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기에 앞서
소재 제공해준 공식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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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레의 당번 날, 오전에 미리 선도부의 업무를 끝낸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D.U로 향하고 있었다.
"흔들흔들 흔들리고 흔들리며~♪"
괜히 신이 난 나는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선생님을 위해 준비한 작은 선물을 다시 확인하고 있었다.
"선생님, 의외로 커피 원두를 따지는 분이셨죠... 아, 아니! 그렇다고 그걸 마음에 담아뒀던 건 아니니까요! 그냥 실수로 부장님께 드릴 원두를 너무 많이 샀을 뿐이니까 말이죠!"
대체 누구한테 하는 변명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원두를 가슴에 꼬옥 끌어안고 샬레의 정문을 통과했다.
작전은 완벽했다. 적당히 늦은 오후에 선생님이 피로감을 느끼면, 그때에 맞춰 커피를 내려드린다.
커피의 맛이 달라진걸 눈치챈 선생님이 원두에 대해 물으면, 그때 직접 준비한 귀한 원두임을 알려준다.
"후훗, 어떤 표정을 지어주실지 궁금한걸요?"
그런 기대를 하며 샬레 사무실에 들어섰는데...
"선생님? 저 수석행정관 아마우 아코, 출석했습..."
"와아! 아코 선배다! 안녕!"
거기엔 어째선지, 선객이 있었다.
"어, 어라? 이부키 양? 여긴 어쩐 일로..."
"아, 아코 왔니? 오늘은 일찍 왔네?"
"뭔가요, 그 말투는? 제가 평소엔 꼭 늦게 온다는 것 같은... 아니 그것보다도,"
평소처럼 말꼬투리를 잡으려다, 가장 의문인 것을 선생님에게 물었다.
"이부키 양이 웬일로 샬레에 있네요? 이 시간이면 전차장이랑 같이 순찰을 진행하고 있을텐데..."
"아, 그건 말이지..."
그렇게 선생님이 설명해준 내용(을 바탕으로 한 선임행정관의 망상)은 다음과 같았다.
#1. 너구리 소굴(이하 만마전 회의실)
장면이 시작되면, 너구리 대장은 만마전 회의실의 상석에 앉아 눈을 감고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 이를 벌점 주는 성가신 너구리가 가만히 쳐다본다.
벌점 주는 성가신 너구리(이하 이로하): (너구리 대장의 어깨를 툭툭 치며) 저기... 마코토 선배, 혹시 자요?
너구리 대장(이하 마코토): (언제나처럼 음흉한 생각이 떠오른듯 입꼬리를 올리며) 키시싯... 이로하, 내게 선생과의 신뢰를 쌓을 좋은 계획이 떠올랐다.
이로하: (한숨을 쭉 내쉬며) 아 네... 그래서 이번엔 뭔데요?
마코토: 내일은 분명, 전차부대의 합동 훈련 날이어서 하루종일 바쁘다고 했었지?
이로하: (휘둥그레진 눈으로) 선배, 내일 일정 기억하고 있었어요? (조금 실례라고 생각했는지 헛기침을 하며 표정을 가다듬은 후) 네, 뭐 그렇죠. 그래서 이부키도 내일은 데리고 있기 어렵고...
마코토: (오른손 검지를 치켜올리며) 거기서, 한 가지 작전이 있다.
이로하, 대체 이 양반이 이번엔 무슨 소리를 하려는지 의아해하며 귀를 기울인다.
마코토: (벌떡 일어서며 큰 소리로) 그건 바로 훈련 동안 이부키를 샬레에 맡겨두는 것이다! 어떠냐, 내 계획이?
이로하: (머리를 짚으며) 그럼 그렇지, 그냥 이부키 보모로 선생님을 고른 것 뿐이잖아요. 그게 무슨 작전이라고...
마코토: (검지를 흔드며 혀를 찬 후)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구나, 이로하. 자, 그럼 잘 듣거라.
마코토, 부담스러울 정도로 얼굴을 이로하에게 가까이 댄다. 이로하, 갑작스런 마코토의 행동에 질색한다.
마코토: 만약 샬레의 선생이 우리 이부키를 잘 돌봐준다면, 이는 곧 샬레와 만마전 간의 상호 신뢰가 존재함을 온 학교에 알릴 수 있는 일 아니겠나? 그렇다면 우방으로서 만마전과 샬레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할 수 있겠지!
이로하: (깜짝 놀란 표정으로) 뭐야, 선배 혹시 급식이라도 잘못 먹은 거예요? 웬일로 선배치곤 그럴싸한 생각을...
마코토: (주먹을 불끈 쥐며) 아무튼! 우린 이부키의 힘을 빌려 샬레와의 관계를 더욱 발전시킬 것이다! 물론 이부키를 작전지에 보내는 건 실로 마음이 아프지만, 분명 이부키라면 잘 해낼 수 있겠지! 힘내거라, 이부키!
카메라, 만마전 회의실이 있는 건물 외벽을 비춘다. 마코토의 웃음소리가 울려퍼지며 Fade-Out.
"헤에... 뭐, 대충 사정은 알겠어요."
"뭔가 이상한 생각한 거 아니지?"
"이상한 생각이라뇨? 저를 대체 뭘로 생각하시는 건데요?"
선생님을 쏘아붙인 후, 나는 이부키 양에게 다가갔다.
"그나저나 오랜만이네요, 이부키 양. 그동안 잘 지냈죠?"
"응! 아코 선배도 보고 싶었어!"
이부키 양은 자연스럽게 내 품에 안기며 환한 미소를 보여주었다.
"아코는 생각보다 이부키랑 친하구나?"
"적어도 어린애한테까지 피곤하게 굴지는 않거든요. 부장님만큼은 아니지만, 이부키 양은 귀엽기도 하고요."
"스스로가 피곤하다는 자각은 있구나?"
"뭐요!?"
자꾸 이상한 소리를 하는 선생님에게 성을 냈지만, 이부키는 다른 데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아! 그러고보니까 아코 선배, 이 봉투는 뭐야?"
"아, 이건..."
"오? 커피 원두잖아? 그것도 꽤 좋은 건데?"
두 사람은 금방 커피 원두에 흥미를 보였다.
이렇게 전해주려던 건 아녔지만, 뭐 상관없겠지.
"후훗, 말씀대로 이번에 귀한 원두를 구했는데 너무 많이 사버려서요. 괜찮다면 조금 내려드릴까요?"
"그래? 마침 서류도 얼추 끝났겠다... 휴식 시간을 가져볼까?"
"와아! 이부키도 마실래!"
"이부키 양은 너무 어려서 커피는 안된답니다? 대신 휴게실에 코코아는 있을 테니까 그거 마실래요?"
"진짜? 신난다! 아코 선배가 타주는 코코아!"
그렇게 우리는 이른 오후의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정성스레 원두를 간 나는 두 사람 분의 커피를 내렸고, 이부키를 위한 코코아 역시 준비했다.
"자, 뜨거우니까 천천히 마셔야 해요?"
"고마워, 선배! 히히, 맛있어!"
코코아를 후루룩 마시는 이부키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중, 갑자기 이부키가 물었다.
"근데 아코 선배, 커피는 무슨 맛이야?"
"네? 아~ 이거요? 글쎄요... 솔직히 저도 맛을 즐긴다기보단 잠 깨려고 마시는 거라서요... 선생님은 어때요?"
그렇게 내심 기대하며 선생님을 바라보았는데...
"응... 확실히, 맛이..."
선생님은 어째선지,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 저기요, 잠깐만요."
"응? 왜?"
"왜, 가 아니라요! 저는 그냥 겸손의 의미로 말한 거지만 선생님은 그런 반응이면 안되죠! 이거 얼마나 어렵게 구한 건지 알아요?!"
"아, 그, 그래... 미안 아코... 근데 말야..."
뭔가 할말이 있지만 참는듯한 선생님이 답답해서, 나는 결국 선생님에게 윽박질렀다.
"아, 뭔데요! 빨리 말해봐요!"
"그... 진짜 솔직히 말한다?"
"됐으니까 빨리요!"
그리고 선생님 입에서 나온 대답은...
"... 상해버린 원두가 더 상한 원두랑 서로 사랑에 빠져서 떡두꺼비같은 드립 커피를 낳은듯한 맛이야."
"응? 선생님, 원두끼리도 아이를 낳아?"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뭐... 뭐뭐..."
그 대답에 얼이 완전히 빠져버린 나는,
"뭐라구요오오오오오오오!!!!!!!!!!"
샬레가 떠나가도록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저기 아코, 이제 그만 화 풀라니까..."
"흥! 그런 소릴 해놓고 뻔뻔하시네요?"
선생님에게 제대로 삐진 나는, 이부키 양을 끌어안은 채 선생님을 등져앉았다.
"아코 선배, 슬슬 답답해..."
"어머나, 미안해요 이부키 양. 그럼 이제 뭐하고 놀까요? 저기 있는 선생님 빼고 우리끼리 재밌게 놀자구요?"
이부키 양을 놓아준 나는, 고개를 돌려 선생님에게 다시 눈을 흘겼다. 그런 나를 보는 선생님은, "아하하..."라며 난처한 웃음소리만 낼 뿐이었다.
"으음... 아! 그렇지! 선생님, 그거 보자! 그거!"
"응? 아~ 그거?"
"그거요? 그거라니 뭔데요?"
무슨 소린지 몰라 고개를 두리번거리는 나를 뒤로 한 채, 선생님은 TV 밑 서랍장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이거 말하는 거지?"
"응! 그거!"
"어라? 그건..."
선생님이 꺼낸 것은, 남아용 특촬물의 블루레이였다.
"의외네요, 이부키 양. 설마하니 이런 걸 좋아할 줄은..."
"전에 선생님이 보길래 같이 봤는데 엄~청 재밌었어! 멋진 닌자도 나온다?"
"아하, 그러고 보니까 이부키 양은 닌자를 좋아했죠?"
하긴, 아무래도 닌자는 액션 장르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으니까, 나는 납득했다.
"선배도 같이 보자! 분명 재밌을 거야!"
"뭐, 취향은 아니지만... 그래요, 모처럼이니까 같이 볼까요?"
이부키 양과 취미를 공유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생각해서, 나는 제안에 응하였다.
『네가, 누나를...』
『...』
『대답해!!』
『... 그래, 내가 죽였어.』
"닌자 씨의... 으흑... 누나가아..."
"죽고 말았어어..."
"... 아니 저기, 잠깐만요."
특촬물에 완전히 몰입해 훌쩍이고 있는 두 사람을 보며 기묘함을 느낀 나는, 태클을 걸 수밖에 없었다.
"선생님? 선생님, 잠깐 저 좀 보시죠?"
"으, 으음... 아코? 갑자기 왜..."
고개를 푹 숙인 채 눈가를 짚고 있던 선생님의 손목을 낚아챈 나는, 휴게실 앞 복도로 선생님을 끌고 갔다.
"아니 선생님! 애한테 저런걸 보여주시면 어떡해요!"
"저, 저기, 아마우 양? 제가 뭔가 실수라도 했..."
"당연히 했죠!"
갑자기 존댓말을 쓰는 선생님이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닌자가 나온다고 해서 액션 장르인줄은 알고 있었어요. 폭력적이더라도 그럴 수 있지 했죠. 근데 이게 뭔가요! 사람이 잔인하게 죽는 장면이 나온다니, 폭력성이 너무 지나치잖아요!"
"아니, 저거 그래도 12세 이상이고, 이부키는 11살이니까 아슬아슬하게 세이프..."
"아웃이에요! 나 참, 그 너구리들은 이부키 양이 저런걸 보는건 아는거예요?"
"으응, 전에 이로하도 같이 봤었거든. 선생님은 성인이니까, 시청 지도에 유의해주시면 상관 없겠죠~ 라고 했었는데..."
"그럼 그 시청 지도라는 걸 했어야지 왜 같이 울고 있어요!"
"그거야 몇 번을 봐도 울컥하는 장면이라고나 할까..."
계속 쏘아붙이자 선생님은 기가 죽은듯 했다. 그래도 평소같으면 장난스럽게 넘겼을 텐데, 변명하기 급급한걸 보니 오늘은 철저하게 본인 잘못이라고 느낀 모양이었다.
"하아... 역시 선생님한테만 이부키 양을 맡기는 건 안되겠어요. 오늘 서류는 대충 끝났댔죠?"
"어어, 그렇지. 그건 왜?"
"두고 보세요, 저한테 다 생각이 있다구요...!"
"저기, 이부키 양?"
"크응... 어라? 선배?"
조금 진정됐는지 코를 쿨쩍거리던 이부키가 이쪽을 보았다.
"보던 건 다 봤죠? 오늘은 날씨가 좋으니까, 같이 산책이라도 하면 어떨까 해서요."
"산책? 응, 좋아!"
다행히 금방 기운을 차린 이부키는 내 제안에 순순히 응해주었고, 우리는 바로 나갈 준비를 마쳤다.
"와아! 저것 봐, 엄청 커다란 페로로야!"
그렇게 나온 곳은 D.U 시라토리 구의 호수. 거대한 페로로 인형이 물 위에 떠있는 것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전부터 이야기가 많이 들려서 궁금했는데, 이부키 양과 함께 오길 잘했네요? 후훗."
"저기... 아코, 이부키... 같이 가..."
신난 이부키 양과 이를 바라보던 내 뒤로, 선생님이 반쯤 녹아내린 채 기다시피 걸어오고 있었다.
"정말이지... 그러게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오랬잖아요?"
"날이 이렇게 더울줄 몰랐지... 아니, 애초에 왜 나까지 데려온건데..."
"그거야 선생님이 지나치게 인도어파니까 그렇죠! 그러니까 애한테도 비교육적인걸 보여주는 거잖아요!"
"그거랑 이게 뭔 상관... 아니 됐다아..."
더위에 지쳐 반박할 기운도 없었는지, 선생님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아코 선배, 이거 봐! 저기 아이스크림도 팔고 있어!"
"어머나, 진짜네요?"
이부키 양이 가리킨 곳을 보니, 그곳엔 진짜로 아이스크림 카트가 와 있었다.
"있지있지, 이부키 저거 먹어도 돼?"
"지금요? 으음... 확실히 날이 덥긴 하지만..."
고민을 거듭하던 나는, 이부키 양에게 딱 잘라 말했다.
"그래도 오늘은 단 걸 많이 먹었으니까 안 돼요. 너무 더우면 차라리 편의점에서 생수를 사서 마시죠."
"으응... 알겠어..."
그래도 풀이 죽은 이부키 양을 두고볼 순 없어, 한 마디 덧붙였다.
"그래도 오늘 선생님 말씀 잘 들으면 이로하 씨한테 이부키 양 칭찬을 잔~뜩 해줄 테니까요, 그러면 이로하 씨가 아이스크림보다 더 좋은 걸 사줄지도 모르겠네요?"
"와아, 진짜? 그럼 오늘 선생님 말씀 잘 들을래!"
"그렇다는데요, 선생님?"
갑자기 화살이 자기한테 돌아와 당황한 선생님은, 축 늘어진 몸을 겨우겨우 바로 세워 "엥? 나?"같은 얼빠진 소리를 할 뿐이었다.
그렇게 호숫가를 한 바퀴 돌고, 근처 벤치에 앉아 생수를 마실 때였다.
"뭐랄까, 아코는..."
"응? 갑자기 왜요?"
호숫가에 핀 꽃을 구경하던 이부키 양을 바라보다, 갑자기 옆에 앉은 선생님이 말을 걸어 고개를 돌렸다.
"그... 꼭 엄마 같네."
"푸에흥?!"
더워서 생수를 마시려다 이상한 소리를 들은 나는, 그대로 사레가 들리고 말았다.
"커흑, 가, 갑자기 뭔 소리예요! 유혹하는 건가요?!"
"아니, 이게 무슨 유혹이냐! 그냥 내 순수한 생각이라고!"
"대체 언제는 순수했다고... 아무튼! 대체 무슨 의미인데요?"
놀란 가슴을 겨우 부여잡은 채, 선생님에게 물었다.
"그야 오늘 한 행동들, 전부 이부키를 생각해서 그런 거잖아? 나한테는 그렇게 안 하면서, 치..."
"선생님은 히나 부장님이나 이부키 양만큼 귀엽지 않잖아요!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아무튼, 아코는..."
그리고 선생님은 나를 그윽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아이가 생기면 누구보다 좋은 엄마가 될거야."
언제나 그렇듯, 염치를 모르는 소리를 해댔다.
"뭐, 뭐뭐뭣..."
그때 내가 무슨 표정을 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진짜 자꾸 이상한 소리 할래요!?"
"야야야! 아코! 물은 뿌리지 말고!!!"
엄청나게 얼굴이 화끈거려서, 선생님에게 해코지를 했던 건 기억이 난다.
"저흰 이제 가볼게요. 고생하셨어요, 선생님."
"선생님~ 다음에도 같이 놀자!"
"그래그래, 두 사람 다 조심해서 들어가."
당번 시간이 끝난 나는, 이부키 양을 데리고 게헨나로 돌아갔다.
"있지, 아코 선배."
"응? 불렀나요?"
손을 잡고 걷던 이부키 양이, 나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오늘 선배, 꼭 엄마 같았어!"
"어? 어, 엄마요?"
아까 선생님이 한 말과 똑같은 얘기. 이에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응! 이로하 선배도 좋고 마코토 선배도 좋지만, 오늘은 아코 선배가 진~짜 좋았어!"
"그, 그럼 다행이구요..."
어쩔 줄 몰라하는 나와 달리, 이부키 양은 여전히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나저나 시간이 많이 늦었네요! 빨리 들어가봐요!"
"응! 또 놀자, 아코 선배!"
그렇게 만마전 건물로 들어가는 이부키 양을 배웅하며, 나는 왠지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래서, 그때까진 좋았는데..."
그리고 바로 다음 날의 선도부에서는...
"대체 이게 다 뭐냐구요오오오오오오!!!"
유래 없는 서류 폭탄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이지... 만마전 녀석들, 갑자기 왜 서류를 산더미로 준거야?"
"이래서야 오늘도 정시에 끝내는 건 불가능하겠네요..."
"하지만 그 녀석들이 이럴수록, 우리는 우리 할 일을 완벽하게 끝내놔야 해. 아코, 커피 좀 타줄래? 아무래도 야근일 것 같아서..."
"아, 네! 알겠습니다!"
커피를 타러 탕비실로 달려가면서, 대체 뭐가 잘못됐나 곰곰이 생각해봤다.
사실 답은 뻔하다. 이부키 양이 만마전에 돌아가서 나와 있던 일을 전부 얘기했을 거고, 거기에 충격받은 마코토가 이런 짓을 벌인 거겠지.
"아아아, 진짜아아아아!!!!"
결국 난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짓눌려, 꼼짝없이 야근을 해야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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