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즈사가 선생님을 덮치는 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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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피폐 / 유우카, 호시노, 히나, 하루나, 히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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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호시노만 하려다 글이 계속 써져서 몇 명이나 써버렸습니다. 한입 사이즈로 먹기 좋을 거 같아요. 이걸 읽으면 더 즐길 수 있을지도.
이어지지 않는 평행세계 같은 이미지이기 때문에 읽고 싶은 학생만 읽어도 괜찮아요.
호평 받으면 다른 학생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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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같은 몸을 일으키고 스마트폰을 손에 쥔다.
시각은 오전 6시.
간신히 일을 끝내고 침대에 기어들어간지 아직 2시간도 지나지 않았다.
「또인가......」
최근, 잠을 잘 자지 못한다.
아무리 피곤해도 금방 눈을 뜨고, 다시 자려고 해도 잠이 잘 오지 않는다. 피로도 전혀 풀리지 않고 일에도 지장이 생기기 시작하고 있었다.
「.......」
책상에 놓인 병에 손을 뻗는다.
안에 들어 있는 건 세리나에게 권유받은 수면제.
의존성이 적고 스트레스를 경감하는 효과가 있는 듯하다. 용기에서 꺼내 손바닥에 놓는다.
이것을 먹는 것만으로 나는 쾌적하게 수면을 취할 수 있어...... 그렇게 결심하고 입을 연다.
그리고, 역겨운 기억이 되살아났다.
학생에게 덮쳐진 그날의 기억이.
「그만 두자....」
본래 학생들에게 덮쳐지는 일은 없다.
학생들에게도, 물론 내쪽에서도.
조금 과격한 어프로치를 하는 아이도 있지만...... 학생들이 좋아하는 것 자체는 나도 대단히 기쁘다.
하지만...... 그중에는 감정을 향하는 방법을 잘못 이해해 버리는 아이도 있다.
도청이라든가, 방에 가둬놓는다든가, 나를... 직접 덮친다든가.
솔직히 전부 한순간의 흔들림이라고 생각한다.
우연히 신뢰할 수 있는 어른이 우연히 매력적으로 보였을 뿐...... 그런 일, 학생들에겐 자주 있는 일이다. 나도 마음에 둔 선생님이 한두 분 있었다. 어른이자 선생님이라는 입장인 내가 보기엔 웃고 흘려넘겨야 할 사소한 일들.
그러니...... 그날의 그건 분명 우연이었고.
우연히 그런 기분이었다는 것뿐이고.
확률적으로는 낮은, 사고 같은 것.
머리로는 그렇게 알고 있다.
하지만...... 그날부터 나는 변해버렸다.
학생과 단둘이 되는 게 불편해졌다. 가벼운 스킨십을 자발적으로 피하게 됐다.
그리고... 이것도 그렇다. 「자고 있을 때, 누군가에게 덮쳐질지도 모른다」 그런 쓸데없는 걱정을 하게 되었다.
「......정말로, 바보같아.」
손바닥 위의 알약을 빤히 바라본다. 내게서 상담을 받고 세심하게 신경써서 내 몸에 맞는 걸 엄선해 준, 그녀의 상냥함의 결정. 거기에 걱정 이외의 감정은 없다.
그 상냥함이, 지금은 가슴을 무겁게 내리누른다.
「......어째서 이렇게 의심해 버리는 걸까......」
믿고 싶은데 믿을 수가 없다.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한 당연한 경계심일까, 아니면 그저 겁이 많은 것 뿐일까. 자문자답이 머릿속을 맴돈다. 학생들이 나에게 해를 가하다니, 있을 리가 없다. 알고 있는데 그 「만약」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자신이 의지했으면서...... 나는...... 대체......」
병뚜껑을 닫고 다시 책상에 놓는다. 가슴속에 퍼지는 초조함이 가라앉지 않는다. 학생을 믿고 약을 먹지 못하는 내 자신이 한심하다. 그 일 이후로 모든 게 일그러져 보인다.
「그때...... 만약, 그때 좀 더 잘 대처했더라면......」
머리 한구석에서 그런 생각이 들지만 이내 눌러 죽인다.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생각한 일이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 생각은 항상 나를 몰아세운다.
「이래선, 선생 실격이네......」
문득 창밖을 내다보니 희미한 빛이 비치기 시작하고 있었다. 새벽이 가깝다. 잠을 좀 자려고 했지만 결국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시계 바늘은 무심하게도 계속 시간을 새기고 있다.
「이제 일어날 시간인가......」
잠이 부족해 무거운 머리를 누르며 천천히 일어선다. 몸은 납덩이처럼 무겁고 마음 역시 지친다. 이래서는 학생들에게 웃는 얼굴을 보여주는 것도 어려울지 모른다.
「학생들에겐, 아무것도 들켜선 안 돼......」
샬레에서, 학교에서, 학생들과 접할 때마다 웃는 얼굴을 하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한다. 그게 내 일. 선생님으로서 불안감을 줄 수는 없다.
「하하...... 나 자신이 이미 불안감투성이지만 말이야......」
거울에 비치는 자신을 바라본다.
그 눈은 과거의 자신감 넘치는 자신의 눈이 아니다. 피곤에 지친 눈동자가 거기에 있었다.
「......오늘도, 마지막까지 해낼 수 있을까.」
불안은 끝이 없다.
그러나 선생으로서의 책무를 포기할 수는 없다. 학생들을 지키고 이끌기 위해서는 자신의 두려움과 마주해야 한다.
「......할 수 밖에 없어.」
마음 속에 들려주듯 중얼거리며 옷을 단정히 하고 밖으로 나간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납 같은 하루가 시작된다.
하야세 유우카의 경우
최근 선생님의 모습이 너무 이상하다. 기운이 없다고 할까, 항상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고 할까...... 멍한 표정이 많다. 오늘은 당번이라고 모처럼 기합을 넣어 멋을 부리고 왔는데, 선생님은 그것을 눈치채지 못한다.
『선생님...... 무슨 일이세요?』
평소의 상냥한 선생님이라면, 내가 조금이라도 분위기를 바꾸면 금방 알아차릴 텐데 오늘은 그러긴커녕 말을 걸어도 반응이 둔하다.
「......아 ......미안. 조금 멍하니 있느라......」
선생님은 마치 꿈에서 깬 것처럼 둘러댄다. 나를 향한 눈동자는 뭔가 흐릿하게 느껴진다.
『저기...... 선생님. 오늘의 저, 평소와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조금 심술궂게, 빤히 선생님을 바라보며 말해봤다. 포니테일을 한 것도 선생님이 좋아한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고, 오늘은 새로 산 립스틱도 특별히 바르고 왔다. 분발했다... 그렇게 가슴을 펴고 말할 수 있다. 선생님은 그제야 깨달은 것처럼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어...... 아, 오늘은 포니테일이구나. 엄청 잘 어울려! 유우카는 멋쟁이네~」
선생님은 평소처럼 칭찬해 주셨다. 위화감은, 그 웃는 얼굴이 어딘가 어색하고 진심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는 것. 마음속이 답답하고 아무래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저기, 무슨 일 있으신가요? 기운이 없으신 거 같은데......』
조금 걱정이 되어 선생님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평소 같으면 내 물음을 진지하게 마주해 주는 선생님이 오늘은 분명히 눈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다.
「수, 수면 부족이야...... 최근 좀 바빠서......」
선생님은 알기 쉽게 변명을 한다. 그래도 왠지 위화감이 있다. 마치 내게서 뭔가를 숨기려는 것처럼.
『선생님......』
나는 선생님의 팔을 살짝 건드린다. 상냥하게, 하지만 조금 강하게. 그러면 선생님이 마음을 열어주지 않을까 생각했기에.
「.......하? 유우......카? 대체, 뭘.......」
선생님의 목소리가 떨린다. 내가 닿은 것에 분명히 과잉 반응을 보였다. 선생님의 피부에 닿는 순간 몸이 크게 움찔하는 걸 알 수 있었다.
『선생님? 뭔가 일이 있으면 말해주세요. 업무에 대해서라면, 조금은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나는 가능한 한 부드럽게 말을 건넸다. 선생님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내가 힘이 되고 싶어. 그런 마음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선생님의 반응은 내 기대와는 달리 다시 얼굴이 굳어졌다.
「...고, 고마워...... 유우카. 하지만 정말로 괜찮으니까...... 놔줄 수....... 있을, 까......」
선생님은 어색하게 미소지으며 내 손을 살짝 뗀다. 선생님의 손이 닿는 순간 그 손의 떨림이 전해져 왔다. 그 동작에는 어딘가 두려움이 담겨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네? 아, 네......』
...뭔가, 굉장히 괴로운 기분이 들었다. 선생님이 나를 피하는 것 같아서 가슴이 아파온다. 하지만 그것을 겉으로 드러낼 수는 없다.
「미안... 신경쓰지마. ......그, 그럼! 일 열심히 해볼까~」
『그, 그렇네요! 슬슬 다시 시작하죠!』
서로 어색했는지 도망치듯 일을 시작했다.
말이 없는 공간. 불규칙한 고동.
잠시 후, 나는 선생님의 책상을 정리하기로 했다. 어쩌면 거기에 선생님의 기운이 없는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며 서류를 치우다 보니 한 장의 영수증이 눈에 들어왔다.
『이거......』
영수증에는 최근 구입한 피규어 정보가 적혀 있었다. 하지만 이건 내가 쓰고 있는 가계부에는 기재되어 있지 않다. 선생님, 또 무단으로 쇼핑을 했구나.
『선~생~님~!? 이건 뭔가요!?』
나는 영수증을 들고 선생님에게 향한다. 선생님은 무단으로 뭔가를 살 때 항상 이렇게 숨기곤 한다.
정말이지....... 역시 선생님에게는 내가 필요하겠네.......
「어...... 아, 그건......」
선생님은 분명히 동요하고 있다. 그의 얼굴이 파랗게 질려 변명하려고 우물쭈물하는 게 보였다. 그런 선생님의 모습에 나는 약간의 짜증을 느낀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말했을 텐데.
『제가 몇 번이나 말씀드렸죠! 비싼 물건을 살 때는 꼭 저한테 한마디 해달라고!』
나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고 그 순간, 선생님의 몸이 움찔 떠는 게 보였다. 경악할 정도로 겁에 질린 표정을 지으며 그의 눈이 공포로 휘둥그레지고 있다.
「에....... 아.......」
선생님이 떨면서 뒤로 물러난다. 그리고 깨닫는다. 뭔가가, 뭔가가 결정적으로 이상해. 내가 아는 선생님과는 달라. 어째서... 이렇게나 두려워하는 거야? 내가 그렇게나 화난 것처럼 보였나......?
『선생님......?』
나는 무심코 목소리를 낮춘다. 눈앞에서 두려움에 빠진 선생님에게 나는 어찌할 줄을 몰랐다. 평소에는 의지해야 할 선생님이 지금은 마치 고장난 것처럼 보인다.
『저기...... 선생님? 괜찮으세요? ...그렇게 무서워하지 않으셔도....... 그저, 한 마디 하고 싶었을 뿐이고......』
나는 온화하게 말하려 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도 선생님에게는 닿지 않는 듯. 그는 작게 움츠러든 채로 뭔가에 쫓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선생님......?』
「힉....... 죄송...... 아......」
나는 손을 내밀지만 선생님은 그 손을 피하듯 몸을 뺀다. 마치 내 손이 뭔가 위험한 거라도 되는 것처럼.
『아...... 죄송...... 해요..... 선생님......』
결국 나는 그 자리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선생님이 겁먹은 이유도,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단지, 내가 선생님을 몰아붙여 버린 것만이 가슴에 무겁게 와 닿았다.
『선생님, 저기... 뭔가....... 있었나요? 제가 눈치채지 못했을 뿐이고......』
불안이 가중된다. 선생님이 이렇게나 나를 피하다니 뭔가 심각한 일이 일어난 게 틀림없다. 하지만 선생님은 그것을 말해 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조금 피곤할 뿐인걸? 나도 슬슬 나이를 먹은 걸까...... 아하하.......」
선생님은 힘없이 미소짓는다. 그 미소가 오히려 애처롭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그런, 가요...... 무리는... 하지 말아주세요......』
그렇게 말하는 게 고작이었다. 나는 선생님을 더 이상 몰아붙이는 게 두려워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가슴에 쌓인 불안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내 안에 남아 있다.
타카나시 호시노의 경우
『흐흥~♪ 오늘은~ 당번~~♪』
오늘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당번 날. 열차포 이야기가 진정된 뒤로 좀처럼 선생님과 이야기할 시간을 잡지 못했지만, 오늘은 오랜만에 하루 종일 함께 할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왠지 가슴이 두근거리게 된다.
『드디어 선생과 수다떨 수 있어~♪』
가볍게 스텝을 밟으며 복도를 나아간다. 내게 선생님과 보내는 시간은 특별하고 둘도 없는 것. 열차포의 사후 처리 같은 건 전부 선생님이 해준 모양이라 재차 선생님의 대단함을 느꼈다. 그래서 오늘은 그에 대한 감사의 말도 하고 싶고, 선생님과 느긋하게 이야기를 하고 싶다. 노크 후 선생님의 방문을 연다. 언제나처럼 밝고 기운찬 목소리로.
『선생, 아저씨가 왔어~!』
문을 연 너머에 선생님의 모습이 있었다.
하지만, 뭔가 달라. 평소 선생님이라면 내가 들어오자마자 미소를 지어주는데 오늘은 왠지 피곤한 듯한 표정.
『어라? 선생, 괜찮아~?』
나는 조금 걱정이 되어 선생님의 얼굴을 빤히 본다. 선생님은 나를 알아보고 천천히 미소지었다. 그 미소는 어딘가 어색하고, 무리하는 것처럼 보인다.
「아...... 호시노, 안녕. 오늘은 잘 부탁해~」
선생님은 나를 알아보고 천천히 미소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 눈에는 피로가 감도는 듯한 느낌이었다. 최근 선생님은 계속 바빴기 때문에 무리를 하고 있을지도.
『선생, 혹시 또 밤샘? 무리하면 안 된다구~? 선생이 쓰러지면 시로코쨩이나 다른 애들이 슬퍼할 테니까~』
술렁이는 마음을 눌러담으며 선생님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조금이라도 선생님에게 힘이 되고 싶었다. 갚을 수 없는 은혜를 갚고 싶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살짝 고개를 흔들며 나를 안심시키듯 미소짓는다.
「괘, 괜찮아, 괜찮아~ 걱정해줘서 고마워~」
선생님은 항상 이렇다. 자신은 숨쉬듯 「의지해」라고 하면서 학생에게는 결코 약점을 보이지 않는다. 익숙해져 버린 눈밑 기미도, 이상하게 가벼운 체중도 전부 걱정인데.
「조금 피곤하지만... 오늘은 일이 적으니까 괜찮아!」
선생님은 웃으면서 그렇게 말하지만 그 웃는 얼굴 뒤에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평소의 선생님이라면 더 온화하고 상냥한 눈을 하고 있을 텐데, 오늘의 선생님은 어딘가 다르다.
『그렇게 피곤하면... 아저씨가 같이 낮잠 자버릴까~!』
나는 가능한 한 밝고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제안했다.
이전, 선생님이 피곤할 때 같이 낮잠을 잔 적이 있는데 그때 선생님이 엄청 편히 쉴 수 있었다고 말했던 게 떠올랐기 때문에. 일이다 학생이다 말하는 선생님이지만 선생님이 쓰러지면 본전도 못 건진다. 다소 억지로라도 재우는 게 좋겠지.
나는 그렇게 판단했다. 그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 제안을 듣는 순간, 선생님의 표정이 갑작스럽게 변한다.
「어....... 아....... 아니, 그......」
선생님은 말을 잇지 못한다. 그리고 얼굴이 점점 창백해지는 걸 볼 수 있었다. 마치 뭔가 무서운 걸 본 것처럼.
『선생...? 무슨 일이야?』
나는 불안해져서 선생님에게 다가가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선생님은 마치 뭔가로부터 도망치듯 뒷걸음질을 쳤다.
『어...... 선생......?』
선생님이 내게 겁을 먹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 모습에 나는 당황하게 된다. 왜? 뭔가 잘못했나? 나는, 또......
『아... 아하하~? 미안해~? 나, 뭔가 이상한 말을 해버렸을까.......?』
나는 순간적으로 사과하고 있었다. 선생님의 겁먹은 표정을 보는 것이 가슴을 찌르는 것처럼 아프다. 뭔가 좋지 않은 상황에 말해버린 걸까. 아니면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아니,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생각해. 머리를 굴려. 또 실패할 수는 없어. 선생님조차 없어진다면, 나는......
선생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겁에 질린 채 나를 바라보고 있다.
『아..... 선... 생...』
어떻게 하면 좋을지, 나는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시야에 안개가 낀다.
선생님을 더 이상 몰아붙이는 게 두려워서 나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그때 선생님이 작게 고개를 흔든다.
「미, 미안! 아무것도 아니야~ 단지, 조금 놀랐을 뿐! 정말로!」
선생님이 억지로 웃으려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웃는 얼굴은 슬퍼 보였고, 내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선생......』
나는 어찌하지도 못하고 그저 선생님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내가 한 말이 선생님을 이렇게도 겁먹게 만든 걸까.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아... 모처럼 왔으니... 같이 좀 잘까?」
갑작스러운 선생님의 말에 나는 놀람과 기쁨이 뒤섞인다.
『어...... 정말로 괜찮아!?』
선생님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만, 응. 호시노가 권유해줬기도 하고....... 그, 낮잠 정도라면 괜찮을까 해서......」
그 말에 나는 가슴이 기쁨으로 차올랐다. 선생님과 같이 잔다니, 오늘은 정말로 특별한 날이야.
『선생하고 같이 낮잠을 잘 수 있다니, 아저씨 감격했어~!』
나는 기뻐하며 용기를 내어 선생님의 손을 잡고 소파를 향했다.
머릿속에는 전에 없던 행복이 널리 퍼져있다. 염려해서 해준 말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선생님이 권유해준 게 나에게는 최고의 행복이었다.
그렇기에... 눈치채지 못했다.
알고 있었을 위화감을 벌써 잊어버렸다.
소파에 누워 선생님에게 딱 붙는다.
선생님의 심장소리가 몹시 빠르다는 걸 깨달았다. 뭔가에 겁먹은 소리였다.
『선생? 어... 뭔가... 긴장했어?』
나는 불안함에 물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미소를 띤 채 고개를 저었다.
「아니...... 괜찮아, 호시노. 단지...... 최근에 여러가지 일이 있어서......」
선생님은 그렇게 말해줬지만, 그 목소리에는 희미한 떨림이 섞여 있었다. 나는 그 떨림이 신경쓰여 선생님의 얼굴을 바라본다.
『역시...... 나, 무리한 부탁을 해 버린 거야...?』
핏기가 가신다.
나의 고동이 선생님을 넘어선다.
선생님이 이렇게나 긴장하고 있는 건 내 탓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견딜 수가 없었다.
선생님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그 반응이 무서워 견딜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한다면, 자결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지도.
「그, 그런 거 아냐......! 호시노가 싫은 게 아니라...... 단지, 조금 피곤할 뿐이야.」
선생님의 필사적인 부정에도 불구하고 그 부자연스러움이 내 마음을 무겁게 했다. 선생님의 떨리는 목소리, 너무 빠른 심장 박동, 그 전부가 나의 불안감을 불러일으킨다. 아무리 부정해도 선생님이 겁먹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미안... 선생. 나, 또 폐를 끼쳤나보네......』
내 목소리는 평소보다 훨씬 작아져 있었다. 가슴에 퍼지는 슬픔을 주체할 수 없었다. 선생님이 이렇게 긴장하고 있는 건 분명 내 탓이다. 내가 뭔가 해버렸기 때문에 선생님은 이렇게나 겁을 먹고 있는 거다. 선생님을 몰아붙이는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 속으로 몇 번이고 「미안해」를 되뇌며 쏟아질 것 같은 눈물을 필사적으로 참는다.
「호시노...... 그렇지 않아. 폐를 끼치다니,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 없어......」
선생님의 말은 상냥하게 울린다.
그리고 그 상냥함이 역으로 내 가슴을 조였다.
선생님은 내게 너무나 상냥하다.
『그럼! 어째서! .......어째서, 그렇게...... 무서워하는 거야......』
무심코 그런 말을 입에 담고 말았다. 자신의 말이 얼마나 선생님을 곤란하게 하는 지 알고 있으면서도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선생님이 두려워하는 이유가 내게 있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린다. 선생님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 손은 따스했지만 어딘가 약하게 떨고 있었다.
「호시노의 잘못이 아니야. 내가... 그... 조금, 과민해져 있을 뿐이니까.....」
선생님은 말을 고르면서 최대한 나를 안심시키려 해 준다. 하지만 그 말끝마다 느껴지는 불안감이 내 가슴에 무겁게 울렸다.
『어째서... 지금까지, 그런 거......』
내 말이 선생님을 몰아가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해도 그 의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선생님의 떨리는 손이 내게 진실을 들이미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파 견딜 수 없다.
선생님은 말없이 나를 쳐다본다. 그 눈동자 속에 비치는 내 모습이 얼마나 작고 연약해 보일까. 선생님의 눈동자가 한순간 슬픈 듯이 흔들렸다.
「호시노, 너는 잘못한 게 없어. 그저......」
선생님의 말은 계속되지 않았다. 그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나는 알 수 없다.
다만 그 자리에 침묵이 내려앉으며 우리 사이에 무언가 확실하게 존재하고 있음을 느낀다.
『......선생, 이제 무리하지 마.』
나는 조용히 말했다. 선생님이 나 때문에 겁을 먹었다면,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기에.
「호시노......」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부른다.
그 목소리는 마치 무언가에 매달리는 것처럼 들렸다.
가슴이 터질 것 같다.
『나 이제 가볼게. 선생, 푹 쉬어......』
나는 선생님의 손에서 벗어나 천천히 일어났다.
선생님은 그 자리에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 눈동자 속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소용돌이 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방을 나가기 전, 한 번만 더 선생님을 돌아본다. 선생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내 가슴 속에 강한 후회가 밀려왔다.
『......선생, 나......』
하던 말을 삼킨다. 무슨 말을 해도 선생님에게 지금 이상으로 상처를 주는 것 같았다. 결국 아무 말도 못하고 방을 나선다. 복도를 걸을 때마다 마음속이 점점 무거워진다. 선생님을 돕고 싶은데, 반대를 상처를 줬을지도 모른다. 그런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어쩌지, 나...... 선생을......』
말이 마음속에서 계속 무거워졌다. 선생님이 행복하길 바랐을 텐데. 이제는 그 소원조차 이기적으로 느껴진다.
소라사키 히나의 경우
『선생님, 아까 건네 준 건 끝냈어. 확인 부탁해.』
「고마워, 히나. 역시 일이 빠르네.」
선생님은 내가 내민 서류를 받아들더니 언제나처럼 미소를 지어 주었다. 하지만 그 웃는 얼굴이 조금 달라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요즘 선생님은 어딘가 기운이 없고 눈 안쪽이 피곤해 보이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 정도는 대단한 것도 아니야... 그렇게 칭찬하지 말아줘...』
평소에는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나지만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으면 역시 조금 쑥스러워진다. 그런 내 모습에 선생님은 다시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그 미소가 왠지 모르게 가냘픈 기분이 들어 가슴이 조금 술렁였다.
「아니, 정말로 살았어. 히나가 있어주면 일이 엄청 잘 풀리거든~」
선생님은 그렇게 말씀해 주시지만, 내가 있어도 선생님의 피로는 풀리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항상 열심히 하는 선생님에게 힘이 되고 싶은데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 걸까. 선생님이 서류로 눈을 떨구자, 나는 뭔가 할 말이 있었지만 말문이 막힌다. 평소와 같은 일을 하고 있을 텐데, 어째서인지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 선생님이 먼 존재로 느껴져서일까.
『......선생님, 그......』
「응? 무슨 일 있어?」
상냥한 눈이 이쪽을 향한다. 어떤 때도 변하지 않는 자애로운 눈동자. 그 눈동자를 바라보면 이상하게 안심되지만, 지금은 그 상냥함이 반대로 가슴을 조인다.
『조금... 피곤해, 졌을지도...』
정신을 차려보니 그런 말이 입에서 나오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선생님의 마음을 끌려고 하고 말았다. 선생님은 순간 놀란 얼굴을 한 뒤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괜찮아? 미안해. 일을 너무 많이 맡겼었지... 잠깐 휴식할까?」
선생님은 그렇게 제안해 줬지만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째서일까, 선생님에게 응석부리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져간다.
『......선생님, 쓰다듬어줘.』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솔직한 말이 입에 올라왔다. 평소에는 이런 응석같은 부탁은 절대 하지 않는데, 오늘은 왠지 그 말을 멈출 수 없다. 느꼈던 불안감을 무의식적으로 해소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선생님의 반응은 내 기대와는 달랐다. 그의 얼굴이 갑자기 창백해지고 표정이 굳어진다.
「으, 응...... 물론, 괜찮아.」
선생님의 목소리는 분명히 떨리고 있다. 평소의 잔잔하고 상냥한 목소리와는 다르다. 나는 그 이상함을 눈치채고 있으면서도 선생님이 두려워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내가 어리광을 부리는 바람에 선생님을 곤란하게 만든 걸까. 가슴석이 술렁인다.
『서, 선생님...... 괜찮아?』
나는 불안함에 물었다. 자신의 말이 선생님을 몰아붙였을지도 모른다는 후회가 밀려온다. 하지만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억지 미소를 지으려 했다.
「어? 아...... 미, 미안미안! 지금부터 쓰다듬어줄게......」
선생님은 그렇게 대답했지만, 그 목소리가 떨리는 걸 알 수 있다. 선생님의 손이 내게 닿기도 전에 갑자기 움직임이 멈춰버렸다. 마치 뭔가 무서운 것을 만지려 하는 것처럼. 나는 눈을 감고 선생님이 쓰다듬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 따스한 손길이 닿는 일은 없다.
『선생님......?』
불안해서 눈을 떠보니 선생님이 땀을 뻘뻘 흘리며 창백한 얼굴이 되어 있는 게 보였다. 그의 손은 떨리고 몸도 굳어 있다. 무언가 선생님을 몹시 두렵게 만들고 있다.
『......선생님, 무슨 일이야?』
선생님은 이렇게 겁을 먹을 사람이 아니야.
언제나 상냥하고, 어떤 때라도 냉정한....... 그런데 지금의 선생님은 내가 알고 있는 선생님과는 다르다.
「......아......미안해...... 히나.」
선생님은 그제야 목소리를 쥐어짜듯 사과해준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가냘팠고 어딘가 사라질 것만 같았다. 선생님이 이렇게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이다.
『......선생님......미안......』
죄책감이 가슴을 찌른다.
나는 선생님을 곤란하게 하고 말았다.
『쓰다듬거나 하는 건...... 선생님도..... 싫겠지.』
선생님의 손을 살며시 밀어낸다. 선생님을 이렇게 만들어 버린 건 내 탓일까. 응석부리고 싶었던 나 때문에 선생님을 힘들게 하고 만 걸까.
「그, 그렇지 않아...... 싫은 게 아니라...... 그저, 그게.......」
선생님은 필사적으로 부정해줬지만, 그 말에는 진심이 보이지 않는다. 그가 나에게 숨기려는 무언가가 있고, 그 무언가가 나를 불안하게 한다.
『......선생님, 나...... 미안.』
작게 중얼거렸던 그 말은 선생님의 귀에 닿았을까. 선생님은 슬픈 얼굴을 하고 있다. 나를 탓하지 않는 건 알지만, 그 상냥함이 오히려 괴롭다.
틀림없이... 선생님을 이렇게 겁먹게 만든 건 내 잘못이다. 게헨나에서 도는 소문을 들으면 나를 무서워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 존재가 자신에게 다가오면 더욱 그렇겠지.
나는 선생님에게 미움받고 있어.
그렇게 결론지을 수밖에 없다.
선생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침묵하며 서 있었다. 그의 마음속에 있는 불안과 두려움에 내게 전해지는 듯하다.
『오늘은... 돌아갈게...... 또 불ㄹ......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안녕.』
선생님의 방을 나서는 순간, 내 마음에 구멍이 뻥 뚫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온기를 느껴야 할 선생님의 미소가 이제는 차갑고 두려운 것으로 변해 버렸다. 그 위화감이 가슴속에 얽히고 조여온다.
『선생님......』
눈물로 일그러진 복도를 나아간다.
머릿속에서 되새기는 것은 선생님의 겁먹은 표정과 떨리는 목소리. 그때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떠오르지 않아. 그저 선생님에게 조금이라도 응석부리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복도를 걸을 때마다 마음속의 어둠이 퍼져 나간다. 마치 바닥이 없는 늪에 발이 묶여 조금씩 가라앉는 듯한 느낌. 뭔가에 묶여 있는 느낌에 호흡도 얕아진다.
『......나, 뭔가 해버린 걸까......』
마음속으로 자문자답을 되풀이한다.
그때 선생님의 손이 떨렸던 건 내가 무서운 존재라서? 아니면 내가 선생님을 곤란하게 하는 그런 존재가 되어버려서?
게헨나 학생들의 소문이 머릿속에서 소용돌이친다. 내 이름을 속삭이는 소리가 마치 저주처럼 울린다.
「냉혹하고 무자비한 소라사키 히나」
「감정이 없는 기계 같은 존재」
「차가운 눈동자로 사람을 내려다본다」
『나라고...... 좋아서 하는 건......』
생각해보면 나는 계속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내가 무슨 일을 할 때마다 모두가 한 발짝 물러서서 꺼리는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런 시선에 익숙해져 버렸기 때문에 선생님이 상냥하게 대해준 것이 얼마나 특별한 일이었는지 깨닫는 게 너무 늦었다.
『......선생님만은, 나를 버리지 않는다고...... 그렇게 믿었는데......』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그때 선생님의 겁먹은 얼굴이 내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어쩌면 선생님도 나를 두려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상냥한 미소 뒤에서 마음속으로는 나를 멀리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나, 선생님에게 미움받고 있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어리광을 부리는 바람에 선생님을 괴롭게 만들고 말았다.
선생님에게 닿고 싶었던 게 실수였다.
상냥하게 대해주는 그 손을 내가 떨게 해버렸다. 몇 번이고 가슴속에 묻지만 대답은 나오지 않는다. 나오는 것은 자기혐오와 후회뿐. 선생님에게 미움 받고 싶지 않다고 생각할수록 그 공포가 나를 지배해 간다.
『선생님을 만나는 게 두려워질 줄은... 생각도 못했어......』
마음속에서 그 말이 울려퍼진다. 그동안 선생님과 보내는 시간이 무엇보다 행복했는데, 그 행복이 이제는 공포로 변해버렸다.
선생님을 만나고 싶은 마음.
더 이상 그 겁먹은 얼굴을 보고 싶지 않다는 마음.
지금의 나는, 어느 쪽의 기분이 이기고 있는지 모른다.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무엇을 해도, 아무리 애써도 선생님을 안심시킬 수 없는 내 자신이 한심하다. 더 이상 선생님을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반면 선생님과 거리를 두는 게 얼마나 힘든지도 알고 있다.
복도를 계속 걸어도 내 마음은 선생님의 방에 남겨져 있다. 그 따스함을 되찾고 싶은 마음과 또 한 번 상처받는 게 두렵다는 마음이 교차한다.
『선생님이 보고 싶어......』
그 소원은 내 가슴 깊은 곳에서 작게 속삭인다. 하지만 그런 소원조차 이루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나를 더욱 어둠 속으로 끌어들인다. 마음속에서 새까만 어둠이 펼쳐져 더 이상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선생님의 상냥함에 닿을 때마다, 그 따스함이 이제는 무섭고 손을 뻗기가 두려워진다.
『나를... 싫어하지 말아줘...』
마음속으로 그렇게 바라며 나는 샬레의 복도를 계속 걸어간다. 내가 선생님의 옆에 있을 자격이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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