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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소설) 소녀, 게헨~나 여행을 다녀왔사와요!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8.02 00:10:37
조회 4553 추천 40 댓글 9

7cbb8476e7d73cf536ead3b71783216df5d69bb2e6069a543bb71166c410044e2a25c489b7588be8c515f9aeb2a4bd6c

이른 아침, 백화요란 조정실.


보통은 이곳에서 키쿄가 아침식사 준비를 하고 있거나, 렌게가 아침 운동을 하지만...


"컥... 커어억... 푸르르..."


"저기... 저기, 유카리? 슬슬 일어나야..."


오늘은 어째선지, 책상에 엎어진 채 유카리가 코까지 골며 잠들어 있었다.


"나구사 선배, 유카리는 아직 안 일어났어?"


"으응, 역시 밤새 순찰을 도니까 힘들었나봐..."


그렇게 대답한 나는, 유카리를 다시 한 번 바라보았다.


"으음... 무적의 백화요라아아안..."


"잠꼬대로도 그 노래 부르는구나..."


깊게 잠든 유카리를 유심히 바라보던 중, 전에 선생님이 이야기한 것이 떠올랐다.


'유카리 볼은 엄청 말랑하게 생겼지~, 한번쯤 당겨보고 싶은데...'


"그땐 엄청 실례되는 말 아닌가 생각했는데, 왠지 나도 궁금해졌어..."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무심결에 유카리의 볼을 살살 잡아당기고 있었다.


"으... 으어에..."


"진짜다...! 벚꽃떡보다 쭉쭉 늘어나고 있어!"


그렇게 나는 유카리의 볼을 잡아당기는 데 열중하던 중,


"으에에... 음... 어하....? 션해, 머하히는 허히어오...?"


"... 아."


하필 그때 잠에서 깬 유카리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정말이지... 선배, 애를 깨우라고 했지 괴롭히고 있으면 어떡해?"


"아, 그... 미안..."


"나, 나구사 선배는 잘못 없사와요! 그냥 소녀의 볼이 너무 말랑했을 뿐이라...!"


"유카리도! 요즘 백화요란이 바쁘다지만, 자꾸 밤 늦게까지 순찰을 하니까 제때 못 일어나는 거잖아!"


"우, 우으..."


결국 우리는 키쿄에게 붙잡힌 채 설교를 들어야 했다.


"됐으니까 어서 아침부터 먹어, 방금 막 준비된 참이니까."


"아, 고마워 키쿄. 그럼 사양 않고..."


"키쿄 선배의 브뤡퍼~스토! 기대되는 것이어요!"


그렇게 우리는 겨우겨우 설교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 잘 먹었습니다."


"잘 먹었사와요! 그럼 오늘도 순찰을...!"


"잠깐 멈춰, 유카리."


급히 뛰쳐나가려는 유카리를, 키쿄가 불러세웠다.


"유카리, 열심히 하는 건 좋은데 말이야..."


"키, 키쿄 선배? 표정이 무서운..."


그 말대로, 지금 키쿄의 얼굴은 잔뜩 찌푸러진 상태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안 되겠어. 요즘 부실에 와서 대충 자는 날이 늘어난 것도 그렇고, 보아하니 끼니도 거르는 것 같고."


"엑!? 그건 어떻게...?"


"작전참모의 정보력을 얕보면 곤란해, 유카리. 아무튼간에, 그렇게 몸을 아끼지 않으면 나중에 큰일날걸?"


"그, 그치마안..."


잔소리를 쏘아붙이는 키쿄와, 우물쭈물하는 유카리.


두 후배를 두고볼 수만은 없어, 내가 나서기로 했다.


"저기..."


"그래서, 한 가지 제안하고 싶은 게 있는데, 선배."


"어?"


정정, 내가 나서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유카리를 데리고 게헨나를 다녀오라고?"


"그래, 최근 수학여행이 그럭저럭 잘 진행됐잖아? 그에 대한 감사인지, 만마전 측에서 백귀야행 학생들의 방문을 환영한다고 하더라고."


오랜만에 여행을 떠난다는 사실에 단장을 하고 있는 유카리를 뒤로 하고, 우리는 조정실의 쪽마루에 걸터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백귀야행 학생은 교통비 할인 등의 혜택이 있다는 모양이야. 선배도 오랜만에 바람 좀 쐬고 오지 그래?"


"나야 나쁠 건 없는데... 그런데 갑자기?"


오늘 키쿄의 언행은 뭔가 이상했다. 작전참모로서 자부심이 강한 키쿄라면, 이렇게 갑작스럽게 일을 진행할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 알잖아, 지금 유카리가 어떤 상태인지."


"아, 역시 눈치채고 있었구나..."


그 말대로였다. 지금의 유카리는, 필요 이상으로 자기 몸을 혹사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아마, 그 원인은...


"아무래도 유카리는, 그때 일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아."


"응... 그럴 필요 없다고 몇 번이나 말했지만..."


백물어. 화조풍월부가 백귀야행의 축제에 숨어들어 일으킨 전대미문의 테러.


당시 유카리는 녀석들에게 이용당했을 뿐이지만, 그래도 자신 때문에 사람들이 위험에 빠질 뻔했다는 데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누구보다 백귀야행을 사랑하는 유카리였으니 당연한 것이리라.


"그러니까, 오늘은 선배가 같이 가서 유카리 좀 달래줘."


"하지만, 그게 과연 나에게 가능한 일일까? 나는..."


거기까지 말한 나는, 순간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깨닫고 스스로 뺨을 찰싹 때렸다.


"어? 나구사 선배?"


"... 안 돼, 더 이상 약한 소리는 안 하기로 했으면서."


확실히, 나는 아야메가 아니다.


하지만, 그 대신으로 후배들이 믿을 수 있는 선배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고마워, 키쿄. 그럼... 근데 잠깐."


"응? 왜 그래, 선배?"


생각해보니 가장 중요한 걸 확인하는 것을 깜빡했다.


"정말로 우리가 가도 괜찮겠어? 백화요란이 둘씩이나 빠지면, 전력 손실이 클텐데."


"그거라면 걱정 안해도 돼. 렌게도 금방 합류하기도 했고, 저번주에 미리 선생에게도 연락을... 잠깐 선배, 왜 그렇게 쳐다봐?"


그때 난 스스로의 표정을 보진 못했지만, 아마 굉장히 뾰루퉁한 눈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흐음... 어쩐지 오늘 아침은 유독 분주하다 싶었는데, 아침 식사만 준비한 게 아닌가 보구나?"


"아니, 그게 갑자기 뭔 소리야!?"


격하게 당황하는 키쿄를, 나는 빤히 바라보았다.


"키쿄... 네가 선생님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적어도 백화요란에선 유카리밖에 없을걸?"


"그런 게 아니라니까! 나는...!"


"나구사 선배~, 준비 오케~이인 것이어요~!"


우리 둘의 신경전을 끝낸 것은, 때마침 준비를 마친 유카리였다.


"어라? 선배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아, 유카리. 준비는 다 됐어?"


"물론! 엑~설렌투인 것이어요!"


언제 그랬냐는듯, 키쿄는 평소의 냉정을 되찾고 유카리를 챙겨주고 있었다.


"양치랑 목욕은?"


"했사와요!"


"머리 정리는?"


"그것도 물론!"


"간식이랑 마실 물은?"


"챙겼사와요!"


"지갑은?"


"저기, 키쿄. 아무리 그래도 유카리가 애도 아닌데..."


키쿄의 모습이 어딘가 극성스러운 학부모 같아 말리려는데...


"헉! 그건 깜빡했사와요!"


"하아, 그럼 그렇지... 아까 아침 먹은 자리 잘 찾아봐. 거기 어디 있을거야."


"넵! 빨리 다녀오겠사와요!"


"... 어라?"


그렇게 지갑을 찾으러 간 유카리를, 나는 황망하게 바라보았다.





"와~우! 이곳이 바로 게헨~나로군요!"


"확실히, 멋있는 곳이네."


아무튼, 우리는 무사히 게헨나의 중앙 광장에 도착하였다.


백귀야행과 상반되는 듯한 건축 양식과, 붉은색과 검은색의 이미지 컬러.


"확실히... 관광지에 왔다는 느낌인걸."


"선배! 게헨나는 화산 지형 때문에 온천이 유명하다고 적혀 있사와요! 시간이 아까우니 어서 출발하는 것이어요!"


잔뜩 신이 난 유카리는 관광용 팸플릿을 들여다보며 내게 유명한 관광지들을 알려주었다.


"응, 그럼 일단 거기로 가볼..."


"여어~ 제군들! 혹시 방금, 온천이라고 했나?"


행선지를 정하고 출발하려는 우리들의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라? 그쪽은 누구..."


"아~아, 나에 대한 건 알 거 없고, 그나저나 온천에 관심이 있다면 내가 꼭 주고싶은 선물이 있는데?"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니, 그곳엔 작은 체구와 대비되는 두꺼운 꼬리를 가진 붉은 셔츠의 꼬마아이가 무언가를 들고 서있었다.


"선물이라니, 설마 그 바구니 말야?"


"물론! 우리 온천개발부가 만든 특제 온천 계란이지! 전부 가져가도 좋다고?"


그렇게 말한 꼬마는 무작정 바구니를 유카리에게 맡기고,


"보아하니 관광객 같은데, 이 게헨나에서 잘 살아남아 보게나!"


라고 말하며 바로 자리를 떴다.


"뭔가 별난 사람이지만... 그래도 온천 계란을 이만큼이나 주다니, 마음씨 좋은 사람인 게 틀림없사와요!"


"... 그렇다면 좋을 텐데..."


바구니를 맡기곤 급히 떠나는 모습과 마지막으로 남긴 말.


역시 무언가 묘했다.


"유카리, 잠깐 바구니 좀 줄래?"


"네? 네, 여기..."


바구니를 받아든 나는, 역시 이상함을 눈치챘다.


"이거, 계란이라기엔 미묘하게 무거워."


"네? 제가 들었을 땐 똑같았는..."


"그리고 이거, 뭔가 소리가 들리는데..."


- 삐, 삐, 삐, 삐...


- 삐, 삐, 삐...


- ...





- 삐삐삐삐삐삐삐삐삐삐삐삐삐삐삐삐삐


"헛!"


직감이 말해주고 있었다. 이건 위험하다!


난 그대로, 바구니를 허공에 집어던졌다.


그리고,


"크윽! 카스미 그 자식! 대체 또 어디로 도망간거야... 아코! 아무래도 놓친 것 같아! 마지막으로 목격된 곳에 도착했는데 아무것도... 어라?"


[오늘도 못 잡아오면 가만 안 놔둘거라고 했을텐데요? 무슨 수를 써서든... 잠깐 이오리, 왜 그러는...]


날아간 온천 계란들은, 게헨나의 치안 조직으로 보이는 완장을 찬 학생들 쪽으로 떨어졌고...





- 퍼퍼퍼펑!


"끄아아아아악!!!"


[잠깐, 대체 뭔 상황이에요! 빨리 보고... 를...(치직, 칙)]


머잖아 광장은, 쑥대밭이 되고 말았다.


"... 유카리."


"어, 어... 네?"


"... 도망치자."





무작정 골목길을 따라 뛴 우리들은 잠시 숨을 고르고 있었다.


"헉... 허억... 이게 대체..."


"하아... 하아... 나구사 선배, 그나저나 이걸로 괜찮은 걸까요?"


"어, 여기까지 왔으면 아마 따라오진 못할..."


"그런 문제가 아니라요!"


버럭 화를 내는 유카리의 모습에, 조금 놀랐다.


"아까 그 사람이 테러리~스투라면, 역시 쫓아가야...!"


"... 유카리, 확실히 그런 태도는 좋지만 말야."


여기서는 선배로서, 후배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아마 지금 나서봤자, 게헨나의 치안 조직에게는 우리가 테러범인걸로 오해받아 쫓길 가능성이 높아. 대화로 오해를 풀기엔, 하루라는 시간은 너무 짧고."


"아..."


"그리고 무엇보다, 백화요란은 백귀야행 내의 분쟁을 조정하는 조직이지, 외부 학원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니야. 범인을 잡는 건 게헨나 측에 맡겨두자."


"아, 네! 알겠사와요!"


다행히도 착한 후배는 내 말을 금방 납득해주었다.


"으으으... 그나저나 갑자기 뛰었더니 배가 고파졌사와요."


"벌써 이런 시간인가... 하긴, 백귀야행에서 게헨나까지 시간이 꽤 걸리긴 했지."


그렇게 말하며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디, 괜찮은 식당이... 어?"


"참... 새... 정?"





"저... 실례하겠사와요..."


"아무도 없는건가?"


끼이익. 문은 열렸지만, 어째선지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으... 게헨나는 너무 무서운 곳 같사와요."


"그런 말은 못 써, 유카리. 그나저나 주인은 어디에..."


가게 안을 살피던 중,


-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이건... 칼소리?"


"히이익! 설마, 귀신...?"


두려움에 떠는 유카리를 뒤에 세운 채, 나는 소리가 나는 곳으로 향하였다.


그리고, 칼소리가 귀에 거슬릴만큼 커졌을 때,


"어라...? 생각보다 빨리 오셨군요?"


거기엔 익숙한 형상이 서있었다.


"당신은...!"


"사, 사사사사용인 씨? 어째서 여기 계신 것이어요...?"


틀림없다. 저 참새 모습. 카데노코지 가의 사용인이었다.


"이런이런, 이럴 줄 알았으면 손질을 미리 마쳐놨어야 했는데... 후후훗."


섬뜩하게 웃는 그녀는, 한손에 칼을 든 채 우리에게 접근했다.


"죄, 죄송해요! 앞으로는 집에도 자주 들어가겠사와요! 야채도 가리지 않겠사와요! 그러니까 목숨만은!"


"그 이상 다가오지 마! 그렇지 않으면 발포하겠어!"


패닉에 빠져 움직이지 못하는 후배를 지키기 위해, 나는 백련을 장전했고...


"..."


"움직이지 말라고 했을텐데!"


"... 어라? 미식연 분들이 아니시네? 죄송해요, 오늘은 가게가 쉬는 날인데..."


"... 에?"


"누구... 셔요?"





"아이고, 백귀야행에서 오신 귀한 손님들이셨구나, 저는 그것도 모르고..."


"아니, 괜찮아, 오히려 실례는 우리가..."


"저, 정말로 염치없게도 큰 잘못을 저질렀사와요! 부디 용서를...!"


"어유, 그러지 말고 고개 들어요, 학생! 오해하면 그럴 수도 있는거죠~."


우리는 무례를 범한 것을 참새정의 주인 아주머니에게 사과하고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녀는 오늘 가게가 쉬는 날이라 평소 친분이 있던 미식연구회라는 동아리에게 대접할 음식을 준비하는 중이었고, 그녀들이 올 때를 대비해서 가게 문을 미리 열어놓았다는 모양이다.


"그나저나 재료 손질하던 식칼을 그대로 들고가서 놀라게 만들었네요, 죄송해서 어쩌죠?"


"저, 저희는 진짜 괜찮사와요!"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사과를 하던 중,


- 꼬르르르륵~


"어라?"


"아... 이건 그, 그러니까..."


분위기를 바꾼 것은 유카리의 배꼽시계였다.


"그러고보니까 식사는 아직 안했죠? 괜찮으면 같이 먹을래요?"


"네? 하지만 오늘은 장사를 하지 않는다고..."


"그렇다고 손님이 왔는데 밥도 안 먹이고 보낼 수는 없죠. 조금만 기다려봐요~."


그렇게 아주머니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자자, 식기 전에 다들 들어요."


"우와..."


흰 쌀밥에 장국, 갓 절임에 닭고기 데리야끼.


거창하진 않지만 균형이 잘 잡힌 식단이었다.


"와아~! 잘 먹겠사와요!"


"그럼, 잘 먹을게."


그렇게 우리는 조금 늦은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음~! 이 갓 절임, 간이 세지 않아서 쌀밥과 잘 어울리는 것이어요! 장국도 야채가 많이 들어가서 적당한 단맛을...!"


유카리가 반찬 하나하나를 음미하며 식사를 즐기고 있을 때,


"이 닭고기 데리야끼, 굉장해... 과연 닭꼬치의 형님...!"


난 다른 데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어머, 닭고기를 좋아하나 보네요?"


"나구사 선배는 닭고기를 엄청 좋아하는 것이어요! 어제 순찰할 때도 닭꼬치를 한 번에 세 개나우우웁!!"


왼손이 멀쩡한 것에 감사함을 느끼며, 난 그대로 유카리의 입을 틀어막았다.


"필요하면 얘기해요, 닭고기라면 아직 더 있으니까."


"진짜? 그래도 돼?"


물론, 본능을 이기지는 못하였다.





"후우~, 배가 빵빵이어요..."


"저, 유카리..."


"네?"


식사를 마친 유카리 옆에 앉아, 나는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이런 때 말하긴 좀 뭐하지만... 역시 요즘, 꽤 무리하고 있지?"


"... 그건..."


"다들 걱정하고 있어. 키쿄도, 렌게도, 그리고 나도... 그러니까 조금은 자신을 챙기는 게..."


"나구사 선배."


어렵게 꺼낸 말이었지만, 유카리의 단호한 어조에 끊기고 말았다.


"지금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사와요. 백물어가 있던 날 밤, 소녀가 마음을 굳게 먹었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거라고...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백화요란으로서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요."


"하지만 그건 네 잘못이...!"


"저어, 얘기 중에 실례지만 잠깐 끼어들어도 될까요?"


격해지려는 분위기를 진정시킨 건 주인 아주머니였다.


"아, 아주머니..."


"별건 아니고 어제 급양부 아이들한테 토마토를 선물받았거든요. 식사도 했겠다, 설탕을 뿌리면 후식으로 제격이랍니다?"


그렇게 말한 아주머니는 먹기 좋게 자른 토마토에 설탕을 뿌려주었다.


"이런 것까지 챙겨줘도 괜찮은거야? 식사도 공짜로 얻어먹었는데..."


"너무 많이 선물받아서 말이죠~, 그리고 거기 아가씨?"


"네? 소녀 말이어요?"


갑작스레 지목되어, 유카리는 조금 당황했다.


"밝게 웃는 모습도 보기 좋지만, 힘들 땐 힘들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도 중요하답니다? 거기 있는 선배가 걱정하니까요."


"아, 그건..."


아주머니의 말에 찔렸는지, 유카리는 볼만 긁적일 뿐이었다.


"도움을 주려는 사람이 있을 땐 받아들이는 것도 미덕이에요, 아가씨. 저도 사실, 혼자서 장사할 땐 많이 힘들었거든요."


"아주머니가요?"


"네, 그래서 가게를 정리하려고도 생각했는데... 마음씨 좋은 학생들이 도와줘서, 지금까지 가게를 운영할 수 있었죠."


"그게 아까 말했던..."


"급양부와 미식연의 아이들이죠. 뭐, 이후에 불미스러운 일이 좀 있긴 했지만..."


조금 난처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흐리는 아주머니였지만, 그래도 아주머니가 그 학생들을 아끼고 있음은 잘 알 수 있었다.


"아무튼, 아가씨? 앞으로는 무리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죠?"


"네, 물론이어요!"


"손가락 걸고 약속할까요?"


"네!... 근데 손가락이 어디 있사와요?"


기운을 차린 유카리의 모습을 보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오늘, 정말 고마웠어. 이만 가볼게."


"은혜는 잊지 않겠사와요! 꼭 다시 만나는 것이어요!"


"아유, 별 말씀을~! 어서 들어가봐요~!"


그렇게 아주머니의 배웅을 받고 떠나려던 중...


- 퍼버버벙!


"아이구 놀래라!"


"헛! 이 소리는?"


"폭탄?"


근처에서 폭탄이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아까 그 카스미라는 학생이...!"


"그건 아닐거야. 쫓기는 입장이었으니, 굳이 또 요란하게 화약을 터뜨리진 않았겠지."


"아무튼! 이대로 두고볼 수만은 없사와요!"


"잠깐 멈춰, 유카리."


사건 현장으로 뛰쳐나가려는 유카리를 일단 붙잡았다.


"아까도 말했지만 우리는 어디까지나 외부인이야. 함부로 나섰다간..."


"그렇다고 해도!"


유카리는 평소답지 않게 나의 말에 대꾸하였다.


"이대로 있다가는 참새정에도 피해가 갈 것이어요! 소녀는 아주머니한테 은혜를 입었는데, 두고볼 수만은...!"


"아가씨...!"


"... 응,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네?"


유카리의 대답에 만족한 나는, 후배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뭐 하고 있어? 어서 가자."


"아... 네! 선배!"





"후우..."


입가를 닦고 있던 은발의 여성은, 시바견의 모습을 한 주민에게 말했다.


"본인의 잘못이 무엇인지는, 물론 알고 있겠지요?"


"난 억울해! 타코야끼에 오징어가 들어간 게 어불성설인건 알지만, 그러지 않으면 단가가...!"


"어머, 그렇다기엔 가격이 다른 곳의 두 배는 되던걸요? 혹시 타코야끼에 오징어만 넣은 게 아니라 양심도 잘라넣으셨나~☆"


"이러고 있을 시간 없어! 안 그래도 온천개발부를 놓쳤다고 선도부 약이 잔뜩 올라 있던데, 빨리 튀어야 한다고!"


"뭐어~? 나 아직 민트 소스도 못 뿌렸는데!"


개성이 넘치는 네 명의 소녀는, 익숙한 듯 빠르게 현장을 뜰 준비를 마쳤다.


"잠깐 멈추시어요~!!!"


"응?"


그녀들을 불러세운 건, 다름아닌 유카리였다.


"어머, 보아하니 백귀야행의 관광객 분들이신가요? 여긴 위험하니 어서 자리를 피하시는 게..."


"그럴 순 없사와요!"


상대의 회유에도 굴하지 않는 유카리는, 눈을 부릅다.


"당신들처럼 함부로 시민들을 위협하는 사람들을 두고볼 수는 없사와요! 그러니, 백화요란의 엘뤼~트인 소녀 카데노코지 유카리가 상대해드리겠사와요!"


"열정은 인정하겠지만 말이죠~, 그쪽은 둘이고 우리는 넷이라구요?"


그렇게 말한 금발의 소녀는, 유탄을 장전해 우리에게 겨눴고,


"저기... 서로 못 본 척하고 지나가는 게 좋지 않겠어? 우리도 당신들이랑은 싸우고 싶지 않은데."


붉은 양갈래 머리의 소녀는, 아직 우리를 회유하고 있었다.


"그렇게 나오겠다면 우리도 물러서지 않아, 여긴 참새정이 있는 곳이니까."


나는 지지 않고 백련을 겨누며 말했다.


"... 잠깐, 참새정? 아, 그러고 보니까 이 골목은...!"


당황한듯한 회색 머리의 소녀가 앞으로 걸어나왔을 때,


- 탕!


"겍!"


나는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한 발짝이라도 더 움직이는 건 용서하지 않아."


"아니, 그건 미리 말하고 쐈어야지!"


양갈래 머리의 소녀가 태클을 걸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 그야, 우리 쪽으로 접근해서 무슨 짓을 할지 무서운걸.


"후훗,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겠네요. 아카리 씨, 그걸 하죠?"


"아~ 그거 말이죠? 좋은 생각이네요☆"


그렇게 말한 두 소녀는, 그대로 쓰러진 동료를 들어올렸다.


"아, 동료를 데리고 도망치려는 것이어요!"


"그렇게는 두지 않...!"


그리고 내가 견제 사격을 가하려는 순간,





- 슈우우우웅~


"어?"


"어라?"


두 소녀는, 기절한 동료를 우리 쪽으로 던졌다.


"... 잠깐, 이즈미를 던지면 어떡해?!"


"소리지를 시간에 뛰어야지 않겠어요, 준코 씨? 상대는 상, 당, 히 강하다고요?"


"이즈미 씨는 숭고한 희생을 한 거니까, 이를 헛되게 할 수는 없겠죠?"


그런 말을 하는 두 소녀는, 이미 멀찍이 도망친 이후였다.


"어엇! 자, 잡았사와요! 나~이스 캣치여요!"


"그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유카리!"


한편 회색 머리의 소녀를 무사히 받아낸 유카리였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후배를 칭찬해줄 시간이 없었다.


"야, 하루나, 아카리! 같이 가~!!!"


"빨리 쫓아가자, 이대로 가면 분명히 놓칠...!"


"그건 걱정 안해도 돼."


상대를 뒤쫓으려던 우리였지만, 낯선 목소리가 들려 급히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당신은...?"


"게헨나 선도부장 소라사키 히나. 덕분에 우리 인력을 배치할 시간을 벌었어, 감사를 표할게."


왜소한 체구에 어울리지 않는 거대한 화기를 장비한 그녀는, 자신의 무장을 도망치는 소녀들에게 겨눴다.


"잠깐 물러서 있어."


"네?"


나는 당황한 유카리를 뒤로 끌어당겼고,


- 투타타타타타타타타타!!


선도부장의 철퇴에서 광탄이 날아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런이런, 결국 이렇게 되어버렸네요, 히나 씨?"


"변명은 나중에 실컷 해."


결국 네 명의 소녀를 포박하는 데 성공한 우리는, 겨우 한 숨 돌릴 수 있었다.


"고마워, 두 사람의 협조 덕분에 금방 잡을 수 있었어. 우리 측 인력이 폭탄 테러에 당해서, 꽤 곤란한 상황이었거든."


"아, 아 예, 뭐..."


"그, 그 정도는 아무것도..."


조금 찔린 나머지 대답이 부자연스러웠지만, 히나 부장은 그저 겸손떠는 정도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그, 그럼 소녀들은 이만..."


"아이고~, 아가씨들!"


그렇게 떠나려는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 이 목소리는..."


"헉, 허억, 아이고 숨이야... 괜찮아요? 다들 다친 데는 없고?"


"아주머니! 네, 보다시피 소녀는 엑~설런투한 컨디~숀이어요!"


목소리의 주인은 다름아닌 참새정 아주머니였다.


"그나저나 여긴 무슨 일로..."


"그야 갑자기 뛰쳐나갔는데 걱정이 안 될 수가 있나요? 아, 그리고..."


그렇게 말한 아주머니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이거, 아가씨 거 맞죠?"


"앗! 소녀의 지갑! 깜빡했사와요!"


아무래도 유카리는, 가게에 지갑을 두고 왔던 모양이다.


"그럼 저는 이만... 어? 잠깐, 거기 있는 학생들은..."


"어머나~, 주인 아주머니 아니신가요?"


"아무래도 오늘 저녁 약속은 못 가게 될 것 같네요~☆ 죄송해요, 아주머니!"


"으아앙~! 이젠 싫어! 타코야끼도 못 먹고 저녁도 못 먹게 됐잖아!"


아무래도 이 사람들은 아주머니와 구면인 모양이었다.


그리고 대화로 추측해보건데, 이들은 아마...


"설마 아까 말한..."


"미식연구회?"


"아, 외지인이라 몰랐겠구나. 여기 있는 네 명은 미식연구회라고, 게헨나에선 유명한 테러리스트 집단이야. 가능하다면, 엮이지 않는 편이 좋아."


히나 부장의 친절한 설명에,


"뭐, 뭐뭣... 뭐라구요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유카리는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었다.





"하아... 너무 피곤했사와요..."


"확실히, 하루종일 너무 많은 일이 있었네..."


저녁놀이 지는 시간. 백귀야행으로 돌아오는 두 사람의 걸음은, 피로에 절어 무거웠다.


"결국 게헨나 온천은 발도 못 담그고 왔사와요... 그래도,"


"응?"


무척이나 지쳤을 유카리가, 밝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구사 선배와 같이 시간을 보낸 건 무~척이나 즐거웠사와요!"


"... 응, 나도 즐거웠어, 유카리."


그렇게 대답한 나는, 유카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유카리도 그게 싫진 않았는지, 내 손길을 즐기는듯 미소를 지었다.


"어서 돌아가자, 키쿄한테 혼날지도 모른다고?"


"네, 키쿄 선배에게도 자랑할 게 잔뜩인 것이어요!"


그렇게 우리는 수다를 떨며 백화요란 조정실에 도착하였고...





- 드르륵!


"키쿄 선배~! 저희 왔..."


"키, 키쿄! 역시 이건 사제지간으로서 바람직하지 않다니... 어?"


"됐으니까 당신은 내 완벽한 계획에 따라주기만 하면... 아."


거기엔 어째선지, 옷을 반쯤 풀어헤친 선생님과 키쿄가 있었다.


- 드르륵, 탁!


"크, 크크크크크큰일이와요! 키쿄 선배의 프롸~이버시를 침범해버린...!"


미닫이문을 다시 닫은 유카리는, 어쩔 줄 몰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진정시킨 건,


- 드르륵!


"... 카데노코지 유카리."


"히이익!"


옷매무새를 대충 정리하고 나와 유카리를 죽일듯이 노려보는 키쿄였다.


"전에 분명, 계승전을 신청했었지."


"아니, 그건 백화요란을 되살리기 위해서였고, 애초에 소녀는 그때 졌는데..."


"복수전을 받아주겠어. 마침 선생님이랑 나구사 선배도 있으니 보증인으로 문제는 없겠네."


"아, 아니! 소녀는 복수 같은 건 원치 않는...!"


"3분 안에 준비해서 마당으로 나와."


그렇게 키쿄는 미닫이문을 쾅! 소리가 나게 닫았고...


"나구사 선배애애애! 살려주시와요오오오!!!"


"아니, 나한테 뭐라고 해도..."


유카리는 나한테 매달렸지만, 해줄 수 있는 건 없었다.


물론 이후 마당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 예상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

처음엔 유카리와 참새정 아주머니가 만나면 재밌겠다는 생각으로 쓴건데

구상하다보니 이것저것 넣고 싶은게 많아져서 분량이 두 배 이상 늘어난듯

역시 팬픽소재가 마르지 않는건 게황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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