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으엑, 또 소나기잖아? 정말이지 이런 날은 좀 봐주라고!"
키보토스의 여름은 무덥고 축축하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하필이면 두릅 따는 날에 비가 내리냐고... 그나저나 비를 피할 만한 곳이..."
그렇게 주위를 둘러보던 중, 마침 딱 좋은 곳이 보였다.
"샬레... 당번은 아니지만, 뭐 그건 다들 신경 안 쓰는 것 같던데..."
그렇게 나는 발걸음을 샬레로 향했다.
"분명 휴게실에 가면 세탁기랑 샤워실도... 아, 아니! 머리만 감을 거니까!"
어째선지 스스로에게 변명하며, 그대로 샬레를 향하였는데...
"후우... 후우... 으윽..."
"... 저기, 누구?"
샬레 휴게실에는 이미 선객이 있었다.
"콜록콜록! 저기... 나한테는 신경 쓰지 말고, 그쪽 볼일이나 보지 그래?"
"이봐, 그런 꼴로 그런 말을 해도..."
확실히, 대화 상대의 꼴은 처참할 지경이었다.
숏컷의 머리와 검은 후드티는 빗물에 푹 젖어 있었고, 생기없는 두 눈은 붉게 충혈된 상태였다.
얼굴은 열이 올라 벌건 빛을 띄는 걸 보면, 분명 소낙비를 맞고 감기에 걸린 거겠지.
"하아... 뭐 그래. 일단 알겠으니까 옷이라도 갈아입지 그래? 체온이 떨어지면 더 힘들어질 텐데?"
"상관없어. 어차피 이런 육체의 고통 따위, 지긋지긋할 뿐이니까..."
"아잇, 진짜 못 들어주겠네! 됐고 빨리 벗어!"
무기력한 그녀를 도저히 두고볼 수 없어, 나는 결국 그녀를 강제로 탈의실로 데려갔다.
쏴아아아...
"그래도 다행이네, 스스로 샤워할 여력은 남아있어서."
"... 바보 같아."
"뭐야!?"
어찌저찌 그녀를 샤워실까지 데려온 이후, 우리 둘은 같이 빗물을 씻어내고 있었다.
"그야 보통, 처음 본 사람이랑 같이 샤워를 하지는 않잖아?"
"지금은 보통 상황이 아니잖아. 비를 그렇게 맞고도 제대로 말리지도 않았으면서..."
"그러니까 어차피 육체의 고통 따윈... 아니, 됐어."
시시콜콜한 잡담을 나누며, 나는 그녀의 몸에 구석구석 거품칠을 해주고 있었다.
"근데 생각해보니까, 이렇게까지 씻겨줄 필요는 없잖아? 이 정도는 내가 해도..."
"내가 안 해주면 또 육체가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안할 거잖아? 그것보다..."
그렇게 말하며 나는, 아까부터 신경이 쓰이던 것에 대해 물었다.
"진짜로 붕대로 감은 부위는 안 씻어도 괜찮은 거야? 역시 거기도..."
"거긴 건드리지 마. 딱히 보여주고 싶진 않으니까."
상대의 날카로운 반응에, 나는 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저렇게까지 반응할 정도면 아마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거겠지, 라고 납득하며 샤워기로 그녀의 몸에 묻은 거품을 헹궈주었다.
"당신 옷은 세탁해뒀어. 지금은 건조기에 넣어뒀으니까, 금방 마를거야."
씻고 나와 머리까지 말린 우리 둘은, 휴게실 소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비는 언제쯤 그치려나... 빨리 캠프에 돌아가봐야 되는데."
"...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야?"
"어?"
갑작스런 질문에, 나는 잠시 당황했다.
"아까부터 궁금했거든, 대체 이렇게까지 도와주는 이유가 뭔지... 혹시 댓가를 원한다면, 안타깝지만 나한텐 그럴만한 여유도, 그럴 생각도 없어."
"어, 그건 아는데?"
"... 뭐?"
이번에는 상대방이 당황한 듯했다.
"아까부터 대화하는 태도를 보고 대충 눈치챘거든. 아, 이 사람한테 감사인사는 무리겠구나~ 하고."
"그럼 대체 왜..."
"우리 대장이 맨날 그러거든. 시민을 지키는 게 SRT가 할 일이라고."
"SRT...?"
"아무튼, 그래서 널 놔두는 건 애초에 선택지에 없었다 이거야."
말을 마친 나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 그런 건 결국 자기만족일 뿐이잖아, 그런다고 해서 바뀌는 건 아무것도... 콜록콜록!"
"아아, 역시 몸을 말린다고 되는 문제는 아니었나... 일단 소파에 누워있어, 상비약이 있나 찾아볼 테니까."
흥분으로 인해 다시 증세가 도진 그녀를 눕히고, 나는 휴게실의 찬장을 살폈다.
"어디 보자, 감기약이... 으웩, 딸기맛 해열제밖에 없잖아?"
상비약을 뒤져보니 어린이용 해열제가 있긴 했지만, 미묘한 맛 때문에 그다지 선호도가 높진 않은 제품이었다.
"역시 이거 말고 딴걸 찾아봐야..."
"잠깐, 뭐가 있다고?"
"어잇, 깜짝아! 누워있으라니까 언제 온거야?"
갑자기 내 옆에 온 그녀를 보며 놀란 나는, 해열제를 떨어뜨릴 뻔한 걸 겨우 잡아냈다.
"그건..."
"아, 해열제가 하나 있긴 한데, 역시 이건 좀 그렇지?"
"... 아니, 그거면 됐어. 이리 줘."
그렇게 해열제를 받아든 그녀는, 익숙한듯이 스푼에 해열제를 담아 한입에 삼켰다.
"그거, 좋아하나 보네? 당신같은 사람한테도 기호는 있구나?"
"... 뭐, 그런 셈이지."
해열제를 먹은 그녀는 조금 편안해졌는지, 아까보단 안색이 훨씬 나아졌다.
"이제 푹 쉬면 금방 나을 거야. 그럼 비도 그쳤겠다, 난 이만..."
"역시, 바보 같아."
"또 그 소리야? 감사 인사를 받으려고 한 짓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당신한테 바보 취급당하는 것도..."
그렇게 말하며 그녀를 향해 돌아본 순간,
"미사키야. 아깐 고마웠어."
아주 조금이지만, 나를 보며 웃고 있는 그녀를 보았다.
"뭐... 뭐야. 그런 표정도 지을 수 있으면서..."
갑작스런 감사에 조금 쑥쓰러워하고 있노라니...
"응, 바보 같은 게 아니고 그냥 바보구나."
"뭐얏!?"
다시 굳은 표정으로 독설을 날리는 그녀에게, 나는 역정을 낼 수밖에 없었다.

"나 왔어, 공주, 히요리."
샬레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나는 다시 아지트로 돌아왔다.
"어서 와, 미사키."
"오늘은 늦었네요, 리더... 혹시 무슨 일이라도..."
두 사람은 꽤나 염려하는 기색이었다. 연락도 없이 오랜 시간 자리를 비웠으니 그럴 만도 했다.
"별건 아니야. 소나기 때문에 샬레에서 잠깐 비를 피하고 왔거든."
"샬레, 라... 에헤헤, 그럼 혹시 거기서 간식거리라도 갖고왔..."
"의외네, 미사키? 평소라면 비 정도는 아랑곳하지 않았을 텐데."
히요리의 말을 끊으며, 공주가 내게 물었다.
"그냥 뭐, 컨디션 불량 같은 시답잖은 이유야. 역시 육체 따윈 무의미한데..."
"그런 것치고는 표정이 좋은데?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꽤나 집요하게 캐묻는 공주 때문에, 나는 어쩔 수 없이 대답해주었다.
"그냥... 키보토스엔 생각보다 바보가 많다라는 걸 깨달았을 뿐이야."
"흐음... 그랬구나."
내 대답이 그럭저럭 만족스러웠는지, 공주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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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추천해준 소재로 써본 소설
근데 그사람은 아리우스랑 SRT 캣파이트가 보고 싶댔는데 쓰다보니 이렇게 됨
누가 대신 써주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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