에 깔렸다고 한다. 흔적조차 남지 않은, 언니의 최후. 유성이 소원을 들어준 걸까? 자신의 소원때문에 나희는 저런 최후를 맞이한 것일까? 오열하는 부모님과 일가 친척의 사이에서 가희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나 때문이야…”


 언니를 저주한 자신을 증오했다. 자매의 목숨을 앗아간 스스로가 너무도 미웠다. 부정적인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희는 어느 새 장례식장 옥상 난간에 다달았다. 삶의 끝에서서 그녀의 눈 앞을  스쳐지나가는 것은 지금까지 만나왔던 사람들, 가족들, 그리고 언니.


‘그래...그래야지…’


 떠오른 언니의 이미지는 가희를 조소하는 모습이었다. 난간 밖으로 튕겨져 나가려던 그녀의 몸이 멈췄다. 몸을 이끈 것은 증오, 그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추악한 마음가짐. 옥상에 드러누워 숨을 헐떡였다. 그리고 울었다. 죽은 언니에게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 자신이 싫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시아를 생각하는 자신이 싫었다. 언니의 자리가 비었다는 사실에 은근히 미소짓는 자신을 때려 죽이고싶을 정도로, 혐오했다.


“오늘도 밤은 길어.”


 언니를 닮은 동생. 나희를 닮은 가희. 비어버린 시아의 옆 자리에, 가희는 어느새 자신을 끼워 맞췄다. 시아의 연인을 자처했다. 아주 자연스럽게, 잠깐의 공백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 처럼 스며들었다. 조금 작았던 키마저 어느 새 생전 언니의 것을 따라잡았다. 허물을 벗은 뱀처럼 성장했다.


“그러니, 둘이 함께 쭉...”


 시아에게는 죄책감이 있었을까, 아니면 정욕이 앞선 것이었을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면 시아는 온전히 가희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 겹쳐져 있는 건 나희, 그녀의 언니. 가희도 알고있다. 하지만 이제와 그녀에게 상관없는 것이었다. 시아와의 사랑도 이제까지와 똑같았다. 언니가 먼저 사랑하고, 언니가 먼저 껴안고, 언니가 먼저 입맞춤을 퍼부은 그런 사람. 똑같이 좋아하지만 언제나 가희, 그녀는 뒷전이었다.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그녀의 차례. 온전한 그녀만의 순간.


“자, 그러면.”


 음란하다고 할 수 있는 미소. 가희는 그렇게 웃음지는 시아가 너무도 사랑스럽다. 비록 온전히 자신만을 바라보며 짓는 표정이 아님에도 느껴지는 것은 순간의 희열. 나희가 죽은 지 3년이 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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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욕심이라는 게 참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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