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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코믹 얼라이브 특전 『검귀전가──종막』-1

케드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10.27 18: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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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이 열린 그날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장례를 치르는 데 걸맞은 날씨군, 같은 소리나 하는 사람이었지."


기사의 예장이 어울리지 않는 컨우드가, 하늘을 우러러보며 그런 말을 했다.


농담 투로 말하는 그에게, 빌헬름은 '그러게 말이다.'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빌헬름뿐만이 아니라, 그걸 들은 다른 대원들 사이에도 찬동의 목소리가 오갔다.


그런 식으로, 사람의 신경을 거스를 만한 발언을 좋아하는 여자였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다 보면, 누구든지 한 번쯤은 그녀의 태도에 질색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참석한 남자들은 그녀에 대한 감개를 쉽게 공유할 수 있었다. 컨우드가 헌화한 흰색 꽃다발이, 무뚝뚝한 그와 영 맞지 않는다는 감상도 마찬가지로.


──상업도시 픽텃에서 발생한 『사룡 토멸전』으로부터 열흘 남짓이 지났다.


흑룡의 출현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은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어, 용의 강대함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주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막대한 피해를 입은 도시의 부흥도 서서히 시작되면서, 사람들의 마음은 조금씩이나마 일상으로 돌아간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사람은 걸음을 멈추지 못한다.


슬픔을 품은 채로, 두려움을 품은 채로, 시간과 함께 걸어나가야만 한다.


고로, 국왕의 호령 아래 이번 사변의 희생자들을 애도하고자 행해진 국장 또한, 그 발걸음이 멈추지 않도록 하는 데 필요한 의식으로서 인식되었다.


『파멸원망』 스트라이드 볼라키아의 마수는 나라 전체에 이르렀으며,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것이 픽텃에서 벌어진 흑룡 소환의 소동이다. 전설상의 존재로 여겨지기도 했던 용의 맹위에, 당시 도시의 희생자는 상당할 것으로 상정되고 있었다.


그러나, 훗날의 조사에 의하면 희생자의 수는 상정했던 피해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 밝혀졌고, 사건의 규모와 비교하면 기적적인 숫자였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그 기적의 배경에는, 사태의 수습에 크나큰 공헌을 한 『신룡』의 은혜가 종잡을 수도 없을 만큼 있다.


맹약에 따라, 왕국 존망의 위기를 구원하러 나선 『신룡』 볼카니카는, 광란의 흑룡 『세 쌍 머리』 발그렌을 토멸하고, 전장에 있던 사람들에게 치유의 기적을 선사했다. 그 절대적인 힘은, 죽음의 고비에 있던 자마저 구원해낼 정도이다.


그 결과, 도시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은 『신룡』의 기적에 목숨을 구원받았다. 이것이, 희생자가 당초의 상정보다 크게 줄어든 요인이다.


물론, 그렇게 말을 해도 희생자가 없는 건 아니다. 『신룡』의 기적은 치유를 선사했으나, 진작에 없어진 목숨까지 되돌릴 수는 없었다. ──용조차, 죽음을 뒤집지는 못한다.


친한 이를 잃은 사람들은 그 사실을 한탄하고, 부조리한 운명을 저주할 권리를 행사한다. 그런 깊은 슬픔의 표출은, 국장의 자리에서도 종종 보였다.


소중한 사람을 잃는 상실감은, 칼날이 닿지 않는 곳을 베이는 것과 같이 괴로운 일이다. 그 고통에 어른과 아이의 구별은 없으며, 만인을 동등하게 좌절시킨다.


때문에, 빌헬름의 앞에 선 인물의 태도는 실로 탄복할 만한 것이었다.


"──빌헬름 님이시군요. 어머니에게, 자주 이야기를 들은 바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정중히 고개를 숙이는 건, 아직 열 살도 채 안 되었을 것 같은 어린아이다.


어깨 높이로 자른 남빛 머리와, 장래의 미모를 상기시키는 단정된 얼굴. 화사하고 미성숙한 몸에 예복을 두르고, 아이는 청색과 황색의 눈으로 빌헬름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다.


그 시선에 어중간한 태도로 응수하는 것이야말로, 은인에 대한 모욕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렇기에, 빌헬름은 자세를 바로잡고, 왕국 기사의 예절을 갖추며 아이를 대한다.


"왕국 기사, 빌헬름 반 아스트레아다. 네 모친께서는 대단히 아껴주셨지. 은혜가 갚을 수 없을 만큼이나 산더미처럼 쌓여있어. 그러니까……."


거기서 말을 끊어, 빌헬름은 한차례만 눈을 감는다. 가슴속에 소용돌이치는 감정의 파도를 꽉 깨문 어금니로 참고, 다시 한번,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어린 얼굴 속에, 전우──로즈월 J. 메이더스의 형모를 찾아서.


그 싸움에서 목숨을 잃은 벗에 대한── 조문의 말을 그녀의 자식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모친께는 결국 말씀을 못 드렸지만, 고맙다. 정말로, 많은 걸 받았거든. 그 은혜에 보답을 해주고 싶어. 곤란한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말해줘."


그렇게 말하고, 빌헬름은 그 자리서 무릎을 꿇었다. 허리에 찬 애검 『아스트레아』를 검집까지 통째로 풀어, 자기 발밑에 놓는다. 그리고──,


"──난 반드시, 네 힘이 되어주마."


소년, 카를 메이더스에게, 빌헬름은 기사로서 최고의 경례로 맹세했다.


국장 회장은 현재 많은 사람들이 모여, 한창 말을 나누기 바쁘다. 당연히, 빌헬름의 경례는 이목을 끈다. 하지만, 주목을 모은 최대의 요인은, 그 행위의 특별함이 아니라 둘 사이에 감도는 엄숙한 분위기 때문이리라.


빌헬름의 경례는 아름답고, 그야말로 의례용 검과도 같이 맑았다.


주위의 시선에 그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눈앞에 선 아이에 대한 태도다.


이 은혜를, 잊지 않겠다. 기사의 맹세는 절대적이다. 그렇기에, 그 어떤 간난신고가 닥친다 할지라도, 이 맹세는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


"────."


빌헬름의 최고급 경례를 보고, 카를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그 표정에 놀람이나 망설임은 없다. 그저, 엄숙한 감정만이 맺혀있었다.


머지않아, 그 감정이 침묵을 녹여갈 무렵에,


"……설마, 그 『검귀』 님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해주실 줄이야, 이것 참 어머니도 놀라시겠지요."


어딘지 모르게 농담 투로 들린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빌헬름은 숨을 죽인다.


외로움에 입술을 느슨히 해, 사랑스러운 이를 보는 듯한 아이의 표정에 놀람을 금치 못한 것이다. 그 표정이 정말로, 그의 모친과 아주 똑같아서.


"어머니께 전하면, 아마 분해하실 겁니다. 이야기를 듣자 하니, 어머니께선 꽤나 빌헬름 님을 소중히 여기시던 모양이니까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줬는지, 물어보기가 무서운걸."


"걱정 마세요. 남에게 할 말은 아닙니다."


입술에 손을 대고, 한쪽의 푸른색 눈빛만을 보내는 아이에 빌헬름은 탄식한다. 그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무릎을 털었다.


방금 나눈 말에서도, 카를에게는 로즈월의 영향이 크게 느껴진다. 그녀가 그의 안에 분명하게 살아있음을, 기쁘게 생각하면서도 머리가 무거워지는 느낌이 있었다.


"카를 공은…… 아니, 당주를 이으면 이름도 잇게 되는 거였던가."


"예, 나중에는 그리됩니다. 하지만, 지금 바로는 아니죠. 지금의 저로서는 통 부족하니, 그걸 충족시키고 나야 비로소 로즈월을 칭할 수 있습니다. 그때까지는 변함없이, 카를이라 불러주세요."


메이더스 가문의 당주, 로즈월이란 이름은 대대로 계승된다. 역사 깊은 가문에서는 드물지 않는 풍습이지만, 남녀를 불문하고 계승된다고 하니 어쩐지 어색하다. 로즈월에게 처음으로 이름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런 식으로 생각했었다.


"모친의 원래 이름은 줄리아, 였지. 묘비명을 보고 처음 알았지 뭐야."


"이름을 새로이 잇고 나서는, 이전의 이름을 숨기는 게 암묵적인 양해니까요. 만약에 밝힌다면, 그 상대는 반려나 어지간히 관계가 깊은 벗이 되겠지요."


"그렇구나."


그 말에, 빌헬름은 짧게 수긍한다.


그녀하고는 5년래의 벗이다. 그것이 순수한 친구 관계였다고는 입이 찢어져도 말 못 하지만, 그 사이에 진명을 들은 적은 단 한차례도 없었다. 그녀 또한, 빌헬름에게 밝히고자 생각한 적은 한차례도 없으리라. 단, 그것이 관계를 부정하는 증거가 되지는 못한다.


무엇보다──,


"줄리아 같이 여성스러운 이름도 이제 와서 들어봤자지. 내게 있어, 네 모친은 어느 때나 로즈월이거든."


"아마, 어머니도 그렇게 생각하셔서 전하지 않았을 거예요."


카를의 대답에 빌헬름도 동의한다. 동시에, 감탄도 하고 있었다. 이게 열 살도 안 된 아이와의 대화인가.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그는 막힘없이 모친의 의사를 대변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로즈월 본인의 마음을 그대로 전달받고 있는 것 같다.


"조금 전에 하신 말은, 마음속에 깊이 새겨놓겠습니다. 언젠가, 어딘가에서 빌헬름 님의 힘을 빌릴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때는……."


"어떤 어려움이든 헤쳐나가서, 네 곁으로 달려가마. ──기사의 맹세에, 거짓은 없다."


"……어머니께서는 행복한 분이세요. 이렇게 굳센 마음을 받을 수가 있으니까요."


눈을 내리뜨고, 카를이 몹시 점잖은 얼굴로 중얼거린다. 하지만, 그 표정은 눈을 깜박인 사이에 없어지고, 아이는 '그럼.' 하고 자세를 바로잡으며,


"집안의 사정이 진정되고 나서, 다시 한번 만나 뵐 기회를 주셨으면 합니다. 슬슬, 다른 분들에게도 인사하라고, 가령이 째려보는군요."


"가령……."


쓴웃음을 지은 카를의 배후, 조금 떨어진 위치에 허리를 곱게 편 집사복 청년이 보인다. 그 모습을 빌헬름이 발견하자, 그는 세련된 몸짓으로 절한다.


이전에도 한 차례, 로즈월에게 소개받은 가령인 클린드다. 차갑게 단정된 그 표정에 감정은 없으며, 주인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내심을 읽어낼 수는 없다.


그래도, 여전히 역할을 다하며 메이더스 가문에 따르겠다는 자세임은 알 수 있다.


"지금은 아직 전반의 일을 클린드에게 맡기고 있지만, 언젠가 제가 가문을 짊어지겠습니다. 그러므로, 이후에도 저희 메이더스와 친히 지내주셨으면 합니다."


고개를 숙이고, 카를은 클린드 곁으로 걸어간다. 그 자그마한 등에 빌헬름은 희미하게 숨을 멈추고, 주저가 입술을 떨게 했다.


그러나, 그 주저는 이내 사라진다.


"카를 메이더스 공."


카를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리고, 돌아보는 아이에게 빌헬름은 말을 잇는다.


"너랑, 네 모친께 감사를 드리마. ──고마워. 신세 졌다."


"────."


예의 바른 말이 아니고, 기사의 예절에 따르지도 않고, 빌헬름은 말했다.


아까 전과 비슷하면서도, 비슷하지 않는 말을 정면에서 전한다.


그러자, 카를은 잠시 눈을 부릅뜨더니──,


"──몸 조림 잘 하고, 오래 살도록 하렴."



그렇게, 아주 점잖은 말을 남기고, 끝내 자리를 떴다.



2



"카를 님은 참 신기한 분이시지."


대화가 끝난 걸 보고, 말을 걸어온 건 캐럴이었다.


그 모습은 평소처럼 기사답게 늠름한 예장──이 아니다. 캐럴은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가슴 언저리에 흰색 꽃을 장식한 여성용 장례 바람으로 와있었다.


고집스레 자신의 여성다움을 뒤로 미뤄온 그녀치고는 보기 드문 모습으로, 그러나 좋은 변화라고 빌헬름은 생각했다.


──필시, 그 심경의 변화에는 로즈월의 죽음이 큰 영향을 끼쳤으리라.


빌헬름이 보기에도, 둘은 친한 친구 사이였으니까.


"빌헬름?"


감상에 젖어 입을 다문 빌헬름을, 캐럴이 의아해하는 눈빛으로 쳐다본다. 그 시선에 빌헬름은 '아냐.' 하고 고개를 모로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 신기하긴 해. 내가 저 아이만 했을 무렵에, 저리 공손하게 행동한 적은 없는걸. 훌륭하고말고."


"맞아. 메이더스 님꼐선 훌륭한 교육을 하셨어. 존경해."


저 멀리, 카를이 걸어간 방향을 보고, 캐럴의 눈동자가 희미하게 울먹인다. 그걸 못 본 척하고, 빌헬름은 '있잖아.' 하고 말을 걸고,


"저 애랑, 로즈월의 이야기는 좀 했냐?"


"──. 당신의 어머님께서는, 절 감싸다 돌아가셨다고 전했어. 욕먹고 미움받을 각오도 했는데 말이지."


짧게 숨을 내쉬더니, 캐럴은 입술을 느슨히 한다. 몹시나 슬퍼 보이는 미소에.


"카를 님은 날 탓하지 않았어. 탓하기는커녕, 한심하게 고개를 떨군 내 어깨를 두드리면서, 어머니는 당신이 무사하신 걸 진심으로 기뻐하고 계십니다, 라고 했지. ……눈물이 다 나오더라."


"……누가 그걸 비웃겠어."


스트라이드의 획책에 휘말려, 캐럴이 맛본 가혹함은 이루 필설로 다하기 어렵다. 거기서 그녀는 절친을 잃고, 은인의 집안에 자신의 검을 휘두르게 된 것이다.


마음속 상처는 아마, 빌헬름이 상상하는 것보다 깊고, 그녀를 좀먹고 있으리라.


그렇다고 해도, 그녀가 꺾일 일은 없다. 여태 지내온 경험과, 그녀를 소중히 여기는 빌헬름의 아내와, 그리고──,


"다만, 울며 매달리는 상대는 내가 아니잖아. 그림한테…… 네 남편한테 가서 울고 오라고."


"그림한테는, 나중에 마음껏 위로받을 거야. 지금은 네놈한테…… 아니, 주인님께 들어주셨으면 했을 뿐."


눈물의 예감을 떨쳐내고, 캐럴의 미소의 질이 바뀐다. 외로워 보였던 그건 온기 가득한 미소로 변화하고, 그걸 본 빌헬름은 한숨을 쉬었다.


이마에 손을 댄다. 정말이지, 귀에 안 익은 호칭이다.


"네가 날 주인님, 이라. 도대체, 무슨 농담인지."


"나도 불본의지만, 자각하도록 해. ……베르톨 님이 돌아가셔서, 아스트레아 가문의 가독은 다음 세대로 이어질 거다. 테레시아 님의 형제분은 모두 고인이시지."


"그래서, 테레시아의 반려인 나한테 그 역할이 왔군. 참 나……."


캐럴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고, 빌헬름은 건물 바깥의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구름에서 가랑비가 내리는 건, 피해자들에 대한 애도를 표한 하늘의 눈물인가, 아니면 하늘에도 그 죽음을 안타까워한 누군가가 있었던 걸까. 그 답은, 영 알 길이 없다.


──루그니카 왕국의 국장은 조용히 이어진다. 죽은 자와 산 자의 경계를, 명확하게 구분 짓듯이.



3



그 방은, 객실이라 부르기에는 살짝 조심성이 과했다.


건물에는, 그 전체의 설계 사상에 건축가의 미의식이 존재하는 법이다. 그 경향은 크고 고가의 건물일수록 현저하며, 귀족 소유의 저택 따위는 대표적인 예시다.


고로, 그 일실은 건축가의 미의식을 버리고, 본래 설계 사상과 모순된 공간이다.


아름다운 석제 벽은 거친 철재로 보강되어, 겉보기가 계산된 회화나 장식품을 가차 없이 철거한 데 그치지 않고, 필요한 가구의 부류는 전부 바닥과 벽에 고정되어 있다. 더불어 방 앞에는 경계 태세를 갖춘 살벌한 분위기의 사나이들까지 있는 지경이다. 감도는 긴장된 기척은 그들의 직업의식이 표출된 것으로, 바로 엄중 경비, 엄중 경계라는 말에 걸맞은 철벽의 아성이라 할 수 있다.


"무어, 이렇게까지 해도 부족할 땐 부족한 법입니다. 흐음, 저의 역부족이 한탄스럽기 그지없군요."


그런 철벽의 객실에서, 소파에 앉은 마이크로토프의 태도는 당당했다.


젋은 나이에 왕국 중추에 몸담은 현인이라고 칭찬이 자자한 마이크로토프인데, 결국은 일개 문관이며, 검을 휘두를 재능은 갖고 있지 않다. 만약에 상대방이 폭력을 행사한다면, 저항도 못하고 죽임당할 것이다.


혹여나 그렇게 되지 않을까, 방 밖의 사병들은 애를 태우고 있겠지만──,


"──그건 쓸데없는 걱정이지요. 안 그렇습니까?"


"그걸, 다른 누구도 아니고 하필이면 내게 묻겠다? ……우줄해지지 마라, 애송이."


마이크로토프가 일상 속 잡담과도 흡사한 투로 말하자, 정면에 앉은 인물은 언짢아하며 대답한다. 덩치가 큰 남자다. 그 몸은 과장할 것 없이 거대하며, 소파가 아니라 바닥에 직접 앉아있다.


그럼에도 마이크로토프와 시선의 높이가 그다지 다르지 않는 건, 상대방의 정체가 거인족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존재를 밝힐 수가 없는 부류.


굵은 팔에 굵은 다리, 몸통도 그에 맞게 굵으며, 낮은 목소리는 땅울림을 상기시킨다. 그 목소리에 담긴 강한 적의는, 어쩌면 땅울림보다 명확한 위협으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런 강렬한 해의를 눈앞에 두면서, 그러나 마이크로토프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유지시킨다.


당연한 일이다. 필요도 없는 경계에 신경을 쓸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저 혼자 쓰러뜨려봤자, 그 뒤에 어찌할 방도가 없습니다. 당신은 무모한 행동을 못 하시는 분이십니다."


"비아냥거리기는. 무모한 행동의 결과로, 내가 이렇게 된 것 아닌가?"


"막다른 골목에 몰려서 최후의 수단을 강구한 걸 무모라고 한다면, 아니겠지요. 당신에게는 다음 계획도 있었고, 아예 다른 수단도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그것 덕분에 살았습니다."


눈을 내리뜨고, 마이크로토프는 말 끄트머리에 감사의 마음을 담았다. 그러자, 상대방은 지긋지긋하다는 듯이 볼을 일그러뜨려, 유난히 큰 소리로 혀를 찬다.


우호적이지 못한 그 태도에 마이크로토프는 쓴웃음을 지었다.


"당신의 처우를 일임 받았을 때는, 저도 지오니스 폐하의 생각을 의심했습니다."


"그게 정상이겠지. 그놈은 머리가 아주 돌아갔어. 하지만, 동시에 납득했지. 저리도 상식에서 벗어난 놈이 수뇌를 담당한다면, 부하들이 자주적으로 일하는 것도 도리일세."


"……좋고도 나쁜 의미로, 폐하께서는 훌륭하신 분입니다."


인품이 좋은 주군의 미소를 뇌리에 떠올리며, 마이크로토프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 나서, 새삼스레 정면의 상대에게 몸을 돌린다.


"허나, 저는 아직 의외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은 왕국을, 인간을 증오하고 있었을 텐데요. 그런데 어째서, 저희에게 협력하셨는지?"


"증오하고 있었다, 가 아니다. 증오하고 있다, 지. 난 지금도 여전히, 네놈들을 증오하고 있어. 한 명도 남기지 않고 뿌리째 뽑아버리고 싶다는 마음속의 불길을 끈 적은 없지."


분명하게 증오의 말을 때려 박힌 마이크로토프가 입을 다문다.


얼어붙을 것만 같이 차갑고, 그러면서도 들끊는 용암처럼 뜨거운 증오의 화톳불이다. 하지만, 그런 찬 분노는 곧바로 눈에서 사라졌다.


"다만, 이번 방식은 방치할 수 없었다. 저대로 놔뒀다간, 동포와 적군의 구별 없이 모두 죽고 말지. 그건 내가 원하는 결말이 아냐. ──그뿐이다."


"흐음. ……과연, 알았습니다."


내뱉는 듯한 어조에, 마이크로토프는 대화의 끝을 느꼈다. 너무 오래 있다가 노염을 사는 것도 득책이 아니다. 이쯤이, 물러날 때다.


"아아, 맞다, 하마터면 깜빡할 뻔했네요."


일어선 마이크로토프는, 퇴실하기 전에 다시 말을 걸었다. 무관심한 눈동자가 힐끗 그를 쳐다본다. 그에 끄덕이며,


"회유할 의도는 아닙니다만, 어디 불편한 데는 없으십니까? 이번 일의 사례로, 가능한 한 편의를 도모하고 싶은 바 있습니다마는."


"────."


그 말에, 무관심했던 눈동자가 크게 뜨이더니, 상대방이 한순간 멍을 때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크, 하, 하하, 하하하! 불편이라고 했느냐! 내게, 불편하냐고!"


입을 벌려, 남자는 웃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자신의 양팔── 바닥에 이어진 굵은 사슬을 들어, 금속음을 냈다.


"불편함이라면, 태어났을 때부터 줄곧 느끼고 있지. 단 한 번도, 이 마음이 해방감을 얻은 적은 없다. 그런 내게, 불편하지 않냐니 참 웃기는구나."


"────."


"두고 봐라, 루그니카 왕국. 나는, 아직 무엇 하나 내버리지 않았다. 언젠가, 이 사슬이 끊어졌을 때 뼈저리게 느낄 거다. ──진정으로 묶일 만한 것이, 도대체 누구인지를 말이다."


감정의 폭발과 증오의 눈빛에 태워져, 마이크로토프는 불필요했던 발언을 수치스레 여겼다. 동시에, 이 남자 속에서 꺼지지 않고 잠드는 분노의 불씨, 그걸 깔보고 있었다고.


그 불씨를, 마이크로토프는 지울 수가 없다. 어쩌면, 아무도 그런 일은 못 할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 말씀, 지오니스 폐하께 똑같이 전달드릴까요?"


"────."


질문에 대답은 없다. 그래도, 침묵이 곧 대답인 것 같았다.


언젠가, 이 남자와 사슬도 경호도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은 찾아올까.


아니면 양자 사이에는, 피와 죽음 말고 맞이할 결착이 없는 걸까.


미움받으면서, 매도당하면서, 분노의 불길에 손을 대면서, 언젠가 답을 낼 수 있을까.


"……흐음. 스스로 원한 자리라고는 하지만, 정말로 손해만 보는 역할이군요."


방을 나서기 전에, 마이크로토프는 누구에게도 안 들릴 목소리로 중얼거리고, 짧게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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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5312 🚫북스 스포)8장 스바루 고생 많이 했나요? [7]
ㅇㅇ(118.223)
19:32 135 0
445311 🚫북스 스포)제국편급 캐릭터 숫자가 완결편에 나올까 두렵다 [2]
ㅇㅇ(59.6)
19:30 102 0
445310 🚫북스 스포)개인적으로 나중에 보고싶은 장면
ㅇㅇ(175.203)
19:25 98 0
445309 💬 제국편 평가 박할 때마다 슬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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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1 138 2
445307 💬 딴건 모르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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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 61 0
445306 💬 리제로 오프닝 200만 넘었네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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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6 114 0
445305 💬 에밀리아 좀 밥맛인듯ㅋ [9]
탐욕의마녀(210.179)
18:51 399 12
445304 🚫북스 스포)근데 난 거안의 이즈메일 파트도 꽤 재미있었음 [2]
Nozomiz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41 103 0
445303 💬 본편세트 내고 나중에 전권까지 내는건 노린거 같죠? [2]
T.M.K.탓가마지카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40 105 0
445302 💬 듣다보면 중독성있어서 듣기좋음4기 오프닝
fere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36 46 0
445301 💬 외전 스토리 애니화 해줄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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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4 99 0
445300 💬 오프닝 영상 닷새만에 200만 돌파 ㅎㄷ [3]
한우임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24 159 1
445299 💬 이거 왜 애니화 안해주냐 [1]
ㅇㅇ(220.79)
18:16 133 0
445297 4기스 스포)리제로 6장 보고있는데... [1]
ㅇㅇ(221.149)
17:56 132 0
445296 💬 옛날에 책 판거 후회되네.... [3]
캠프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35 151 0
445295 💬 삿어여 치지직유입 [1]
ㅇㅇ(117.111)
17:21 246 4
445294 💬 1권부터 33권까지 다시 볼만할까요? [2]
ㅇㅇ(118.223)
17:20 78 0
445293 🚫북스 스포)제국편 진짜 평가하기 애매하게 박긴 했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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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8 156 0
445292 💬 스포) 리제로 34권 보는 중인데 질문 [8]
ㅇㅇ(14.39)
17:13 88 0
445291 💬 2장 코믹스 좋은 점 하나 [3]
해면보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51 132 3
445290 🚫북스 스포)제국편 관련해서 요즘 공감이 안 되겠어서 큰일남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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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7 150 0
445289 💬 아직 방영 일자는 안나온거지? [3]
ㅇㅇ(165.132)
16:41 107 0
445287 💬 31권 사니까 포토카드를 주네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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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5286 🚫북스 스포)제국편은 설정짜기 좋아하는 작가가 쉽게 빠지는 함정이지
ㅇㅇ(221.168)
16:23 156 0
445285 🚫북스 스포)7 8장은 그냥 아벨 스바루 만담이 젤 재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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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5284 🚫북스 스포)어디까지 봤는지, 몇 권을 사야 하는지 알 수 있을까요? [3]
ㅇㅇ(118.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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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5283 💬 근데 진짜 세월이 체감되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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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5282 🚫북스 스포)솔직히 마델린 자체는 꾸역꾸역 참고 볼만함 [3]
ㅇㅇ(220.79)
16:00 167 2
445281 💬 솔직히 말하면 4기 오프닝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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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8 144 0
445280 💬 에밀리아 얼굴 고점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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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6 347 11
445279 🚫북스 스포)7,8장 나오면 재미 반감 시키는 놈들 [6]
무우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45 240 1
445278 💬 색욕이 하는말들 맞는거 같은데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34 229 0
445277 💬 다들 리제로 굿즈나 피규어 사는편임? [6]
코짓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2 116 0
445276 💬 4기 대박났으면 좋겠다
ㅇㅇ(59.19)
14:23 68 0
445275 💬 1,2,3기 서적으로 봐도 재밌음? [3]
ㅇㅇ(106.253)
13:55 95 0
445273 💬 그러고 보니 3기 짤린 장면 중에 그거 있지 않았나
ㅇㅇ(116.46)
13:30 105 0
445272 🚫북스 스포)23권 질문 [6]
ㅇㅇ(211.114)
13:09 10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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