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을까. 이부키를 예전처럼 지켜볼 수 없게 된 건.
만마전. 게헨나의 학생회이자, 최고 권력 기관.
하지만 그 실상은 마코토 선배가 제멋대로 정책을 집행하는 기반일 뿐이다.
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시키는 일만 똑바로 처리해주면 마코토 선배가 날 건드리지도 않았고, 무엇보다도 내겐 사랑스러운 후배가 있었으니까.
그래, 그게 내 모든 것이었다. 그날 전까지는.
"으음... 정말로 이런 데 있는거 맞아요, 이부키?"
"기다려봐, 이로하 선배! 분명 여기 있다니까!"
만마전의 일과가 끝난 늦은 오후, 우리는 도서관에 와 있었다.
어째선지 이부키는 게헨나의 고문서에 흥미가 생긴 모양이었다. 사다리까지 끌고와서는 높은 책장까지 뒤지기 시작할 정도였으니.
"그래서, 찾았나요?"
"음... 아, 찾았... 어엇!?"
그 순간, 사다리의 균형이 안 맞았는지 흔들리기 시작했고...
"이부키! 이부키, 괜찮아요?!"
"아야야..."
결국, 이부키는 사다리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물론 키보토스의 인간이니만큼 많이 다치지는 않았겠지만, 갑작스런 일에 놀랐을 수도 있어 서둘러 달려갔다.
그런데...
"이부키, 많이 안 다쳤어요? 어서 양호실에..."
"이거 봐, 이로하 선배! 드디어 게헨나 방언으로만 쓰인 책을 찾았어!"
어째선지 이부키는 다친 곳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찾은 책을 자랑하고 있었다.
"... 이부키? 무릎에서 피가..."
"분명 게헨나의 우수함을 증명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일거야! 마코토 선배한테도 얘기하러 가자!"
"네? 네, 뭐..."
너무나 자연스러운 이부키의 태도에, 나도 그만 수긍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혹시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게헨나 초등부에선 게헨나 방언을 자세히 가르치지 않는다는 점과, 이부키가 찾은 책의 제목이 "Mein Kampf"였음을 눈치챌 수 있었을까.
그리고 시간은 흘러, 바로 지금.
아지트에 선생님을 숨겨둔 나는, 이부키와 대치하고 있었다.
"근데 이로하 선배, 아까 선생님 목소리 들리지 않았어?"
"커흡?!"
아무래도 이부키는 선생님의 존재를 눈치챈 것 같지만, 여기선 최대한 자연스럽게 넘어가야 했다.
지금 이부키가 선생님과 만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이, 이부키가 뭔가 착각하지 않았을까요? 요새 선생님을 안 본지 오래돼서 그립다거나..."
"흐음... 그런가?"
그래도 어떻게든 상황을 무마했다고 생각했건만...
"... 이로하 선배, 거짓말하고 있지?"
"... 이부키?"
이부키는, 지금껏 보여준 적 없던 유창한 게헨나 방언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안 되지 안돼, 키보토스 표준어로 이야기하면, 쥐새끼가 엿들을 수도 있잖아?"
"... 하고 싶은 말이 뭐죠?"
"일단 과자 좀 먹으면서 얘기해도 되지?"
어쩔 수 없이 게헨나 방언으로 대답한 나는, 이부키가 하는 말을 경청할 수밖에 없었다.
"... 이로하 선배, 지금 게헨나의 적을 숨겨주고 있지? 지금 당장이라도 그 개자식의 머리통을 터뜨리고 싶은데."
"뭐? 제가 게헨나의 적을 숨겨줬다니요? 말도 안되는 소리 마세요!"
이부키의 과격한 표현에 화를 냈지만, 그것이 노림수였다는듯 그녀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은 채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선생님은 게헨나 방언을 못 알아듣나봐? 전혀 놀라지도 않네."
"... 잠시 목 좀 축여도 될까요?"
"그럼. 우린 아직 친구니까!"
틀렸다. 이부키는 완전히 선생님이 여기 있다는 걸 전제로 말하고 있었고, 나는 대화의 주도권을 뺏긴지 오래였다.
나는 이미 이부키의 살기로 인해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시선을 맞추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런 내 상태를 간파했는지, 이부키는 달콤한 목소리로 내 귀에 속삭였다.
"자, 이부키의 마지막 제안이야. 이부키한테 선생님이 어딨는지 알려주고, 뒤도 돌아보지 말고 당장 여길 떠나. 그럼 용서해줄게, 이로하 선배."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던 나에겐 그 제안이 너무나 매력적이었고...
결국 나는 말없이 벽장을 가리킬 수밖에 없었다.
그 뒤에 있던 일은 잘 모르겠다. 아니, 알고 싶지 않다.
이부키가 벽장 문을 여는 소리. 절망에 빠진 선생님의 목소리. 그리고 이부키가 자신의 애총을 장전하는 소리.
그 모든 것은 하나의 진실을 암시했지만, 난 그저 이부키의 명령대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끝이 없는 복도를 빠져나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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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본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급하게 공앱으로 씀
겸사겸사 이로하 심리 묘사도 넣을수 있어서 쓰는게 즐거웠다
근데 쓰다보니 좀 그래서 피폐 태그 추가함 ㅈㅅ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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