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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ONCE UPON A TIME IN LUGUNICA 후편-1

케드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8.06 19: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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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노을 진 빈민가에서, 초월자들의 격투가 이어지고 있다.
한쪽은 온몸이 근육 덩이라고 해야 하리만치 헌걸찬 체격을 지닌 거구다. 발을 한차례 내딛기만 해도 대지가 흔들리고, 화살과 같은 속도로 다가오는 모습은 상대에게 악몽이 따로 없다.
날아드는 주먹과 발차기가 모두 예외 없이 일격 필살의 위력을 동반하므로, 정면에서 근접전을 할 뿐임에도 초 단위로 수명이 줄어든다.
폭풍을 두른 주먹을 맞았다가는, 다소 단련을 많이 했기로 의미가 없으리라.
그걸 알면서도 과감하게 격투전을 계속하는 소년의 배짱에는 경의를── 아니, 무릇 악마와 견줄 만한 담력에는, 감탄보다 기이함이 앞선다.
그런 폭력의 화신과 지근거리에서 공격을 주고받는 존재야말로, 또 다른 초월자다.
아직 나이 어린 소년은 긴 남빛 머리를 느슨히 묶어, 일견한 바로는 연약해 보이는 몸을 구사하면서, 두 배가량이나 체중 차이가 있을 터인 상대와 공방을 펼치고 있다.
여기서 경악할 점은, 소년이 거구를 상대로 생존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다. 문외한이 보기에 거의 호각으로 생각되는 싸움, 그걸 현실적으로 실현하는 데 필요한 뛰어난 센스가 바로 논점이다.
그 센스가 드러나는 것이──,
"……쳇, 약삭빠르기도 해라."
강렬한 앞차기를 날렸음에도, 그걸 발판으로 이용당한 거구가 작게 혀를 찬다.
거구가 가볍게 팔을 휘두르자, 호드득 하고 소리 내며 떨어지는 것은 서리의 조각이다. 그건 여태 수없이 소년을 때려잡을 듯 보였던 주먹이 그를 대신해서 부순 빙판의 잔재.
격한 싸움 도중, 소년이 격투전에 마법을 섞음으로써, 전황을 자신에게 유리해지도록 바꿔가고 있었다는 증표였다.
그걸 눈앞에서 보고, 거구는 짜증스레 혀를 찬다. 그걸 들은 소년은, 거구의 발을 발판 삼아 뒤로 크게 물러난 참이었다. 그는 서로 거리가 벌어진 곳에 착지해, "이거─어야 참." 하고 어깨를 들썩이며 절한다.
"칭찬을 받다니 대단히 영광스러운 거얼─. 물론, 나도 네게 찬사를 보내고 싶다마다. 설마 이런 실력자가 있을 줄이야…… 왕국도 참 넓구나."
"귀족 꼬맹이 주제에, 세상 다 아는 양 지껄이고 자빠졌어."
미소 지은 소년에게, 거구는 어디까지나 불쾌하다는 투로 대응한다. 이 두 사람의 관계를 생각하면, 거구의 반응이 더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다.
그럴 것이, 둘은 만나자마자 주먹다짐을 한 사이다. 지금은 2회차 전투이며, 결코 화해하기 위한 의식 따위가 아니니까.
주먹질을 주고받는 두 사람── 소년은 로즈월, 거구는 마코스라고 한다.
이들이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마코스의 동료가 로즈월에게서 귀중품을 훔친 데 있었다. 그렇다고는 하나, 석양이 비추는 이 결투의 배경에는 좀 더 복잡한 사정이 있긴 하다.
그리고, 그 복잡한 사태를 지켜보는 이야말로──,
"정말이지, 대단하시군요. 곁에서 보기에는, 두 분의 모습을 차마 두 눈으로 좇을 수도 없습니다. 제 분수도 모르고 가세하겠다고 했다면 큰일이었겠지요."
살짝 떨어진 곳에서, 손뼉을 친 청년이 두 사람의 싸움을 그렇게 칭찬한다. 그 청년을, 마코스는 역시나 불쾌하다는 눈으로 쏘아붙였다.
"이거야 원. 혹시 실례가 되셨다면 죄송합니다."
왕도의 위병조차 와들와들 떨게 만드는 마코스의 눈빛, 그것을 정면에서 받고도 청년은 자연스러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 이 상황── 마코스와 로즈월의 결투 자리를 준비한 입놀림과 담력을 포함해, 청년이 보통 인간이 아님은 틀림없다.
청년── 러셀을 넣은 세 명이, 이 빈민가 결투의 당사자들이다.
물론──,
"딴 델 보면 안 되지. 네가 튼튼한 건 알지마아─안, 방심은 금물 아니겠니?"
"잠도 덜 깬 놈이 호들갑은. 난 방심하는 게 아니라, 여유 부리는 거라고."
보통내기가 아리나는 의미로 본다면, 세 사람 모두 뒤지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었다.
2
안 좋은 버릇임을 알면서도, 로즈월은 저녁노을의 결투를 만끽하고 있었다.
정면에는, 로즈월이 날리는 공격을 모조리 막고, 상식에서 벗어난 폭력을 때려 박아오는 마코스. 그의 실력은 뛰어나다. ──요 수십 년을 통틀어도 출중하다 할 수 있다.
그 정도의 실력자는, 바로 『아인전쟁』 시절까지 거슬러올라가지 않고선 찾아볼 수가 없다.
그만큼, 지나치게 흥이 나고 말았다는 자각이 로즈월에게는 있었다.
단련해온 갖가지 체술을 구사해, 마법을 섞어 넣으면서 상대를 몰아붙이는 로즈월의 기술은, 현대에선 모방할 수 있는 자도 적거니와, 초견으로 반응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도 이 마코스는, 상식을 깨부순 신체능력과 내구력으로 강제적인 돌파를 시도한다.
다시 말해, 가능하다면 피하거나 뿌리치든가 해서 대처하고, 불가능하다 싶으면 방어를 굳혀 억지로 받아내는 것이다. 그런 전투를 지속시킬 만한 체력이 그에게는 갖춰져있었다.
한편, 다양한 기법을 사용하는 로즈월과 달리, 마코스의 공격은 지극히 단순했다. 로즈월에게 다가가, 주먹을 휘두른다. 발차기를 날린다. 그뿐이다.
하지만, 그뿐인 공격이 두렵도록 강력했다.
체격이 크면 둔하고 느릴 줄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것은 몸 크기를 군살로 불렸을 경우의 이야기다. 마코스처럼 거구의 대부분을 근육의 갑옷으로 뒤덮은 존재는, 육체의 크기에서 받게 되는 인상과 반대로 재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그렇기에, 호완을 피부가 탈 것만 같은 거리에서 회피하는 로즈월의 배짱은, 마코스가 한발 날릴 때마다 떨리고 있었다.
물론, 로즈월이라면 더 안전하게 싸울 방도가 있다.
그럴 것이, 그는 이 시대 사람들은 재현이 거의 불가능한 비행을 가능케 하는 마법도 다룰 줄 알기 때문이다. 그걸로 거리를 두고, 안전한 데서 화력에 의지한 융단 폭격을 가하기만 해도 웬만한 상대를── 일군조차 상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로즈월에게는 있었다.
그러나, 결투에서 그런 수단을 택할 정도로 로즈월은 예의를 내버리지 못한다. 무엇보다, 그런 수단으로 쟁취하는 승리 따위로 조금 전의 수치를 씻어낼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
"애당초, 상대가 무서웠으니 멀리서 폭격했습니다 라는 보고를, 존경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올릴 수 있겠어? 난 도저히 그러진 못해."
"싸우는 도중에 종알종알……."
"어이쿠, 미안하군."
감개에 잠기던 로즈월에게로, 마코스의 긴 다리가 호를 그리며 날아든다. 로즈월은 그걸 자세를 낮추면서 피해, 상대 품속으로 파고들어갔다.
그리고, 불과 몇 시간 전에 골목에서 한 것과 마찬가지로, 마코스의 복부에 손바닥을 댄다.
"다만, 지난번보다도 한 발짝…… 아니, 두 발짝 더 나아가서, 죽일 생각으로 쏜다!"
"──읏!"
어디까지나 전투불능을 목적으로 했던 지난번과 달리, 이번에는 상대가 거대한 마수일지라도 내장을 파손시키겠단 생각으로 발경을 때려 박았다. 엄밀하게는 단순한 발경이 아니라, 로즈월의 독창성을 더한 신기법── 발경에 화염을 넣어, 내장을 태워버리는 일격.
발경으로 터진 내장을 태워서 고착시킨다는 최악의 발상에서 유래한 살인 기법이다. 하지만, 굳이 그걸 쓴 건, 일종의 신뢰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빌어먹을 놈이이!!"
내장이 타버렸을 터인 마코스는, 그 로즈월의 신뢰에 제대로 응수했다.
직격하는 순간, 복근을 단단히 조이고 몸을 비틀었다. 그 동작만으로 치명적인 손상을 면한 마코스지만, 아무리 그렇게 해도 마냥 무사할 수만은 없다.
그 사실이, 마코스의 투쟁본능에 불을 붙인 모양이다.
"──오."
부르짖은 마코스의 눈앞에서, 로즈월은 반사적으로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직후에 예리한 충격이 측두부를 스쳐 지나가, 의식에 절망적인 안개가 낀다.
어째서 머리를 숙였는지 이유를 떠올릴 수가 없다. 그것이 마코스의 팔꿈치를 피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로즈월은 이번 생애를 다할 때까지도 끝내 떠올리지 못했다.
어쨌든 간에, 반사적으로 위기를 감지해서 머리를 숙이긴 했다. 그런 로즈월의 안면을 향해, 어린아이의 머리만 한 무릎이 뛰어오른다. 무릎차기의 위력은 주먹질보다 몇 배는 강하며, 직격하면 머리가 날아가도 이상할 것이 없는 파괴력이다. 그것을, 방금 전보다도 빠른 속도로 뒤로 젖히며 회피한다.
뒤늦은 두발이 무릎에 닿아, 남빛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와중에 로즈월은 몸을 번드친다. 서로 숨이 맞닿을듯한 초지근거리에서, 상대로부터 시선을 떼다니 무모의 극치.
그러나, 로즈월은 구태여 그렇게 했다. 구태여 드러낸 빈틈으로, 마코스의 주먹이 물어든다. ──순간, 오른쪽 어깨가 부서졌다.
날아온 일격, 꽉 쥔 주먹의 엄지손가락이 스친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일격으로 로즈월의 오른팔은 전선을 이탈했다.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겨우, 완벽하게 품속까지 들어갔군."
그 찰나, 부서진 어깨의 고통을 잊고 로즈월은 승리를 확신한다.
톡 하고, 가볍게 등에서부터 마코스의 가슴통에 부딪쳤다. 뒤로 기대는 것 같은 자세지만, 이때 몸치 접촉한 면적은 손바닥과 비교할 턱도 없다.
이 상태에서, 등 전체에서 날리는 발경의 위력은 대략 손바닥의 수십 배── 아무리 마코스라 한들, 버텨내진 못하리라.
마법을 섞고 있기는 하나, 체술을 사용해 상대를 타도한다. 그런 난제를 이루어냄으로써, 마침내 스승에게 가슴을 펴고 보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
그러나, 발경을 박고자 발에 힘을 준 순간, 로즈월은 알아차렸다.
등을 댄 마코스의 가슴통, 그것이 긴장한 것이다. 그건 로즈월의 강력한 일격을 받아내기 위한 방어가 아니다. 발경의, 예비동작이었다.
──때로 세계는, 전투의 천재라 할 만한 수라를 만드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태어나면서부터 타자를 압도하는 폭력을 가졌으며, 오랜 세월을 들어 길러온 타자의 무예를 한눈에 흡수해, 마치 제 것인 양 자유자재로 다루기 시작한다.
말 그대로, 마코스가 그 수라의 예시였다.
그 낌새를, 발경의 예비동작으로 감지한 로즈월은 전율한다. 로즈월이 승리를 확신한 등의 감촉이, 그대로 상대의 반격의 징조로 변한다.
로즈월이 지닌, 기술 습득에 대한 일일지장. 그것은 무술의 극한까지 이른 수라 앞에서는 너무나 미덥지 못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걸 의지할 수밖에 없다.
길러온 기술이, 단련한 나날이, 수라의 존재를 능가할 것이라 믿고── 그 순간이었다.
"────."
"뭐야?"
등 너머로 높아지던 무술의 기척이 무산했다.
한순간에 긴장이 풀려,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싶어 로즈월은 곤혹한다. 그러나, 이미 발동 단계에 들어간 공격을 멈출 수도 없어, 혼신의 발경이 날아간다.
대기가 터지는 소리를 울리며, 로즈월의 발밑에서 지면이 금이 갔다. 그리고 충격이 마코스를 직격해, 거구는 크게 날아오르고 땅바닥에 쓰러진다.
위를 보고 큰 대 자로 구른 마코스. 그걸 보고, 로즈월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리고, 아연한 투로 중얼거린다.
"……말도 안 돼."
이토록이나 흥이 깨지는 결말이 어디 있냐고, 부서진 오른쪽 어깨를 축 늘어뜨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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