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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시알못 독붕이가 <일본 현대시 시집> 추천해봄 ②

ㅇㅇ(112.165) 2021.04.16 13:21:04
조회 4922 추천 25 댓글 12


시알못 독붕이가 <일본 현대시 시집> 추천해봄 ①


https://gall.dcinside.com/m/reading/262708



쓰다보니 생각나는 게 있어서 더 추천 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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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가는 마을 이바라기 노리코


이바라기 노리코는 한글을 배워서 자기 에세이를 통해 윤동주를 일본에 소개하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윤동주를 사랑한 시인'라고 많이 불리고


'내가 가장 예뻤을 때'라는 시가 나름 유명해서 들어본 독붕이들도 있을거라 생각함


시가 읽기 쉬운 편이라 시를 처음 읽는 독붕이들도 무난 무난하게 읽을 수 있을 거임


1926년에 태어나 전쟁과 죽음을 목격한 시인은 생명과 삶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노래한다.


시를 읽다보면 이 시인이 윤동주 좋아할 만하네~ 느낄 수 있음 ㅇㅇ


이바라기 노리코 시집은 시중에 많이 나와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봄날의책' 출판사에서 나온 걸 추천함 ㅇㅇ

번역도 좋고 원문도 수록되어 있어서 보기 좋음 아래는 가장 유명한 시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내가 가장 예뻤을 때

거리마다 와르르 무너져 내려

엉뚱한 곳에서

푸른 하늘 같은 것이 보이기도 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곁에 있던 이들이 숱하게 죽었다

공장에서 바다에서 이름 모를 섬에서

나는 멋 부릴 기회를 잃어버렸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아무도 다정한 선물을 주지 않았다

남자들은 거수경례밖에 할 줄 몰랐고

순진한 눈빛만을 남긴 채 모두 떠나갔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의 머리는 텅 비고

나의 마음은 꽉 막혀

손발만이 짙은 갈색으로 빛났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의 나라는 전쟁에서 졌다

그런 멍청한 짓이 또 있을까

블라우스 소매를 걷어붙이고 비굴한 거리를 마구 걸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라디오에선 재즈가 흘러나왔다

금연 약속을 어겼을 때처럼 비틀거리며

나는 이국의 달콤한 음악을 탐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는 몹시도 불행한 사람

나는 몹시도 모자란 사람

나는 무척이나 쓸쓸하였다


그래서 다짐했다 되도록 오래 살기로

나이 들어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

프랑스 루오 할아버지처럼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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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별을 먹자 나나오 사카키


어느 유튜버를 통해 최근에 알게 된 시인


시인선 이름부터 세계 숨은 시인선 ㄹㅇ 독붕이 힙스터 픽임


나나오 사카키는 집을 소유하지 않고 돈을 벌지 않고 가정도 만들지 않고 돌아갈 고향도 없이 시를 쓰며


평생 세계를 방랑하면서 반전, 반핵, 환경운동을 펼친 일본인 히피 시인이다


특이하게도 자기 이름을 한자로 표기 안하고 히라가나로만 표기함


일본의 비트 세대 히피답게 미국의 앨런 긴즈버그하고도 교류했다고 한다


시는 불교와 에콜로지 사상에서 영향을 받았는데


아래 시처럼 어렵지 않고 상당히 유쾌하고 재밌음




헤노헤노모헤노


쓸모없는 말 할 시간 있으면

책을 읽어라


책 읽을 시간 있으면

걸어라 산을 바다를 사막을


걸어 다닐 시간 있으면

노래하고 춤춰라


춤출 시간 있으면

입 다물고 앉아 있어라


경사스러운

헤노헤노모헤노

독자 여러분


* 헤노헤노모헤노:일본 문자 히라가나의 헤へ. 노の, 모も로 그린 사람의 얼굴. 여기서는 수많은 일반인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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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해독사 잇시키 마코토


황금알 시인선에서 나오는 국내 시집은 취향에 안맞아서 안읽는데


가끔 여기서 이런 번역시집이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좋은 시집들 가지고 와서 힙하고 좋다.


잇시키 마코토는 꿈 일기를 썼는데 특별한 꿈을 꾸고 나면 메모를 해서 그 꿈을 잊지 않으려고 했고 시 창작에도 활용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꿈을 소재로 한 시들이 상당히 많고, 꿈 일기와 시 사이의 무언가도 많다.


꿈을 통해 자신의 무의식과 내면을 솔직하고 가감하게 보여줌 근데 시집 제목처럼 암호처럼 많이 꼬아놈


번역은 위에 우리 별을 먹자랑 같은 한성례 역이라 믿고 읽어도 됨 ㅇㅇ


시가 길어서 일부만 가져옴




아아아아아아아아아 ……


검은 옷을 입은 소녀가 나에게 편지를 쓰고 있다. 그

편지를 제복을 입은 우편배달부가 받아서 너희 집 우편

함에 배달한다. 너는 우편함을 들여다보고 편지를 꺼낸

다. 봉투를 열고 신중히 편지지의 구김을 펴고 있는다.

"사랑합니다. 그래서 편지를 썼습니다. 하지만 어쩐 일

인지 편지가 당신에게 닿지 않습니다……." 그것은 방금

네가 배달부에게 건네준 편지이다. 너는 의심하면서 다

시 나에게 편지를 쓴다. "사랑합니다. 그래서 편지를 썼

습니다……." 편지지를 주의 깊게 접어 봉투를 봉하고

우표를 붙인다. 그런 다음 우체국에 가려고 문을 연다.

그 순간 지평선까지 줄지어 늘어서 있는 같은 얼굴을 하

고 같은 제복을 입은 수만 명, 수억 명의 우편배달부가

너의 편지를 받으려고 일제히 손을 내밀고…….


편지를 주세요. 너를 만나고 싶어. 백만 번 좋아한다

고 말하고 싶어. 나는 너에게 전화를 하려고 전화 수첩

을 뒤적인다. 백만 명의 이름이 있다. 어느 것이 네 이름

이었더라. 전화 수첩에 처음 올라있는 사람은 일본어 모

음의 첫 글자가 끝없이 이어진 이름이다. 나는 그 사람

에게 우선 전화를 걸어본다. 여보세요. 그 사람이 전화

를 받는다. 그 사람은 자신의 이름을 나에게 말한다. 그

사람의 이름은…….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저자 주>

* 시인 오카지마 히로코(岡島弘子)와 서로가 자주 꾸는 꿈에 대해 같이 이야기한 적이 있다. 첫 번째 연은 그때 오카지마에게 들은 그녀가 자주 꾸는 꿈에서 소재를 얻었다. 두 번째 연은 내가 자주 꾸는 꿈에서 소재를 얻었다. 그 외에는 내 창작이다.



-


다음번에 기회되면 또 추천 올려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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