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하하하핫! 그게 진짜야?"
"요, 요시미 쨩! 웃음소리가 너무 크잖아!"
"아~ 미안미안. 뭔가 상상이 돼버려서~."
나른한 오후의 카페.
그곳에서 오랜만에, 방과 후 디저트부 전원이 모여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들이 몰두하고 있는 화제는...
"그래서,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아이리?"
"음... 분명, 공주님을 지키기 위해 왕자님이 출정하는, 로망 넘치는 이야기의 프롤로그였는데..."
"그정도로 거창한 얘기는 아니야, 나츠 쨩... 아무튼! 무슨 일이 있었냐면..."
시간을 거슬러 일주일 전,
"선배들이랑 대면식?"
"네! 이번에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다는 모양이에요."
트리니티를 졸업하고 나서도 종종 샬레에 방문하던 나는, 그날도 선생님의 사무실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학과 대면식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선배들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다니까, 재밌을 것 같지 않아요? 선생님은 어때요?"
"나? 어, 뭐... 확실히 재밌지, 대면식."
고양된 기분으로 말하는 나와 달리, 선생님의 반응은 뭔가 뜨뜻 미지근했다.
"... 혹시, 선생님은 별로인가요?"
"어? 아, 아냐아냐, 그냥..."
라고 대답하며, 선생님은 내 왼손을 꼭 잡았다.
"앗!"
"재밌게 놀고 오는거야 좋은데,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조심했으면 좋겠다, 뭐 그런 거지."
"아... 네! 고마워요, 선생님."
선생님이 잡은 내 왼손의 약지에는, 졸업 후에 선생님이 내게 선물했던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뭐야, 적어도 그때까진 별 일 없었네? 근데 왜..."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막상 대면식 당일에 보니까..."
그렇다. 분명 그날까지도 별 문제 없었다.
"아이리 쨩, 그거 커플링이야? 부럽네~ 남친은 잘 해줘?"
"아하, 예 뭐... 바쁘긴 해도 좋은 사람이에요."
선배들의 질문 공세가 버겁긴 했지만, 그냥 새내기가 귀여워서 그런 거려니 생각했다.
하여튼 적당히 이야기도 나누고, 많이는 아니지만 술도 마시면서 분위기가 꽤 들떠 있었는데...
"똑똑, 똑똑똑."
누군가 우리가 있는 룸 앞에서 입으로 노크 소리를 내었다.
"응? 야, 우리 학번 중에 누구 더 오기로 했었나?"
"아니? 혹시 신입생 중엔..."
"저희도 누구 없었는데요? 누가..."
"... 아! 저 목소리!"
예상치 못한 방문자에 모두 의아한 눈치였지만, 나만큼은 그 목소리를 뚜렷이 알고 있다. 그건...
"저기, 누구..."
"안녕~! 혹시 쿠리무라 아이리 여기 있니?"
"... 어? 샬레의 선생님?"
문을 열어준 선배의 말을 들은 모두는, 곧바로 선생님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우와, 진짜 선생님이잖아...!"
"샬레의 선생님이 진짜 여기까지 왔다고?!"
"쌤~! 저 그때 상담해준 덕분에 대학교 열심히 다니고 있어요~!"
아니나 다를까, 선생님 주변엔 금세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아하핫, 저기, 일단 비켜주면 안될까? 용건이 있어서..."
"앗, 네! 죄송해요. 근데 무슨 일로..."
"아, 별 건 아니고..."
그렇게 말한 선생님은, 내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아이리, 너 이거 놓고 갔더라?"
"이건..."
손수건. 선생님이 건네준 것은, 분명 내 기억에 없는 손수건이었다.
"선생님, 이건 제 손수건이..."
"어 뭐야? 아이리 쨩, 설마 선생님이랑 따로 만나는 거야?"
"아, 그러고보니까 선생님 왼손에...!"
차마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주변은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애인이 걱정된다는 걸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고 와버렸다라... 조금 민폐지만 확실히 로망이 있군. 그래서? 그 다음은?"
"아하하, 그게 말이지..."
그후의 전개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자자, 그러지 말고 선생님도 앉아요!"
"어, 어? 내가? 그럼 재미 없을텐데..."
"재미없긴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쌤 싫어하는 사람 한 명도 없어요!"
"아니, 그건 고마운데..."
학생들에게 호감이 많이 쌓여있는 선생님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술자리에 합석하게 된 것이다.
"야야, 뭐해! 빨리 선생님도 한 잔 따라드려!"
"어... 딱 한 잔 만이다?"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 합석한 선생님은, 분명 처음엔 꽤나 조심스러운 느낌이었지만...
"난! 너! 룰! 쏴뢍해에~ 알러쀼 껄!"
한 잔 두 잔 마시다 보니, 저렇게 완전히 취해서는 가게가 떠나가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이 쎄! 쌍은 너 뿌뉘야~ 오륑 더 월!"
"아하핫! 쌤 의외로 저런 면모도 있구나! 남친이 저런 사람이라 즐겁겠네, 아이리 쨩!"
"으, 응..."
선생님의 저런 모습, 솔직히 아예 몰랐던 건 아니지만 뭔가 부끄럽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쌔앰~ 요거 한 잔만 더 마셔요!"
"어~? 더 마시면 지인짜 안되는데~ 그럼 딱 한 잔만 더 마실까?"
어째선지 선배 한 명이, 아까부터 선생님과 거리감이 가깝다는 것이었다.
"이건... 위험해...!"
"응? 뭐가?"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이건 위험하다.
선생님을, 애인을 누군가에게 뺏길지도 모른다.
"서, 선생님! 이번엔 제가 따라드릴게요!"
"으응~? 진짜? 그럼 부탁할게~!"
술을 따라준다는 명분으로 선생님 옆에 딱 붙은 나는, 비틀거리는 선생님에게 어깨를 빌려주었다.
"선생님, 그나저나 계속 마셔도 괜찮겠어요? 원래도 술 잘 못하시면서..."
"아이, 진짜 괜찮다니까~! 딱 한 잔만 더 마셔도..."
"선생님?"
"으음... 아이리..."
아니나 다를까, 선생님은 술에 취해 그대로 잠들고 말았다.
"정말이지, 이럴 줄 알았다니까... 선배님들, 죄송한데 우린 먼저 가볼게요."
"어? 좀만 더 놀고가지~."
"아무래도 선생님, 잠드신 것 같아서요. 그럼!"
그렇게 말한 나는, 선생님을 부축하여 그대로 가게를 나섰다.
"하하하핫! 뭔 모습이었는지 알 것 같아, 그거! 진짜 상상만 해도 웃기네~!"
" 그러니까 요시미 쨩! 아까부터 목소리가 크다니까!"
"네가 이해해, 아이리. 요시미는 다른 게 작은 대신 목소리가 커서..."
"뭐가 어째? 그게 네가 할 소리야, 나츠!?"
내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요시미와 나츠는 늘 그렇듯이 아웅다웅하고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카즈사도 거기 끼어서 삼파전이 되었겠지만...
"... 저기 아이리, 혹시 화장실 가고 싶지 않아?"
"어? 상관은 없는데, 왜?"
"으음, 아직도 혼자 화장실을 가지 못해서 보호자가 필요한 건가... 하지만 의지할 사람이 있다는 것도 역시 로..."
"미안, 나츠. 장난 받아줄 기분은 아니라서."
"... 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나츠와 요시미였지만, 그런 건 아랑곳하지 않은 채 카즈사는 나를 화장실 앞으로 데려갔다.
"저기, 카즈사 쨩? 그래서 따로 불러낸 이유는..."
"그, 엄청 실례되는 질문인 건 아는데..."
카즈사는 어째선지 말하기를 망설이는 눈치였다.
"그, 저기 있잖아..."
"왜 그래, 편히 말해봐."
"... 아까 해준 이야기, 뒷이야기는 따로 없는거지?"
"어...?"
"어디까지 모실까요, 손님?"
가게에서 빠져나온 우리는 어렵게 택시를 잡았다.
"저, 그러니까 샬ㄹ..."
그리고 목적지를 묻는 택시기사에게, 나는...
"아니, 저희 집까지 데려다 주세요."
내가 지내는 자취방의 주소를 알려주었다.
"야호~ 집이다~! 근데... 어라?"
자취방에 들어온 선생님은, 알코올로 의식이 흐려졌음에도 무언가 위화감을 느낀 듯했다.
"아이리~ 여기 어디야? 꼭 아이리 집처럼 생겼네~ 헤헤. 기억나? 너 자취방 찾을 때 나도 같이 도와줬..."
"선생님."
술주정을 부리던 선생님을, 나는 단호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어라~? 아이리, 왠지 눈이 무섭우왓!"
그리고 겁먹은 듯한 선생님을, 그대로 침대에 밀어 눕혔다.
"제가 해코지라도 당할까봐 따라오셨으면서, 정작 본인은 무슨 일을 당할 뻔했는지도 모른다니 어불성설 아니에요?"
"어묵~? 선생님도 어묵 좋ㅇ..."
"말장난이나 하자는 게 아니에요, 선생님."
그대로 선생님 위에 올라탄 나는, 선생님 귓가에 한 글자씩 또렷하게 말을 흘려넣었다.
"당신은 누구껀지, 저는 누구껀지, 오늘 확실하게 알려드릴게요."
"그, 미안해 아이리! 역시 무례한 질문이었지? 이건 그냥 못 들은 걸로..."
"... 카즈사 쨩."
"어?"

"... 정말로, 알고 싶어?"
"아이리, 너 설마..."
그 자리에 얼어붙은 카즈사를 놔둔 채, 나는 자리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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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디 보자마자 이건 씨발 참을수가 없어서 써왔음.
역시 소설은 소재 떠오를때 바로 쓰는게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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