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앙~ 유우카! 제발 한 번만 용서해주라~!"
"한 번만은 무슨! 그 말만 벌써 몇 번째인지 아세요!"
아마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었다고 생각한다.
"대체 고기동형 자코가 뭔데요! 이거 지난번에도 사지 않았어요?"
"그거랑 이건 다른 거거든! 지난번에는 죤 전용기라서 빨간색이었고, 이번건..."
샬레의 당번으로 가서 선생님의 업무를 도와주고, 그러다 생각나서 선생님의 영수증을 정리해주다 서로 투닥대는 그런 나날.
다만 평소와 다른 점이 있었다면...
"정말이지, 애도 아니고 이렇게...!"
"... 뭐?"
어쩌다보니 서로 오해가 생겨버린걸까.
"엣? 저, 선생님? 이건 그런 의미가 아니고..."
나는 침착하게 원래 하려던 말을 전하고자 했지만,
"... 아냐, 괜찮아. 신경 안써도 돼."
"선생님?"
"시간이 늦었네. 볼일도 많을텐데 슬슬 들어가 봐. 이쪽 서류도 끝났으니까."
"아니, 저..."
"어서."
낮지만 단호한 목소리에, 나는 그만 압도되고 말았다.
"... 못난 어른이라 미안하구나."
"그건..."
무언가 말을 하고 싶었지만, 선생님의 눈빛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기에 그대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흐음~ 그래서 줄곧 풀이 죽어 있었군요?"
"그렇다니까~ 난 그저 어린애처럼 돈을 함부로 쓰면 안된다는 얘기였는데..."
그렇게 밀레니엄에 돌아온 나는, 샬레에서 있었던 일을 가장 친분이 두터운 세미나의 서기에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어떡하면 좋지, 노아? 선생님이 그렇게 화난건 처음이었는데..."
"으음~ 그렇게 얘기해도, 서기라는 제 입장상 개입하긴 힘들것 같은데요?"
"뭐어!? 이건 서기랑 전혀 관계없잖아?"
"후훗, 당연히 있답니다? 이정도로 낙담한 유우카 쨩의 이야기를, 서기로서 기록하지 않을 수는 없잖아요?"
"노아, 너 진짜! 누구는 어렵게 얘기한건데 재밌다니..."
겉으로는 노아에게 볼멘소리를 내고 있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마음이 정리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제 진짜 어쩌면 좋지? 어떡하면 선생님한테..."
"니하하핫! 뭘 그런 걸로 고민을 해요!"
세미나의 잔업을 처리하며 어떻게 사과할지 고민하던 도중, 유쾌한 후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라, 코유키 쨩?"
"코유키? 뭔가 좋은 생각이라도..."
"그야 있죠~ 솔직히 선생님 취미가 유치한 건 사실이잖아요? 이럴 땐 오히려 솔직하게 프라모델 조립은 유치하다고 말하으웩!"
혹시나 도움이 되는 내용일까 귀기울여 듣던 나는, 역시나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말밖에 안하는 후배의 정수리를 손에 든 계산기로 내려칠 수밖에 없었다.
"기대한 내가 바보지, 으휴..."
"그, 그치마안! 선배도 내심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런 말 한거 아니에요? 왜 나한테만..."
"그럴리가 없잖아! 나도 게임이라던가 이런저런 취미는 있으니까! 다만 취미생활에 무계획적인 소비를 많이 하면..."
"엥? 그럼 선배도 같이 프라모델 만들던가요."
"... 어?"
"봐요봐요, 못하겠죠! 역시 선배도 유치하다고 생각하는..."
"그래, 그거다!"
"네?"
아무렇게나 뱉어내던 후배의 말을 듣던 나는, 무언가 아이디어가 팟 하고 떠오르는 감각을 느꼈다.
"고마워, 코유키! 덕분에 좋은 생각이 났어!"
"아니, 잠깐, 노아 선배, 저만 이해 못하는 거예요?"
"후훗, 잘은 모르겠지만 유우카 쨩이 기운 차렸으니 된거 아닐까요?"
"그러니까, 분명 여기쯤에..."
다음날, 내가 방문한 곳은 다름아닌...
"여기다! '프라모 베이스'!"
D.U 근교에 있는 대형 토이샵이었다.
"좋아, 일단 가게를 찾는 것까진 완벽해!"
계획은 간단했다.
토이샵에서 프라모델을 사서 직접 조립한 후, 선생님한테 보여줘서 선생님의 취미생활을 이해한다는 사실을 어필하는 것.
이럴거면 그냥 프라모델을 사서 선생님한테 선물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지만...
"... 그러면, 내 진심이 전해지지 않을 테니까."
이번 일은 분명히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서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물질적인 선물로는, 이를 충족하기 어려울 테니까...
"그러니까, 가자!"
그렇게 힘찬 각오로 들어간 토이샵은...
"자, 자! 다들 줄서세요 줄서! 다 들어가실 수 있으니까!"
"어, 으에에에에에에에에에~!"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아, 아니 잠깐! 무슨 사람이 이렇게...!"
"아우우, 어떡하면 좋죠~! 하필 늦잠을 자버려서..."
"... 어?"
"어라?"
그리고 이런 상황이 곤란한건, 나뿐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당신은 아마, 우라와 하나코의 친구였던..."
"어, 어?! 저를 기억하세요? 저같이 수수한 사람을..."
"어, 뭐... 조금은..."
히후미, 그녀에 대한 것은 조금 알고 있다.
정확히는 그녀의 친구와 이런저런 일을 겪어서 알게 된 것이지만.
"그것보다, 트리니티의 학생이 이런 곳엔 무슨 일로..."
"아하하, 그게..."
그녀가 설명해준 상황은 이랬다.
오늘은 다름아닌 한정판 메카혼 페로로질라 피규어의 발매일이어서,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것.
그리고 이를 설명하는 그녀 역시 페로로질라 피규어를 구매하려다가 늦은 것이라고 한다.
"그나저나 이번 상품은 굉장하다고요! 눈에서 레이저를 쏘는 모습을 재현한 클리어 파츠라던가, 미니언들도 부속되어 있고! 무엇보다 카이텐저와의 싸움을 재현할 수 있는 대미지 파츠도...!"
"어, 어 그래. 그것보다도 일단은..."
어째선지 흥분한 그녀를 달래며, 우리는 매장 입장 줄에 합류하였다.
"앗, 죄송해요! 뭔가 저만 즐거운 이야기를 해버린거 같아서..."
"아, 아냐 괜찮아! 사실은... 무척 즐거워보이니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아하하, 그런가요.... 고마워요, 유우카 씨는 친절하시네요."
"그럴리가, 나는..."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어느덧 줄은 줄고 줄어 우리 차례가 되었다.
"보세요, 유우카 씨! 드디어 우리 차례가...!"
"저... 손님, 죄송합니다만..."
기쁜 마음으로 뛰어가려던 히후미 양을 직원이 가로막았다.
"현재 한정판 메카혼 페로로질라는 하나밖에 안 남아서요... 아쉽지만 한 분은..."
"네, 네에에에에에~! 이럴수가!"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그녀는 그 자리에 엎드리고 말았다.
"아우우, 어떻게 찾아온 기회였는데..."
"저, 저기..."
그런 그녀를 바라볼 수만은 없어, 결국 내가 나섰다.
"사실 저는 이 상품이 아니라 다른 걸 사러 온 거거든요. 괜찮다면 이 피규어는 여기 계신 분한테..."
"네? 정말요?"
내 말을 들은 히후미 양은 그새 기운을 차리고는 내 두 손을 꼭 잡았다.
"고마워요, 유우카 씨! 이 은혜는 평생...!"
"아하하, 평생까지야..."
왠지 그녀의 말버릇이 옮아버린 것 같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럼 저 먼저 들어가볼게요! 오늘 즐거웠어요, 유우카 씨!"
"응, 조심히 들어가봐."
그녀를 통해서, 어쩐지 당신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된 것 같았으니까.
"어라? 유우카 쨩, 아직 안 자요?"
"으응, 이것만 좀 하고..."
그날 저녁, 평소보다 업무를 일찍 마친 나는 조금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그 시간은 당연히...
"그러니까 이렇게..."
낮에 산 프라모델을 조립하고 있었다.
"끄응... 이거 원래 잘 안 끼워지나? 딱 소리가 나야 된댔는데..."
직접 해보면서 알게 된건데, 이거 생각보다 많은 노고가 필요한 작업이었다.
"부품은 작아서 잃어버리기 쉽지, 니퍼로 제대로 안 떼어내면 자국이 남지... 엄청 번거롭네... 선생님은 이런 과정을 매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이었을까.
"그럼 여기서 뿔을 끼우면 머리는 완ㅅ..."
"니하하핫! 선배 뭐해요? 혹시 출출하면 저랑 같이 소면이나 끓여먹..."
"으헤윽, 깜짝아! 코유키!"
갑작스런 후배의 방문에,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너 진짜! 부탁이니까 노크 좀... 잠깐."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중요한 사실 하나를 눈치채고 말았다.
"왜 그래요, 선배? 뭔 일 있..."
"거기서 움직이지 마!"
"와악! 왜 갑자기 화를 내요!"
그리고 그 사실이란 것은...
"... 나 이거 뿔 떨어뜨린 거 같아."
"아."
"애애앵, 왜 선배가 떨어뜨린걸 저도 같이 찾아야 되는데요~!"
"잔말 말고 빨리 찾아봐! 이건 네 책임도 있잖아!"
그렇게 우리는 늦은 밤에 세미나 사무실의 바닥을 이잡듯이 뒤지고 있었다.
"선배, 이건 진짜 무리라니까요! 그냥 인터넷에서 부품 하나 사요!"
"찾기만 하면 쓸 수 있는데 뭐하러?! 그런 불필요한 소비를 했다간...!"
"어라? 두 사람 지금 뭐해요?"
그런 우리를 찾아온 것은 노아였다.
"아, 노아! 자러 들어간거 아녔어?"
"그게, 당장 잠이 오지도 않고 왠지 유우카 쨩이 걱정된달까, 그래서 휴게실에서 시집을 읽고 있었어요. 그러다 소란스러워져서 와봤는데..."
"아, 마침 잘됐다! 노아 선배도 도와줘요! 아 글쎄 유우카 선배가 칠칠치 못하게 프라모델 부품을 흘려서..."
"야, 코유키! 딴 사람은 몰라도 너한테만큼은 그런 소리 듣고 싶지 않거든!"
그렇게 투닥거리는 우리를 말린 것은,
"부품이요? 그거라면 혹시..."
노아의 말 한마디였다.
"유우카 쨩 머리에 붙어있는 그거요?"
"어?"
"엑?"
그렇게 노아 덕분에 사소한 해프닝을 해결한 후, 나는 다시 프라모델 조립에 매진할 수 있었다.
물론 하루만에 프라모델을 완성하는건 불가능했다. 프라모델 조립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고, 회계라는 입장 때문에 여유를 많이 낼 수 없었으니까.
그래도 짬짬이 진행하다보니 3일만에 프라모델을 완성할 수 있었고, 나름대로 빠르게 끝마친 것에 안도하였다.
이제 남은 건...
"... 가자, 샬레로."
마음을 굳힌 나는 바로 샬레에 찾아갔고, 사무실까지 곧바로 향하였다.
그리고 그곳에는...
"누구세... 엑! 유우카!?"
"선생님...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묘한 분위기를 읽어냈는지 선생님은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었다.
"유우카, 혹시 지난번 그 일 때문이면 그건..."
"그게 아니라요! 아니, 맞긴 한데요!"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 선생님을 몰아붙인 나는, 준비해온 것을 꺼냈다.
"그... 이거, 어떤거 같아요?"
"... 엥? 이건..."
내게서 프라모델을 받아든 선생님은, 곧 찬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지휘관용 자코 2... 확실히 내가 좋아하는 프라모델은 맞는데, 이건 왜?"
"그, 그게!"
몇 번이나 연습한 말이지만 어째선지 부끄럽다. 하지만 말해야 한다.
"그, 지난번에 선생님한테 했던 말은 선생님 취미가 부끄럽다는 게 아녔어요. 오히려 저도 해보니까 정말로 즐거웠고, 그러니까..."
조금 얼빠진 표정으로 쳐다보는 선생님께, 말을 이어나간다.
"지, 진짜 죄송해요! 선생님 기분도 헤아리지 못하고..."
말을 마친 나는 그대로 허리를 직각으로 꺾어 사죄를 표하였다.
어째서일까. 말하고 나면 괜찮을줄 알았는데, 오히려 자신이 얼마나 무례했는지 깨닫게 되어서 점점 더 부끄러워진다.
"... 유우카."
그런 나를 달래주는건, 다름아닌 선생님이었다.
"유우카는 잘못한거 없어. 오히려... 그날은 너무 속좁게 행동한 내 잘못이지."
"선생님..."
"그날 못난 어른이라 미안하다고 했던거 기억나지? 그땐 홧김에 한 소리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오히려 그거야말로 못난 어른의 표본이었어. 걱정 끼쳐서 미안하구나..."
선생님은 어째서인지 고개숙인 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있었다.
"용서해... 주시는 건가요?"
"그건 오히려 내가 묻고 싶은데? 유우카는 어때?"
"푸, 푸흡..."
서로 바보같은 질문을 주고받자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웃음이 나오고 있었다.
"하핫! 정말 몰라서 물어보시는건 아니죠? 제가 선생님을 미워할 리가 없잖아요!"
"크하하! 그치? 나도 그렇게 생각하던 참이야."
그렇게 오해에서 비롯된 일련의 소동은 막을 내렸고,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선~ 생~ 님~! 이 영수증은 또 뭔가요! 바사지라니, 또 프라모델이죠!"
"아~ 그게 있지, 지난번에 유우카가 조립한 자코 기억나지? 그거 타고 다니던 등장인물의 최종 기체인데..."
"그니까 그런 걸 사는건 상관없다니까요? 왜 꼭 사고나서 영수증을 숨겨두는 건데요!"
"그...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샬레의 당번으로 가서 선생님의 업무를 도와주고, 그러다 생각나서 선생님의 영수증을 정리해주다 서로 투닥대는 그런 나날.
다만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정말이지... 그때 조립해준 프라모델, 소중히 해주시니까 봐주는 거예요?"
"야호! 유우카 최고!"
"그러니까 그렇게 일희일비하는건...!"
그때 만들어준 프라모델이, 샬레의 책상 한구석에 멋지게 장식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당신에 대해 더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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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카가 선생 프라모델 싹다 갖다버린다는 음해 한번씩 볼때마다 복장 터져서 함 써봄
유우카 한녀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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