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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30권 점포 특전:「늑대의 나라/약자는 죽어야 한다, 자비는 없다 5」

케드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7.18 23: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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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라버니 자말 오렐리의 부고 소식을 들은 카티야는 충격에 빠졌다.



"오빠가... 죽었다고..."



입 밖으로 말이 나오고 나서야 하녀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방 안에만 쳐박혀 있었지만, 그녀도 눈치는 어느 정도 있었다. 언젠가는 듣게 됐을 것이다.



"...혼자 있고 싶어."



"하지만 아가씨..."



"혼자 있고 싶다고 했을 텐데!"



하녀의 가식적인 동정을 듣고 화가 머리 끝까지 솟은 카티야는 베개를 던졌다. 베개는 빗나간 채 바닥을 뒹굴었다.



그녀는 배게를 주우려고 했지만, 카티야의 고함이 따라왔다.



"눈 앞에서 꺼져!"



하녀는 고개를 숙이고 재빨리 자리를 벗어났다.



이제 조용해진 방 안에는 카티야 혼자만이 있었다.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자마자 그녀는 그대로 얼굴을 파묻었다.



"오빠..."



카티야는 자신의 오빠가 불사신이라고 믿고 있었다. 아무리 칼에 베여도 죽지 않을 거라고.



자말 본인부터가 이렇게 말하고 다녔다. 자말은 배려심이 부족하고, 무신경한 오라버니이긴 했지만 이들 둘은 서로에게 말로는 표현 못할 신뢰를 품고 있었다.



그리고 방금 들은 이 소식이 그 믿음을 박살냈다.



애초부터 근거가 없는 믿음을 품지 말았어야 했다.



삶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 법이다.



"...크... 커...커허어어억..."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눈물이 아닌 고통과 절망에서 나온 비명만이 나오고 있었다.



카티야는 한심하게도 기침을 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배게를 부여잡고 껴안고 싶었지만, 그 배게는 아까 이미 바닥에 집어던지고 말았다. 하녀가 줍게 놔두지 않고 쫓아내버린 자신이 너무나도 싫었다.



카티야는 자기 자신이 너무 싫었다. 정확히는 자기 자신이 너무 혐오스러웠다.



그래서 자신을 친절하게 대해준 사람들도,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들도 이해할 수 없었다. 이해할 수 없어서 무서웠다.



"왜-왜... 왜 그렇게 나를 잘 대해줬던 거야!?"



왜 그렇게 나를 챙겨줬던 거야.



일반적으로 자말은 타인에 대해서는 신경을 하나도 쓰지 않았지만, 카티야한테는 친절하게 대해줬다.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나는 대체 왜 그 사람한테 그리 험한 말을 했던 걸까.



카티야는 회한에 찬 눈물을 흘리며 고통스럽게 기침했다.



2



오렐리 가문은 볼라키아 제국의 하등한 귀족 가문 중 하나로 자신의 대에 단절될 것이다.



카티야는 강한 아이를 낳을 여자의 의무를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굉장히 약했다.



가족에게 도움이 될 수 없었던 여자로 태어났으니, 가문은 그녀의 다른 형제들에게 희망을 걸었다. 불행히도 맏이는 목숨을 잃었고, 마지막 남은 희망은 골치덩어리인 둘째에게 넘어갔다.



맏이가 죽었을 때 그들이 느낀 절망과 분노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카티야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피카드 오렐리는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청년이었다. 특출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자였지만 그는 운만은 타고나지 못했다. 그는 용차를 타고 가던 중 낙석 사고에 휘말려 목숨을 잃었다.



자말과 카티야도 그 용차에 타고 있었다는 사실이 그들의 분노를 가중시켰다.



"쟤네 둘이 피카드 대신에 죽었어야 했는데."



악의에 찬 말을 들은 카티야의 마음은 산산조각났다.



생각은 자유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말로 표현했을 때 들을 수 있는 사람을 배려해주는 것은 최소한의 양심조차 집어던진 것이었다. 어린 두 남매에게 죄는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 둘을 가문의 당주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결국 체념한 카티야와 달리 자말은 친척들에게 결투를 신청했다. 그리고 제국의 규정에 의거해 친척들의 목을 모두 땄다.



"피카드가 디졌으니 이제 오렐리 가문은 우리 거야. 약속할게. 카티야, 네가 두 번 다시 얼굴을 찌푸릴 일은 없을 거야."



자말은 방금 죽인 친척의 피로 얼룩진 얼굴에 해맑은 웃음을 지었다.



카티야는 쟈말을 노려보긴 했지만 저들의 머리가 굴러가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자기혐오가 가시는 듯 했다.




어쨌든...



"오늘 부로, 오렐리 가문은 쭉 위로 나아가게 될 거야!"



카티야는 미래를 볼 수 없었지만 쟈말의 열정적인 외침을 듣고 가문의 대가 끊길 것이란 걸 확신할 수 있었다.



3



믿음직스러운 장남의 죽음, 반항심으로 가득찬 새로운 후계자, 거기에 자신의 부인까지 실종되자 가문의 당주인 그들의 아버지는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부모 양쪽 다 건강하지 못한 자신의 딸에는 관심이 거의 없었다.



장남의 죽음에 고통받았던 부모와 달리 카티야는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겉으로는 모두에게 친절했지만 실제로는 카티야를 늘 차갑게 대했고 카티야를 싫어했다.



당연하지만 카티야도 그를 싫어했다. 그렇다고 죽기를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는 솔직히 어떠한 슬픔도 느낄 수 없었다.



오직 자말만이 나를 신경써줘.



답이 없는 오라버니였지만 자말은 카티야의 유일한 가족이었다. 자말이 바라기만 한다면 카티야는 그의 소망을 들어주기 위해 무엇이든 할 자신이 있었다.



미녀도 아니고, 건강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자말이 정략적인 목적으로 자신을 결혼시키려 한다면 이에 당연히 협조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얘는 내 동기, 토드 팽이야."



자말이 전쟁에서 돌아온 이후로 귀족에 걸맞는 품격이 없어졌다는 건 카티야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카티야는 앞으로의 미래를 상의해본 적은 없었다.



쟈말은 카티야가 자신의 미래를 포기했음은 몰랐지만 별 상관이 없었다. 쟈말은 자신의 계획에 확신을 품고 있었다.


별로 좋지 않은 계획이긴 했지만.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토드 씨, 당신은 어디에 속하셨나요?"



"네? 아, 제 가문을 말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제 계급이요? 음 딱히 대단한 가문 출신은 아니고, 병사들 중에서도 제일 낮은 계급이긴 합니다만, 이번에 승급하게 되면 일병이 되겠군요, 그렇지 않나요?"



"그럴 수도..."



"당연하지 시발! 잘 들어, 카티야. 얘 말야 이번에 엄청난 일을 해냈다니까. 얘가 그 반군 녀석의 모가지를 잘라냈어."



자말은 자랑스러운 웃음을 지으면서 토드의 어깨를 쓰다듬었다.



이런 사람을 카티야에게 소개시키는 게 대체 뭐하자는 건 지 이해가 안 갔다. 묻고 싶은 게 산더미였다.



예를 들어서 오른쪽 눈을 어쩌다가 잃은 건지, 자신의 여동생──엄연한 숙녀──의 침실에 쳐들어온 건지. 그리고 계급도 낮고, 사회적으로도 높다고 보기 힘든 불청객을 왜 들였는지.



카티야의 머릿속은 이런 의문으로 가득 찼지만, 자말은 카티야를 바라봤다.



"이 녀석 꽤 마음에 들어. 어때, 네 남편감으로 어울리지 않아?"



오렐리 가문은 우리 대에서 끊기고도 남겠구나.



4



"귀족의 세상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자말과 너가 나쁜 상황에 처해 있다는 건 알고 있어."



"굳이 말해줄 필요 없어."



"그렇게 생각하는 게 맞다는 건 너도 알잖아. 그런데 자말은 그렇게 안 생각하더라고. 그게 문제지. 사실 정확히 어떻게 생각하는 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카티야는 자신의 침대에 기댄 토드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카티야는 방금 전에 자말이 한 잔혹한 소개를 듣고 감정이 복받혀 배게로 옆에 있던 꽃병을 박살냈다.



첫 만남에서 이런 기행을 여자가 선보인다면, 남자들은 그녀에게 품고 있던 환상이 깨지는 게 정상이다. 솔직히 카티야는 오라버니가 두 번째 만남을 가지도록 할 매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카티야의 시도는 부질없었다. 토드는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카티야를 방문했다.



"───"



"왜 그래?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진짜 이상해 보여."



"아하하하하, 너무한데."



아무리 비꼬아도 토드는 그냥 웃으면서 넘겼다.



카티야는 이 상황이 이해가지 않았다.



전혀 숙녀같지 않게 행동하는데도 그는 방을 떠나려고조차 하지 않았다.



해가 보기 싫어서 창문은 두꺼운 커튼으로 가려놓고, 화장실에 가야 할 때가 아니면 침대에서 나오는 일은 드물었다.



"혹시 나랑 같이 밖에 못 나가서 불편해서 그래? 내 선물을 써 줬으면 싶은데."



토드는 밝은 웃음을 지으면서 한쪽 구석에 있는 의자를 가리켰다. 그 의자에는 바퀴가 달려 있었다. 카라라기에서 제작된 의자로, 다리 거동이 불편한 사람을 위해서 만들어진 의자였다.



"바퀴 달린 의자라니, 미쳤어? 넘어질 거 아냐."



"그렇게 안 되도록 특별히 주문 제작했어. 혼자서 움직이기에는 힘들겠지만, 내가 네 곁에 있을게. 그럼 불편하지 않을 거 아냐."



카티야를 위해서 의자를 주문 제작하고 그걸 선물로 가져다주었다.



대체 왜, 대체 왜, 대체 왜, 대체 왜... 왜 토드가 날 위해서 그렇게 해준 거지?



"...혹시 내 오빠한테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에이, 그럴 리가. 그건 진짜 착각이야. 내가 설마 너를 통해서 자말과 더 친해지고 싶을 리가 없잖아. 오히려 화를 더 낼걸."



"...응, 그렇네. 그래도 이상해."



그래서 저 의자에 손을 한 번도 안 댔다. 대체 저 남자는 왜 저러는 걸까.



"걸을 수도 없고, 아이를 가질 수도 없고, 여자다운 면은 하나도 없고, 내 성격이 더럽다는 건 알고 있고, 그리고 내 오라버니는 골칫덩어리야."



"응 알아, 마지막 부분만이 아니었다면 너를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었을 텐데."



"!!!"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수없는 사람들한테 놀림받았다.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인데, 지금 눈 앞에 자신을 사랑한다고 하는 남자가 있다.



다 거짓말이다. 그게 정상이다. 자신같이 저주받은 여자를 사랑하다니, 말이 안 되는 소리다.



하지만 이렇게 속이는 데에 의미가 있을까? 오렐리 가문의 재산을 노리고? 평민한테는 많아 보이겠지만, 그걸 차지하기 위해서 결혼하는 건 멍청한 짓이었다.



"토드, 너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상관없어.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쳐도 내 알 바 아니니까. 하지만 한 가지는 기억해줬으면 해."



"...뭔데."



그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세운 카티야를 향해 다가가 손을 꼭 잡았다. 카티야는 눈을 크게 뜨고 어깨가 굳은 채로 토드를 바라봤다.



토드는 손을 내밀어 그녀의 창백한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줬다.



"네 머리카락 한올 한올까지 다 사랑해. 과장하는 게 아냐. 너를 사랑해. 정말로."



"아..."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 자말은 내 오빠니 나한테 사랑을 쏟아줬지만, 다른 오빠였던 피카드는 나에 대해서 신경을 하나도 쓰지 않았지만 자말은 예외였다.



하지만 토드는? 모르겠다. 왜 그러는지 납득이 안 가서 무서웠다.



토드의 따뜻한 웃음에도, 그의 유난히 차가운 손에도 반응할 수 없었다.



얼마 후, 자신들을 괴롭히던 친척들은 사라져 있었다.



그들은 카티야의 인생은 물론, 제국병인 자말의 공직에도 종종 시비를 걸었다. 그래서 카티야는 저들이 왜 그렇게 됐는 지에 대해선 큰 신경을 쓰지도 않았고, 알고 있지도 않았다.



토드 팽이 이상한 사람이라는 것도 받아들였고, 그리고 그의 청혼도 받아들였다.



그리고, 오렐리 가문도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겠지. 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5



카티야가 침대에서 기침을 하는 소리를 듣고, 하녀가 재빨리 방으로 달려갔다.



오빠가 떠난 그 때랑 똑같은 상황이었다.



이젠 익숙해진 안대를 맨 채 자말은 토드와 같이 동쪽 지역으로 발령이 났다. 특이하게도 결혼할 당사자 둘보다 자말이 더 결혼식 얘기에 흥미를 보이고 있었다.



토드한테 들은 게 맞다면, 토드와 단둘이 있을 때도 결혼식 얘기를 종종 꺼냈다고 한다. 그 정도로 관심을 깊게 보이는 게 불편했다.



그래서 카티야는 오빠가 떠날 때 유치하기 짝이 없는 행동을 하고 말았다. 전사할 위험성은 언제나 있지만 이번에는 귀찮아서 송별의 말 없이 그를 떠나보냈다.



그 결과, 자말은 죽었다. 꼭 돌아오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약속을 어기고 못 돌아왔다. 하지만 애초에 나 때문에 죽은 것이라면...



"카티야 님, 토드 님께서 오셨습니다."



카티야는 고개를 끄덕이고 휠체어 쪽으로 다가갔다. 토드가 예전에 줬던 휠체어는 이제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바퀴를 직접 손으로 돌리는 건 힘들었지만, 이걸 사용하면 방 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겨우겨우 바퀴를 돌려서 문 쪽을 향하게 만들었다.



"오빠가...죽었어..."



정작 나를 좋아한다는 이 한심한 남자는 왜 돌아온걸까?



나는 왜 이렇게 운이 없는 거지? 나 자신이 너무나도 싫어



"카티야, 나야. 들어갈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카티야는 옆에 있던 꽃병을 집어들었다. 문이 천천히 열리자 그녀는 그 무거운 병을 들어다가 온 힘을 다해 그를 향해 던졌다.



"—이 나쁜 놈아!"



라고 외치면서 자신의 불행을 저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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