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생님? 거기서 뭐해...?"
"어?"
아무래도 좆됐다. 그것이 내가 0.2초 이판사판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다.
나는 좆됐다.

"무츠키가 그동안 내 사진을 선생님한테 보내줬다고?!"
"쉬잇! 목소리가 너무 커, 아루!"
눈을 까뒤집고 경악하는 아루에게, 나는 검지를 입술에 갖다대며 조용히 하라는 사인을 보냈다.
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걸까.
오늘은 당번도 따로 부르지 않았고, 총학 쪽 서류도 애진즉에 처리해둬서 누가 찾아올 일은 없었는데.
혹시 몰라서 싯딤의 상자도 잠시 꺼뒀는데.
나는 왜 바지를 내리려다 흥신소 68의 사장님과 조우했단 말인가.
"그, 그래서 대체 내 사진은 왜?"
겨우겨우 진정한 아루는, 당연하게도 무츠키가 사진을 보내준 이유를 물었다.
"그건, 그게... 내가 샬레의 문서 작업과 관련해서 아루 사진이 필요하다고, 사례도 넉넉히 보내주겠다고 말하긴 했는데..."
"절대 아니지?! 누가 봐도 거짓말이잖아!"
아루는 다시 언성을 높혔지만, 뭐 상관없었다.
어차피 이런 분위기인데, 누가 내 사무실에 들어오겠어.
"어... 안 그래도 무츠키도 대충 눈치챘는지, '흐음~? 뭐 알겠어, 대가는 따로 필요없으니까 깨끗하게 쓰라고? 선, 생, 님!'이라고 말하고는 바로 보내주더라고..."
"... 우와, 선생님 생각보다 무츠키 흉내 잘 내는구나."
"어? 비슷했어?"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아, 실패했네. 잘하면 대화 주제를 바꿀만 했는데.
"그래서, 내 사진을 어디에 ㅆ...!"
"아, 맞다! 그러고보니까 아루는 오늘 여기 왜 왔어?"
"어? 나 말야? 그게..."
오, 이번엔 성공이다! 아루는 말을 하다 말고, 소파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그니까 분명 여기 어디쯤... 아! 찾았다!"
소파의 쿠션을 들어올리자, 거기에는 익숙한 지갑이 있었다.
"어? 지갑, 놓고 갔어?"
"그래~, 이거! 어제 내가 당번이었잖아? 아무래도 소파에 앉아 있을 때 주머니에서 빠져나간 모양이더라구."
그 말대로였다. 전날 당번이었던 아루는 소파에 앉아 샬레의 서류들을 테이블에 분류했는데, 아마 그때 빠져나간 모양이었다.
... 서류를 정리하려고 한 번씩 고개를 숙일 때마다 아찔한 게 보여서, 상당히 곤란했지.
"그래도 정말 다행이야~! 여기 그대로 있어서... 아니 잠깐."
"엥? 왜 그래?"
"'엥? 왜 그래?'가 아니지, 선생님!"
아, 또 실패했구나. 이번엔 진짜 무마할 수 있을줄 알았는데.
"그래서 대체 내 사진은 왜 받아갔냐니까! 거기다 무츠키가 깨끗이 쓰라고 했다니, 그건 그러니까 그..."
날 쏘아붙이던 아루는, 정확히 '깨' 부분을 말하는 순간부터 얼굴이 빨개지기 시작했다.
"그, 그러니까... 한 거지? 혼자서..."
"... 네, 했습니다. 꽤 많이요."
"어어어!?"
이제 와서 숨긴들 뭣하겠는가. 적어도 정직한 어른이 되자.
"용서받지 못할 일인줄 알지만... 부디 살려주세요, 이 세상 누구보다 하드보일드한 아루 사장님!"
"아, 아니 그게..."
무릎까지 꿇고 사죄하는 내 모습이 안쓰러웠던 걸까. 아루는 몸을 낮춰 나와 시선을 맞췄다.
... 아, 위험한데. 보인다 보여. 검은색.
"저기, 선생님."
"어, 네?"
"아무리 그래도 바로 앞에서 힐끔거리는건 너무하지 않아?"
"아."
아무리 순진한 아루라도, 이런 건 눈치채는구나.
역시 너무 부주의했...
"에잇!"
"어억! 잠깐!"
그 순간, 재빨리 내 손목을 낚아챈 아루는, 나를 소파로 눕혔다.
"아루, 이건..."
"하겠다고 생각했을 땐 이미 저지른 이후, 그게 하드보일드야."
"아루?"
이상하다, 아루가 저런 눈빛을 한 적이 있었나? 각오와 열기가 느껴지는 눈빛...
그러나 생각할 겨를 따윈 없었다.
"잠깐, 아루! 뭐하는...!"
"셔츠가 거슬리니까 벗을 뿐이야, 지금부턴 필요없으니까."
그 말대로 아루는 와이셔츠의 단추를 하나씩 풀고 있었다.
"어차피 이 시간엔 누가 안 오는거지? 그러니까 바지, 내리고 있었고."
아루가 머리를 쓸어넘기자 좋은 향이 났다. 너무나 달콤해서 금방이라도 이성을 놓을 것 같은 향기.
"그러니까 보여줄게, 내 하드보일드가 뭔지."
*****
시간을 조금 거슬러, 바로 전날 밤.
"쿠후후~, 작전대로 잘 움직였지?"
"으, 응. 얘기한대로 지갑을 샬레에 놔두고 오긴 했는데... 정말 그거면 될까?"
무츠키의 작전은 터무니없었다. 이런 우연에 근거한 작전이 정말 먹힐까?
"그야 틀림없이 먹힌다니까? 선생님 같이 일이 많은 사람이 당번을 안 부른다? 당연히 개, 인, 적, 인 일 때문 아니겠어?"
"응... 역시 그렇겠지?"
내 어깨를 두드려주는 무츠키 덕에, 나는 조금 긴장이 풀렸다.
"그나저나 놀랐어~, 아루 쨩이 먼저 '선생님과 사이가 좋아지고 싶다'라고 했을 땐, 설마 그런 의미인줄 몰랐는데 말이지?"
"그, 그야 그렇잖아! 선생님 주변엔 좋은 여자들이 많으니까, 확실하게 우리 회사의 경영 고문으로 포섭하려면..."
"쿠후후~, 선생님을 몸의 노예로 만든다니 과연 하드보일드하네, 아루 쨩?"
"모, 몸의 노예라니!"
저런 게 과연 여고생의 입에서 나올 표현인가 싶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아무튼... 고마워, 무츠키."
"잘 되면 연락해,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그렇게 다음 날 아침, 나는 샬레로 향했고...
무츠키에게 [성... 공♡]이라는 모모톡을 보낸 건 자정이 가까워져서였다.
*****
몰랐는데 오늘 아루 생일이라길래 기념으로 한편 뚝딱함
아루는 왠지 각오하면 무서울 것 같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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