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비가 내렸다.
“… 여기 있었구나, 카요코.”
“아, 선생님. 와줬구나.”
새벽에 잠깐 내렸던 이슬비.
그 비를 맞으며, 우리는 마주했다.
“이 시간엔 어쩐 일로 나와 있었어?”
“딱히, 이렇다 할 이유가 있던 건 아녔는데…”
각자 우산을 쓴 채, 우리는 조용한 공원의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고양이가 걱정되기라도 했던 거야?”
“아, 그건 아냐. 그때 그 고양이라면, 정월 즈음부터 사무소에서 같이 기르고 있으니까.”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나는 대답했다.
“아루가 걱정 많이 했어. 잠깐 잠이 깼는데, 갑자기 카요코가 안 보인다고.”
“그렇게 걱정된다면 직접 연락해도 괜찮았는데, 전화라면 챙겼으니까.”
그 말대로, 나는 밤 산책에 앞서 제대로 전화와 우산을 준비했다. 충동적인 가출 같은 것이 아니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아마 네가 나갔을 정도면 엄청 큰일이라고 생각해서 섣불리 전화도 못했겠지, 그래서 내가 대신 연락한 거고.”
“그래도 그렇지, 이런 늦은 시간에 선생님한테 연락을… 그건 내가 사과할게.”
“아냐아냐, 괜찮아. 샬레의 선생이란 직책은 의외로… 이 시간까지 깨어있는 일이 잦거든.”
선생님의 대답과 깊게 가라앉은 눈동자에는 피로감이 깃들어 있었다.
“역시, 피곤하지… 어른이라는 건.”
그리고 나는, 그런 선생님의 모습이 왠지 공감되었다.
“응? 카요코?”
선생님은 내 말이 꽤 의아한 모양이었다. 제대로 된 설명을 바라는걸까.
“마침 정자가 있네. 잠깐 쉬었다 갈까?”
후둑. 후두둑.
나뭇잎에 빗방울이 부딪히는 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가만히 정자에 앉아 있었다.
“선생님.”
“응?”
먼저 입을 연 건 내 쪽이었다.
“어른이 된다는 건, 뭘까?”
“… 그러게, 어려운 질문이네.”
갑작스런 질문에도 선생님은 태연한 눈치였다.
“선생님도 잘 알겠지만, 흥신소엔 이런저런 일이 꽤 많아. 매일이 사고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
선생님은 묵묵히 내 말을 들어주었다.
“그런데, 거기서 제일 연장자는… 바로 나잖아? 이미 학교를 졸업하고도 남았을 나이기도 하고.”
“뭐, 어린 나이는 아니긴 하지.”
선생님은 머리 뒤에 깍지를 끼며 내 말에 맞장구를 쳐줬다.
“그래서 항상 고민해. 아루 사장이 앞에서 이끌면 뒤에서 받쳐주는 게 내 역할인데, 과연 난 제대로 하고 있는건지. 책임을 다하고 있는 게 맞는지…”
“…”
선생님은 말 없이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런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해질 때, 이렇게 밤 산책을 나왔던 거야. 조용한 거리를 돌아다니면, 세상이 전부 멈춘 것 같으니까. 그러면 잠시 동안, 고민 많은 나의 세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니까…”
“…”
여전히 선생은 묵묵부답이었다.
“미안, 선생님. 뭐랄까, 어울리지 않는 말을...”
“카요코.”
언제나의 미소로 대답하는 선생님은, 내 등을 두드려주고 있었다.
“어, 어?”
“솔직히 말하자면, 그러게… 선생님도 카요코 같은 고민을 늘 안고 있지만, 분명한 답을 찾지는 못했어.”
“선생님, 도…”
“그렇지만!”
선생님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말을 이었다.
“적어도… 난 눈 앞에 닥친 일을 외면하진 않았으니까,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해. 그런 게 책임 아니겠어?”
“눈 앞에 닥친 일… 후훗, 그러게. 선생님은 그런 사람이었지.”
항상 그랬다. 아비도스에서 처음 만났을 때도, 게헨나와 트리니티 간 평화 조약 당시에도.
그리고… 그 배에 올라탔을 때도, 당신은 언제나 도망치지 않았다.
“후우… 뭔가 부끄러워지는데. 선생님 앞에서 약한 소리 해버려서.”
“아무렴 어때, 내가 선생이고 너는 학생인걸.”
선생은 어깨를 으쓱하며 능청스럽게 말했다.
“그래도 역시 무섭다면…”
“잠깐, 선생님?”
말릴 틈도 없이, 선생님은 우산 없이 정자 밖으로 나갔다.
“뭐하는 거야! 아직 비가…!”
“별거 아냐! 멈춰버린 세상을 움직이려면, 역시 음악이 제격이지 않겠어?”
선생님은 부슬부슬 내리는 빗속에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맨날 고민만 하면 될 일도 안된다고? 어차피 비도 많이 안 내리니까, 그냥 속는 셈치고 같이 춤춰보는 건 어때?”
“하아… 정말…”
아까까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순진무구한 모습의 선생님을 보며 한숨을 내쉬고 말았지만,
“… 뭐, 좋아. 어울려 줄게.”
난 그런 당신이 좋으니까,
그 손을 맞잡고 스텝을 맞춰나갔다.
*****
굉장히 오랜만에 시간이 나서 재활 목적으로 쓴 소설인데
어째 영 느낌이 안 사네… 하나코 인연스랑 비슷하다는 느낌도 들어서 아쉽기도 하고
그래도 오랜만에 쓰면서 재밌었으니 럭키빵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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