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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귀환』이라니 패배자 전제의 능력, 정말 나답다."
하고, 세 번째의 『죽음』을 겪고 스바루는 간신히 그 결론에 도달했다.
체육복 자락을 들추면, 잘려나간 배의 상처 두 번분과 방금 당한 허리 뒤쪽 상처가 고스란히 없어졌다.
그래도 일단은 여자애니까, 몸에 흉터가 남지 않은 것은 감사한 일이다.
"뭐, 애기 때 넘어져서 젓가락에 찔리는 바람에 관자놀이에 자국이 있긴 하지만. 너무 어렸을 때잖아. 책임져라, 젓가락."
백 퍼센트, 나무 젓가락도 설마 그런 무거운 것을 집게 설계됐을 리가 없다.
그런 이유로, 상처난 스바루의 책임은 미래로 미뤄지게 되었다.
아무튼, 그런 사담은 그만두는 걸로.
"시간 역행……일까나, 시간 조작은 판타지에서도 거의 최강 능력인데, 그러려고 죽을 수는 없잖아……"
물론, 다른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해서 마음 속으로 빌어 보기도 하고, 오리지널 주문을 외워 보기도 하고, 그럴듯한 일은 해 봤다.
그러나, 시간 역행이 발동할 기미는 없고, 현재로서는 『스바루가 죽으면 발동』이라는 조건을 바꿀 수 없다. ――그렇다 쳐도, 말이야.
"너무 끈질겨서 내가 나한테 질려버릴 것 같은걸."
바보는 죽어도 고칠 수 없다는 말이 있지만, 그러기에는 지나치게 많이 죽었다.
엄밀하게는 죽은 게 맞긴 한데, 뭐라고 해야 할 지조차 잘 모르겠다.
"그래도, 폰이랑 콘칩(주:コンポタ, 콘스프맛 과자)도 여기 있어. 이게 비싸게 팔린다는 것도 이제 알았고. ……이건, 일단은 어드밴티지인 부분일까."
주머니 속을 찾아 보면 분명히 잃어버렸을 휴대폰이 그대로 있다.
손 안의 비닐봉지에는 롬 할멈의 술안주가 돼 버린 콘칩도 남아 있었다.
그리고 이것들이 이세계인들에게 호평을 받는다는 것을 스바루는 알고 있다.
이를 팔아치워 자본금을 마련하고 이세계 생활의 터전을 일군다.
현재, 의지할 곳이 없는 상태가 계속되는 스바루에게는 충분히 그럴듯한 선택지였다.
그러나――
"내가 가지 않아도, 에인즈가 난동을 부리고 롬 할멈은 죽어. ……어쩌면, 폴테도 있을 지도 모르겠네."
최초의 장물 창고에서, 스바루가 본 것은 롬 할멈의 시신뿐이다.
그렇지만, 그 참극의 방아쇠가 어떤 형태로 당겨졌는지 상상해 보면, 교섭에서 욕심을 부린 폴테를 이유로 에인즈의 스위치가 눌렸을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맞다면, 장물 창고에는 폴테의 시체도 굴러다니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스바루가 제 몸 지키겠다고 이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그 두 사람이 위기에 빠진다.
그것은, 뭐랄까――
"우웅. 뭔가, 나 원래 이런 사람이었을까."
더, 자기 생각만 하고. 그러니까 등교 거부아가 됐던 것이 아닐까.
그런 자조를 거듭하며, 스바루는 천천히 일어나 해야 할 일을 정한다.
장물 창고로 가서, 거기서 벌어지는 비극을 막는다.
폴테와 롬 할멈을 돕고, 그 보답으로 폴테가 훔친 휘장을 되찾는다.
그리고 그 휘장을 루나――아니, 그 청년에게.
"그게 가명이었단 말이지. 그건 그래. 나 같이 초면에다 수상한 사람한테 보통은 이름 같은 거 안 가르쳐 주잖아. ――그렇다면."
가명이 아니라, 진짜 이름을 알고 싶다.
설령 그가 죽었어도, 그가 스바루를 구해 준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분명 같은 상황이 되면 그는 다시 한 번 스바루를 구해줄 테니까.
"이번엔, 이름 정도는 제대로 알려고 노력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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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살려――!! 남자 좀 불러주세요――!!"
"가, 갑자기 소리치고, 이 년이!?"
귀청을 찢는 듯한 스바루의 비명이 터져나오고, 골목길을 가로막은 여자들이 부산해진다.
오늘 네 번째 만남이자, 지난 번엔 스바루의 목숨을 앗아간 여자들이다.
지난번의 『죽음』은 사고 같긴 했지만, 어쨌든 살해당한 것은 사실.
지지난번처럼 잘 헤쳐나갈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그렇다면, 공권력의 힘을 빌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있는 작전이었다.
이걸로, 누군가 도와주면 요행. 만약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각박한 세상이라 할 지라도, 틈을 봐서 폰의 발을 막고 칼을 빼앗아 위협한다면――
"――거기까지 하세요."
순간, 골목 안에 뜨거운 바람이 휘몰아치는 줄로 스바루는 착각했다.
그리 크지 않은 성량, 그러나 위엄 서린 목소리가 골목의 공기를 가르고 스바루 포함 여성 네 명의 의식을 찰나에 빼앗는다.
목소리의 주인은, 골목 입구에 서 있는 붉은 머리의 여성이었다.
불꽃을 연상시키는 길게 자란 빨간 머리. 맑은 하늘을 담은 듯한 푸른 눈동자는 이 세상의 모든 부조리를 간과하지 않을 사명을 띠고 있는 듯 밝다.
늘씬하고 팔다리가 긴 장신의 체구에 흰 옷차림을 한 그 인물은, 온갖 예술가의 붓을 꺾게 만드는 천상의 미모를 아낌없이 드러내며 이곳으로 걸음을 옮긴다.
"무슨 사정이 있다 한들, 더이상 그녀에 대한 행패를 두고 보지 않겠습니다. 그만하세요."
당당한 경고, 그 내용은 스바루를 도우려는 것이었지만 스바루에게는 그것이 경고가 아니라 부드럽게 울리는 사랑의 속삭임으로 들렸다.
모든 것을 비호하고, 자애하고, 지키는 것을 존재의의로 하는 절대 규범.
할 수 있다면, 영원히 그 음성을 듣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존재감――
"다, 당신은, 설마……"
그 여성의 등장에, 안폰탄의 얼굴이 붉어지며 입술이 떨린다.
세 사람은 여성의 모습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꿀꺽 침을 삼키자,
"불타는 듯한 붉은 머리에 파란 눈동자……기사단 제복에, 검집에 용 발톱 자국이 새겨진 기사검."
"오, 『여기사 중의 여기사』!"
"아델하이트……『검성』아델하이트!?"
"소개는 필요 없을 것 같네요. 그래도, 아직 제게 그 두 이름은 너무 무겁다고 생각되는데요."
여성――아델하이트라고 불린 그녀는, 마지막 한 마디에 윙크를 더했다.
그러나, 그것을 마지막으로 표정을 굳힌 그녀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압력이, 스바루 이외 세 사람을 사정없이 짓누른다.
목이 뻐근해지면서, 식은땀이 나기 시작하는 안폰탄.
"이대로 떠나면 봐 드립니다. 그렇지만, 계속한다고 하면 상대해 드리죠. 삼 대 일. 당신들 쪽이 수적으로 유리하지만, 기사로서 맞서겠습니다."
"노, 농담하지 마! 수지 안 맞는다고!!"
아델하이트의 당당한 선언에, 안폰탄은 당황한 나머지 골목길을 빠져나간다.
후다닥 뛰어가는 세 사람의 뒷모습을 배웅하며 아델하이트는 짧은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스바루를 향해 고개를 돌려 표정을 부드럽게 풀었다.
"서로 무사한 것 같네. 다친 데는 없어?"
"……너무 멋있는 언니잖아."
"아?"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을 포개고 감격해 버리는 스바루의 한마디에 의아해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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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테, 열지 마! 죽이려 들 거야!"
"……죽인다거나 무서운 짓, 갑자기 하지 않는데."
"어!?"
활짝 열린 장물 창고 문, 거기서 모습을 보인 상대에 스바루는 눈이 휘둥그레진다.
건물 안, 스바루는 먼저 폴테와 접촉해, 그가 청년에게 훔친 휘장을 에인즈와의 교섭 전에 사들이려던 참이었다.
에인즈와 접촉하게 되면, 뭐 때문에 사태가 폭발할 지 알 수 없다.
그는 위험한 남자다. 쓰러뜨릴 수 있는 마땅한 꿍꿍이도 없는 이상, 싸움은 피하는 것이 최선.
스바루의 간곡한 호소에 돈이 고픈 폴테도 다소 수긍이 갔는지, 롬 할멈의 도움을 받아 협상은 다음 단계로 진행됐다.
그러나, 그곳에 은발의 청년이 그런 첫 마디와 함께 나타난 것이다.
휘장 본래 소유자의 갑작스러운 등장.
그것을 보고 스바루가 생각한 것은, '내가 없으면 이렇게 빨리 제대로 장물 창고에 도착한다고!?'라는, 자신이 맹렬하게 발목을 잡고 있었던 것을 깨달아 버린 충격이었다.
그리고, 그 충격이 지나가자, 그 자리에 남아있는 것은――
"총각, 너, 엘프렷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려…… 정확히는, 절반만 엘프니까."
"하프엘프? 그것도 은발에……설마!"
"아니야! 나랑은 상관 없어. ……나도, 난처하니까."
교섭이 정체되고 있던 와중에, 롬 할멈이 청년의 종족을 간파하자 문제가 커진다.
솔직히, 스바루에게는 종잡을 수 없는 대화였지만 그게 어쩐지 그가 루나라고 불리는 것을 꺼린 이유와 연관성이 있어 보였다.
그래도, 이 자리는 서로 적대하는 자리여선 안 된다. 상황을 직시할 수 있는 스바루가 솔선해야만 한다.
"자자, 일단 진정하고 폴테는 졌다고 인정하는 게 어때. 휘장을 그애에게 돌려주고, 그러고 나서……너는 그걸 가지고 여기서 떠나. 더 이상 소중한 것을 아무에게도 빼앗기지 않게 소중히 다루는 거야. 누나랑 약속."
"――? 왜 나한테 이렇게 친절한지 모르겠는데. 그리고 난 너보다 훨씬 오빠인 것 같고."
"납득이 안 되는 건 나도 마찬가지야. 결국 누나 너는 뭔데? 이 휘장 너도 갖고 싶었던 거 아냐?"
"나는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고 싶었을 뿐이니까……"
부루퉁해진 폴테에게 스바루가 그렇게 대답하자 청년은 '나에게…?'라며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런 말을 듣고 그냥 믿지는 않을 거라고, 스바루는 어떤 식으로 둘러대야 하나 조금 골치가 아프려고――
"――"
――검은 그림자가 미끄러지듯 별안간 청년의 등 뒤로 나타난다.
"――팅크! 막아!!"
스바루가 소리를 지른 것과, 번뜩이는 칼날이 청년의 목덜미에 급습한 것은 거의 동시였다.
하지만, 칼날이 청년의 가느다란 목을 베는 것보다 빠르게, 그곳에 생겨난 얼음 방패가 파고든다.
요란한 소리, 그것이 울려퍼지며 청년이 앞으로 쓰러진다. 아니, 쓰러진 것이 아니다.
앞으로 뛰어들어 악인과 거리를 벌린 것이다.
"팅크……!"
"어찌저찌 아슬아슬하게 타이밍이었네, 딱 맞췄어."
위기일발. 간신히 『죽음』을 면한 청년이 정령을 부른다.
그 부름에 응답한 팅크가 고양이 세수를 하고 스바루를 쳐다본다.
"나이스 부르는 타이밍. 덕분에 우리 아이가 살았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스바루와 팅크.
그리고 고스란히 방해를 당해, 뒤로 뛰어 전원으로부터 거리를 벌린 인영――에인즈가, 그의 쿠크리 나이프를 흔들어 보인다.
이 상황에서, 그는 여전히 태연하게 일동을 돌아보며,
"정령, 정령이라니 멋지다. 아직 정령의 배는 갈라 본 적이 없어서."
"야! 뭐 하는 건데!!"
핏빛을 띤 에인즈의 흥분에 그렇게 찬물을 끼얹은 것은 폴테였다.
창백한 안색을 하고 폴테는 자신에게 도둑질을 의뢰한 상대의 폭거를 항의한다.
하지만, 에인즈는 그런 정직한 항의가 통하는 상대는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에인즈는 폴테의 호소에 시큰둥하게 시선을 돌린다.
그 시선에 꽂히며 '아' 하고 폴테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공교롭게도, 당신은 내 부탁의 의도를 잘못 알고 있네. 원하는 것은 휘장이지, 휘장의 주인은 아니야. 이렇게 된 이상, 모두의 입을 막을 수밖에."
"그, 그런 건, 정신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겠네. ――그런데, 일을 못한 건 너다. 쓸모없는 도구는 바꿔. 이것에 무슨 문제라도 있나?"
"――웃"
태연히 폴테의 자유로왔던 태도를 잘라 버리는 에인즈의 냉혹함.
폴테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확실히, 폴테는 바보짓을 했을지도 모른다.
스바루가 없었다면 그 바보같고 어리석은 생각 때문에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렇지 않았으니까.
"까불지 마, 새디스트! 이런 꼬맹이한테 함부로 하고, 그렇게 이기면 부끄럽지도 않아? 어른도 아니다! 하― , 엄마는 창피해요!"
"――? 너, 내 엄마가 아닌 것 같은데."
"비유다, 휴―! 그리고, 너무 화나서 나도 좀 뭐라 하는지 모르겠는 부분이 있어요, 거긴 쏘리! 죄송합니다! 그래도, 이렇게 막 말하는 것도 사실 시간벌기다, 바―보! 잠깐 광고 나가니까 여러분 채널 꼭 고정 부탁드려요!"
의미를 알 수 없는 스바루의 열거에 에인즈의 미간이 곤혹스러움으로 찌푸려졌다.
그런 에인즈의 태도에, 스바루는 좀 더 다른 방법은 없었는가 하고 자신의 소녀 게이지와 시간을 맞바꾸며 손뼉을 쳤다.
"자, 여기까지! 가랏, 팅크!"
"좀 보기 흉한 광경이었어. ――그래도, 그 기대엔 부응할게."
가슴 앞에서 박수를 친 스바루, 그 부름에 팅크가 웃으며 응했다.
튕기듯이 고개를 든 에인즈의 주위, 그곳에 떠오르는 것은 퇴로를 막으며 공간을 가득 채우는, 무수한 고드름이었다.
그 예리한 창끝이 에인즈를 향하고, 곧게 쏘아진다――
"자기소개도 아직 못 했네. 그쪽의 신사 분. 내 이름은 팅크. ――이름만이라도, 기억하고 가."
찰나, 무시무시한 폭발음과 하얀 연기가 장물 창고 안을 휩쓸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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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자 사냥꾼』에인즈 그란힐데."
"――『검성』의 가문, 아델하이트 반 아스트레아."
서로가 짜지는 않았다. 그러나 서로의 이름을 댄 순간, 검기가 부풀어 오른다.
해방되는 하얀 빛――그래, 빛이다.
휘두르는 검으로부터 참격이 방출되어 장물 창고를, 공기를, 하늘을 찢는 극광이 된다.
솟구치는 공간의 채색은 소리로 변하고, 동시에 부풀어 오르는 충격파가 바람이 되어, 장물 창고는 그 안쪽에 폭풍을 잉태한 것처럼 터져 모든 것이 날아간다.
거센 바람이 장물을, 나무를, 그리고 몸뚱이까지 휘감아 올라갈 뻔한 것을 스바루는 쓰러진 롬 할멈의 거구를 붙잡고 가짜 루나를 끌어당겨 간신히 버틴다.
버틴다, 버틴다, 버틴다, 버틴다버틴다버틴다버틴다버틴다――
"느갸아아아아――!!"
여자애가 해서는 안 될 얼굴과 질러서는 안 될 소리를 지르며 견뎌낸다.
그렇게 버티다 천천히 몸의 힘을 빼고 고개를 든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맑은 밤하늘과 만천하의 별들――.
"거, 건물이, 없어졌어……"
"다행이야. 무사했구나."
풀썩 주저앉은 스바루의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린 아델하이트가 미소 짓는다.
그런 그의 손아귀에서 생애 최대로 무리한 평범한 칼이 그 역할을 다해 서서히 먼지가 되어갔다.
아델하이트라는 규격 외의 존재에 의해 검이 자기 존재 이상의 힘을 끌어낸 결과다. ――그게 검에게 행복했을지는 잘 모르겠다.
"뭐가 괴물 사냥은 자기 영역이야, 네 쪽이 족히 더 괴물이잖아!"
"그렇게 말하면 아무리 나라도 상처받는걸."
쓴웃음을 지으며, 아델하이트는 먼지가 된 검이 바람에 흩날려가도록 보내준다.
그 옆얼굴에 깃든 쓸쓸한 빛에 스바루는 순간, 지금의 한마디를 후회했다. 비록 농담이었다고는 하지만, 해서는 안 되는 말이었다고.
하지만, 사과하는 것보다 빨리,
"무사히 끝났다, 는 건가……"
"아, 괜찮아? 일어설 수 있겠어?"
"으……"
팅크의 철수와 부상당한 롬 할멈의 치료.
그리고 아델하이트의 전투에서 어떤 피로가 있었던 듯, 탈진의 기색이 짙은 얼굴을 하고 있는 가짜 루나가, 스바루의 부축을 받아 그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 부드럽지만 강해보인다고는 할 수 없는 청년의 팔을 만지면서 스바루는 가만히 가짜 루나의 얼굴을 바라보며,
"――? 뭘까. 그렇게 빤히 쳐다보는 건 엄-청 실례라고 생각해."
"아니, 목도 제대로 달려 있고 손발도 잘 붙어 있구나."
"……당연하지. 무서운 얘기 하지 마."
놀라면서도, 가짜 루나는 불안했는지 손발을 한 번씩 확인했다.
그런 가짜 루나의 모습을 보면서 스바루도 깊숙이 안도의 숨을 내쉰다.
겨우, 진짜로 겨우라고.
간신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그러고 보니, 아직 감사 인사를 못 했네. 아델하이트. 진짜 진짜로 겨우 살았어. 아까 골목도 그렇고, 내 비명 소리가 들렸던 거야?"
"아무래도, 난 스바루의 언니인 것 같으니까 말이야. ……라니, 만약 그랬다면 멋지겠지만, 실은 그렇잖아. 봐."
"응?"
아델하이트가 턱을 치켜올려, 스바루의 시선을 건물의 입구――이제는, 입구였다고 해야 할 그저 잔해이지만, 그쪽 그늘에서 다른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다.
거기에 서 있던 것은, 에인즈와의 전투 도중 스바루가 결사적으로 도망치게 한 폴테였다. 아무래도, 그가 밖에 있던 아델하이트를 불러 준 것 같다.
"전부, 이어져 있다는 거구나……"
"저 앤……"
한숨을 내쉬는 스바루. 그 옆에서 가짜 루나도 폴테의 모습을 알아봤다.
휘장을 둘러싼 이런저런 해결되지 않은 일들, 그것의 재연을 막고자 스바루는 그 사이에 끼어든다.
"잠깐잠깐! 보자, 폴테 덕분에 아델하이트가 와 줬으니까 화나서 갈기갈기 찢는 건 참아 줘! 자, 내 얼굴을 봐서라도!"
"그런 짓 안 해! 날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리고, 네 얼굴을 봐서라니……"
"아―, 그러니까."
"애초에, 넌 결국 뭐냐? 날 도와주고, 그런데 휘장을 훔쳐간 애들이랑 같이 있고, 잘 모르겠어."
어떤 표정을 해야 할 지, 판단에 곤란을 겪는 듯한 가짜 루나.
그런 그의 얼굴을 보고, 스바루도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난감하다. 휘장을 다시 사서 그에게 무사히 돌려준다, 그런 흐름으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치만, 그 다음 일 따위는, 아무것도 생각하고 있지 않아서――.
"――스바루!"
――그런 스바루의 사고는 아델하이트의 날카로운 외침에 산산조각났다.
"――아!!"
폐자재의 잔해. 그것이 튀어 올라, 그 아래에서 검은 그림자가 출현한다.
곧장 바람처럼 땅을 박차고 돌진해오는 것은, 전신에 엄청난 상처를 입고서도 눈에 흉포한 빛을 잃지 않는 살인자 에인즈다.
"너어――!"
뛰어드는 그림자에, 제 상태가 아닌 가짜 루나는 대응할 수 없다.
아델하이트도, 날아오기에 시간이 부족하다. 여기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스바루뿐.
찌부러진 나이프. 한 순간의 해후. 단 한 방에 걸었다. 아델하이트는 늦는다. 다만, 한 번만 견디면 아델하이트가 어떻게든 해 준다. 뭐라도 해. 가짜 루나는 돌아볼 여유도 없어. 표적은. 어느 쪽. 나는 세 번째. 그를 지켜.
그를, 지킨다아아아아아아!!
"노리는 데는 배애애애애애애앳!!"
순간적으로, 롬 할멈이 쓰던 곤봉을 끌어올려 그걸로 배 위쪽을 막고 뛰어든다.
쏘아지는 칠흑의 살기. 그것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날아와, 가짜 루나를――그 앞에 뛰어든 스바루의 몸통을, 곤봉을 후려쳐 날려버렸다.
빙글빙글 시야가 돌아, 마치 차에 치인 것 같은 충격이 온몸을 내달린다.
그래도 벽에 격돌하고, 스바루는 무너져 내리는 잔해에 파묻혔다.
"이 아가씨가, 훼방을――"
"거기까지야, 에인즈!"
스바루에게 일격을 방해받아 입술을 깨문 에인즈.
하지만, 추가타를 날리기에는 아델하이트의 접근이 빠르다. 에인즈는 순간적으로 찌부러진 나이프를 그녀에게 던져, 달려오는 것을 견제하며 위로 도약한다.
나이프는 피할 것도 없이, 부자연스러운 궤도로 아델하이트를 크게 벗어난다. 하지만, 에인즈가 도망갈 시간을 버는 데는 충분했다.
부서진 지붕을 밟고, 달을 등진 채 아래를 바라본다.
그리고――
"언젠가, 이 자리에 있는 전원의 배를 까 줄게. 그때까지는 정성껏 창자를 귀여워해 둬라."
그 말을 남기고, 에인즈는 경이적인 힘을 발휘. 그 모습이 지붕을 박차고 빈민가의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간다.
뒤쫓기도 매우 어려운 일이고, 이곳에서 싸울 수 있는 아델하이트가 떠나는 것도 위험하다.
그렇게 판단해, 뒤쫓기를 포기한 아델하이트가 서 있는 가짜 루나 쪽을 돌아보고, '무사하신가요?' 라고 말한다.
그러나――
"난 아무래도 상관없잖아! 그보다, 어쩌자는 거야!"
아델하이트를 뿌리치고 가짜 루나가 황급히 잔해로 달려간다. 그 곳에는, 에인즈의 한 방에 날아가 버린 스바루가 묻혀 있다.
가짜 루나가 다급하게 잔해를 파헤치자, 곧 파묻힌 스바루가 발굴됐다.
"괜찮아!? 살아 있어!? 너무 무모하잖아!"
"아, 우, 괘, 괜찮아괜찮아……봐봐, 제대로 타이밍 맞춰서 가드했고, 그때는 무모해야 할 장면, 이잖아? 뭐랄까,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데…"
"세상이 빙글빙글……아델하이트!"
"아무래도, 머리를 다친 걸지도. 빨리 치료원을 찾아야……"
"아, 아니아니, 스톱 스톱! 그렇게까지 안 해도 괜찮아!"
안색을 바꾸며 진심으로 걱정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스바루는 그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두 사람의 앞에서 영차영차, 라디오 체조를 실시, 무사함을 증명.
두 사람은 그 스바루의 움직임을 마치 신기한 동물을 보는 것처럼 하는데.
"그 움직임은 잘 모르겠지만……정말로 무사, 한 것 같군."
"아아, 다행이다. ――스바루, 네 도움을 많이 받았어. 내가 있었는데도, 미안해. 네가 없었다면 이 분을……"
"그것도 스톱! 잠깐, 아델하이트! 이렇게까지 열심히 했는데 네가 그렇게 말해 버리면, 여자로서의 체면이 곤란해져!"
사과와 동시에 폭탄을 투하하려는 아델하이트. 그녀를 조용히 시킨 채, 스바루는 다시 은발의 청년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런 스바루의 시선에, 청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앉음새를 바로잡는다.
이야기를 들어 주는 자세다.
생각해보면, 그와 이렇게 다시 이야기하기 위해서, 얼마나 고생을 했던가. 그 고생에 관해서는 잠깐 뜸을 들여 볼까.
주변은 몰라도, 스바루 자신은 전부 알고 있으니까.
――천천히, 스바루가 오른손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왼손을 허리에 대고 포즈를 취한다.
"내 이름은 나츠키 스바루! 이런저런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건 알지만, 그 부분은 잠시 뒤로 미루고 들려줬으면 해!"
"뭐, 뭐냐?"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지금 바로 당신을 악인으로부터 지킨 생명의 은인! 여기까지 오케이?"
"오케?"
"좋습니까라는 의미. 그러니까, 오케이!?"
"오, 오케이……"
온몸을 사용해 O와 K를 표현하는 스바루의 기세에 눌려 청년은 쭈뼛쭈뼛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그의 태도에 스바루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가선다.
"생명의 은인 천사바루, 그리고 그에 도움을 받은 프린스 당신. 이만큼의 일이 있었다면 그에 상응하는 보답이 있어도 이상할 게 없잖아! 그치?"
"……물론이다. 알고 있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이라고 조건이 있지만."
"좋앙! 그럼 내 부탁은 단 하나, 온리 원이야!"
손가락을 하나 세워 내밀고, 느끼할 정도로 강조한다.
이게 먹힐까 생각하면서도, 한 번 시작한 이상 끝까지 손을 빼지 않으면서, 스바루는 긴장한 표정의 청년에게 미소를 지으며 계속한다.
그러니까――
"그래, 내 소원은――"
"응."
이를 빛내고, 손가락을 튕기며, 손가락을 자기 뺨에 대고 결심한 듯한 표정을 짓는다.
"――네 이름을 가르쳐줬으면 해."
"――――"
그 스바루의 말에, 어안이 벙벙한 듯 청년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대로, 잠깐의 정적이 두 사람 사이에 깔리면서 표정을 유지하던 스바루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한다.
실수했을까. 일생일대의 대무대에서, 일을 저지른 걸까.
차라리 저 잔해에 묻힌 채 발굴되지 않고 조용히 잠드는 편이 나았을까.
그런 절망적인 초조감이 뇌리를 가득 메우고――
"하핫."
스바루의 경각에 다다른 사고는, 작은 웃음소리에 의해 부서졌다.
입가에 손을 대고 하얀 뺨을 붉히며, 은발을 흔드는 청년이 웃는다.
그것은 포기한 미소도 아니고 덧없는 웃음도 아니며, 각오를 다지며 비통하게 웃는 것도 아니다. 그냥 순수하게, 즐거워서 웃는 웃음이다. 그런 웃음이다.
그리고 미소지으며――,
"에밀리오."
"어…"
웃음소리에 이어 전해진 단어에, 스바루는 희미하게 숨을 삼켰다.
그는 그런 스바루의 반응에 자세를 바로잡고, 자신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미소지으며,
"내 이름은 에밀리오, 그냥 에밀리오야. 고마워, 스바루."
"――――"
"――나를 도와줘서"
그 말과 함께, 그가 스바루에게 손을 내밀었다.
내밀어진 손을 내려다보며, 스바루는 숨이 턱 막혔다.
가늘고, 부드럽고, 따뜻한, 남자애의 손.
――도와줘서 고마워.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건 그 뿐만이 아니다. 스바루도 그렇다.
스바루가 먼저 은혜를 입은 것이다. 그러니까 이건 그 보답을 한 거지.
합해서 3회. 칼부림 사태에서 목숨을 잃고 도달한 결말.
그토록 상처받고서, 그토록 한탄하고서, 그토록 아프고 무섭고 두렵고 지독하고, 그토록 목숨을 걸고 상황을 헤쳐나가고, 그 보상이 그의 이름과 미소 하나.
아이, 참――
"――정말이지, 수지가 안 맞는걸."
말하면서 스바루도 같이 웃으며, 에밀리오의 손을 굳게 되잡았다.
△🔽△🔽△🔽△
여기서 끝났으면 좋았을 텐데.
"그건 그렇고 스바루, 용케 무사했어."
얼추, 에밀리오와의 이야기를 끝낼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리라.
두 사람의 『재회』를 지켜보던 아델하이트가, 스바루의 무사함에 그렇게 놀라고 있다.
그녀의 눈으로 봐도, 에인즈의 최후의 일격은 어지간했다는 이야기다.
말 그대로 죽을 힘을 다한 일격이었다.
스바루도, 에인즈의 노림수를 몰랐다면 도저히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 곤봉으로 재빨리 막지 않았더면 지금쯤 반으로 갈렸을 거야."
"그러겠어. 이게 없었으면――"
BAD END 4 『두 동강이 나다』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고, 어안이 벙벙한 상태의 스바루에게 끄덕이고, 아델하이트가 무심코 들어올린 곤봉이 그 손 안에서 두 동강이 났다.
"아."
그 자루를 아델하이트의 손에 남겨둔 채 곤봉은 일생을 마쳤다.
그걸 보고 있자니 아델하이트의 푸른 눈동자가 스바루를 바라본다.
스바루도 그 시선을 따라 안 좋은 예감을 느끼면서도 체육복 자락을 걷어 올린다. 거기에 스바루의, 일단은 윗몸일으키기로 허리 라인은 지켜내고 있는 복부가 있다.
타박상으로 색깔이 변해 외면하고 싶은 참상. 그곳에 별안간 변화가 생겼다.
――갑자기, 가로 한 줄기로 붉은 줄이 그어진 것이다.
"아, 일 났네. 이거, 이럴 줄 알았어."
고개를 들고 말한 직후, 그 선을 따라가듯이 갈라지며 피가 뿜어져 나왔다.
"잠, 스바루!?"
바로 근처에서 에밀리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아아, 이제 겨우 진짜 이름을 들었는데, 까딱하다가 또 끝일지도.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도, 나는 또 이곳에 올 거니까.
시야가 크게 기울어, 스바루는 그 자리에 쓰러져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아델하이트가 긴장으로 얼굴을 물들이고, 바로 가까이에서 에밀리오가 그 단정한 얼굴에 초조함과 비통한 빛을 새기고 있다.
그걸 보고, 너무 어울리지 않아서 미안한데,
――아아, 초조해하는 얼굴도 너무 잘생겼어. 이세계 판타지.
그런 몹시 염치없는 감상을 마지막으로, 격통과 쇼크가 스바루의 의식을 파도처럼, 어디까지고 어디까지고 떠밀어가서――
――그리고, 본래의 역사와 살짝 헷갈리는, 다른 측면에서 이세계 생활은 계속된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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