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스스톤을 담당하는 Team5에는 매년 11~12월에 2주정도 "Free your mind"라는 행사를 진행함

뭐 짧게 설명하면 "하스스톤 기반으로 니가 꼴리는 대로 만들어봐라"임

예전에도 난 Muffinus와 함께 wow에서 탈것 퍼즐을 제작한 적이 있었음

(개념글 참조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pebble&no=4939880 )

이 지랄맞은 난이도의 퍼즐을 전세계 커뮤니티에서 모여서 푸는 것 보고 있으니 큰 자극이 되더라

그런데 하스스톤에서는? WOW는 명색이 오픈월드 게임이고 어딘가에 무엇을 숨긴다 라는 건 상대적으로 쉬움

하스스톤에서는 이런걸 넣는다는 건 대단히 도전적인 과제임

이런 류의 보물찾기를 망치는 건 보통 스포일러임

사람이 많이 투입될수록 새어나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인원은 최소한으로 쓰기로 함

그래서 나와 QA 두 명만이 전체 그림을 알고 있기로 하고, 몇몇 디자이너들이 개별 퍼즐을 만들어줌

(그 친구들은 이런 걸 하려는 줄은 몰랐을거야)

#0. 수수께끼

퍼즐 몇 개를 만드는 건 그렇다 치고 사람들을 어떻게 이 퍼즐에 갖다놓느냐가 문제였음

여러 고민 끝에 특정 카드들, 혹은 특정 덱코드를 연습 모드에서 사용하면 퍼즐이 열리도록 하고

이 "특정 카드들"의 리스트를 카드의 플레이버 텍스트에 숨기자는 결론에 도달

사실 퍼즐은 20.2 전까지는 준비가 끝나지 않았었지만 일단 불땅 발매 시점부터 플레이버 텍스트에는 다 구겨넣어 둠

20.2에 비밀 퍼즐이 추가되었는데 플레이버 텍스트가 바뀐 카드가 있다고? 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개노잼 되는거임

이런 문제는 전세계 돌붕이들이 들러붙어서 풀어야 하는 문제니까 그에 걸맞게 지랄맞게 어려워야 함

수천명의 돌붕이들이 붙어서 모든 가능성을 테스트하고 꼬라박아야 하는 수준이 되어야 수수께끼로서의 가치가 있음

(그리고 실제로 초반에 온갖 방식으로 꼬라박음;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pebble&no=4938084 )

솔직히 플레이버 텍스트 내보내면서 존나 후회 많이했음

"아시발 솔직히 너무 어렵게 낸거 아닌가 이 플레이버 텍스트 4개를 특정하고 무슨 카드인지 추측해서 플레이하게 하는거라니 정말 영영 아무도 못하는거 아냐?"

그런데 내 이전 경험에 비춰 볼 때, 늘 이런 생각 들고, 다들 잘만 풀더라

꽤나 긴 시간이 지난 뒤에 전세계 사람들이 서로가 알고 있는 걸 공유하면서,

이런 어거지 플레이버 텍스트들이 부자연스럽다는 걸, 특히나 "중국어 번체"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난다는 걸 알게 됨

(발견된 계기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pebble&no=4939261 )

이때부터 수수께끼가 아예 모르는 상태에서 뭔지 찍는 모드가 아니라,

세칭 "월드 퍼스트 킬" 모드가 됨 ㄲㄲ

특히, 퍼즐을 도입하면서 "퍼즐을 순서대로 푸는" 게 아니라 "병렬적으로" 풀 수 있도록 해둔 거 중요했음

전세계 돌붕이들이 들러붙으면 거기에는 단어퍼즐 논리퍼즐 수학퍼즐 푸는 사람 다 뒤섞여 있으니까

그 사람들이 각자 자기가 잘 하는 퍼즐에 붙어서 풀 수 있도록 해둔거

그런데 솔직히 도적 퍼즐 진입할때 너무 특급카드 많이 언급했음

다음에 또 만들면 좀 싼 카드로 할 수 있게 해줘야겠다

#1. 큐브 (도적퍼즐)

숫자퍼즐임. 토르가스트 탑에서 등장하는 상자 참조했음. 하지만 존나 빡세게 만들어뒀지

이쪽 퍼즐이 다 그렇지만 스크립트나 프로그램 만들어서 싹 돌려버리면 금방 뚫림

그래서 낚시용으로 "열쇠의 공격력이 중요한 것처럼" 페이크를 치고, 최종 목표가 뭔지 가려버림

첫클리어 나오고 사람들이 "왜 하필 4야?" 라고 다들 묻고 다녔는데, 사실 아무 의미없었음 미얀 ㅋ

답이 두가지 이상일 수도 있다고는 생각했는데 솔직히 자신 없었음

그런데 이 미친 돌붕이들이 아예 큐브 퍼즐을 역해석해냈더라.

#2. 미로 (드루 퍼즐)

응 나 미로 좋아함 ㄲㄲ wow 탈것 퍼즐 만들때도 존나 써먹음 ㄲㄲ

그런데 하스스톤에서는 어떻게 미로를 구현해야 할까?

(참고로 난 디스코드에서는 이 퍼즐을 'Door'라고 불렀음. Maze라고 부르면 너무 티나잖아)

그래서 최대한 단순화해서 "좌회전, 우회전, 직진", "전방에 벽 있음" 만 빼고 싹 다 빼버림

이정도면 미로게임 돌리는데는 충분하고 잘들 찾더라

사실 5차원 공간, 모서리끼리 연결된 무한 구체형 공간, 트랩방, 탈출구 나가려면 열쇠 찾아와서 꼽기 같은거 존나 다 구상했는데

시발 하스스톤 미로도 처음인데 이거 다 넣으면 난이도 터져나갈까봐 겁나서 못넣음

아 왼쪽 9번 제한 걸어둔건 난이도 올리려고 ^^

#3. 짐마차 (전사퍼즐)

논리 퍼즐로 잘 알려진 강건너기 퍼즐임 나 이거 좋아함

돌겜 게임판 딱 봐도 12시랑 6시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는 퍼즐 만들 수 있을 것 같잖아?

이거 불모의 땅 테마랑 맞추려고 열심히 끼워맞춤.

- 강건너기 퍼즐 대신에 짐마차로 바꿈

- 늑대 대신에 가멧

- 오크는 자버릴 수도 있음

- 룰 어겨서 실수하면 켄타우로스들이 와서 엎어버림

워낙 유명한 퍼즐이라서 제일 빨리 풀림

#4. 상점 (냥꾼퍼즐)

푸느라 고생했지? 만드는 쪽에서도 디자인할때 디지는 줄 알았다 시발

그래도 명색이 퍼즐 컨텐츠인데 손쉽게 털리지 않는, 스크립트나 프로그램으로 쉽게 뚫리지 않는거 하나 넣어야 한다고 생각했음

결국 물건들을 사고 파는 "트레이딩" 미니게임으로 결론내고 12시에 상인들 6시에 모험가들을 배치함

이걸 만드느라 두 번쯤 엎었는데,

- 첫 번째 버전은 다 만들고 나서 퍼즐을 직접 풀어보니 답을 다 알고 있음에도 입력하는 데만 6시간 걸림. 물건을 하나씩만 살 수 있게 했거든 ㄲㄲ

- 두 번째 버전은 만들고 보니 물건을 몽땅 사도록 하는 룰 때문에 정답을 입력할 수가 없었음

그래서 세번째 버전을 위해서 만든 시트가 대충 이 정도쯤 됨

그리고 내부 테스트용 정답지로 만든게 이정도

이걸 QA한테 시도해보라고 넘겨줬더니 10~12분쯤 걸리더라

내가 생각한 것보다는 약간 길긴 하지만 에이 그래도 최종 보스라면 이정도는 되어야지 하고 넘어감

누가 나한테 이런거 묻더라 "다음 확팩에도 이런거 또 나옴?"

잘 모르겠음 이거 만드는데 시간 개많이 들거든 ;; 시간이 있으면 나야 만들고 싶지

Q : 이걸 어케 다 만들었노

A : 나도 내 머리가 이걸 어떻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Q : 구경하면서 제일 신났을 때가 언제임?

A : "아시발 뭘 봐야될지 모르겠어..." 하던 놈들이 잠깐 눈떼고 돌아오니까 "우리 3.5개 풀었음" 된거

A : 그리고 탐정단 디스코드에 그마들 들어와서 보고 있던거. 니들 좀 있으면 경기 시작하는데 왜 여기있노

Q : 시발 너 그럼 트위터 프사는 왜 바꿨냐 그것도 낚시냐?

A : 이 프사 3년 전에 커미션해서 받아둔거임 ㄲㄲ 20.2 패치하고 프사에 ? 들어간거 달고 있으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수정해 달라고 요청했음. 당연히 낚시였지

(그리고 실제로 깜깜이로 찾던 탐색 극초반 이 프사가 무슨 의미인가에 대한 심각한 토론이 있었음)

Q : 왜 하필 드루만 6장임?

A : 직업 컨셉대로 한거뿐임. 도적은 코스트 감소, 드루는 추가 카드, 전사는 피해입은 하수인, 냥꾼은 야수

Q : 폰으로 냥꾼퍼즐 풀다 디지는 줄 알았다

A : 우리도 끝물에 가서야 알았음 그래서 첫공개때 허둥지둥 "모바일로는 힘들수도 있음~" 한거

Q : 쓰다 버린 퍼즐 아이디어 있음?

A : 물론 있지 그런데 그걸 알려주면 그거 다음 퍼즐에 못써먹자나

Q : 사냥꾼 퍼즐에 중국산 해답 보고 무슨 생각 들었냐?

A : 시발 그쪽 정답이 먼저 나오지 않아서 다행이야...

Q : 보면서 제일 웃겼던 오답이 뭐였냐?

A : 다들 로카라 용병들의 이야기 가서 문지르고 있는거 ㄲ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